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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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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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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속에 연인 VS 우산위에 그것


BY 산부인과 2003-10-23

 겨울에 내리는 비 연인에겐 스킨쉽의 절대적인 기회다.

찰싹 달라붙어 다닐수 있고  여름처럼 끈적 이지도, 덥지도 않으니까..

후유증인 땀띠 때문에 고생할 필요도 없다.-(여름에 너무 붙지마요 보는 사람들도 더워요)

오늘은 도희네 집에 인사를 간다.

물론, 예전에 초등시절 자주 아니아니.. 종종, 이것도 아니.. 가끔 갔다. (왜 갔냐구요?봐도 봐도 좋으니까)

어린시절 도희네 집엔 작은 꽃밭이 있었고

그 곳에 있던 채송화가 특히나 예뻣던 기억이 난다.

채송화며 봉숭화-손~ 데면 톡~하고 터질듯할..

에고 왜또 이리로 빠지지  어쨋거나 오늘 도희네 간다.

도희네 부모님께서 이 잘난 얼굴을 보고싶어 한다시니..

물론 우리집엔 얘기 안했다. 

왜냐..

여자 있다고 하면 온갖 친적 다 부르고  공개적으로  망신 줄테니까.

우리 부모님, 누나들 배우자 인사 시키러 왔을때도 개 망신 톡톡~히 줬다.

누나들.. 결혼 안한다고 울고 불고 난리 났었다.

유년시절, 이렇게 보냈다고 알려주는 것이라 말씀은 그리 하셨지만

놀리는 그 재미를 부모님은 즐기시는 것 같았다.

어쩜 내가 푼수짓 하고 질질.. 거리는 습성 다~ 부모님 피를 물려 받았는지도 모른다.

어쨋거나 나는 간다  도희네로..

멋 드러지게 잘 보이기 위해 이쁜 백합꽃도 사고. .

한라봉도 바구니에 담아서 간다.

조수석에 이쁘게 포장된 백합 다발을 놓고 한라봉은 뒤에 넣고-(이건 아무렇게나 놔도 상관 없으니까)

운전도 살살 매너있게-(실은 포장한 꽃 망가질까봐)

전번처럼 운전중에 통화하다 경찰 한테 걸릴까봐 열심히 운전에만 몰두했다.

징크스에 잡히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최대한 노력 하면서 운전하고

무사히.. 아주 자알~~ 도희네 집에 도착했다.

집 앞에서 내리기 전에 미리 도착 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도희한테 전화를 걸었다.

 

<도~희야 나야?>

<응~ 어디야?>

<나? 니네집 앞이야아~~~~~~~~ 난 너를 사랑해 우~우~우우~~ 워~워~워어~~~워 ... 나 그냥 갈까~~~아~~아하~아 아아 ..아아아...> 

<ㅋㅋㅋㅋ 벌써 왔어?>

<그러~엄, 달링~>

으~내가 말하고고 닭살돋는 말이다.

하마트면 인사도 드리기 전에 소름돋아 닭이 되서 날아갈뻔 했다.

<들어와  우리도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어>

<그래  들어갈께>

<응~>

 

전화를 끊고 빽 미러로 얼굴 보려다  귀퉁이에 이마를 찍혔다.

침 뭍혀 약간 벗겨진 살을 잠재우고-(허허~ 로얄제립니다.)

다시한번 거울 보고 꽃을 들고 한라봉은  든 남자-저예욧!!

빠진것 없나 확인한후..

<띵동~띵동~>

벨을 누르자 마자 문이 열린다.-(아구 깜짝이야)  

<어서와요~ 많이들 기다리고 있어요 들어 와요~~>

<네네..> -(몸 둘 바를 모르겠네)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도희 엄마한테 인사를 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정원이 아담하게 있고 약간 옆쪽으로 빨래줄이 걸려있다

{날씨가 추운데 빨래 널어놨네?}-추울때 빨래 밖에 널면 그 모양 그대로 어는데..

도희 엄마도 오늘 긴장을 해서인지 빨래 거둘 생각을 미쳐 못 하신 모양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아버님, 어머님 ,오빠, 동생 , 이모, 고모, 이모부, 고모부, 삼촌, 외삼촌, 큰어머님,

작은어머님, 큰아버님, 작은아버님, 이들 부부 사이에 생긴 떨거지들까지..

우리집은 저리 가라다.

엄청 북적데고  소란 스럽다.

나를 보자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친지들이 일시에 쏟아내는 시선이 부담 스럽다.

 

<이리로 오게..>

<네~~>-(사람이 너무 많아 정신 못 차리겠다.)

 

거실에 펼쳐놓은 상 위엔 온갖 진귀명귀한 음식이 올려져 있고

모든 식구들이 내가 오기만을 기다린 눈치였다.

아니,나를 기다렸기 보다는 음식먹을 시간을 기다렸을지도..

 

<들게~ 시장 할테니 식사부터 하자구~ >

<아..네~~>

 

나 얼빵하게 얼어서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말도 버벅거리고

하지만 먹는건 잘 먹는다.

누가 보던 말던  먹는거 엄청 게걸스럽게 먹는다.

이것저것 한 젓가락씩만 갖다 뎄는데 밥 한그릇 뚝딱이다.

이 모습이 좋으셨는지 도희 어머님이 한그릇을 더 주셨다.

<많이 배고팠나봐.. 더 먹어요 어쩜 이렇게 복있게 식사를 할까..!!>

조금 배가 불렀지만 그 소리에 또 맛있게 먹었다 -(휴우~배 터질것 같다!! )

상을 치우고 과일과 술상을 내 오셨다.

곡주를 직접 담그셨다고 맛만 보라 하셨지만 나, 술~ 하면 일가견 있는 사람이고

띄어주면 잘 노는 사람 이지만..  

오늘 자리가 자리인 만큼 정중히 사양하고 대신..

갖고오신 성의를 생각해서 딱 한잔만..하다가 

두잔......... 

세잔.........

네잔.........  

 

<아버뉘임~~ 수울~~좋아하세용?>

<이 싸람이~~ 내가 수울.. 얼마나 좋아하는데..> 

<에구~~ 그러엄~~ 딸꾹, 제가 담번네에~~ 대접 해도 되엘까요오~~?딸꾹>

<그럼 그럼.. 당연하지.. 이 친구 맘에 아주 쏘옥~ 드네..>

 

제가요 이럴려고  한건 아니였는데 하두 마시라구우~~마시라구.. 해서

먹다보니  이렇게 취했씀다요오 읍~ 따알꼭~?

남자들은 곤드레 만드레  곡주에 모조리 취하고

옆에서 한 두 잔 곁들이던 여자들도  모두 얼굴이 불타는(활활~~) 고구마가  되었다.

다들 얼큰하게 취해 엄청 친한척 한다.

아마 술로인해 긴장이 풀어지고 그렇게 서로를 편하게 대할수 있었던것 같다.

분위기 좋고 술은 좀 먹었지만 실수도 없었다.

아버님 어머님 그외 모든 분들 편히 대해주셨고 나도 너무 좋은 시간 갖어서 기분 좋았다.

도희가 술 취했으니 차를 놓고 가라고 했다.

당연히 음주운전 하면 안되니까 도희 말을 따르기로 했다.

어른들은 많이 취하신 상태라 집 안에서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비가 오네?>

<정말 .. 기다려봐~우산 갖고 올께>

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금방 챙겨 갖고 나왔다.

<빨래가 아직도 있네?> 

<어머~ 정말.. 엄마가 걷어둔다 하구선..>

 

도희랑 나랑 우산을 쓰고 빨래를 걷어왔다.

비오는날 다정히 우산쓰고 빨래 걷는것도 나쁘진 않았다.

나중에 결혼하면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아니, 그 보다 잠시 내가 착각을 했다.

이 순간이 결혼한 시간이였으면.. 하는 바램으로

젖은 빨래를 세수 대야에 담아 현관앞에 넣어주고 우리는 그제서야 대문밖으로 나왔다.

 

<우리집 식구들 때문에 힘 들었지?>

<아니야...너무 좋았어.>

<아까 술 많이 한거 같던데 괜찮아?>
<긴장하고 마셨더니 빨리 깼어>

<우리 아빠 워낙 술을 좋아하셔서 술이 빠지면 대화가 안된다고 했거든>

<아니야~ 그런 자리에 술 있어야지 당연히..>

도희는 이렇게 말 해주길 바랬었는지 팔을 더욱더 꼬옥~ 잡는다.

순간, 도희의 가슴이 내 팔꿈치에 닿아 숨이 멎을뻔 했다.

알콩 달콩 우산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속삭이며 걷는데..

이상하다 사람들이 우릴 쳐다본다.

 

<근데 도희야~>

<왜?>

<얼굴에 뭐 뭍었냐?>

<아니...>

<이상하네..>

<왜 그런데?>

<사람들이 자꾸 우리 보고 웃잖아 >

 

바로 옆에서 지나가는 여자도 손으로 입을 막고 웃으면서 간다.

옆에있는 자동차 싸이드 미러에  고갤 숙이고 얼굴을 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왜~사람들이 웃으면서 우릴 보는건가?

{지퍼가 열렸나?}-도희 모르게 잠시 내 중요한 부위를 확인했다.

이것도 이상 없는데..기분이 나빠지려 한다.

사람들 눈초리가 분명 우릴 향한건데..

그 눈초리가 뭔지 모르겠다.

어쨋거나 계속,찜찜한 눈치 받으며  대로변까지 왔다 -거의 200m정도를 ..

마침 빈 택시가 있었다.

도희는 전화하라고 손으로 전화기 시늉 하며 인사를 하고

나는 비가 오고 추우니까 어서 들어가라고 손짓을 했다.

도희가 쳐다보는 가운데 택시를 타고  창문을 통해 도희를 바라 보는순간???

 

미치겠다. 환장 하겠다. 

우리가 쓰고온 우산 꽁뎅이 위에 팬티가..팬티가.. 팬티가..

그것도 요상꾸리한 망사 팬티가..

세상에나?~엄마야~ 부처님~ 하느님~맙소사?

아무것도 모르고 둘이 하하, 호호,  하며 걸었으니 사람들이 웃을만 하지..

우째 오늘 일진이 좋다 했다.

끝에 저것이 대미를 장식할 줄이야..

하지만 조금 다행이다.

저 우스꽝스런  연출, 집으로 가는동안 도희 혼자 해야한다.

생방송 코믹연출에 늦게나마 하차해서 다행이다.

집에가서 우산 접을때까진 혼자 룰루~랄라~ 하면서 가겠지..

도도희,내 옆에 붙어 다니더니 별수 없다.

너두 이제 어쩔수 없다.

부부는 닮으면 잘산다고 하지만 우린 하는것도 닮아가니 얼마나 잘살까

혼자 택시 뒷 좌석에서 웃음을 참아가며 웃다가 끝내, 웃음보가 터져 울다시피 웃었다.

 

택시 기사분이 빽 미러로 나를 쳐다본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겠지..

{미친놈  머리에 꽃만 꽂으면 딱~이겠네..}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