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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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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BY 산부인과 2003-10-18

춘천을 향해 달린다 .

도희는 옆에서 눈을 지긋이 감고 준비해온 CD에서  흘러나오는 가요를 듣고 있다.

나는 졸리다.

서울서 춘천까지 그리 멀진 않치만 차가 엄청 밀린다.

가뜩이나 서울 벗어나면 지리에 대해선 뇌가 없는 사람처럼 머릴 쓴다-일명 무뇌충

여긴지 저긴지 ..아리까리 하다.
출발하기 전에 나름대로 가는길을 메모하고 헤메지 않겠다고 했지만

왠지 불길한 이 예감은 떨칠수가 없다.

 

<길 알지?>
<그.. 그..러엄~~>
<하긴 너 대학때 MT일루 많이 와봤지?>-대성리 MT천국입니다.
{나 MT안갔다 이겄아}
<참.. 그러고 보니 춘천가는 길은 예쁜거 같아 오죽하면 노래도 있을까 >
{멋있긴 뭐가 멋있냐? 너도 모르는길 운전해 봐라 풍경이 보이나}

<가면 뭐 먹을까?>
<춘천 하면 닭갈비지... 가서 닭갈비나  먹자>
<그치? 닭갈비 먹고 막국수 먹어야 겠지?>
윽~~갑자기 닭갈비 하니까 예전에 쪽팔린 기억이..

 

 

일요일 이라 역시 차가 많이 밀린다.

하지만 도희와 함께라면 지구 끝까지 라도 간다 우쒸~ 비켜~ 오빠 달려~~빠라바라바라밤.

그.. 러..나..

신은 날 도와주지 않았다.

분명 춘천가는 길은 맞는데 가평까진 잘 들어 온것 같은데 

내가 운전하는 길은 춘천이란 이정표는 안보이고 이상한 쪽으로 가는거 같다.

도흰 눈치 채지 못한 듯 하다.

왤까요~~~~?- 옆에서 디비 자니까

가도 가도 춘천이란 이정표가 안 보인다.

또 다시 식은땀이..

 

<우웅~~  아직 멀었어?>
<그.. 그게....>
<뭐야? 여기 춘천가는거 맞아? 아닌거 같은데?>
<으응~ 내가 다른 곳으로 방향 바꿨어>
<왜? 뭣 땜에?>

<이쪽으로 가면 더 좋은곳이 나와>
<더 좋은데 어디?>
<가보면 알아>
<너.. 혹시.. 길 잘못 들어선거 아냐?>

<잘못은.. 날 믿고 그냥 더 자!!!>

 

헉~

그렇다고  또 자다니.

{지지배~ 인간성 하고는.. 운전 하는데 옆에서 잠만 자고..}

그나저나 여기가 어딘고?

도대체 어떻게 가야 하는고?

제발~ 아무데나 나와라 제발..

인간의 소원이 간절하면 이뤄 진다고 했던가

음화화화~~

무언가 보인다.

파라호.

{그래 저리루 가는거야 역시 죽으란 법은 없군}


<야야~ 일어나봐 다 왔어..>
<으음~ 정말이야?>
<야 고만 눈떠~ 어제밤 뭐했어?>
<어제 고스돕 쳤어>

에구야 ~ 묻는 내가 바보지..

<근데 여기 어디야~>
<파라호야>
<파라호!!!!!!!!>
<응.. 이쪽으로 가면 호수도 있고 배도 탈수 있어>-배가 꼬옥~ 있어야 하는데
<그래? 잘됐네...>

도희는 이제서야 잠이 깼는지 그 때부터 재잘 재잘 떠들고 노래도 따라부르고 했다.

길을 잘못 들어서긴 했지만 다행이 꿩대신 비둘기라고..-뭔가 안맞는거 같은데 비둘기?

우리가 도착한 곳은 파라호 라는 저수지였다.

아주넓고 인적도 드믈고(흐흐흐-인적이 드믑니다.)

깨끗한 저수지 인지 호수 인지..

<와~ 저 물좀봐.. 저 안쪽으로 가면 얼마나 깊을까?>
<글쎄? 우리 배 타볼래?>-흐흐흐~ 다행이 배가 있다.
<너 노 저을줄 알아?>
<야야~노도 못저을까.. 이래뵈도 남자 아니냐 남자>

나 멋있는척 믿으라고 가슴 팡팡!! 쳤다가 사래들 뻔 했다.-쿨럭~
도희는 못 믿겠다는 가는눈을 뜨고 나를 쳐다본다.

<계십니까~ 아무도 안계세요?>
배를 빌려줄 사람이 있을텐데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아무도 안계세요~ >
<없나봐 주인이..>
<어떻하지?>
<어떻하긴 꽁짜아냐 타자 타~>-여자애가 겁도 없어요.

 

도희가 먼저 배가 있는 쪽으로 기우뚱하 며 걸어간다.

갑자기  웃음이 튀어 나왔다.

 

<큭~ 푸헤헤..>

<왜 그래? 왜 웃어?>
<아냐 아냐~~ >
<뭐야아~~ 너 말안하면 죽는다아~~>
알아서 득될꺼 없는데 도흰 알려 달라고 한다.

<아니야 .. 아무것도..>
헉~갑자기 빠르게 내 앞으로 오더니 멱살을 잡는다.

<죽을래~ 빨랑 말 안해!!>
<마.. 말할께.. 이거.. 놔..>
툭툭~ 손을 털며 도희가 비웃는다.

 

<왜 웃었어?>
<그.. 그게.. >

<빨리 말햇!!>
<너 전번에 뛰다가 삑사리 난거 생각나서 그래>


말이 끊나기가 무섭게 얼굴이 빨개졌다.

<그.. 그러게.. 아니라는데.. 왜자꾸만....>

<퍽~>

 

 숨이 일 순간 팍!! 하고 막혀왔다.

어펏컷을 보기좋게 날리고서 도희가 앞으로 유유히 걸어간다.

왠 여자애 손이 저리 맵냐..

 

<빨리와~>
아무래도 쟤랑 살라면 맷집부터 키워야 할꺼 같다.

뭐든 뻑하면 자기 맘대로 또 뻑하면 주먹부터..

아니 여자들 다 그럽니까?

어쨋거나 도희를 따라 쫄쫄.. 쫓아갔다.

 

<조심해.. 너 신발도 불편하면서....>
<괜찮아.... 언능와>.


우린 주인없는 배에 올라 앉았고 둘다 있는폼 없는폼 개폼 다 잡았다.

 

<이거 밧줄 풀고 조오기~ 까지만 갈까?>
{얘가 얘가~ 클날 소리 합니다}
<그러다 사고라도나면 어쩔려구>
<수영해서 나오면 되지>

그러더니 바로 그 밧줄은 풀러 버렸다>

<너 미쳤어? 여자에가 겁도 없이..>

<쫌팽이~ 뭐가 그리 무섭냐? 여자인 나도 참는데>

<누..누..가 무서워서 그러냐? 너 데리고 왔으니까 걱정되서 그러는거지>

<네 걱정이나 해 물에 빠지면 수영해서 나오면 되니까>
<난? 나 수영 못하는데>

<그럼 내가 구해줄께>
<그래도 조심 해야되..>

 

약간 걱정이 됐지만 저 뻔뻔한 도도희 앞에서 무섭단 말 한 번만 더하면

아마 두고 두고 울어 먹으며 날 괴롭힐꺼다.

나두 남잔데.. 이 까짓게 뭐 그리 어렵다고

속으로 쫄긴 했지만.. 그래도 남잔데..-무섭다 빠져 죽을까봐 몽달 귀신 되는거 싫다.

노를 여유있게 저었다-이건 내 생각

엉성하게 노가 양쪽이 따로논다-.이게 도희 눈에 보여진 내 모습.

 

<뭐야.... 이래서 어디 움직이기나 하겠어?>
<아직 손에 안익어서 그래.. >

난 다시 뻘뻘~ 땀을 흘리며 노을 저었지만 노는 움직이지도 않고 계속 같은 자리에 콱~ 하고 박혀 있다.

<에구 에구~~ 이거 이거 허우대만 멀쩡 했지 하는게 암것도 읍네.. 쯧쯧쯧>

죽고싶다. 그렇다고 혀 까지 차다니

<이리 줘봣~ 내가 저을 테니까>

<네~ 마님..>

노를 도희에게 건내주고 내심 불안해서 조금 앞쪽으로 다가가 앉았다.

근데 이게 이게 화근일 줄이야

그냥 앉았던데 앉을껄 뭔 걱정이 된다고 깝죽 데고 앞으로 앉아서..

 

<노는 말이야.. 이렇게.. 이렇게 젓는거야..>

 

 


<어어~>

철푸덕

<아악~~~~~~~~~~~~~~~~~~~~~~~~~~~>

도희가 젓는 노가 내 앞쪽으로 오더니

내얼굴쪽으로 다가오더니

나의 오른쪽 뺨을 사정없이 후려 차 버렸다.

내 볼따구는 순식간에 뻘겋게 부워 올랐고

입술 가생이가 살짝 터져 피까지 고여다

아니.. 아니...여자한테 뺨 맞는것도 모자라

어떻게 저 대문짝 만한 수저 같은 노로  뺨을 맞다니

세상에.. 노로 뺨 맞은 사람 나 밖에 없을꺼다.

맞은 볼이 후끈 후끈 하고 내 모습을 보고 자지러 지게 웃는 저 여자

 

<웃음이 나냐 너는?>

<아이고~ 큭큭큭.. 미..미안해.. 근데.. 아고 배야..깔깔깔~>

 

이게 뭔 개쪽 인가

도도희 당할수가 없다.

보통 여자들 같으면 이 상황에 따스한 눈길과 미안한 마음으로 다가와

얼굴을 어루만져 줄텐데 박장대소를 하고 웃다니

진짜로 쪽팔려 미치겠다.

어무이~~~~ 아우~~~~

 

 

 

 

P/S-노는 배저을때 쓰는 물건이 아니고 따귀 때리는 물건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