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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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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벚꽃 피었데~~~ 요


BY 산부인과 2003-10-10

휘이익~~ 삐리리~~픽!!(삑사리 나는 소리)

휘파람이 절로 나온다.

어슴프레 기억이 나는 마구고를 그날의 기억을 찬찬히 생각 해보았다.

하지만.. 도저히 술때문에 기억이 안난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구희가 날 괜찮게 생각 한 모양 이다.

괜찮게가 아니지 이거 엄연이 대한민국 일등 청년 이니까.. 험험~ 

거래처 매장 간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하고 한 시간 먼저 나와  향한 곳은 이발소였다.

난 아직도 이발소를 찾는다.

요즘 젊은 사람 많이 미장원을 가지만  이상하게 미장원에 가서 머리에 이상한 개 뼈다귀 말고 있는 여자들을 쳐다보기가 민망하다.

여자들은 아무렇치도 않게 그런걸 뒤집어 쓰고 책도 보고, 수다도 떨고, 담배도 피우고,

심지어 그렇게 뒤집어 쓰고 있는채로 포켓볼 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더리더리더리.. 이해가 안간다. 어떻게..그 머릴 하고 당굴치지?

 

<너무 짧지 않게요>

<네~>

 

머리를 다른 사람이 만져주면  나는 참~좋아한다.

뭐랄까 약간 간질 간질 하면서 또 그 야리까리 하면서도 코 속을 강아지풀로 살살살~~

간지러피는 듯한 그 느낌..

눈이 슬슬 감기고  졸음이 들랑말랑 한다.

이따가 만날 구희를 생각했다.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희미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구도를 잡고

머리는 짧았던거 같다.

단정한 머리에 핀 하나를 꼽고 기왕이면 짧은 미니 스커트?

상상인데 어떠랴~
망사 스타킹은?-오~ 노우

눈은 감고 있었지만 내 스스로도 입 꼬리가 올라 갔다는걸 느꼈다

손은 어떻게 잡아 볼까?

고전이긴 하지만 점을 봐준다고 할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악~ 아팟!!!>

<죄송해요.. 면도를 다 했는데요 작은 솜털 하나가 삐죽하니 길게 있어서요>

 

이발소에 가면 종종 보는 아가씨 같은 아줌마 아시죠?

그 미시족-이 표현 좋다 미시족

내 눈앞에 바싹 같다데며 보여주는 그 것은 다름아닌 5센티 정도의 솜털 이였다.

그걸 쑝==3하고 뽑아서 눈물이 찔금 T.ㅡ

<아~네네 잘 하셨습니다.>-잘하긴 뭘 잘해 뽑으면 뽑는다 말하면 긴장이라도 하지

방심한 틈을 타서 뽑다니..

하여간 그 덕분에 정신이 번쩍 났다.

이제 늦지 않게 서둘러 약속시간에 나가 있으면 된다.

혹시라도 머리카락 쪼가리가 떨어지지 않았을까 해서 

약속한 카페 화장실에 가서 와이 셔츠를 벗어 탁탁~  털었다.

 

다시 한번 거울을 보고  휴지에 물을 적셔 얼굴이랑 목 뒷덜미도 닦고 난후 자리에 앉아서

느긋하게 담배를 피어 물었다.

 

<켁~ 담배가 왜 이래?>

불을 붙여 첫 모금을 깊게 빨았는데 목이 컥~ 소리가 나게 막혀왔다.

담배를 꺼꾸로 물고 불을 붙였다.

우쒸~ 마구고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이미지에 금 쩌억~ 갈뻔 했네.

새걸로 하나 더 빼서 입에 물고 다시 깊게 빨아 들이며 창문을 본 순간

 

<컥~ 큭~ 켁~ 쿨럭 쿨럭 쿨럭... >

 

담배피다 사레걸린 20대 청년 카페서 졸도

 

하고 신문에 날 뻔했다.

잘난이랑 도희가 내가 있는 카페앞을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아니.. 저것들이 ..>

<내가 너무 늦었지?>

<어? 어~~ 아냐 아냐 >-놀래라 언제 왔데

<왜그래? 밖에 뭐 있어?>
<아니야 >

 

너무 당황해서 손을 휘~저으며 아니라고 하다가 하마타면 담배를 떨어트릴뻔 했다.

 

<후후~ 너 왜그렇게 띨빵하니?>
띨빵..

<그랬어? 그게 아니고 네가 소리 없이 다가와서 좀 놀랬어>

<그랬구나,많이 기다렸어?>

<아니야.. 나두 좀 전에 와서 지금  담배하나 피우고 있었어 오래 안기다렸어>
<그랬구나..>
<저녁 아직 안먹었지?>

<응.. 실은 오늘 너 때문에 점심도 못먹었어>
<왜에에~~? >
<너무 긴장 되고 흥분 되서>

 

아니 얘가.. 내가 널 잡아먹길 하니 아님 내가 늑대길 하니 긴장하고 흥분까정은..-그말에

내가 더 흥분된다 야~아우~~~우~~~(나도 남잔데)

 

<그랬구나.. 실은 나도 그랬어>

<너두?>
<응? 으응~>
<그럼 우리 나갈까? 내가 아주 잘아는 곳이 있는데>
<그래 그러지 뭐...>

 

커피 한 잔이라도 마시고 나왔으면 뒤통수가 따갑지 않을텐데..

우린 자리만 차지하다 나온 그 카페 주인에게 아니 아니 우리가 아니라 난

너무 미안하고 정말 죄송했다.

근데 마구고는 뻔뻔해도 너무 뻔뻔했다.

전혀 아무렇치도 않게 떳떳하게 카페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뒤꽁뎅이 쫒아가는 나는 그 야리는 눈초리 다 맞아가며 찔끔하고 나왔다.

어중간하게 마구고와 걸어가는데 사람들이 나를 자꾸 쳐다본다.

뭐 물론, 내가 외모가 출중하니 그럴수는 있지만..

이상하다?????????

지나가는 사람들 전부가 날 쳐다본다.

사람들 눈초리가 자꾸 신경 쓰여 괜시리 궁둥이도 털어보고 어깨도 툭툭~ 털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쳐다본다.

{뭐야 저것들.. 잘난놈 첨 보나?}

마구고 옆에서 발 걸음을 맞춰가며 쇼윈도로 내 모습을 흘끔 흘끔 확인 했지만

별 다른것도 없었다.

마구고 아니 마구희가 데리고 간 곳은 닭갈비집이였다.

 

<이집 정말 맛있어>
<그래?>

<나중에 다 먹고 밥도 볶아먹자 >
<그치 그치 그게또 별미지>-남들도 다 그렇게 먹어 얘야~


닭갈비 2인분을 시키고 빠져선 안될 소주도 하나 시켰다.

 

<근데 발전아~ 아까부터 궁금 했는데..>
<어~ 뭔데?>
<저기.. 너어..>
{드디어 드디어 나에게 고백을 하는군요... 하여간 요즘 여자들 낯도 두꺼워요 굳이 남자가 나설 필요가 없어요}
<뭔데 그래? 뜸 오래 들이면 밥탄다.>

하고나니 쌍팔년도 유머여서 오히려 분위기 썰렁 해 졌다.

<너어~>
<어, 말해>
<왜.. 이마랑 얼굴 주변에 하얀걸 붙이고 있어 ?>

<하얀거..?>
<응~ 아까부터 그거 말 해줄려고 했는데.. 니가.. 좀 ..그럴까봐..>

<잠깐만 화장실 좀 갔다 올께>

 

어떻게 일어나서 화장실로 걸어갔는지 모른다.

불길하고 두근두근 뛰는 마음 간신히 가라 앉히고 화장실 거울을 본순간

죽고 싶었다.

내 인생은 왜 이다지도 꼬이는지..

정말 목 매고 싶다.

아까전에 깔끔 떤다고 유별 떤게 이런 화를 부를 줄이야

물적신 휴지 쪼가리가 내 얼굴에 덕지 덕지 벚꽃 처럼 활짝 피었다.

이 몰골로 이발소에서 카페, 또 여기까지 그것도 모자라 이 곳 사람들 한테도 보였다니

오늘도 변함 없는 징크스는 날 멀리 하지 않았다.

어찌나 많이 붙어 있던지.. 울고싶다.

재수 억쎄게 없는 놈이다.

나란 인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