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누가 왔다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사무실 책상에 고개 수그리고 앉아 있었다.
화장실 가는 것과 점심 시간 외에는 자리도 뜨질 않았다.
어차피 심히 구겨진 이미지..
더 유지 할것도 없고 해서 코도 사무실에서 풀어버리고
최소한 오늘 내 죄를 면죄 받기 위해 열심히 내 자리만은 지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 이라 생각했다.
퇴근도 다른 날에 비해 무려 30분이나 늦게 했다.
물론 이 시간 동안 엄한 서류만 열었다 닫았다 했지만 그래도 30분이 어딘가
술 기운이 덜 풀려 회사근처 사우나에서 몸도 풀고 해장도 할까 하다가
조여사님 에게 맞을까봐 생각을 바꾸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들어가자 마자
마침, 조여사님 께서 끓여논 얼큰한 우거지 해장국을 개걸스럽게 밥 말아 먹고 일치감치 피로를 풀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아직도 속이 우리우리~ 하고 텃텃하다.
보통땐 술 마셔도 필름이 뜨문 뜨문 끊겼는데..
어제 무리를 많이 한 모양이다.
아무리 머리를 쓰고 필름을 모아 영상을 돌려 보려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방송 전 화면조정 시간에 나오는 소리처럼 띠~~하게 머리가 울리고 귀에서 소리가 난다.
덥지도 않은 계절인데
와이셔츠가 축축해 진걸 보니 어제 무리 한것이 틀림없다.
과음하고 난 다음날은.. 유난히 땀이 많이 흘렸다.
한 마디로 골은거다.
20대 부터 몸이 골타니 큰일 났다 나두.
아까전 뜨거운 해장국을 급하게 먹어서 입천장이 홀랑 까졌다.
혀 바닥으로 까진 천장 자극시키면서 간간이 잡히는 물집을 혀로 압박 주려는 찰나..
-띠리링~ 띠리링~-
핸드폰 잡을 기력도 없어서 그냥 방치했다.
입안이 얼얼~ 하다
입천장은 물론이고 양 볼따구도 허물이 벗겨진거 같다.
혀로 이리저리 둘러보니 일어난 허물이 혀 끝에 느껴진다.
-띠리링~띠리링~
구찮아 죽겠는데 자꾸만 울려덴다.
에효~ 이럴때 부하가 있다면 떨어져 있는 핸드폰을 내 앞에 갖다 주고할텐데
갑자기 말년의 고참이였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때가 좋았지.. 세상 무서울께 어딧어?
핫바리 말년 이빨 빠지 호랑이가 최고 자리고 벼슬이라 할수 있는 그때가..
-띠리링~ 띠리링~-
침대에서 최대한 몸을 가생이에 걸쳐 다리를 쭈욱 뻗어 핸드폰 있는 곳으로 내 민다.
살짝 건드릴려는 찰나 침대에서 떨어졌다.
<쿵~>
에고~~~구찮아 구찮아 구찮아
할수 없이 일어나 핸드폰을 집고 폴더를 열었다.
(하나두 변한게 없더구나 키는 여전히 크고 근데 왠 술을 그리 마셨니?)
절대 모르는 번호다.
근데,하나두 변한게 없다..이 말은 분명 어제 동참 모임을 말한 것인데..
누굴까?
혹시 나 어제 실수?
곰곰히 생각 해 봤지만 감이 잡히질 않았다.
문자를 하나 하나 해석 했다.
하나두 변한게 없더구나-동창은 틀림없다.
키는 여전히 크고-나를 쭈욱 관심 있게 생각 했다는 증거
왠 술을 그리 마셨니?-역시나 내 몸을 생각해 준다는 의미
누굴까? 누굴까? 도대체 누굴까?
-띠리링~ 띠리링~-
(출근은 잘했니? 조만간 다시 만나고 싶어 꼭~연락좀 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왠 강변?
또 다시 들어온 문자.
핸드폰에 찍인 번호를 자세히 들여다 봤다.
018-000-0000
018로 시작되는 친구들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분명 어제 모임에서 번호를 줬다는 말인데
<누구지? 아~ 도저히 기억이 안나네?>
싸나이 체면에 아니 아니.. 예의상 < 누구시죠?> 하고 되물어 볼수도 없고
그렇다고 괜시리 아는체 했다가 이거 잘못 발 디딘 꼴이 될수도 있을꺼다.
<오홋~ 잘난이한테 물어봐야지>
급하게 수화기를 들고 잘난이 한테 전활 걸었다.
<엉아다~>
<엉아 좋아하시네 >
<허허~ 이 싸가지 말 버릇좀 봐라 >
<야!! 이 또라이 새끼야, 싸가지는 뭔 싸가지..내가 너 보다 생일 빠르잖아>
<새끼~ 쫀쫀하게 별걸 다 따지네>
<근데 전화 왜 했냐? 아니, 그것보다 괜찮냐?>
<뭐가?>
<미친놈.. 뭣 때문에 술을 그리 마셨냐?>
<음..어제 좀 마시긴 했지?>
<마신 정도가 아니라 아예 술통에 빠졌지.. 미친 또라이 친구야>
<웅~ 야~뭣 좀 묻자, 어제 도희말고 또 어울렸던 여자동창 없었냐?>
<그 정도로 생각 안나?>
<그치? 그렇치? 맞어 맞어.. 분명 또 있었어.. 근데...게가 누구야?>
<너 장난하는 거야 아님 몰라서 그러는거야?>
<아 새끼.. 진짜 몰라 이 자식아~ 뜸들이지 말고 잽싸게 얘기좀 해>
<기억안나? 정말로?>
<몰라~몰라~ 간단하게 깔끔하게 정리 좀 해봐>
<구희 있잖아 구희.. 마구희이~>
<구희? 마.. 구.. 희..!!!!!!!!>
<어제 둘이 얼씨구나 끌어안고 핸펀 번호 오가고 지랄까지 떨었으면서..>
<내가? 정말?>
<그래 ~~~>
마구희라..마구희란 말이지..마구희.. 누구야 도대체.
마구희.. 마구희..마구희
아~이제 생각났다.
<호.. 혹시..마 구 고?>
<그래 임마~>
마구고...맞다 맞다.
이름이 마구희여서 우리가 부를때 마다 마구고 라고 놀려서 종종 울렸던 그애.
그럼 옆에서 앵앵~ 거린게 마구고란 말야?
<알았다..참~ 나 집에 어떻게 왔냐?>
<미친놈 .. 내 차 박고 니 차로 대신 끌어 줬잖아>
<그랬구나 고맙다 역시 너 밖에 없다 낼 시간있냐?>
<내일?.. 웅~ 별다른거 없는데 왜?>
<그래 내일도 푹~ 쉬고 내일 형님이 바쁠 예정이다 고만 끊자>
<이새끼..>
말을 다 끝내기 전에 먼저 끊었다.
끊었을때 느껴지는 쾌감, 이루말할수 없이 좋다.
마 구 고였구나.. ㅋㅋㅋㅋㅋ
당장 핸드폰을 들어 반응을 보였다.
(아~ 미안 면도좀 하느라 지금봤네 너두 어제 잘 들어갔고?)
10분만에 문자 날렸다.-이런거 잘 못한다.
-띠리링~ 띠리링~-
잽싸게 즉각적으로 날아온 문자를 다시 확인했다.
(난 별로 술 안마셨거든..연락이 없어서 기억 못한는줄 알았어)
다시 손가락을 마구 움직였다.
(그럴리가 .. 내가 기계 둔치라 문자 보내는거 늦어 낼 볼래?)
이번엔 좀 짧아서 5분만에 날렸다.
-띠리링~ 띠리링~-
(저녁때 어때? 저녁 먹으면서 얘기하면 좋은데..^^)
다시 눌렀다 열심히.
(그래~ 퇴근전에 전화할께)
오타나서 지우고 다시 쓰고 하는 바람에 12분만에 날렸다.
-띠리링~ 띠리링~-
(그래~끝나는 데로 전화해)
더 보내고 싶었는데 더럽게 힘들어서 관뒀다.
침대에 누워서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다.
마 구 희= 마 구 고
월동 준비로 손색 없다.
물론 도희 만큼은 아니지만 괜찮았던 아이라는 기억이 어슴프레 난다.
그나저나 내가 얘하고 뭔 얘기를 하면서 죽이 맞었던 거지?
증말 그 눔의 술때문에..
이러다 나중에 일 내지.
내 특기 아닌가
여자들 앞에서 폼 잡으면 항상 무너지는거
잘난이 말 처럼 완벽한 외모에 신이주신 얼빵이..
내일 구희 만날땐 이런 일 없어야 하는데
더 생각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힘들어서 생각 할 수가 없었다.
빨리 잠 자리에 들어야지
새 나라에 어린이.. 아니 어른들은 일찍자고 일찍 일어 납니다.
난~ 새나라에 어른 자고나서 생각하자.
내일이 안오는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