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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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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고고~~ 마구고~~


BY 산부인과 2003-10-08

주위에 누가 왔다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사무실 책상에 고개 수그리고 앉아 있었다.

화장실 가는 것과 점심 시간 외에는 자리도 뜨질 않았다.

어차피 심히 구겨진 이미지..

더 유지 할것도 없고 해서 코도 사무실에서  풀어버리고

최소한 오늘 내 죄를 면죄 받기 위해 열심히 내 자리만은 지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 이라 생각했다.

퇴근도 다른 날에 비해 무려 30분이나 늦게 했다.

물론 이 시간 동안 엄한 서류만 열었다 닫았다 했지만 그래도 30분이 어딘가

술 기운이 덜 풀려 회사근처 사우나에서  몸도 풀고 해장도 할까 하다가

조여사님 에게 맞을까봐 생각을 바꾸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들어가자 마자

마침, 조여사님 께서 끓여논 얼큰한 우거지 해장국을 개걸스럽게 밥 말아 먹고 일치감치 피로를 풀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아직도 속이 우리우리~ 하고 텃텃하다.

보통땐 술 마셔도 필름이  뜨문 뜨문 끊겼는데..

어제 무리를 많이 한 모양이다.

아무리 머리를 쓰고 필름을 모아 영상을 돌려 보려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방송 전 화면조정 시간에 나오는 소리처럼 띠~~하게 머리가 울리고 귀에서 소리가 난다.

덥지도 않은 계절인데

와이셔츠가 축축해 진걸 보니 어제 무리 한것이 틀림없다.

과음하고 난 다음날은.. 유난히 땀이 많이 흘렸다.

한 마디로 골은거다.

20대 부터 몸이 골타니 큰일 났다 나두.

아까전 뜨거운 해장국을 급하게 먹어서 입천장이 홀랑 까졌다.

혀 바닥으로 까진 천장 자극시키면서 간간이 잡히는 물집을 혀로 압박 주려는 찰나..

 

-띠리링~ 띠리링~-

 

핸드폰 잡을 기력도 없어서 그냥 방치했다.

입안이 얼얼~ 하다

입천장은 물론이고 양 볼따구도 허물이 벗겨진거 같다.

혀로 이리저리 둘러보니 일어난 허물이 혀 끝에 느껴진다.

 

-띠리링~띠리링~

 

구찮아 죽겠는데 자꾸만 울려덴다.

에효~ 이럴때 부하가 있다면 떨어져 있는 핸드폰을 내 앞에 갖다 주고할텐데

갑자기 말년의 고참이였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때가 좋았지.. 세상 무서울께 어딧어?

핫바리 말년 이빨 빠지 호랑이가 최고 자리고 벼슬이라 할수 있는 그때가..

 

-띠리링~ 띠리링~-

 

침대에서 최대한 몸을 가생이에 걸쳐 다리를 쭈욱 뻗어 핸드폰 있는 곳으로 내 민다.

살짝 건드릴려는 찰나 침대에서 떨어졌다.

<쿵~>

에고~~~구찮아 구찮아 구찮아

할수 없이 일어나 핸드폰을 집고 폴더를 열었다.

 

(하나두 변한게 없더구나 키는 여전히 크고 근데 왠 술을 그리 마셨니?)

절대 모르는 번호다.

근데,하나두 변한게 없다..이 말은 분명 어제 동참 모임을 말한 것인데..

누굴까?

혹시 나 어제 실수?

곰곰히 생각 해 봤지만 감이 잡히질 않았다.

문자를 하나 하나 해석 했다.

하나두 변한게 없더구나-동창은 틀림없다.

키는 여전히 크고-나를 쭈욱 관심 있게 생각 했다는 증거

왠 술을 그리 마셨니?-역시나 내 몸을 생각해 준다는 의미

누굴까? 누굴까? 도대체 누굴까?

-띠리링~ 띠리링~-

 

(출근은 잘했니? 조만간 다시 만나고 싶어 꼭~연락좀 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왠 강변?

또 다시 들어온 문자.

핸드폰에 찍인 번호를 자세히 들여다 봤다.

018-000-0000

018로 시작되는 친구들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분명 어제 모임에서 번호를 줬다는 말인데

 

<누구지? 아~ 도저히 기억이 안나네?>

 

싸나이 체면에 아니 아니.. 예의상 < 누구시죠?> 하고 되물어 볼수도 없고

그렇다고 괜시리 아는체 했다가 이거 잘못 발 디딘 꼴이 될수도 있을꺼다.

<오홋~ 잘난이한테 물어봐야지>

 

급하게 수화기를 들고 잘난이 한테 전활 걸었다.

 

<엉아다~>
<엉아 좋아하시네 >
<허허~ 이 싸가지 말 버릇좀 봐라 >
<야!! 이 또라이 새끼야, 싸가지는 뭔 싸가지..내가 너 보다 생일 빠르잖아>

<새끼~ 쫀쫀하게 별걸 다 따지네>
<근데 전화 왜 했냐? 아니, 그것보다 괜찮냐?>
<뭐가?>
<미친놈.. 뭣 때문에 술을 그리 마셨냐?>
<음..어제 좀 마시긴 했지?>
<마신 정도가 아니라 아예 술통에 빠졌지.. 미친 또라이 친구야>
<웅~ 야~뭣 좀 묻자, 어제 도희말고 또 어울렸던 여자동창 없었냐?>
<그 정도로 생각 안나?>
<그치? 그렇치? 맞어 맞어.. 분명 또 있었어.. 근데...게가 누구야?>
<너 장난하는 거야 아님 몰라서 그러는거야?>
<아 새끼.. 진짜 몰라 이 자식아~ 뜸들이지 말고 잽싸게 얘기좀 해>
<기억안나? 정말로?>
<몰라~몰라~ 간단하게 깔끔하게 정리 좀 해봐>
<구희 있잖아 구희..  마구희이~>
<구희? 마.. 구.. 희..!!!!!!!!>
<어제 둘이 얼씨구나 끌어안고 핸펀 번호 오가고 지랄까지 떨었으면서..>
<내가? 정말?>
<그래 ~~~>

 

마구희라..마구희란 말이지..마구희.. 누구야 도대체.

마구희.. 마구희..마구희

아~이제 생각났다.

 

<호.. 혹시..마 구 고?>

<그래 임마~>

마구고...맞다 맞다. 

이름이 마구희여서 우리가 부를때 마다  마구고 라고 놀려서 종종 울렸던 그애.

그럼 옆에서 앵앵~ 거린게 마구고란 말야?

 

<알았다..참~ 나 집에 어떻게 왔냐?>
<미친놈 .. 내 차 박고 니 차로 대신 끌어 줬잖아>
<그랬구나 고맙다 역시 너 밖에 없다 낼 시간있냐?>

<내일?.. 웅~ 별다른거 없는데 왜?>
<그래 내일도 푹~ 쉬고 내일 형님이 바쁠 예정이다 고만 끊자>
<이새끼..>

말을 다 끝내기 전에 먼저 끊었다.

끊었을때 느껴지는 쾌감, 이루말할수 없이 좋다.

 

마 구 고였구나.. ㅋㅋㅋㅋㅋ

당장 핸드폰을 들어 반응을 보였다.

(아~ 미안 면도좀 하느라 지금봤네 너두 어제 잘 들어갔고?)

10분만에 문자 날렸다.-이런거 잘 못한다.

-띠리링~ 띠리링~-

잽싸게 즉각적으로 날아온 문자를 다시 확인했다.

(난 별로 술 안마셨거든..연락이 없어서 기억 못한는줄 알았어)
다시 손가락을 마구 움직였다.

(그럴리가 .. 내가 기계 둔치라 문자 보내는거 늦어 낼 볼래?)
이번엔 좀 짧아서 5분만에 날렸다.

-띠리링~ 띠리링~-

(저녁때 어때? 저녁 먹으면서 얘기하면 좋은데..^^)
다시 눌렀다 열심히.

(그래~ 퇴근전에 전화할께)

오타나서 지우고 다시 쓰고 하는 바람에 12분만에 날렸다.

-띠리링~ 띠리링~-

(그래~끝나는 데로 전화해)

더 보내고 싶었는데 더럽게 힘들어서 관뒀다.

 

 

침대에 누워서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다.

마 구 희= 마 구 고

월동 준비로 손색 없다.

물론 도희 만큼은 아니지만 괜찮았던 아이라는 기억이 어슴프레 난다.

그나저나 내가 얘하고 뭔 얘기를 하면서 죽이 맞었던 거지?

증말 그 눔의 술때문에..

이러다 나중에 일 내지.

내 특기 아닌가

여자들 앞에서 폼 잡으면 항상 무너지는거

잘난이 말 처럼 완벽한 외모에 신이주신 얼빵이..

내일 구희 만날땐 이런 일 없어야 하는데

더  생각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힘들어서 생각 할 수가 없었다.

빨리 잠 자리에 들어야지

새 나라에 어린이.. 아니 어른들은 일찍자고 일찍 일어 납니다.

난~ 새나라에 어른 자고나서 생각하자.

내일이 안오는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