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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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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소녀 3-2


BY 푸른배경 2003-11-15

        
        
        
        

          "이 자리 좋다. 여기에 앉자."


          창가에 먼저 엉덩이를 붙이며 정환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소영은 정환의 반대편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는 창밖을 보았다. 창밖에는 저수지가 보였다. 낚시꾼의 숫자를 세어보는

        소영을 정환은 물끄러미 바라보다 소영의 팔을 끌었다.

          "앉지 않고 뭐해?"

         

          "여기 정말 전망도 좋네!"

          "그럼. 내가 나의 공주님을 아무 곳에나 모시고 갈까봐?"

         

         "고맙네. 이런 곳까지 보여주고."

          "크크크. 고맙기는 나의 애정이 이만큼 깊다는 것이지."

         

          정환은 머쓱은 표정보다는 좋아하는 소영의 얼굴에 무슨 확신이라도 생긴 듯 침을 질질

        흘릴 듯이 웃었다.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갈래머리를 한 종업원이 물이 담긴 크리스탈 잔을 테이블 위에 놓

        으며 뭘 주문하겠냐고 물었고, 정환은 안심스테이크를 주문하고는 고기는 뜨겁게 구워달

        라고 주문을 했다. 종업원의 얼굴이 소영에게 돌아가자 같은 걸로 달라며 소영이 미소를

        지었다. 종업원이 간후 소영이 테이블에 머리를 바짝 들이밀고는 정환에게 말을 했다.


          "야. 여기는 물에 레몬을 담아서 주네?"


          "응. 원래 그래야 물맛이 좋거든."


          "그래?"


          둘은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다가 소영이 물은 한 모금 마시고는 정말 물 맛이 좋다

        는 표정을 지었고, 정환은 원래 집에서도 이렇게 마신다며 잘난체를 늘어놓았다.


        "항상 이렇게 너하고만 붙어 있으면 좋겠다."


        "피-. 그럼 공부도 안하고 내 얼굴만 보겠다고?"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어. 생각속에서 뛰어노는 너가 아니라 내 눈앞에서 요리조

        리 바쁘게 너가 움직인다면."


        "뭐하느라 바쁜데?"


        "뭐긴 나할고 사랑하느라 바쁘거지. 하하하하."


        그 말에 소영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고, 정환은 더욱 짖굳게 이어갔다.


        "소영아. 사랑의 정의는 많잖아. 아직 나도 사랑을 정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

        람과 같이 잠자리를 한다는 것은 참 마음에 들어. 서로의 사랑은 가슴속에서 있기에 세상

        에 표출? 아니 확인하는 방법은 그거잖아. 사랑하는 것은 둘이지만 완전한 하나가 되는 거

         말이야."


        "뭐?"
        발갛던 얼굴이 갑자기 당혹스런 표정으로 바뀌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뭘그리 절색을 해! 이제 우리도 성인이잖아. 더 이상 교복을 입는 고등학생도 아니고, 그

        렇다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모님에게 허락받고 시작하던 조선시대도 아니고 말이야."


        "그래 그건 아니지만 난 아직 육체의 사랑은 생각해 본적이 없어."


        "사랑의 확인은 생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하는 거야. 그래서 애정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섹스가 빠지는 것이 아니라구."


        "뭘 그리 깊이도 생각을 했어?"


        "너도 한번 생각을 해봐? 사람이 밥을 먹는 것처럼 섹스라는 것도 당연한 것이라고! 사랑하

        는 사람과 서로 하나가되어 행복을 느끼는 건데."


        "그래 너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난 아직..."


        소영은 말을 얼버무리고는 카페의 홀쪽으로 눈을 돌렸다. 종업원은 양송이스프를 테이블

        에 올려놓고는 비어진 물컵에 다시 물을 채우고는 사라졌다.


        "그래. 아직은 아니라니깐 더 이상 말을 하지는 않을게. 하지만 이제 우리는 성인이라고 조

        금 그 나이에 걸맞는 사랑방법을 찾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너도 나를 사랑하잖아?"


        "그래 사랑은 해. 그렇지만 이 감정이 사랑인지 좋아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


        소영은 수저를 들어 조심스레 스프를 입속에 넣었다. 정환은 소영의 말에 댓구를 하려다

        묵묵히 소영의 동작을 따라 스프를 먹기 시작했다. 소영의 스프가 비워질 무렵 정환이 다

        시 입을 열었다.


        "사랑한다는 것과 좋아한다는 것이 차이가 있어? 난 같은 것이라고 생각을 해. 괜히 복잡하

        게 감정을 세분화하면 우리의 사이가 더 어색해지는 것 아닐까?"


        "그래. 너 말을 듣고보니 그런것도 같네."


        소영은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더 이상 말이 길어지는 것이 싫어서 그냥 고

        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사랑한다는 것과 좋아한다는 것은 다른거야. 꼭 꼬집어서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뭐랄까!

        좋아한다는 것이 반찬이라면 사랑은 밥이 아닐까? 밥과 반찬의 차이도 모르지만 다르기

        는 다르잖아!' 이렇게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카페의 문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왔고, 또 나갔다. 종업원은 변함없이 주문을 받고 차

        와 식사를 날랐고 그 발걸음과 함께 괘종시계의 바늘도 움직이는 듯 했다.


          하지만 정환의 속내는 불안했다. 자신이 잠자리를 원한 진실이 드러날까봐 소영의 움직

        이는 칼날에 맞추워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러는 그 순간에도 시간은 흘렀고, 움직임에 맞

        추어 스테이크의 열기도 식었다. 그래도 정환은 소영의 칼질을 볼뿐 자신의 칼날은 테이

        블 위에 조용히 둘 수밖에 없었다.


          정환은 속으로 생각을 했다. 다른 여자와는 쉽게 연결이 되던데 정작 왜? 소영이 앞에서

        는 이렇게 조심스러워지는 지 모를 일이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정복을 하겠다는 신념만

        큼은 버릴 수가 없었다.


          "모해? 안먹어?"


          "응. 아니. 아니야. 너가 먹는 것만 보아도 행복한 것 같아서……"


          "피식. 바보아니야! 내가 어떻게 너의 식욕을 채워줄 수 있니?"


          "그것도 모르냐? 성욕도 식욕의 일부분이라는 거."


          "고만 생각해. 아까 그만둔 거 아니야? 괜히 신경 쓰이게 하지말고 어서 식사나 하셔!"


          "그래. 알았다.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