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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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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쉽게 피지 않는 꽃 2-5


BY 푸른배경 200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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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실로 옮긴 후 이들은 서양화에 관한 교양과목으로 예술심리와 그외 여러 강의시간을

 마치는 동안은 좀전의 모습은 사라지고 수업에 열중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 옆동의

강의실에서는 정환과 상규는 쿨쿨 잠을 청했고, 채원만이 열심히 노트에 강의를 정리하여

적고 있었다.


  "그러니깐 소설의 시작은 인간구원의 목적을 두었다고 할 수 있어요."


  "교수님 소설이 무슨 인간구원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죠? 그냥 남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궁금해하는 인간심리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구요?"


  "그러니깐 문학이 주는 즉, 소설이 읽는 사람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이지. 쉽게

말해서 요즘 아침드라마나 소설에 보면 볼륜이 많이들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 곧 현실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는 거야."


  "무슨 현실요?"


  "모든 사람들이 결혼한 배우자 말고 한 명 정도의 애인은 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는 거이지. 그래서 말인데 이 것은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되. 진실한 사랑이

사라졌잖아."


  "그게 왜 진실한 사랑이 사라졌다는 거죠? 결혼은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늦게 나타나.

 아. 이게 진짜 사랑이구나! 생각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애인을 두게 된것이고요."


  "내말이 그 말이예요. 결혼에는 약속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지. 배우자에게 신뢰 즉,

믿음으로써 평생을 같이 한다는 것인데 무책임하게도 눈을 휘까닥 돌린다는 거야."


  한 학생과 교수의 설전에 채원은 키득키득 웃으며 들었지만 자신의 관심사인 사랑에

대해 논하고 있다는 것에 수업이 재미있다고 느껴졌다. 그리고는 노트 한 귀퉁이에 '가시

나무새. 정말 너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하고 적어 놓았다.


  "요즘 제일 인기있는 드라마 한편을 예를 들어보지. N방송국에서 하는 애인이라는 드

라마 모두들 알고 있겠지?"


  "네. 그럼요. 얼마나 애틋? 크크크. 그려진 드라마인데요. 저라면 황승혜를 자빠트려도

열두번은 자빠트렸을 텐데! 좀 길게 끈다는 느낌이 들어서...."


  "허. 젊은 입에서 그런말이 나오면 쓰나!"


  교수는 인상을 찌쁘리고는 정신을 차리라는 듯 "마음 이쁘게 먹어. 이 놈아."하며 손에

 쥐고 있던 백묵을 그 학생을 위해 던졌다.


  "내 말은 그 사람들의 볼륜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녀요. 뭐 마누라 말에 의하면 잠자리를

같이 한것도 아닌 데 볼륜은 아니라고 하지만."


  "거봐요. 사모님도 좋게 받아들이잖아요."


  "좋게 받아들이는 게 아녀요. 극 중에서 황승혜와 유동승이 사랑에 빠졌지만 자신들에게

 가정이 있다는 것에 흔들리지. 그래서 서로가 쉽게 선을 넘지 못하는 것이고. 내가 말하고

자 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라 시청자에게는 그들의 배경이 놓여져있다는 거야."


  "무슨 배경요."


  질문을 마구로 던지고 교수의 답변에 다시 질문을 하던 학생이 다시 물었다.


  "그러니깐 유동승은 사회에서 말하자면 상류층에 해당된다는 거야. 물론 황승혜도 그에

 못지 않지. 그래서 드라마 배경으로 그들이 일 핑계로 여행을 간 곳이 제주도이고, 또

호텔에서 그 짓거리를 시도한다는 것이지."


  "그게 어때서요. 저도 한번 가보고 싶을걸."


  "내가 너하고만 수업을 하나? 왜 다른 학생들은 조용한거야? 응?"


  "어때서요. 제 질문에 답이나 해주세요."


  "그래 너가 그래도 열심히 수업에 열심인 것 같군. 그러니깐 드라마에 모든 배경이 중·

상류층이라는 것이지. 집도 으리으리하지. 정원도 넓지. 그러니깐 사람들이 환상에 빠진

다는 것이지. 드라마로 대리만족을 느꼈으면 그만인데, 그 것에 멈추지 않고 환상을

가지게 된다는 게 문제야."


  "뭐가요. 드라마이니깐 적당히 포장을 한 것뿐인데."


  "그 것 때문에 시청자들이 환상에 빠진다는 거야. 그럼 드라마 장소를 옮겨서 산동네를

 배경으로 하고, 뒷집 김씨와 앞집 이씨 부인이 바람이 났어. 그래서 둘은 이것이 사랑

입네 하며, 포장마차에 앉아서 소주를 홀짝이고, 여인숙에서 그 짓거리를 시도했다고 봐.

 그럼 사람들이 뭐라고 했겠어."


  질문을 던지던 그 옆자리 학생이 웃으며 말을 했다.


  "먹고 살기도 힘든 것들이 별 지랄한다고 했겠죠."


  순간 강의실에는 웃음바다가 되었고, 잠을 곤하게 자던 정환과 상규는 무슨일인가

고개를 들었지만 다시 책상으로 업어졌다.


  "거봐. 볼륜의 배경이 좋은 곳만 비추었기 때문이지 결국 삶의 현재 장소로 옮기면

그렇지가 않다는 거야. 뭐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환상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지.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시청자 및 독자에게는 다르게 전달된다는 거야. 그래서 인간구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


  "뭐가 이상하네요."


  "그래요. 교수님 뭐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그냥 걸러 들어요. 나도 어제 마누라하고 이 문제로 부부싸움까지 났더니 내가 말하고

 나도 헷갈리고 있으니깐."


  "하하하하하."


  교수의 말에 다시 강의실은 웃음바다가 되어버렸다.


  "자 자 자 고만 웃어요. 다행히 시간이 다 되었군. 오늘 웃은 대가로 과제물을 주겠어요."


  "노....우"


  일제히 학생들이 입가에 손을 모으고 소리를 쳤지만, 교수는 손을 흔들어 안된다고 하며,

업드려 있는 정환과 상규를 깨우라고 했다.


  "잠잔 학생은 다음부터는 숙박비 내고 잠을자요. 부모님이 등록금 주시는 데 그 책상이 얼

마나 비싼 책상인지 알아야 할 거 아냐! 여기는 숙박비를 시간제로 받는 문교부 건물이라고."


  "하하하하하하하."


  잠시전의 과제물은 잊은 듯 다시 학생들은 박장대소를 했다. 그 소리에 잠이 깨었는 지 정

환은 입가에 고인 침을 스윽 닦았다.


  "과제물은 어려운게 아니니깐 너무 무서워 하지 말고. 짧은 장면의 소설을 써오라는 거야."


  "어떤거요?"


  아까전부터 질문이 많던 그 학생은 마지막까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마 재미를 붙인 모양

이었다.


  "다른게 아니라 아까 그 드라마 상황에서 여자가 헤어질 것을 마음먹고 어떻게 반응을 하는

지 표현을 해오라는 것이지. 단지 갈등하고 있다는 것을 포함하면 더욱 좋겠지? 헤어질지 말

아야 할지 말이야. 그럼 다음 시간에 봐요."


  교수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강의실을 나갔고, 마지막 강의였기에 학생들도 우르르 댐이

무너져 물이 빠져나갔듯 쏟아져 나가버렸다. 교실에는 침이 들마른 정환과 노트를 정리하는

채원, 그리고 어리둥절한 표정의 상구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가던 여학생 도희

만이 물끄러미 채원을 바라보고는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