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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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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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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항상 그대를 ... 18


BY 김 삿갓 2003-11-03

-들어갔니? 부모님 너무 늦었다고 뭐라고 안하셔?
-아니 벌써 주무시네. 다행이지 뭐.
-그래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오늘 내가 너한테 말 잘못한 건 아니겠지?
-무슨 얘기야 잘못 한 것도 실수한 것도 없으니까 신경 쓰지마
-승희 네가 그렇게 생각해 준다니까 고맙다. 나는 내가 괜한 말을 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니야. 괜찮아. 그리고 고맙다. 내말도 들어줘서.
-그래. 그리고 정말 난 승희랑 좋은 친구 되고 싶어. 네가 말한 데로 그렇게 되서 더 좋은
관계로 발전 되면 더 좋겠고. 앞으로 부담 없이 편히 지내자.
-그래 알았어. 피곤 할텐데 어서 자. 내일 출근해야지.

-경선아! 나야. 잘 있었냐?
-잘 있긴. 아이 짜증나 죽겠다.
-왜? 소장님이 뭐라고 해?
-아니 소장님도 그렇고 홍성영업소 거기 왜 그런다냐?
-왜? 이 대리님이 뭐라고 하시던?
-아니. 신희! 얘가 왜 그러냐?
-신희가 왜?
-아니 내가 어제 사료 주문을 했지. 알겠다고 맞춰놓겠다고 하고선 오늘 전화하니까 다른
대리점 줬다는 거야. 아니 그럼 주문은 왜 받아? 그리고 거기 사양가 좀 그렇단 말야.
오늘 안 들어가면 무슨 소릴 할지 모르는데. 영업소야 미안하다고 하고 그러면 끝이지만
우리는 뭐냐고. 한두번 이러는 것도 아니고 매번 신희 그런 식이야. 정말 짜증나서
못하겠어.
-그래. 걔 왜 그러지?
-예전엔 얘가 착한 것 같고 하더니 요즘은 얘가 왜 그렇게 싸가지없게 말을 하냐? 우리
기사님한테도 화내고 짜증낸다고 하더라. 보니까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테
말도 함부로 하고 한다더라. 우리 기사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기사님들한테도 다
그러나봐.
-그래? 신희 좀 그렇긴 한데 그 정도였나? 나 있었을 때도 그랬긴 했지만.
-짜증나 소장님 오시면 또 뭐라고 해. 그렇게 얘기하면 나만 깨지는데. 사양가 한테는 또
뭐라고 하냐?
-그러게. 어떻게 하냐?
-모르겠다. 다른 사양가 분한테 좀 빌려다가 우선 갔다 줄 수 있으면 그렇게라도 해 봐야지.
-그래. 휴... 답답하겠다.
-요즘은 그래. 여기 들어온지도 3년 넘었는데 이젠 일이 지겨워지는 건지 뭔지.
-3년이면 오래 다녔네. 그쯤 되면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들긴하지.
-그래서 그런가? 요즘 일도 안 풀리고 그렇다.
-휴...너도 이래 저래 걱정이구나. 밥은 먹었냐?
-아니 아직. 밥 맛도 없다. 여름이라서 그런가?
-밥 맛 없어도 그럼 라면이라도 사서 먹어.
-그러던가 해야지.
-그래.
-참. 요즘은 괜찮냐?
-나? 어. 많이 나아졌어. 며칠 전엔 소개팅도 했어.
-소개팅? 누가 해줬는데? 사람은 어때? 괜찮아?
-동생이 한명, 친구가 한명 해줬는데. 동생이 해준 사람은 좀 별로야. 말도 없고 쑥스러움도
너무 많이 타더라. 지금 친구가 소개시켜 준 얘 이름이 이상혁이거든? 상혁이랑 전화하면서
문자 보내고 그러면서 지낸다.
-이상혁? 사람은 어떤데?
-착한 것 같아. 그리고 얘가 말발이 끝내주더라고. 나한테 신경도 많이 써주고 보니까
오빠보다 더 잘해주는 것 같더라.
-그래? 사람 착하고 너 한테 잘 해주면 괜찮지.
-그렇지. 어디 나 같은 사람한테 어쩜 과분한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왠지 마음이 안 간다.
-왜? 생긴 게 별로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솔직히 잘 생겼는지 그런 것도 잘 모르겠어. 그냥 그래. 그게
문제인 것 같아. 상혁이가 그러는 거 보니까 오빠 생각나더라고 괜히 서럽다는 생각 드는
것 있지.
-아직도 그러냐? 아직 그럴 때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상혁 씨랑 잘 해봐.
-그렇지 않아도 어제 상혁이가 그러더라 나랑 사귀고 싶다고...
-정말? 어우...너 대단하다
-대단은 무슨... 그런데 가슴이 답답하다 그런 얘기 들으니까
-그렇지 아직 마음 정리가 될 됐으니까.
-나 이러다가 평생 오빠 못 잊고 다른 사람 못 만나면 어떻게 하냐?
-웃기는 소리 좀 하지마. 그리고 헤어지고 나면 다들 그런 생각해. 그래도 시간 지나면 금세
다른 사람 만나고 결혼하잖아. 괜한 생각한다.
-그렇지?! 그래야지. 그냥 전화했어. 심심해서.
-그래... 승희야 잠시만 내가 이따가 다시 전화 할께. 지금 소장님 오셨거든
-그래. 알았어.

승희는 가만히 컴퓨터 앞에 앉아 음악을 듣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점점 석준의 기억이 사라지는 듯이 느껴졌다. 아니면 그런 생활에 익숙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전화가 왔다. 석준의 번호였다. 당황스러웠다. 전화를 받아야 하는 건지...

-여보세요
-어. 나야.
-네.
-뭐해?
-음악 듣고 있어요.
-병원 출근은 안 했어?
-아직요.
-그때 8월 초에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다고 했는데 전화해보니까 광복절 지나서 다시 통보해주겠다고 해서요.
-그래? 난 병원은 잘 다니고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했지. 거기 있는 여직원하고 툴툴거리지나
않은지.
-안 그래요.
-병원 들어가면 오래 다녀야지.
-네. 이젠 나이도 있는데요.
-그럼 부모님 계시는 가게에 가서 도와주지 그래?
-아뇨. 별로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서요.
-그런데 왜 존대말이냐?
-네? 우리 이젠 그렇게 말할 사이 아니잖아요.
-그냥 평소 하던데로 해.
-아니에요.
-보고 싶지도 않았나보지? 전화도 한번 안하고
-네? 제가 전화하면 전화 안 받으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안했어요. 몸은 괜찮으세요?
-몰라. 며칠 전에도 우유 먹고 또 설사했어.
-어휴. 왜 우율 먹어요. 제가 우유 먹지 말라고 했잖아요. 장 안 좋은 사람이 우유를 왜
마셔요.
-배고파서 빵하고 같이 먹었어.
-제발 음식 좀 조심해서 드세요.
-밥은 먹었어?
-아뇨. 아직요. 과장님은요?
-아까 영업소에 먹고 나왔어. 너는 밥 먹었어?
-아뇨 별로 입맛도 없고 해서 안 먹어요. 회사 일은 잘 되세요?
-몰라. 부여소장 지금 또 그래. 아휴.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냐.
-그래요? 앞으로 잘 되겠죠.
-영업소 아니신가 봐요?
-어. 지금 집이야. 병원 갔다가 집에 들어왔어. 이따가 다시 영업소에 가봐야지.
-네.
-지금 올수 있니?
-네?
-홍성에 올수 있냐고...
-......
-아니다 내가 갈까?
-아니에요. 제가 갈께요. 그럼. 어차피 바람도 쐴 겸해서요. 몇 시까지 가면 되요?
-이따가 9시까지 오면 될 것 같은데?
-밤 9시요? 너무 늦지 않아요?
-나 영업소에서 그때 끝날 것 같아서 그래.
-네... 그럼 그때까지 갈께요.
-그래.

승희는 갑자기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정말이지 이제 석준을 어느 정도 잊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석준으로 걸려온 한통의 전화로 승희는 다시금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방망이질을 하는 통에 손마저 부르르 떨고 있었다.

-경선아... 나야. 바쁘니? 소장님은 없어?
-아니 괜찮아. 소장님 아까 나가셨어. 밥 먹었어?
-아니 아직. 야 어떻게 해.
-왜 무슨 일 있어?
-오빠한테 전화 왔어?
-뭐? 언제
-방금 전에 전화 왔어. 나 어떻게 하냐? 막 가슴 떨려. 손도 떨리고.
-뭐라고 하는데?
-그냥 잘 있냐고 궁금해서 전화 했데 보고 싶지도 않았냐고 전화 한통 안하고 그런
얘기하더라고.
-미친놈. 아니 전화 안 받는다고 할 땐 언제고 지금 그 소리를 하는 거야? 그리고 또 다른
얘긴?
-그냥 요즘 몸도 별로 안 좋고, 회사 일도 많이 안 좋은가봐. 그런 얘기 하데.
-야. 그 사람 왜 그러냐? 좀 괜찮아 질 만하니까 전화해서 그게 뭐하는 거야? 네가 그때 가서
그렇게 매달려서 얘기했을 때는 꼼작도 안하더니만. 참. 그래서 너 뭐라고 했어?
-내가 존대말을 했거든. 그러니까 왜 존대말 하냐고 반말하래. 그래서 내가 우리 이젠 그렇게
말 할 사이 아니지 않냐고 했지.
-그랬더니?
-그냥 그러고 말던데?
-말 잘했다. 그런데 그 사람 왜 전화했을까? 궁금하지 않냐?
-몰라. 왜 전화했는지 얘기 안 해줬어. 거의 아무 말 없이 20분 동안을 통화했다니까.
-아. 거참 웃긴 사람이네. 이제 와서 전화하면 뭘 어쩌자는 건데...
-아무생각 없이 전화한 거겠지? 그냥 답답하니깐 말할 데가 없으니까 전화한거겠지?
-그렇겠지. 너 이상하게 상상하지 말아라.
-그렇게 상상 안 해. 그냥 지금 너무 떨려서. 아까도 전화 받을까 말까 했거든. 그랬다가 그냥
받았거든.
-뭘 갈등을 해. 네가 갈등한 다는 것 자체도 아직 미련이 남아있다는 거야.
-조금은 남아있는데 정말 뜻밖의 전화여서. 좀 놀랬어.
-이상한 생각 안하면 괜찮아. 그리고 다른 얘긴 없었어?
-없었어.
-그래. 아휴. 그 인간은 갑자기 전화해서 사람 괜히 싱숭생숭하게 만드네.
-그러게나 말이다. 미치겠네. 그렇게 생각 안 하려고 하는데 왜 전화했을까 하는
생각하니까...
-편하게 생각하는 게 너한테 좋은 거다. 속이 답답해서 전하했다고 아무생각 없이 전화
한거라고 생각해.
-그래야지. 실제로도 그럴텐데...

승희는 차마 경선에게 석준을 만나러 간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석준에게 간다고 하면 어떻게 나올지 뻔히 알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승희 역시 석준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시간이 가까워 오면서 승희는 그 동안 앨범에 꽂혀있던 석준의 사진들을 꺼내어 챙겼다. 그때는 미처 주지 못했던 사진들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승희가 가지고 있어 봐야 필요치 않은 것들이고 함부로 버리자니 그렇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간직하고 있었다. 열장이 넘는 사진을 고이 챙겨 다이어리 속에 넣었다. 그러나 차마 석준에게 줄 수 없었던 사진들은 석준이 대학교2학년 때 찍은 그 풋풋함과 순수함이 묻어있는 사진은 도저히 꺼낼 수가 없었다. 그것은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 그런 순수한 모습의 석준으로 간직하고 싶었다. 승희가 사랑한 건 석준의 그런 모습이었으니...

「저 지금 출발해요. 도착하면 9시가 조금 넘을 것 같습니다. 어디로 가야하나요?」

-여보세요? 나야. 9시 도착한다고?
-네. 거의 그 정도에 도착 할 것 같은데요.
-그럼 나 집에 가 있을께. 집으로 올래?
-네. 알겠습니다.
-......
-네
-말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
-아니에요. 전 이게 더 편해요. 과장님.
-이젠 과장님이라고 하네.
-네
-그리고 올 때 조심해. 백 과장이 지금 술 먹자고 계속 전화하거든.
-네
-그래서 차도 집에서 멀리 주차시켜 놓고 집에도 불 꺼놨어. 그러니까 올 때 조심해서
오라고.
-네.
-알았어. 이따 도착해서 전화 줘 그럼.
-네. 수고하세요.

석준의 조심하라는 소리가 승희는 빗길에 시외버스를 타고 오는 자신을 걱정하는 소리인 줄로 알고 착각을 했다.
홍성에 점점 다가갈수록 승희의 머리 속엔 수만 가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9시가 넘은 시간에 이렇게 석준을 만나러 홍성에 간다면 오늘 안으로 돌아오기 힘들텐데...’
‘그럼 어떻게 하지? 그래 오빤 침대에서 자고 난 바닥에서 자면 되지. 괜찮겠지’
‘그 사람 무슨 얘기하려고 하는 거지?’
‘많이 힘든가? 살은 많이 빠졌나? 더 나빠진 건 아니겠지’
그 많은 생각들이 지나가면서도 한 가지 머리 속을 계속 맴도는 건... ‘이렇게 만나면 다시 시작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었다. 홍성에 거의 도착 할 즈음 승희는 트웨이 케?揚? 꺼내어 번들거리는 얼굴에 얇게 다시 한번 바르고 거울로 머리와 얼굴을 다시 한번 살펴본다. 왜 그리 신경을 쓰는 건지, 가슴만 계속 뛰고 있다. 시간이 9시를 향해 갈수록, 홍성에 다가갈 수록...
‘음료수를 사가야 하나?’
‘빈 손으로 가기도 뭐한데? 손님으로써 가는 거니까 음료수 사갈까?’
‘오빠가 당이 있으니까 토마토로 사갈까?’
‘아니다. 괜히 거리감 느껴지겠다. 평소에 갔던 것처럼 그냥 가도 되겠지?’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