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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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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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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항상 그대를 ... 14


BY 김 삿갓 2003-10-27

경선의 전화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승희였다. 혹시나 석준이 정말 마음이 돌아선 건지 아니면 여전히 자신한테 화가 나서 이러는 건지 만일 화가 나서 그런거라면 어떻게든지 사과를 할 생각이 있으니까. 답답한 마음으로 일주일을 버틴 승희였다. 석준 생각도 간절하지만 괜한 오기인지 자존심인지 발동하여 제대로 연락도 하지 않고 그저 헤어지자는 말만 남겼던 자신이 왜 이리 미운건지. 정말 이런 순간에는 타임머신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 시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만이 간절했다.

-야! 승희야. 이과장님 전화 안받는다.

승희는 할 말이 없었다. 자신과 관련된 모든 사람의 전화는 다 받지 않는 석준이었다. 갑자기 왜? 자신이 아무리 그런 얘길 했어도 헤어질꺼라면 헤어지자고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 훨씬 나을 텐데 석준의 흐지부지한 태도에 승희는 더욱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당장 승희는 석준을 찾아갔다. 어쩌면 더 빨리 찾아가서 일을 해결을 봤어야 할 상황인지도 모르지만 다소 늦게 찾아 간감이 있긴 하지만 승희는 석준에게로 향했다. 석준에게로 간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그랬다. 가서 직접 얼굴 보고 얘기하면 좀 달라질 지도 모른다고. 전날이 중부본부 내에서 상담소장 회의가 있던 차라 승희는 석준이 이르면 오전 11시, 늦으면 오후 2시에 올 줄로 짐작을 했지만 급한 마음으로 서둘러 첫차를 타고 홍성으로 향했다. 도착하지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승희는 석준의 집으로 향했고 전날부터 끼니를 걸렸던 터라 배가 고팠다. 배나 간단하게 채울까하는 마음에 슈퍼로 가서 토마토 쥬스 하나를 사들고 석준이 사는 오피스텔로 갔다. 문이 잠겨있어서 마땅히 기다릴 만한 곳도 없었고 해서 승희는 통로에 나 뒹구는 종이 한 장을 들고 계단에 깔고 걸터앉았다. 자신의 이런 모습이 너무도 처량해 보인다는 생각에 눈물이 흘렀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승희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창피한 승희는 계단을 내려와 주차장에서 서서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린지 2시간 반 정도 지났을 무렵 산타페 한대가 서서히 주차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차 번호를 보니 석준의 차였다. 승희는 갑자기 숨이 막힐 듯이 가슴이 조마조마 하게 뛰는 것을 느꼈다. 주차되어 있는 또 다른 차 뒤에 숨어서 석준이 걸어오는 모습을 지켜봤다. 2주일이 넘는 동안 한번도 보지 못해서 인지 승희는 석준의 그 모습이 참 멋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하면서 석준을 향해 걸었다. 승희를 본 석준은 걸음을 멈추더니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웃음을 토해냈다.

-여긴 왠 일이야?
-나한테 할말 없어요?
-무슨 말?
-정말 나한테 할말 없어요?
-얼마나 기다렸냐?
-2시간 넘게요.
-거짓말 하네.
-......
-들어갈래?

석준은 마치 승희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말투였다. 우린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아무사이도 아니라는 듯이... 집으로 먼저 들어선 석준은 집이 지저분하다며 침대며, 의자에 늘어 놓은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한 쪽으로 몰아 넣었다. 쭈볐거리듯 집안에 들어선 승희는 침대에 걸터 앉았다. 석준은 평소에 다름없이 집에 오자 마자 덥다며 와이셔츠며 바지를 벗고 속옷 차림으로 방바닥에 앉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청소 해 주러 왔냐?
-...
-왜? 문자에 보낸 데로 다른 여자 있나 확인하러 왔어?
-그런 거 아니에요.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무슨 말?
-나한테 할 말 없어요? 화가 난다던가 아니면 정말 끝내자고 하던지.
-왜 안 하고 싶겠어. 나도 처음에 화났지. 왜 화가 안나. 나 피곤해서 그런데 누워서 얘기
들어도 되지?
-마음 데로 하세요. 그런데 왜 전화도 안 받았어요.
-네가 문자 보냈고 음성 다 넣었잖아. 그만 헤어지자고 그래서 네가 다 그렇게 정리한 줄
알고 그래서 안 받았지
-흥... 그 동안 왜 나 만났어요?
-좋았으니까 만났지 그러니깐 만났던 거지.
-그런데?
-나도 동물이긴 동물인가 보다 어쩜 이 순간에 키스하고 싶은 생각이 드냐?
-뭐라구요? 난 전혀 그런 생각 안 드니까 그런 얘기하지 마요.
-야...
-뭐에요. 지금... 하지마...흑흑흑 하지 말란 말야...
-미안해. 미안해...
-흑흑흑... 나 한테 이러면 어떻게 하라고
-휴... 미안해 그리고 너 지금 그러는 보니까 내가 너한테 제대로 못 해줘서 그런 것 같더라.
지금 나 여기 있는데 이러는데 나 부여로 내려 가고 나면 너 한테 더 신경도 못 써주고 왜
나 같이 몸도 안 좋은 놈 만나려고 하냐.
-나 그런 말 들으려고 온 거 아니에요. 나 여기 온 거 내가 내뱉었던 말 주워 담으로 왔어요.
내가 전화 번호 그냥 막 바꾸고 그런 말 함부로 한 것 내가 정말 잘못 한 것 같아서 그래서
후회 되서 다시 돌이키려고 왔어요.
-됐어. 그러지마. 차라리 난 이게 더 낫다고 생각했어. 어쩌면 내가 먼저 해야 할 말 네가
먼저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이젠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너 의심하는 것도
싫다 이젠 네가 서울에 가서 누굴 만나던지 청주에 가서 영호오빠를 만나던지.
-싫어. 내가 그런 얘기 들으려고 홍성까지 온 거 아니에요. 나 오빠랑 헤어지기 싫다고.
-됐어. 그만해.
-그래도 싫어. 그리고 내가 오빠 아픈 거 모르고 오빠 만난 거 아니잖아. 내가 괜찮다는데
왜 그래.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냐. 회사도 언제 그만 둘지도 몰라! 언제 백수 될지도
모르는 놈 만나서 뭐하고 몸도 안 좋은 놈을 왜 계속 만나려고 하냐고. 너랑 나랑 어차피
아직 젊으니까 다른 사람 금방 만날 수 있어.
-그래도 난 싫어. 내가 싫다고.
-그러지 마 제발.
-오빤 어쩜 사람이 이래? 사람이 어떻게 순식간에 이렇게 변해? 그리고 나는 뭐 자존심도
없는 주 알아?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까지 얘기하는데 어쩜 오빤 얼굴도 쳐다보지도 않고
눈도 안 마주치고 얘기해요. 이런 상황에서도 어쩜 이렇게 불성실할 수가 있어요?
-그것 봐. 너 지금도 이러잖아. 나 싫어. 나 피곤해.
-오빠 왜 그래요. 도대체. 나 정말 1주일 넘게 생각 많이 했어요. 내가 그렇게 한 것 정말
내가 잘못 했다고요. 그런데 정말. 나 오빠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응? 오빠!
-......
-나도 자존심 다 버리고 여기까지 왔다고요. 그런데 오빠는 어쩜 내가 얘기하는 거 하나도
듣지도 않고오빠 생각만 그렇게 고집할 수가 있어요? 오빠! 얘기 좀 들어와요. 제발
제대로...! 오빠!
-피곤해. 너도 피곤한 것 같은데 좀 자
-이 상황에서 잠이 와?
-아우 몰라. 나 좀 잘래. 너도 눈 좀 붙여.

승희는 난감했다. 석준의 마음이 이 정도로까지 달려졌을 줄이야. 단 며칠 사이에 사람 마음이 순식간에 이런 식으로 변하다니... 연락 안 하던 며칠 전만해도 사랑한다고 그렇게 말을 하고 문자를 넣고 하더니 그런 것이 다 거짓이었단 말인가? 눈물 조차 나오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서 너무도 매정하게 변해버린 석준의 모습에 승희는 할 말도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석준은 벌써 잠이 들었는지 작게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승희는 석준에게 다가가 석준을 끌어안았다. 가만히 자고 있던 석준은 덥다며 승희를 뿌리친다. 승희는 그런 석준에게 더 이상 다가 갈수 없음을 알았다. 그저 멀찌감치 떨어져 석준의 숨소리를 들으며 정리 되지 않는 듯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들을 했다. 지난날에 대한 자신의 모습과 석준과 함께 했던 모습들. 지금 석준이 이러는 거는 피곤해서 일 꺼라며 작은 기대를 걸어보는 모습도... 잠이 오지 않던 승희는 누워 있다가 이내 일어나서 석준이 잠든 걸 보고 그냥 나오려고 했다.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거였으니까. 차라리 그냥 이대로 나서는 것이 훨씬 나으리... 승희가 일어나 문을 여는 소리에 석준도 일어난다. 승희는 문을 열고 나가 막연히 서있었다. 눈물이 나왔다. 석준이 밖으로 나오더니 뭐하느냐며 들어오라고 한다. 석준은 집안으로 들어 서자 승희를 등 진체 다시 담배를 입에 물고 바닥에 앉았자.

-나 갈께요.
-...
-어쩜 사람이 그래요? 단 하루를 만나나거나 일주일을 만나도 갈 때 잘 가라고 인사를
하던가 욕을 바가지로 해요. 어떻게 간다는 사람한테 한 마디 말도 안 해요?
-데려다 줄까?
-됐어요....... 네. 데려다 줘요.

귀찮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주섬주섬 옷을 걸쳐 입었다.
평소 같았으면 차 안에 타면 손을 꼭 잡고 갔을 텐데... 둘 사이에는 고요한 침묵만 흐르고 그 침묵이 싫었는지 석준은 라디오로 손을 뻗었다. 승희는 석준의 그런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며 마치 지금 이 순간이 석준과 영원히 마지막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의 모든 것을 머리 속에 그려 넣기 시작했다. 그의 옆 모습과 여전히 가지고 다니는 승희가 선물한 열쇠고리들과 인형, 방향제들... 승희는 괜히 눈물이 나온다. 하지만 석준 앞에서 더 이상 그런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다. 이미 많이 초라한 모습을 보였으니까. 더 이상은 싫었고 이젠 당당해 지리니.
승희는 일부러 석준에게 그런 짖꿎은 요구를 했다.

-천안까지 데려다 주세요.
-왜 그래. 나 정말 피곤해서 거기까지 못가.
-... 그냥 한말이에요. 됐어요.
-...
-정말 마지막으로 가는데 아무말도 안 해요? 잘 가라는 말도 못해줘요?
-그래 알았어. 잘 가.
-지금 뭐에요? 그렇게 억지로 말하는 거... 내가 개만도 못했나보네.

너무 기가 찼다. 억지로 그런 말을 하고 누가 그런 말 듣고 싶었나? 혹시 모르니까 나 이렇게 가는 것 자기가 잡아주면 안돼?
승희는 너무 화가 나 차문을 쾅 닫아버리고선 뛰다시피 터미널로 들어섰다. 그리곤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곳에 서서 석준이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한참 동안 석준의 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곤 서서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버스표를 끊고 천안으로 오는 차 안에서 승희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멍한 느낌... 피곤 할텐데 그런 느낌도 없었다. 아무 느낌도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오는 순간... 승희는 왈칵 눈물이 솟구쳐 흘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다.
이젠 정말 혼자구나. 이젠 더 이상 나랑 함께 할 사람이 그가 아니구나... 그렇구나. 그럼 이제 난 어떻게 하지? 나 그 사람 사랑하는데? 이게 정말 끝이야? 아닐꺼야. 설마 이게 끝은 아닐꺼야. 어쩌면 내일 다시 그한테 연락이 올지도 몰라. 그래 조금만 기다려보자. 분명히 올꺼야.
아니라는 걸 알면서 끝이라는 걸 알면서 승희는 여전히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