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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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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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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항상 그대를 ...12


BY 김 삿갓 2003-10-24

몸도 좋지 않은데 정동진 까지 여행 갔다 온 석준에게 고맙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한 승희였다. 그리고 갑자기 여행을 가는 석준의 행동에 이 사람 갑자기 왜 이러나 하는 마음도 있었으나 함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행복했다.

-경선아. 나 저번 주 토요일 날 어디 갔다 왔게?
-어디? 너 또 이과장님하고 불가마 갔다 왔냐?
-우리가 매일 불가마만 가나? 저번에 나 오빠랑 싸웠다고 했잖아. 그런데 오빠가 회사
앞으로 온다고 하는 거야. 그러더니 어디 가는지 얘기도 안 하고 고속도로를 타더라고
-정말? 어디 간다고 말도 안하고?
-이정표를 보니까 서울 쪽으로 향하더라고
-혹시 너 이과장님 댁에다가 인사드리고 온 거 아니냐?
-나도 처음에 혹시 그런 게 아닌가 하고 기대했는데 그런 건 아니고 정동진에 다녀왔지.
-야. 좋겠다. 이 과장님 그런 때도 있네. 멋있네.
-멋있긴. 우리 오빠야 항상 그렇지. 호호
-좋겠다. 누구는 정동진에 다녀오고. 누구는 하루 종일 집에서 만화책 수십 권 빌려다가 보고.
-왜 정호 씨랑 같이 좀 돌아다니지.
-귀찮아. 집에 있는 게 편해.
-그래도 주말인데 정호 씨랑 같이 다니면 얼마나 좋냐?
-좋긴 뭐가 좋아. 매일 보면 그런 소리 안 나와. 너야 일주일에 한번 보니까 그렇지
-웃기네. 매일 봐도 좋으면서. 몸 사리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집에만 있으려고 하냐.
-정호가 어디 가자고 해도 막상 그날 되면 내가 귀찮아서 움직이기 싫어. 그래서 안 가는 경우
도 많고. 그런데 너네 정동진 갔다 왔다고 하니까 나도 가고 싶네. 정호한테 가자고 할까?
-가봐. 좋더라. 아니면 멀리 못 가더라도 근처라도 어디 같이 갔다 오면 얼마나 좋냐.
-그러던가 해야 되겠다.
-경선. 뭐 하나만 물어보자. 너도 혹시 이런 생각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상한 건지 나
솔직히 우리 오빠랑 같이 있을 땐 참 좋다. 정말로. 같이 있으면 ‘아. 계속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하고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 그런데 만약에 내가 이 사람하고 영원히 같이 있어야
한다면 그땐 같이 못 있을 것 같은 느낌. 너도 이런 적 있어?
-그런 생각 안 해 봤는데? 같이 있을 때 좋으면 된 거지 별걸 다 생각한다.
-오빠가 가끔 결혼 얘기 비슷하게 비치니까 내가 아무리 오빠한테 결혼 안 한다고 해도
신경은 쓰이거든.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음. 글쎄. 난 그런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굳이 그런 생각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아직 너랑
이과장님하고 확실하게 결혼 얘기가 오고 간 것도 아니고 이 과장님이 그런 식으로만 얘길
비칠 뿐 인거잖아. 내 생각엔 네가 거기에 대해서 좀 예민하게 반응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굳이 그런 생각할 필욘 없을 것 같다. 그런 생각 안 해도 있을 때 잘하면 돼.

승희는 석준과 예정한 데로 두 번째로 여행을 다녀왔다. 너무 멀리 잡은 것이 아니었나 싶었지만 석준 역시 그곳엔 가보지 못했다고 해서 둘은 땅 끝 마을인 해남으로 출발 했다. 초행길이라 길을 헤매서 해남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7시가 훌쩍 넘어버린 시간이었다. 해남으로 가는 길에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보면서 석준과 승희는 저런 곳에서 살면 좋겠다며 나중에 같이 시골에서 소나 키우면서 살자고 웃으며 농담을 주고 받았다. 많은 휴게소들을 지나고 이정표와 사람들을 스쳐지나갔다. 해남에 가까워 질수록 말수가 적어진 승희였다. 갑자기 어지럽다며 시선을 창 밖으로 돌린 체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감고 가만히 창틀에 기대고 있었다. 어느새 눈물이 흐른다. 항상 이렇게 좋을수만 있으면 좋을 텐데, 항상 이렇게 둘이 같이 있으면 좋을텐데......
승희는 함께 있는 시간들 보다 떨어져서 간신히 통화만 하면서 티격태격 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괜히 서글퍼졌다. 다른 연인들은 항상 웃고 지내는 것만 같아 보이는데. 왜 우린 매일 별일 아닌 걸로 속에도 없는 말로 서로 기분 상하게 하는 건지...
그러고 보면 승희와 석준은 성격이 어느 정도는 비슷하다. 다 맞아 떨어진다고는 볼 수 없지만 몇 가지 공통되는 부분이 있었다. 필요도 없는 황소 고집이 그들의 공통점이다. 승희의 고집에 한 번 질려버린 적이 있는 석준이었으나 승희 역시 석준의 고집불통에 혼이 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석준의 경우는 고집불통 이라기보다는 외골수 스타일이라 주변에서 아무리 아니라고 말을 한도 해도 석준이 한 번 그것이라고 생각한 이상 자기 뜻 데로 밀고 나가는 타입이었다.
해남에서 돌아온 그들은 피곤한 몸으로 집으로 향했다. 석준은 홍성으로 승희는 천안으로...
석준이 도저히 피곤해서 움직일 수 없다기에 승희는 천안으로 가는 시외버스에 몸을 실을 체 곤히 잠이 들었다.

-오빠! 잘 잤어? 몸은 괜찮아?
-아니. 졸려 죽겠어.
-미안해서 어떻게 해. 괜히 해남 가자고 했나?
-아냐. 나도 한번도 못 가봤잖아. 그런데 거긴 관광지로 계발하지 말아야 할텐데.
-왜?
-이상할 것 같다. 정동진처럼 막 그런 호텔들이며 건물들 들어서고 하면 안 어울릴 것 같아.
그리고 거기다가 건물 짓고 해도 장사도 안 될 것 같고.
-그래? 오빠 피곤하다면서 오늘 어떻게 일 할려고? 부여 소장 만나다면서.
-그거 취소 했어. 오늘 도저히 몸이 안 좋아서 못 가겠다고 내일 간다고 했지. 지금 집이야.
-그래. 차라리 집에서 쉬어라. 피곤 할텐데. 밥 챙겨 먹어.
-혼자 있는데 무슨 밥이야? 라면이나 먹어야지.
-무슨 라면이야. 시켜서라도 먹어. 기름기 있는 거 먹지 말고. 또 설사할라.
-그러게나 오늘은 설사를 안 했네. 네가 사준 장 튼튼해지는 약 좀 드나보다.
-다행이다. 음식 함부로 먹지마. 매일 먹고 탈 나서 설사하고 약 먹으면서도 또 먹는 거
보면 신기해.
-먹을 게 없으니까 그러지.
-오빠. 나 지금 홍성으로 갈까? 오빠 집에 혼자 있고 밥도 먹어야 하잖아.
-오지마. 귀찮게 뭐하러 와.
-어때? 정말 가지마?
-오지마. 피곤해서 천안까지 데려다 주지도 못해. 참 나 이번 주에 친구들 모임 거든 그래서
이번 주에 못 보겠다.
-그래? 일요일 날 모임이 있는 거야? 어디서?
-일요일 인데 토요일 날 먼저 올라가던가 해서 만나야지. 친구 놈 아들이 돌이라서 가봐야지.
-그래. 그럼 토요일 날도 못 보겠네?
-아냐. 내가 올라가다가 천안 들릴께. 그리고 너 나 안 만난다고 딴 놈 만나지 말고 집에서
조신하게 십자수 하면서 있어. 알았어!
-내가 그 말 좀 하지 말라고 했지. 내가 딴 사람 만났으면 좋겠냐? 그리고 만날 사람도 없어.
-그러면 다행이고. 승희야 나 자야겠어. 피곤하다 이따가 깨워줄래?
-응 알았어. 밥이라도 먹고 자던가 하지... 배 고프잖아.
-괜찮아. 나 잘래.

몸이 좋지 않은 석준은 쉽게 피로감을 느꼈다. 회사 내에서의 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당뇨병과 원형 탈모증에 시달려야 했고 항상 분주히 움직여야만 했다. 와이셔츠나 차안에는 반드시 약봉지가 있었고 식사를 한 뒤 어김없이 약을 먹어야만 하는 석준이었다. 승희는 석준이 약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결코 석준을 사랑한 걸 후회하지는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몸이 좋지 않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항상 가슴에 작은 통증 같은 것을 느껴야했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는 석준은 승희에게 편안한 것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속내를 다 들어주고 옆에서 같이 어깨도 토닥여줄수 있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승희를 기대했던 것은 아닌지...

-오빠! 돌 집 잘 갔다 왔어?
-응. 애들 많이 컸더라 나도 빨리 승희랑 결혼해야 되는데.
-누가 오빠랑 결혼한데? 나 결혼 안 할꺼야? 오빠 딴 여자랑 해라
-나랑 안하면 누구랑 할꺼냐?
-나 그냥 결혼 안 해. 결혼은 싫어. 괜히 구속하는 느낌도 들기도 하고
-아휴. 그래 네가 알아서 해라. 난 딴 여자 만나서 결혼 할테니까.
-홍성에 언제 도착한거야?
-어 방금 전에. 아 피곤해 죽겠다. 친구 놈들 2년 만에 만났거든. 한국제당 들어와서 한번도
못 만났었는 데 간만에 만났다고 술 먹고 아우...
-또 술 먹었어? 술 하고 원수 진 것 도 아닌데 정말 술 무지 좋아한다.
-예의상 몇 잔 마신거야.
-그렇긴 한데. 몸도 안 좋은 사람이 담배도 하고 술도 하니까 그런 거지. 끊지는 못해도 줄
일려고 하던가 해보지. 갈수고 더 양이 늘어나는 것 같아.
-그럼 술, 담배, 여자가 내 인생의 낙인데. 그걸 어떻게 끊어?
-술,담배,여자? 웃기고 있네. 씻고 빨리 잠이나 주무슈,..
-일 좀 하다가 자야 돼.
-영업소 가서 일하게?
-응 자료도 좀 뽑아야 하고.
-일요일도 일해?
-잠깐만 하고 오면 되는 건데 뭐. 너 자고 있어. 내가 있다가 영업소 들어가서 전화 할께.
-그래. 오빠 어떻게 하냐?
-왜?
-우리 어제 만났잖아. 이번 주에 못 만날 것 같다. 나 갑자기 약속 생겼어.
-무슨 얘기야. 누구랑.
-어. 이번에 경선이 생일이어서 경선하고 나하고 인희 씨랑 같이 대천에서 가서 1박하고
놀기로 했거든. 경선이 그날 밖에 시간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
-여자 셋이서만 가? 인희 씨나 경선 씨 남자친구들은 안가고?
-그냥 우리끼리만 가야지. 가야 나이트를 가던가 해서 부킹을 해야지.
-너 가서 그런 짓만 했단 봐. 가서 가만 안 둘꺼야.
-농담이야. 내 주제에 무슨 부킹이야. 그리고 나 나이트 싫어하잖아요. 아니 그래서 이번
주에 오빠 못 본다고 그럼 다음 주에 보잖아. 다음 주에 보면 2주 만에 얼굴 보는 거잖아요.
그 얘기 하려고.
-그래 알았어. 나 지금 백 과장 전화 왔거든. 영업소 들어가서 전화 할께.

마치 주말 부부들같이 그들은 1주일에 1한번을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서로의 사생활이 있었기 때문에 그로 인해 그 둘의 만남에 약간씩의 차질이 생기곤 했었다.

-오빠! 나 이제 대천에서 출발한다.
-그래. 재미있었어?
-어. 어제 밤에 와서 좀 놀다가 술 좀 마시고 방 잡아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감자탕 먹고
좀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다가 이제 가는 거야. 아. 피곤하다.
-빨리 집에 가서 자.
-오빠! 나 오빠네 집에 가도 돼?
-와도 되지.
-그럼 나 이따가 홍성에서 내려서 전화 할께. 도저히 피곤해서 집까지 못 가겠다.
-오빠! 나 홍성역에서 내렸어. 택시타고 들어 갈께.
-그래.
-아. 오빠 문 좀 빨리 열어. 피곤해 죽겠네.
-왜 잠 못 잤어?
-몰라. 잔 것 같긴 한데 2시간 정도 잤나? 오빠 미안한데 나 여기서 2시간 정도만 자다가
갈께. 이따가 8시 30분 쯤에 깨워줘. 막차 타고 가야지.
-아냐. 내가 데려다 줄께.
-정말? 나야 좋긴 한데 오빠 피곤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