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남편이였던 승진을 난 너무나 사랑했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시부모를 모셔야 하는 그런 재산하나 없는 그런 집안으로 시집을 가고..아무것도 모르고 사랑하나만 믿고 결혼했다.
시아버지의 잔소리로 주부습진에 끼니마다 새로운반찬 새로운 국을 위해서 무던히도 노력했었다.
지금의 내 살림솜씨는 그때 다져진 핍박때문이였으리라..
결혼하고 동주를 낳고 잦은 남편의 바람끼로 지쳐갈때즈음..
날 이혼하게 했던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왔다.
서재에서 밤을 새는 일이 잦아 지더니 몇달을 못가서 밖에 나가면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들이 많았다.
처음이야 미친년 널뛰듯 마구잡이로 뒤를 캐고 했지만
이골이 난 나에게 남편의 바람끼는 그져 지나가는 바람이려니 했는데..
인터넷에서 쳇을 하면서 승진은 갈수록 대담하게 바람을 피고
수도 없이 쳇에서 만난 여자들과 자고 들어오는 일이 많아졌다.
컴퓨터에 컴도 모르는 나에게 승진은 물 만난 고기마냥 보란듯이 바람을 폈고 급기야는 어느날 낯선 여자를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동주엄마...이 사람이 임신을 했는데 산부인과좀 데리고 가서 수술좀 시켜줘.."
옆에 앉아있는 여자의 당돌하고 표정하나 변함없는 모습에 할말을 잊었다.
겉으로봐서는 스물 여일곱정도의 나이같았다.
처음은 아닌듯 하고 내가 당신자리를 꾀차려고 한다..머 이런식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도 없이 이름도 모르는 그녀와 동네 산부인과로 향했다.
눈물도 흐르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수술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도대체 이놈의 머리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라고 신호가 오질 않았다.
눈뜨고 행동할수만 있었지...누워있는 식물인간처럼 생각을 할수가 없었다.
살을 맞대고 한이불속에 살아온 수년의 세월동안..
나는 그저 밥을 지어주고 빨래해주고 집 지켜주는 돈 안드는 똥개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길로 승진과 이혼을 하고 동주를 나두고 집을 나왔다.
친정엄마의 이혼하지말고 바람의 끝은 영숙에게 돌아오는거라며
눈감고 살길 바라셨지만 성진의 파렴치한 행동..더군다나 시어버지의 몰지각한 행동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친정에서 버려지고 나름대로 보란듯이 살아보려고 무던히도 노력하며 살아봤지만 허물어져가는 영숙의 인생은 고행의 연속이였다.
눈뜨자마자 슈퍼에가서 막걸리와 맥주를 사다가 마시곤 술기운에 잠이 들고 일어나는게 일상이 되어갈때즈음..
동주아빠에게 연락이 왔다. 다시 재결합하고 싶다는...
"개자식...."
입에선 욕이 튀어나왔지만 이혼한 여자로 살아가기엔
너무 힘들었었던 영숙은 집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재결합을
하게됬다.
깨진 쪽박 강력본드로 붙여보겠노라...흔적은 남겠지만 깨지진 안겠느냐면서 재결합을 하고 일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승진의 바람끼를 잡아보려고 터울많은 둘째 평화를 나아서 아이 키우는 재미로 살아가지만..
개버릇 남 못준다고 슬슬 밖으로 돌아버리는 승진을 포기한 상태에서 생활은 지속되갔다.
"언니..나 직장이 언니네 집하고 가까워서 언니네서 한달정도만 있을께..."
어느날 느닷없이 동생 미선의 전화를 받고는 ..어차피 집에 잘 없는 승진이였기에 미선이를 오라했었다.
미숙의 전화를 끊고 돌아보니...시커먼 먹구름이....아파트 유리창을 가리고 있었다
장마여서인지 몇일째 살갖을 끈적이게 하며 비가 내리부었다.
커피한잔을 타서들곤 담배 한개피를 뽑아 들었다.
베란다에 붙어있어 보았다.
세상에서 제일 잼있는게 사람구경 불구경 싸움구경이라 했나..
평화가 낮잠을 자는시간이면 식탁의자 하나 질질 끌고와서 베란다에 붙어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표정 걸음걸이 옷매무세를
훔쳐보며 시간을 보낸다.
가장 행복한 시간을 빼앗는 초인종 소리..
동생 미숙이였다.
나레이터라서인지 언제봐도 미숙이의 모습은 스물세살나이답게
이뻣다.
"언니 하늘에 구멍 뚤렸나바 ..많이 쏟아진다.."
들어서며 쉬지도 않고 오랫만에 말문트인 어린아이처럼 줄줄 쏟아붓는다.
"평화는 ..자?"
"응..좀전부터 자기시작했어.."
"형부는 잘지내고? 언니 속 썩히진 않어? 점심은 먹엇어?"
다 커버린 동생의 탱탱한 엉덩이를 꼬집고는 냉장고에서
어제 사온 망고를 꺼냈다.
올해 히트상품이 망고라고 해서 슈퍼에 나와있길래 평화한테 한번 먹여볼 생각에 망설임없이 산 과일이건만 이래저래 신경쓰다보니 그놈의 망고가 있는줄도 몰랐다.
"일은 할만하니?"
"응 여긴 한달정도 하려나바..이곳 끝나면 집근처에서 하니까 한달만 언니 신세좀 지자.."
빨간 입술속으로 노란 망고가 참 먹음직 스럽게 들어간다 생각하며 생각없이 쳐다만 보구있었다.
오랫만에 집에 온 손님이 있어서인지 내 손놀림은 바뻐지고
평화가 막내이모에게 달라붙어 일하기가 수월해지니 숨이 좀 트이는듯했다.
"장보러 갈껀데 머 먹고 싶은거 있으면 말해바.."
"언니..나 아구찜 먹고잡다잉..."
"언니집에 오는네네 아구찜 생각밖에 없었어..아구찜 아구찜!!.."
"후훗.."
엄마 다음으로 맛있다고 호들갑스럽게 말하던 미숙이가 오늘은 아구찜에 목숨을 건듯하다.
방금탄 우유병을 흔들며 창밖을 보니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하다.
얼마나 더 내려야 이 장마가 끝이 날련지...끝도 없이 내리는 비를 보다가 오랫만에 봣다고 이뻐서 쪽쪽 빨거같은 미숙이에게 우윳병을 건넸다.
"이거 먹이고 같이 놀구있어 울면 티비켜고 같이 봐줘..금방 다녀올께..맛잇는 아구찜 먹을려면..참아라.."
"그래 언니 물 좋은거로 사다가 나 배터지게 먹을 수 있게 해줘.."
"근데 언니 형부 출장간데?"
"응 그런가바.. 삼박사일이라는데..나 없는 사이 형부오면 가방 챙겨놨다고 이야기 해줘라.."
될 수 있으면 마주치지 않으려고 허겁지겁 평화를 미숙이에게 맡기고 엘레베이터 문앞에 멀뚱히 서있었다.
언제나 평화를 유모차에 실고 가던 외출을 지갑과 우산만 덜렁 들고 나가려니 여엉 허전하다..유모차를 내가 밀고 간게 아니라
유모차에 내가 밀려간건가...
습관은 어쩔수 없는건가보다.
아래로 내려가보니 집안에서 보는거 보다는 굵은 빗발이 내리고 있었다.
영숙은 어려서부터 비가오면 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도시에서만 자라고 커버린 그녀가 유일하게 맨발로 땅을 밟을 수있는 기회는 비오는날 아스팔트를 맨발로 처벅처벅 걷는일..
그런데..그런 호기라고 해야하나..느닷없이 이 단지를 빠져나가기전에 맨날로 빗물을 첨벙거리고 싶은 마음에..슬쩍 고개를 좌우로 둘러보니..다행히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드물었다.
길옆으로 비키서서 신발 한쪽을 벗어 가만히 빗물 흐르는 바닥에 발을 내려놓았다.
시원하게 느껴지는 찬 촉감과 길바닥의 거친느낌이 발바닥 전체로 느껴진다...발가락 사이사이로 빗물이 들어와서 간지럽힌다.
어느 새 내 얼굴은 철없는 어린아니마냥 웃음이 흐른다..
그나마 한발은 중심을 잡는다고 벗지않고 한발로만 철벅철벅거리며 비란놈을 내 발로 장난을 쳐본다..
'에구..평화엄마 길거리에서 애마냥 장난을 다 치구있네..평화랑 같이 하지 평화는 어디다가 놓쿠선 혼자 재미보나? "
"깔깔깔~"
"민주엄마도 한번 해볼래요..시원하고 좋아요.. "
그냥 지나는 말로 한말인데...1102호 민주엄마 손을 휘져으며 잰걸음으로 도망치듯 가는 뒷모습을 봤다.
언제나 자로잰듯 빈틈없이 살아가는 민주엄마에게 나의 지금의 모습은 어떻게 비춰질까....
신발을 다시 신고 단지를 빠져나오며 장마라 바깥출입을 안해서인지 주변 풍경이 새롭기만 하다.
아직은 저녁찬거리를 준비하기엔 이른 시간이여서인지 슈퍼가 한산하다.
주섬주섬 찬거리를 사들고 보니 얼추 삼십분이 지난듯하다..
"왔다 갔을려나..."
삼십분정도는 더 버텨봐야지..
이것저것 보따리가 만만치않아 손가락이 하얗게 변해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했다.
이런 모양새로 커피숍에 가기도 그렇고 놀이터에 가기에도 날씨가 이렇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무어가 두려운건지 영숙은 그져 승진을 피할 생각뿐이였다.
그럴때마다 내 머리속엔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하며 넉두레를 늘어놓턴 엄마의 말을 생각한다.
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거다...절대 내 삶에서 도피가 아니다..스스로 배수진을 치는 수비수처럼 난 점점
단단해져가는 가슴속에 돌맹이에 돌을 하나 더 얹어 놓는다.
"형부는 왔다갔니?"
"언니 얼굴보구 간다고 기다리다가 가셨어 전화한데..."
아무말없이 주방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사온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이번엔 또 어떤 년이랑 놀아날까 하며 생각을 해봤다.
잘난것도 없는 놈이 여자복은 참 지지리도 많다..
어둑어둑 해져가는 밤이 다가오고 주방에선 달큰한 아구찜이
미숙이의 식욕을 땡기게 하는지 대충먹자는 아우성을 들으며
식탁을 차렸다.
네개뿐인 식탁의자에 언제나 한두자리는 먼지가 쌓일만큼
집에서 식사를 하는일이 드문 승진을 두고
단지 엄마들은 평화엄마는 복이라고 한다.
그네들은 밤이면 찬거리에 고민하고 모이면 오늘저녁 반찬을
무얼로 정하는게 관심사이다 보니 그런걱정 별루 안하고 사는
난 복덩이로 통한다.
아줌마들도 남편이 바람나서 집에 안들어와도 그게 복이냐고
목끝까지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토하고 싶다가도 손바닥이
손톱에 피가 날정도로 주먹을 움켜쥐곤 참았다.
"역시 언니의 음식 솜씨는 엄마가 물려준거야..맛있다!"
"언니 언니..아빠 아퍼서 누워 계시기 전에는 그래도 우리 참
잘살았는데 지금은 거지 다 됬다 그치?"
느닷없이 기울어가는 집안이야길 하며 저녁을 먹는 미숙이가
안쓰럽다.
이제 슬슬 결혼생각도 해 볼 나이지만 미숙이는 결혼이란 생각을
안해보는듯 하다.
아무래도 맏인 내 영향도 크리라.
살면서 잘살아 부러워서라도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항상 사네 못사네 이혼에..보여줄꺼 못보여줄거 다 보여주니 어린
동생이 결혼이란걸 해야하는지 의심스럽겠지..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있다.
오랫만에 온 이모덕인지 평화가 잘 폼이 아니다.
여기저기 쥐마냥 돌아다니며 일거리를 만들어서 저녁내내
날 지치게 하더니 미숙이와 목욕탕에서 한바탕 소동이 났는지
울고 불고 집안이 다 들썩거린다.
벽시계는 11시를 가리키고 평화의 가득 잠이 든 눈을 하고 칭얼거린다.
"평화야 이제 자자 엄마가 자장가 불러줄께.."
"자장 자장 우리아기
잘도 자네 우리아기
검둥개야 짖지마라
우리 아기 잘자게..
자장 자장 우리아기
잘도 자네 우리아기
삽살개야 짖지마라
우리 아기 잘자게.."
산후조리를 친정에서 하며 평화를 앉고 구벅구벅 조시며
손주 등을 투덕투덕거리며 불러주던 그 자장가를 내가
이렇게 불러주며 재운다.
가끔 곰인형을 눞혀놓쿠 되지도 않는 말로 자장가를 부르며
씨익 웃던 평화가 드디어 눈꺼풀이 내려앉았다.
"미숙이 너도 첫 출근하려면 일찍 자둬라 티비속으로 빠져들겠다"
"깔깔깔...언니 나도 한번쯤 티비에 나왓으면 좋겟서.."
'미친소리 작작하고 잠이나 자라..이 왠수야...하하하하"
오랫만에 동생과 웃어보는거라 그런지 집안 공기가 다 틀린거같다.
좀더 이야기 하자며 버티던 미숙이도 깔아둔 이부자리에서
곤히 잠이들고 평화도 침대 한켠에서 어떤 꿈을 꾸는지 입가에 미소가
살겹게 보인다.
노란불을 켜두고 살그머니 방문을 열고 나가서 주방으로 갔다.
언제나 .하는 일처럼 내 동선은 어둠속에서도 정확했고
뒷베란다에 숨겨둔 소주를 찾아 나왔다.
언제부터인가 술을 마실때 안주도 없이 앉아서도 아닌
서서 손에 잡히는 컵에 따라 마시는 버릇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조금 가득히 술을 따라 냉수마시듯 벌컥 마시곤 쓰윽 입주위를
닦아내곤
싱크대문을 열어 소주병을 뒤로 숨겨두웠다.
저녁에 밥숟가락을 어설프게 내려놨는지 내려가는 술이 위장을
긁는듯하다.
"자야지...자는게 시간이 빨리 가는거야...몇시간은 아무생각없이
자야지..절대로 깨지도 말아야지......."
현관문을 둘러보고 휘적휘적 캄캄한 집안을 귀신처럼 왔다갔다
정리하곤 방문을 여니 평하도 미숙이도 깊이 잠이 든거 같다.
"자야지...자는게 남는거야...자야지...'
나도 모르게 입에서 주문처럼 나오는 말들을 자장가 삼아 평화
옆에 누웠다.
밤이면 찾아오는 불면증을 술로 던져버리는 내 습관이 잘못된
것인지 조차 가늠못하고 아무생각없이 살아가는 내 모습이
불현듯 떠올라 쓴물이 올라오지만 그래도 자야 했다.
내일이 빨리 가기를 위해서...
깨고 싶지 않은데 자꾸 눈이 떠지려고 한다..
자야한다고 다짐을 하면서 이불속으로 파고들지만
그럴수록 이상한 느낌에 미숙이 자는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는
순간 내 동공은 헐떡거리는 한남자의 시선과 마주쳤다.
입에선 비명조차 나오지 않고 점점 커져가는 눈으로 남자와 눈이
오랜시간동안 마주치고 있었다.
온몸이 경직된 상태에서 내가 유일하게 할 수있었던 말은
"평화아빠 거기서 뭐하는 거에요?"
"아니...그냥...쿨럭쿨럭.............."
바지춤을 잡고 일어나는 승진을 쳐다보다 벌떡 일어났다.
자는 미숙이의 아랫도리가 훤하게 들여다 보였다.
무언가에 묶여있는것처럼 옴싹달싹 안되는 몸을 일으켜
미숙이에게 다가가 아랫부분을 만져보았다.
"이럴수가....이럴수가........."
이럴수는 없는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