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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 ]3. 전생을 기억하는 여자


BY 영악한 뇬 2003-09-14

 

 

- 성은의 전생 회상 테마곡 나옵니다. 음악이 싫으신 분들은 볼륨을 줄이시구요....

 

 

. 영혼을. 쉬게. 할 .수. 있는. 것은 .살아. 숨 .쉬며. 행복해. 하는. 그를. 만나는. 것이다.

삶이. 정지되어. 버린. 영혼.

이승과. 저승 .사이

현생과. 전생 .사이

시간과, 시간 사이에 끼인 내 영혼은 정지된 시간의 틈 사이에서 내 심장을 뚫어버렸던

 그를 다시 만나게 되기만을 기다린다…

 

 

3. 전생을 기억하는 여자

 

 

“ 자..이제 당신은 2000년 전 당신이 살던 시대로 돌아갑니다. “

 

닥터 한은 레코드를 눌렀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였습니까?. “

 

“나는 비류 백제 관미성의 성주였어요……”

 

“당신 주위로 무엇이 보입니까? “

 

눈을 감은 채 전생 최면속에 들어 있던 성은이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흘렸다.

 

“ 고구려 놈들이 쳐들어 왔어요..

 

나의 검 아래 수많은 사람들의 목이 잘려나가요…..피가…피가…내 온몸으로 튕겨 올라요…..

흐흐흑…..”

 

최면속에 들지 않은 상태에서도 성은은 전생의 모든 기억을 샅샅이 기억하고 있었지만

 

성은이 입을 열어 말을 하는 때는 오직 전생 최면 속 뿐이였다.

 

성은을 치료해온 닥터 한,  역시 처음에 성은이 환자로 병원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그녀가 들을 수는 있어도 말을 할수 없는 벙어리라는 것에 적쟎아 놀랐고

 

 

전생 최면에 들어섰을 때는 말을 하는 성은을 보며 너무나도 놀라워 했었다.

 

닥터 한은 성은을 만나면 만날수록 , 그녀의 전생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의 정체에 대한 의구심이 끊임없이 솟아올랐다.

 

그러한 의구심은 늘 정해진 최면 시간을 넘기게 만들곤 했었다

 

치료를 위한 성은과의 대화는 늘 이런 식으로 최면 속에서 먼저 이루어졌다.

 

어쩌면, 성은이라는 여자는 인격장애를 겪고 있는 것인지도 , 아니면 그녀의 말처럼

 

정말 전생의 모든 일을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헉! 적군들이 나의 성을 에워싸고 있어요….! 우리 군대는 모두 전멸하였다…! 헉..헉…헉…

피해라! 천문 ! 너 만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난…내 성을 지키겠다. 어서 가랏! “

 

 

히이잉~ ! 어디선가 울부짖는 말의 울음 소리가 들리는 듯 , 닥터 한은 너무나도 생생한

 

성은의 음색과 말투에 전신이 오싹해졌다

 

성은이 거칠게 숨을 내쉬며 부들 부들 떨자. 성은의 전생을 이끌어 내며 녹음을 하고 있던

 

닥터 한은 잠시 망설였다.

 

이대로 깨워야 하는가?…이대로 그냥 두면 .쇼크 상태에 빠질텐데….

 

이 환자의 전생 기억은 한자도 빠지지 않고 꼭 같았다.

 

마치 자신의 일기장을 수십 번 그대로 읽어 내리는 듯 …..

 

엄청난 자기 최면이였다

 

그러나, 닥터 한은 처음서부터 그녀의 전생 기억을 믿지 않고 있었다.

 

가끔, 그러나 종종 많은 환자들이 자신이 공주였다거나 또는 자신이 고대의 첫번째

 

왕이였다거나 하는식의 자기 최면에 의한 거짓된 기억을 마치 전생의 기억인양 기억을

 

만들어 갈때가 있다. 그것처럼 . 성은의 기억 역시 만들어낸 상상일 뿐이지 않을까?.

 

닥터 한은 자신의 본능이 감지하는 성은에 대한 초시간적인 느낌을  애써 부정하고 있었다

 

“ 성을 어서 빠져 나오세요 !!!!“

닥터 한은 강한 어조로 위험한 순간에서 빠져 나오기를 유도 했다

 

급격하게 떨리던 성은의 몸이 다시 평안해지는 듯 떨림이 멈추고 한동안 말이 없다.

 

아마도 성은은 자신이 성주로 살던 시대로 다시 빠져들고 있는 것일 것이다.

 

 

 

서기 500년 삼국시대.  비류 백제 관미성 근처 마을

고구려 군이 쓸고 간 마을은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였다

 

마을 아낙네의 옷차림으로 변장한 성주는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불에 타버리고 시체 더미가 쌓인 마을을 지나고 있었다.

 

성주의 청 검도 어디선가 잃어 버리고 애마도 고구려 놈들의 칼을 맞았다

언듯 보기에 성주의 모습은 부상당한 불쌍한 여인네에 지나지 않는다

성주는 자꾸 흐려지는 정신을 어느 순간 그대로 놓고 말았다.

 

 

 

성주가 눈을 뜬 것은 전쟁터 의원의 개인 막사.

“ 이제 정신이 좀 드시오? “

 

단아하고 따듯한 목소리에 인자한 눈빛으로 성주를 내려다 보고 있는 의원.

 

“ 여기는…”

“ 여기는 임시 막사요…부상당한 군사들을 치료하고 있소”

 

성주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 당신은! 고구려 인! “

 

소스라치게 놀라는 성주. 순식간에 피묻은 수술용 단검을 낚아채며 의원의 목에 갖다댔다.

그러나. 내공의 기가 모두 빠져나간 성주의 다리가 바들 바들 떨렸고 검을 잡은 손까지 부르르 떨리는 것이 아닌가?.

 

“ 나를 베는 것 보다는 나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이로울 것이요

검을 거두시오. 나는 의원일뿐 국사는 모르오 “

 

‘ 나를 이용하라니 ! ? ‘

 

도대체 이 자는 무슨 소리를 하는것인가?. 심중을 알아챌수 없는 의원의 말에

매서운 눈초리로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며 서 있던 성주는 기운이 빠지며 그만 털석 주저앉아 버렸다.

 

그를 벨 생각은 애시당초 없었다.

성주가 베고 싶었던 것은 단지 고구려 인이였다.

 

그때였다.

막사의 문이 벌컥 열리고 달려 들어오는 의생 .

 

“나으리 난립니다 난리…

 관미성의 모든 목숨을 베었으나

 성주의 시체만을 찾을길이 없다고 합니다.

 

 관미성의 여성주가 아주 악날해서 고구려 인을 산채로 귀를 자르고

창자를 꺼집어 내 말들에게 던져주고 자른 머리는 나무에 걸어 놓는다고 하던데…

혹시라도 그 악랄한 년이 온조 백제에 힘입어 다시 군사를 회복한다면 …

에그…쯧쯧 ..또 얼마나  무고한 고구려인들이 죽어 나갈지…”

 

무고한 고구려 백성?!

성주의 분노가 울컥 솟아 올랐다.

무고한 백제의 백성이다 이 목을 칠 놈아!

 

한순간. 성주의 살기 띤 눈빛이 흐트진 앞 머리카락 사이로 번뜩였다.

 

의생은, 의원의 개인 막사 안에 누워있는 여인네를 의아한 듯 쳐다보며 한발자국 한발자국 여인네를 향해 다가섰다

 

같은 순간.

침상 아래로 쳐져있는 성주의 소매자락으로부터 비밀스럽게 내려와

성주의 손가락 사이에 잡히는 독침!

 

‘ 이제 한치만 더 가까이 오면 너는 죽은 목숨이다. ‘

 

의생의 얼굴이 바로 한치 앞에 까지 다가오는 순간.

은밀하게 독침의 위치를 공격자세로 바꿔 잡는 성주,!

 

 

 

“ 으악! 의..의원님. 저자가 … 바로 …!! 관비성의 성주입니다 “

 

성주를 알아본 의생은 공포에 휩싸여 소리를 질러대는 의생. 뒷걸음질 치며 우다당 꽝! 엉덩방아까지 찧는데…

 

바로 성주의 독침이 놈의 인중을 향해 일격을 가하려는 찰나이였다! 

“ 네. 이놈! “

의생을 향해 매서운 호통을 치는 의원

 

“ 의원님……”

 

“조용히 하지 못하겠느냐?! 네 눈에는 이 여인이 성주로 보이느냐?!

내 눈에는 부상당한 한낱 연약한 여인네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

 

매서운 의원의 호령에 도리어 놀란 의생. 의생이 말하는 뜻이 무엇인지를 바로 알아채며 자신의 손으로 입을 틀어 막는데…

 

“ 너는 의생이 아니더냐?!! 대체 환자에게 고구려인이  어디있고 백제인이 어디있단 말이더냐?!

환자는 환자일 뿐이다.

소란피우지 말거라. 그리고…지금 이자리에서 네가 본 것은 막사를 나가는 즉시 잊어라”

 

“ 예…… 하지만… 저…저 여인네 조심하셔야 합니다. “

 

 

의생은 덜덜 떨며 뒷검음질 쳐 의원의 막사를 도망가듯 빠져 나갔다.

 

 

 

“ 관가에….나를 …이를수도 있었소… 무슨 속셈으로…….”

 

의원의 의심스러운 행동에 성은은 쌍씸지를 치켜세우며 물었다.

그의 진심이 뭐란 말인가?.

 

“ 내 눈에는 자네가 부상당한 환자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자네도….참으로……..”

젊은 의원은 말 끝을 흐리며 성은을 바라보았다

“ 기구한 인생이네…..”

 

 

얼마후,

의원은 성주의 얼굴에 말라붙은 핏자국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 내가 ..두렵지 않소?!  내가 검을 들면 반드시 목숨이 베어져 나가오“

“…….”

“ 나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소이까?.  나,,,나는…고구려인들이 치를 떠는…..”

“ 상처가 아물면, 말없이 떠나주면 된다. 그리고…다시는 …성주로 살지 말아라…권력이란…야속한 것이라…늘 피를 부르지…..자네, 역시 아름답게 한 평생 살기 위해 태어난 생명이 아니였던가? “

“ 의….. 의원 “

 

 

아름답게 한평생 살기 위해 태어난 생명이 아니였더냐……..

의원이 던진 그한마디는 성주의 독하게 굳어져 버린 심장에 따듯한 온기가 되어 파고 들었다.

 

 

“ 당신을….. 너무도 깊이 연모했습니다. 권력의 야욕에 귀도 멀고 눈도 멀어 있던 나를 당신이 살려주었습니다.

한 평생 아름답게 살기 위해 태어난 생명이 수많은 한민족 백성들의 목을 쳐댔습니다….흐흐흑….”

 

고백하듯 감은 눈 밑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는 성은

최면속에 든 성은의 눈물을 보면서

갑자기, 닥터한은 성은에게 의술을 베푼 그 2000년 전의 의원이 어떻게 됐는 지 궁금해졌다.

닥터 한은 성은에게 의원에 대해 물었다.

 

“ 당신이 연모한 그 의원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닥터 한의 주문이 떨어지자 성은은 고통스럽게 가슴을 쥐어뜯기 시작했다

“ 성은씨! “

당황한 한 박사가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