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과 초록색의 물감을 흩뿌려높은 듯한 산과 들
그 아래, 논과 밭.........모둠모둠 작은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 있었다.
사람들이 ‘소똥골’ 이라 불리우는 한 시골마을이
영은이가 태어난 곳이었다.
소가 똥을 많이 사서 붙혀진 이름인지는 몰라도,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소똥골이라면 다 통했다. 그러나 마을에 소를 키우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영은의 집은 그 마을에서 제일 윗동네였다. 앞에는 냇가가 흐르고 뒤에는 온통
산과 들뿐이었다. 좀 외로이 떨어진 세집중 가운데집이었고, 소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영은은 또래에 비해 작아서 아무도 열다섯이라고 보지 않았다.
남동생 둘과 함께 집과 떨어진 냇가로 향하고 있었다.
열두살짜리 영칠은 방망이를, 두 살 아래인 영수는 비누각을, 영은은 빨래감이
든 대야를 들고, 그들 뒤를 걸어 가고 있었다.
영은은 늘 빨래를 냇가에서 했다. 물세가 많이 나온다는 집안 형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동생들이 냇가에서 노는 것을 재미있어 했기 때문이었다.
영은은 늘 하던 그 자리, 평평한 큰돌이 있는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아버지의 바지부터 비누칠을 하기 시작했다.
비누칠후, 치대어서 뗏물을 빼내어 영수을 주면, 영수는 장난감 갖고 놀듯 그 옷을 깨끗이 헹구어 주었다.
-영수야 영칠이 형아 못 봤니?
자신의 앞에 방금전 까지 있던 영칠이 보이지 않았다.
-몰라. 아까 저쪽으로 올라가던데.
영은은 영수가 가르키는 쪽을 둘러 보았다.
물이 흐르는 둑위로, 이름모를 수풀사이로 영칠의 웃는 모습이 겨우 보였다.
-너 거기위에서 뭐하니? 미끄러지면 큰일 나니까, 얼른 내려오지 못해.
-알았어
영은은 다시 빨래를 시작했고, 영칠은 내려오기는 거녕 바지를
내리고 흐르는 냇가를 향해 오줌을 누고 있었다. 혼자서 키득키득 웃으면서.
-영칠이 너, 정말..........장난칠래. 누나 빨래하는거 안 보여. 그위에서 오줌 누면 어떡하자는 거야. 어휴 내가 못 살어.
영칠의 웃음소리에 일어난 영은
그제서야 영칠은 바지를 재빨리 올리고, 급히 내려오다가 미끄러지면서
그곳과 이어진 냇가에 철거덩 빠지고 말았다.
-하하하하......형아! 벌 받았다.
-얌마, 넌 뭐가 웃겨. 아파 죽겠는데........
그러던 영칠은 영은의 곁으로 슬며시 다가왔다.
-미안해. 누나야, 근데 옷 다 베려서 어떡하지.
-어떡하긴. 옷 벗어서 빨고, 집에 가서 새옷 갈아 입어야지.
-여기서. 창피하게 시리. 집에 그냥 갈래.
집에 가려는 영칠의 팔을 붙든 영은
-알았어 그럼, 팬티만 입고 다 벗어. 얼른.
-어휴......알았어.
귀찮은 영칠의 말투. 그리고 은근히 웃으면서 , 냇가안으로 영은을 세게 끌여 당기는 바람에 영은도 물안으로 빠지고 말았다.
-하하하, 누나도 빠졌다.
다시 영수가 웃었다.
-서영수?! 너 진짜..........누나랑 한번 해 볼래.
영은은 겨우 일어서서 영칠에게 물을 뿌리고, 영칠도 질세라 물을 마구 마구 뿌렸다.
-어 누나! 큰일났어. 저기 좀 봐.
누나와 형의 물장난을 구경하던 영수는 저편에 흘러가는 빨래 하나를 발견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외치고 있었다.
-어, 어 안돼는데.........
그러면서 영은은 그 빨래가 내려가는 쪽을 급히 뛰어 가고 있었다.
그런 누나를 바라보는 영칠과 영수는 또다시 웃기 시작했다.
냇가의 시원함에 잔뜩 젖은 그들 형제들은 7월의 한낮 더위도 잊으며 그렇게 즐겁게 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