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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골........7월의 냇가


BY 엄지공주 2003-07-21

 

푸른색과 초록색의 물감을 흩뿌려높은 듯한 산과 들

그 아래, 논과 밭.........모둠모둠 작은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 있었다.



사람들이 ‘소똥골’ 이라 불리우는 한 시골마을이

영은이가 태어난 곳이었다.


소가 똥을 많이 사서 붙혀진 이름인지는 몰라도,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소똥골이라면 다 통했다. 그러나 마을에 소를 키우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영은의 집은 그 마을에서 제일 윗동네였다. 앞에는 냇가가 흐르고 뒤에는 온통

산과 들뿐이었다. 좀 외로이 떨어진 세집중 가운데집이었고, 소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영은은 또래에 비해 작아서 아무도 열다섯이라고 보지 않았다.


남동생 둘과 함께 집과 떨어진 냇가로 향하고 있었다.

열두살짜리 영칠은 방망이를, 두 살 아래인 영수는 비누각을, 영은은 빨래감이

든 대야를 들고, 그들 뒤를 걸어 가고 있었다.



영은은 늘 빨래를 냇가에서 했다. 물세가 많이 나온다는 집안 형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동생들이 냇가에서 노는 것을 재미있어 했기 때문이었다.


영은은 늘 하던 그 자리, 평평한 큰돌이 있는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아버지의 바지부터 비누칠을 하기 시작했다.


비누칠후, 치대어서 뗏물을 빼내어 영수을 주면,  영수는 장난감 갖고 놀듯 그 옷을 깨끗이 헹구어 주었다.



-영수야 영칠이 형아 못 봤니?

자신의 앞에 방금전 까지 있던 영칠이 보이지 않았다.


-몰라. 아까 저쪽으로 올라가던데.


영은은 영수가 가르키는 쪽을 둘러 보았다.

물이 흐르는 둑위로, 이름모를 수풀사이로 영칠의 웃는 모습이 겨우 보였다.


-너 거기위에서 뭐하니? 미끄러지면 큰일 나니까, 얼른 내려오지 못해.

-알았어


영은은 다시 빨래를 시작했고, 영칠은 내려오기는 거녕 바지를

내리고 흐르는 냇가를 향해 오줌을 누고 있었다. 혼자서 키득키득 웃으면서.



-영칠이 너, 정말..........장난칠래. 누나 빨래하는거 안 보여. 그위에서 오줌 누면 어떡하자는 거야. 어휴 내가  못 살어.

영칠의 웃음소리에 일어난 영은


그제서야 영칠은 바지를 재빨리 올리고, 급히 내려오다가 미끄러지면서

그곳과 이어진 냇가에 철거덩 빠지고 말았다.


-하하하하......형아! 벌 받았다.

-얌마, 넌 뭐가 웃겨. 아파 죽겠는데........



그러던 영칠은 영은의 곁으로 슬며시 다가왔다.


-미안해. 누나야, 근데 옷 다 베려서 어떡하지.

-어떡하긴. 옷 벗어서 빨고, 집에 가서 새옷 갈아 입어야지.

-여기서. 창피하게 시리. 집에 그냥 갈래.


집에 가려는 영칠의 팔을 붙든 영은

 

-알았어 그럼, 팬티만 입고 다 벗어. 얼른.

-어휴......알았어.

귀찮은 영칠의 말투. 그리고 은근히 웃으면서 , 냇가안으로 영은을 세게 끌여 당기는 바람에  영은도 물안으로 빠지고 말았다.


-하하하, 누나도 빠졌다.

다시 영수가 웃었다.


-서영수?! 너 진짜..........누나랑 한번 해 볼래.

영은은 겨우 일어서서 영칠에게 물을 뿌리고, 영칠도 질세라 물을 마구 마구 뿌렸다.


-어 누나! 큰일났어.  저기 좀 봐.

누나와 형의 물장난을 구경하던 영수는 저편에 흘러가는 빨래 하나를 발견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외치고 있었다.


-어, 어 안돼는데.........

그러면서 영은은 그 빨래가 내려가는 쪽을 급히 뛰어 가고 있었다.

그런 누나를 바라보는 영칠과 영수는 또다시 웃기 시작했다.



냇가의 시원함에 잔뜩 젖은 그들 형제들은 7월의 한낮 더위도 잊으며 그렇게 즐겁게  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