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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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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모마일 2003-07-24

"어디 있다가 지금 오는거야....?"

 

우현이완 10시쯤 헤어졌다.

비디오방에서 나와 바로 헤어진 거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날 향해 날 많이 기다렸다는 얼굴의 엄마였다.

또 미용실을 다녀왔는지 머리모양이 바뀌어져 있었다.

한달내 몇번을 들락거리는지......머리칼이 잦은 염색 탓으로 바스라질 지경이였다.

 

"넌 아무리 내가 엄마같지 않아도......묻는 말에 대답정돈 해......"

아무런 대꾸 없이 방으로 향하는 내게 쿠션을 집어 던지는 엄마였다.

"뭐가 알고 싶은건데.......?"

".....큰집에서 뭐래.....? 왜 부른거야...?"

"....유학가래......대학을 거기서 다니래.....알아서 해준다구....."

"뭐.....?누가 ...?아빠가 그러디.....?"
"아니.....사모님.....유학가서 돌아오지 말래.....결혼도 거기서 하구.....다 알아서 해준데...."
"......지들이 뭔데....지랄들이야....."

"그렇게 한다구 했어......방학하면 바로 수속 밟아서 어학연수 갈꺼야......."

"야.....!네 어미가 누군데 그래.....?넌 내딸이야 지금 누구 말을 듣겠다는 거야....?"
갑자기 언성을 높이셔 눈에 쌍심지를 켜는 엄마였다.

기막혔다.

네어미....?

내딸...?

누가....?

내가.....?

내 시선에서 뭘 느꼈는지 엄마가 쇼파에서 일어서더니 내게왔다.

 

"너 내가 너한테.....히스테리 자주 부린다고.....그게 정말 엄마의 진심이 아닌줄은 알지...?내가 이런 기막힌 상황 다 참고 살아가는것 .....너 하나 보고 산다는것 알지.....그지 인희야...응.....우리 이쁜아기...."

 

"......비켜....역한 냄새나...."

안으려던 팔을 뿌리치는 날 보며 엄만 상처 받은듯한 얼굴을 했다.

내가 또 속을줄 알고......

이젠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저렇게 가면쓰고 연기하는 듯한 얼굴.......

지금도 엄만......

바닥에 쓰러진체.....아주 연약한......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으로 엎어져 있었다.

난 이제 그렇게 어리지 않다.

저게 진심인지 연극인지.......

엄마가 날 붙잡고 있는건.......아빠와의 연결고리가 나니까 그래서 였다.

내 느낌이지만......

한번도 아빠라고 입밖에 내본적은 없지만........내가 중학교을 졸업할 무렵부터 아빠는 전과 달리 내게 좀 다른 애정을 보여 주고 있었다.

티나게 하는 일은 없지만........

윤수 언니 말론 자기 핏줄중에 그래도 착실하다고 평할 자식은 나 하나라고 생각한다는 거였다.

자기도 큰집 언니 오빠도 모두 삐딱하게 비뚤어져 있는데.......나만 착실히 보통의 아이처럼 잘 지낸다고 했다는 얘길 전에 윤수언니에게 얼핏 지나가는 말도 들은적이 있었다.

 

그래서 일까......?

엄만.....큰집의 작거나 큰 일이 있으면 늘 날 보냈다.

싫다고 발버둥치고 악쓰는 날 ......

자꾸 말 안들으면 고아원에 쳐 넣고 멀리 사라져 버리겠다는 말을 앞세우던 어린날 부터 요즘은.....쥐도 새도 모르게 술집에 팔아버리겠다는 협박까지 하는 엄마였다.

그러면서......

이쁜아기 라구.....?

내가 살아가는 이유라구......?

가증스러웠다.

이미 엄마의 속보이는 연기에 속는 내가 아니였다.

여우는 아니더라도......이젠.....엄마에게 연연해 하지 않는 나였다.

오히려 엄마가 없는 곳에서 살고싶은 나였다.

더이상 엄마에게 이용당하고 싶지 않았다.

 

내 방문이 닫히는 순간.....

무언갈 집어던졌는지.......쾅쾅거리는 소리가 여러번 났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방문을 잠그고 전화기를 들었다.

은주이모의 전화번호가 몇번이였는지.....

신호가 왜 이리 더디게 느껴지는건지.....

 

"여보세요....?"

바로 이모가 받았다.

가게가 한창 바쁜시간일 텐데.....

 

"집으로 와줘.....엄마가 또 시작이야......빨리 빨리 와.....이모 빨리와 응...."

"무슨일인데....?왜 그러는 건데.....?"

"몰라......이모 나 무서워.....빨리와 .....응....?"

"그래 알았어......문잠그로 나가지 말고 있어......알았지.....?"

"응....."

 

침대로 올라가 제일 두꺼운 이불을 꺼내 덮었다.

아무소리 들리지 않게.....제발 아무소리 들리지 않았으면.......

엄마의 히스테리는 .....아무도 몰말렸다.

무언가 챙강거리는 소리가 들린듯 한데......짐작이 안갔다.

 

 

공포였다.

엄마의 발작은.......

자기 화를 스스로 가누지 못해......폭발하는 엄만 무서웠다.

내게 직접적으로 폭력을 휘두르거나 날 건드린 적은 없지만......

난 엄마가 무서웠다.

아주 어릴때.......5.6살 이였던가....?

유치원에 다녀온 어느날 이였다.

어릴때 부터 같이 살다시피한 은주이모가 내준 수박을 먹고있던 한 여름이였는데......

샤워 한다고 욕실로 들어갔던 엄마가 온몸 여기저길 유리로 찍힌 몸을 하고 나왔다.

피가......새빨간 선홍의 피가 하얀 엄마의 온 몸 여기저기에서 흘러 내리고 있었다.

은주이모의 날카로운 음성이 들렸고.....

장식장의 와인잔을 깨트려 몸 여기저기를 찔러대는 엄마의 모습은 신들린 무당마냥......신이나 있었다.

아빠가 며칠 찾아보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자길 감히 내 버려 둘수 있냐며......

무서워서 넋이 나가있는 날 은주 이모가 방으로 데려갔다.

나오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선......이몬 밖으로 나갔다.

이모가 나가자 마자 난 따라 나섰다.

혹시 엄마가 죽을까봐......

그럼 난 어떻게 되는건데.....?

어린맘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엄마의 히스테리 발작을 난 자라면서 여러번 보게 되었지만.......

오늘 처럼 .....난 늘 공포스러웠다.

엄마가 미칠까봐......

아니 엄만 이미 미쳐 있었다.....

 

은주이모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같이 왔는지.......남자의 목소리도 들렸다.

이모의 가게일을 봐주고 있는 윤 아저씨인가 보다.....

엄마가 내 방으로 무언가를 던지면서 이모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저게.....키워준 공도 모르고.......지 엄마가 누군게......누가 절 세상에 있게 한건데.....지가 감히 날......다른 사람도 아닌 지엄말......불쌍히 여기지는 못할 망정.......저 미친게....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었지......'

 

더이상은 들리지 않았다.

아까 꺼내먹은 진정제가 여러알이여서 인지......정신이 혼미해져 갔다.

나 이러다 약물중독 되는건 아닌가 몰라.......

생에 미련이 없다고 하면서도......

순간순간......끝까지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왤까.....?

눈물 방울 하나가 또르르 베게로 흘렀다.

 

우현이가 생각났다.

우현이라면 날 이 상황에서 구해줄 수 있을까....?

신데렐라가 ......마법의 구두로 왕자를 만났듯이.......

아님 머리칼로 왕자의 구출을 받은 라푼젤 처럼......

생각이 정리가 안되었다.

공중위로 붕붕 뜨는 기분이였다.

오늘 삼킨 약이 모두 몇알이였지......

손에 잡히는 데로 다 삼켰는데.....

물도 없이 삼킨 약이.....이리 술술 잘 넘어가다니.....

난 아마 나중에 죽을때도 약발이 잘 받을지 몰라.......

 

방과후 였다.

난희가 화 풀라며 피자를 쏘겠다고 했지만 어제 엄마와의 일도 있고 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섰는데......

뭔가 이상했다.

변한것은 없는데.......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원래 빈집이였던 상황이 많긴하지만.......

어제 링겔을 맞고 잠들었던 엄마였는데......

인기척이 없었다.

오늘 아침 까지만 해도 방에 누워있었는데.....

 

물을 한컵 마시려고 들어간 주방이였다.

지펠 냉장고 앞에 파란색의 메모가 붙어있었다.

 

"인희 보거라......

 

지금까지 내가 널 너무 많이 힘들게 하고 괴롭힌것 같아 미안하구나......

여기서 엄마가 널 놔주어야 될 것 같아.....

큰집에서 널 어여쁘게 봐주는것 같아 다행이야......

넌 엄말 많이 원망하겠지만.....

엄마가 네게 많은 잘못을 하긴 했지만......그래도 엄만 널 사랑했어.....

늘 네가 내 옆에 있어주서.......마음 든든했었거든.....

이젠......널 놔줄께......

엄말.....찾지마....."

 

 

기막혔다.

늘 날 버리고 나가겠다더니.....

정말이였네.....

어제 한번 반항한것 뿐인데......

자긴 내게 매번....말의 폭력 휘두르면서.....

난 단 한번인데......

어제 첨 이였는데......

 

눈물이 나옴 안되는데.....

정말 모질지 못한 년........

독하지 못한 년......

의지가 약한 서인희 ......그게 바로 나였다.

 

내게 첨으로 보낸 편지가 고작 이거란 말야........

첨으로 내게 쓰는 편지가 ......

날 버리고 나가겠다는 얘기란 말야....

 

저녁에 은주이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몬 알고 있었는지.....

내게 별다른 말은 않고 있었다.

단지 문단속 잘하고 자라는 말 뿐이였다.

나도 아무런 말도 묻지 않았다.

엄마가 어디로 갔는지......

정말 나간건지.....

묻지 않았다.

 

밤이 되자.....

자꾸 문쪽으로 신경이 갔다.

언제가쯤......문 따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인희야 놀랐지......엄마가 장난한거야.....

엄만 한번도 내게 그런 장난 한적 없었지만......이번만은

제발......장난이라고 문 열고 들어와 준다면.....

난 어젠 내가 정말 잘못했다구.....

이제부턴 엄마 말 잘듣고.....착한 딸 될거라구 말할텐데.....

엄마가.....엄마가 들어와 준다면......

난 정말 이젠......잘 할수 있을텐데......

 

엄마가......돌아와 준다면.....

난 정말 잘 할수 있을텐데....

정말 잘 할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