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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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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361

......


BY 카모마일 2003-07-07

언제 부터 마셨는지.....

난희와 헤어져 들어온 집은 온통 술냄새였다.

늘 겪는 일이라 ......무심히 지나쳤지만.....

오늘은 왠지 ......신경에 거슬렸다.

심신이 많이 피곤하고 지쳐 있어서 일까.....?

 

거실 여기저기에 돌아다니는 소주병.....

바닥에.....카펫에 까지 흐트러져 있는 안주며......술을 쏟았는지...여기저기가 끈적거렸다.

열려진 안방 침대에 몸을 아무렇게나 던져 누운.....엄마....

정말 역겨웠다.

왜 저러고 사는 건지.....

왜 내게 저런 모습만 보여 주는 건지....

소리라도 왁 하고 질러 대고 싶었다.

 

벽시곈......6시를 조금 넘어서고 있었다.

충동적이였다.

문수에게 삐삐를 쳤다.

먼저 만나자고 한적이 없는 난데.....

사실 학교 밖에선 따로 만나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저 내게 관심을 두는 남자애라는 정도....

 

바로 전화벨이 울렸다.

옷만 간단히 갈아입고 나갈준비가 다된 나였다.

 

"여보세요......?삐삐 치신분......."

"나야.....서인희....어디야...?"
"서인희....?너 정말 인희 맞아.....?"
많이 놀란듯.....목소리 떨림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만날수 있어....?지금..."
"지금...?그럼.....어딘데 너 말만해 금방갈께...."

".....20분 뒤에 대학로에서 보자......너 잘가는 데가 어디야....찾아갈께..."

"20분.....나 여기 신촌인데....너 있는데가 어딘데...?"

"......청담동....."

"그럼 신사역에서 보자......그게 더 빠를것 같은데...."
"거긴 안돼.....못나오면 관둬.....담에 보자..."

"야 서인희.....! 인희야...!"

 

전화기를 내려났다.

정말 화가 났다.

모처럼 기횔 주려 했더니.....

주방으로 가서 얼음을 꺼내 물었다.

와드득.....씹었는데도......마음속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내가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이 너무 맘에 들지 않았다.

빨리 오라고 전화한 은주이몬 아직이다.

정말 어떻게라도 하지 않음 미칠것 같은 상황이였다.

 

방으로 들어와서 수첩을 뒤졌다.

전화번호 적는난에......올려져 있는건 단두개....

정난희와...,김문수 였다.

둘다 지금 나의 불꽃을 꺼트려 줄수는 없고.....

누구 없을까....?

 

그때였다.

순간 스친 이름....

강우현....

그때 옥상에서 아무말 없이 내려오는데 우현이 자기 삐삐번호를 적어 내게 건네주었던 것 같다.

그게 어디 있을까....?

버리진 않았던것 같은데.....

손이 바빠졌다.

교복 치마에 그냥 두었던것도 같은데....

갈아 입는 교복이 두벌씩 있었다.

하루 입은걸 다시 입는건 싫기에.....

이틀에 한번씩 오는 일하는 아줌마가 나보고 결백증 있냐고 몰아부치기도 하지만.....

암튼 한번 입고 나갔던 옷은 다시 입고 싶진 않았다.

 

한참을 찾은후에 .....생각이 났다.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으면서 내내 신경이 쓰였던 메모.....

버릴려고 ....쓰레기통에 까지 들어갔다가 나온 작은 종이 조각.....

다이어리에 넣어 두었다.

왜 였는진......모르겠지만.....

그랬던것 같았다.

 

파란수첩 한 귀퉁이를 반듯이 찢어 .......반듯한 필체로 적혀있는 번호.....

시간이 없다.

전화기를 가져와 바로 눌렀다.

 

한 일분.....

문수와 마찬가지로 바로 벨이 울렸다.

 

"서인희....?"

헛......

난줄 어떻게 알고......

"호출 했으면 말을 해야지.....무슨일이야...?"

"난줄...어떻게 알았어....?"

묻지 않을수 없었다.

 

"그 번호 가르쳐 준건 너 하나거든....."

"뭐...?말도 안돼.....너 다른 친구들하고도 삐삐 주고받던데....."

"두개야....너 가르쳐 준건.....아무도 몰라......만날까...?"

 

앞뒤 말,머리 모두 자르고.....

거두절미 하게 말하는 우현인 학교완 달랐다.

 

"그냥 호출한건 아니잖아....?"

"........너 다른 애들한테도 이런식이야....?상당히 건방져 보이는데...."
"나한테도 공주대접 받길 바라는건 아니지 ?설마......말했잖아 네 주위의 어둡잖은 녀석들과 같이 생각말라구.....잊었어....?"

기막혀서.....

진짜....어느게 진짜 강우현 일까....?

학교선.....완벽한 범생이 타입인데.....

 

"어디로 나올거야...?싫음 끊구..."

"............너 있는데 어딘데......내가 그리로 찾아갈께..."

"여기 집인데.....집으로 오겠다구...?우리집 어른들.....너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계신데....괜찮겠어...?"

"................"

"...ㅋㅋㅋ......중간에서 보자.....레인보우 알지....?사거리에 있는 이층집.....알아..?"

".......알아..."

"10분뒤에 거기서 보자.."

 

왠지 놀림을 당한것 같은 기분이였다.

괜히 호출을 한것 같았다.

방에서 나오면서 본 거실의 흐트러짐.....

다시 맘속이 뜨거워 졌다.

은주이몬.....오다가 사고라도 났는지.....여태 감감무소식이였다.

 

레인보우엔 우현이 먼저 나와 있었다.

학교에선....단정히 빗은 머리인데.....

앞머릴 아무렇게나 빗은듯.....조금은 흐트러져 있는 모양이였다.

물빠진 청바지에 다크블루의 티......

각져 보이는 옆선이.....다른이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매력이 있었다.

 

"뭐해.....?왔으면 앉지...."

앞자리에 앉으려는 내게 우현인 자기 옆의 쿠션을 치우며 옆자릴 가리켰다.

순간 당황하는 얼굴을 봤나보다.

우현인 웃었다.

소리 안나게.....크크 거렸다.

무시하며 앞에 앉으려는데 다리로 탁자를 의자에 바짝 밀어버리는 우현이였다.

어정쩡한 모습.....옆자리의 시선이 느껴졌다.

 

"어서 앉아.....올려다보는것 취미에 안맞거든...."

밉살스러운 녀석......

할수 없이 조금 거릴 두고 옆에 앉았다.

정말.....

거릴 두고 내가 안자 바로 옆으로 바짝 다가 안는 우현이였다.

금방 머릴 감았는지......샴푸냄새가 풍겨져 왔다.

로션도 바르는지.....향좋은 바다풀 냄새가 .....코끝에 맡아졌다.

 

"이르지만.....저녁 먹을까...?여기 연어 스테이크 잘하는데....가리는 음식 없지....?"
입술이 볼 끝에 닿을만큼.....가깝게 우현인 다가왔다.

인상을 쓰는 날 보며 우현인 아무렇지 않은듯 했다.

 

"여기.....우리가 오기엔.....부담스럽지 않아...?"

살짝 얼굴을 돌리며 내가 말했다.

칸막이 까지 쳐져 있는게......인테리어가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였다.

메뉴판을 굳이 보지 않아도.....음식값이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갔다.

 

"다른 친구들에겐 상당히 부담이 되지.....하지만.....우린 아니잖아....?"

"너....다른 여자애들 에게도 이런식으로 대해...?"

"....이게 어때서......?"

".....상당히 불쾌해....사람 깔보는 듯한 말투도 그렇고.....학교에선....어떻게 그렇게 범생이 인척 연기를 잘하는거야....?"

"범생이인척이라......넌 내가 범생이 인게 좋다는 말야 그럼...?"
"......그건 아니지만......이것도 아냐..."

".....내 행동에 대해 네가 뭐라 말할수 있는권린 없어......싫으면 안만나면 되는거니까....참고로 말하자면 난 다른 애들에겐 이렇게 안해...."

"........뭐....?"

기가 꽉 막혀오는 기분이였다.

뭐 정말......이런....

전화번호를 눌렀던 내 손가락을 모두 부러뜨리고 싶을 만큼......후회가 되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날 우현이 잡아 앉혔다.

무슨 힘이 이렇게 센건지.....

 

"앉아......여기 나오려고 시간당 30만원 하는 과외선생 돌려 보냈어...."

"뭐?....하...!!!  내가 줄께....손이나 나줘...."

정말 손이 아팠다.

팔목이 부러질 만큼의 통증이 일었다.

 

내가 보는 시선만큼이나 화가나 있는 눈이 있었다.

마주 쏘는 눈빛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마치 눈싸움이라도 벌이는 선수들마냥......

화를 끄려고 왔다가......기름밭에 들어간 꼴이였다.

 

순간이였다.

갑자기 우현이 내 머릴 잡고 뒤로 제친건....

놀랄 틈도 없이 내 입술에 내려온 입술......

뭐라 ....말할 틈도 없고......입을 앙 다물고 있는 내 입을 열기 위해.....우현인 혀를 강하게 내 입술 주변으로 놀렸다.

숨이 막힐 정도....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머리속의 회로가 엉망진창으로 꼬여가고 있었다.

온몸의 피가 위로 ......입술 주위로만 몰려 있는듯한 기분이였다.

입술을 열면 안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였는데.....

우현이 손이 내 왼쪽 가슴이 얹어졌다.

강하게 잡아 쥐는 손.....

순간....아 하는 한숨과 함께 내 입술은 쉽게 열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온몸의 신경세포가 두줄기로 뻗고 있었다.

열려진 입술 안쪽으로 들어온 혀는 내 안을 온통 휘젓고 다녔다.

여기저기 .....익숙한 혀놀림으로 날 .....함락시키고 있었다.

이런 느낌은.....뭐라 불러야 할지....

안됀다는 생각은 있는데......그건 아주 미미해서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안으로 안으로 숨어들어가는 내 혀을 끈질기게 쫒아오는 우현이으 혀는 마치 수비수가 막다른 골목에 까지 다다른 모양처럼......그렇게 내 혀을 잡아 채었다.

묘한느낌.....아니 묘하다는 표현은 약하다.

강하게 떨려오는 .....머리속은 안된다는 외치지만.....다른 한쪽에선.....좀더 다른 무언가가 있는것만 같은......마셔도 쉽게 가라앉지 못하는 갈증난 목처럼.....가슴이 점점 더 답답해져 왔다.

머리속이 아득해져 오는것 같았다.

이럴수가....내가 이렇게 쉽게....허물어지다니....

순간.....울음이 났다.

우현이 입술이 떨어짐과 동시에 눈가가 젖었다.

정말.....방금 내게 일어났던 일은.....

내 안에서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너.....내가 .....첩의 딸이라고.....우리 엄마가 ......그런데 출신이라고 .....나까지....그런줄 아는거야.....?그런거야...?"

정말 비참했다.

엄만 엄마고 난 나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아닌가 보다.

나도.....다른이들의 눈엔 엄마와 같은 존재로 보여지나 보다.

난 아니라고.....크게 도리질 했지만......세상은 내 생각처럼 쉽지가 않나보다.

 

"무슨소릴 하는거야....?신파극 연기하는 거야...?"
"야 강우현...너 정말......"
"...... 첩의 딸..?그런데 출신....?그게 뭐 어때서....?네가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그렇게 태어난게 아니잖아....?내 행동에 대해서 네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건 아니지만......너무 비하시키지마........난 너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본적 없으니까...."
".....그럼.....나한테.....이런건 .....날 쉽게 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난 널 보면.....늘 하고 싶어.......아마 나뿐이 아니겠지.....널 따르는 모든 남자들이 다 그럴걸.....?너 한텐.....남자의 본능을 일깨우는 뭔가가 있거든....참을수 없는..."

색기.....

뜸하게 가끔씩 들리던.....아버진.....

인사만 꾸벅하고 방으로 들어서는 날 향해......

남자을 몇이나 죽일 년이라고 했었다.

가끔씩 얼굴보는 딸에게 아비란 사람이 할 소리인지......

 

언제부터인가......난 거울을 보지 않았다.

그저 머리 묶을때만......것도 다 묶고 나서.....

흐트러진 모습은 보이기 싫으니까.....

그때만 잠깐 스치듯 볼뿐이였다.

 

투명하리 만치 하얀 내 피부가 싫었다.

서늘한 느낌을 주는 내 하얀 눈 자위가 싫었다.

선이 가는 붉은 입술도 싫었다.

엄마의 잘나가던 모델시절의 사진을 보면.....내가 있었다.

 

엄만 22살때 아버지 눈에 띄었다.

남자을 경험한것은 열다섯 이였다.

아비없는 자식이라서......혼자서 남들보다 많이 나은 외모덕에 어린 나이에 모델길로 나선 엄마였다.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해야겠기에......엄만.....몸을 사리지 않고 일을 가리지 않았다.

뒤에서 챙겨주는 후원자 하나 없는 엄마가 몰락의 길로 들어서는건 쉬웠다.

고등학교를 겨우겨우 졸업하고 모델일을 하면서 여러남자를 거치다가 끝내 들어간 자리가 고급 룸쌀롱이였다.

엄마의 얼굴은....화려했다.

강한듯 하면서 약해보여......남자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했고......가게에서 제일 잘 나가는 아가씨였다.

최고의 대우급 이였고.....

22살 되던 첫해 봄에 아버지의 눈에 띄어서.....일을 그만두고 집에 앉혀졌던 거다.

그 다음해에 날 낳고......

원래 여자라면.....자기 딸보다도 더 어린 것도 건드리고 다닌다는 아버지의 질나쁜 행동은 모두가 아는 얘기니까.....

엄마도 얼마 못가 버림을 받을 거라고 수군거렸다.

하지만.....엄만 아버지의 다른 여자들과는 달랐다.

날 낳게도 해주었고....번듯한 집도 마련해주었고......아직까지 .....가장노릇을 해주고 있었다.

그엄마의 색기가 내게도 있다는 건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눈에 띄기 싫어.....최대한.... 평범하게 하고 다니는 나였다.

하교후 바로 집으로 오는것도.....괜히 돌아다니다가 큰집에 말이라도 날까봐서 였다.

숨죽이고 산다는 게 .......별로 힘들지 않다고 느끼며 사는 나였다.

 

그런 내 노력이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지다니......

웨이터가 몇번을 왔다가 그냥 갔다.

아무말 없이 멍한 듯 앉아있기를 몇십분......

우현이 내민 손수건에 눈물을 닦고 일어섰다.

 

"미안하다......이런식으로 시작하고 싶진 않았는데.....내가 지나쳤어...."

"........."

"........내게 오만정이 다 떨어졌겠지만....날 떨쳐내려구는 하지마...처음은 네가 내밀었지만....끝은 나야....."

 

무슨소린지.....

아무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조명이 어느새 어두워져 있는게 다행이다 싶었다.

오늘은 종일 되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난희도 그렇고.....엄마도....문수도.....가장 최악의 상황을 만든건 우현이지만......

 

"분명히 말했어......잊지마.....시작은 너지만.....마지막은 나라구...."

".....너 좀 어떻게 된거 아냐....?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그런말을....."
"......앞으로 다른 녀석과는 시선도 마주치지마....경고야.....네 눈은 나만 봐야해.....내게만 열려있어야 한다구.....명심해....."

 

눈에서 불화살이라도 튀어나올것만 같았다.

빛의 광선이 있다면.....저 모양이 아닐까.....?

웃지도 않고.....찡그리지도.....그렇다고 무섭다고 하기엔......

하지만....시선을 꼼짝도 못하게 잡고 있는 눈빛.....

몸안의 신경세포가 다 곤두서는 느낌이였다.

무섭다는 ......순간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게서 이런 느낌을 받아 보기란 오늘이 첨인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