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동준은 잔뜩 화가난 모습으로 미라의 오피스텔로
차를 몰고 있었다.
"띵동~~띵동~~"
"어머..자기..어쩐일이야..이 시간.."
"철썩~"
"꺅~ 왜이래?"
동준은 미라가 문을 열자마자 따귀를 한대 날렸다.
"몰라서 물어? 이 나쁜..
너 이게 뭐야? 계약할때 뭐라고 했어?
절대 비디오같은건 없다고 했잖아..
나쁜 년..
너 날 이용할 셈이였어?
날 바보로 아는거야?"
미라는 동준의 이런 모습에 놀라고, 동준이 들고온 신문기사에
또 한번 경악을 했다.
"나도 피해자야..그 나쁜놈이 일부러 나 죽이려고 퍼트린 거라구.."
"됐어..너 당장 해고야..알았어?"
동준은 돌아섰다.
그동안 미라에게 놀아난 자신이 뭐라 말할수 없이 부끄러웠다.
미라는 잠옷바람에 넋놓고 앉아 눈물을 흘렸다.
"나쁜자식...이렇게 나를 죽이려고 하다니.."
동준이 회사로 돌아오니 한바탕 난리가 났다.
미라가 계약한 CF 3건이 잇달아 깨지면서 담당자들이 항의를 하러 왔던것이였다.
한창 줏가를 올리고 있던때에 이런일이 터지고나니,
자기들의 회사 이미지에 먹칠을 할까봐 다들 난리였다.
간신히 진정을 시키고 돌려보냈지만, 피해보상비만 10억이 넘었다.
보상을 하지않으면 당장 법적대응을 하겠단다.
아무리 업계 3위안에 드는 세영이였지만,10억을 한번에 마련한다는게
쉬운일은 아니였다.
동준은 머리가 아파왔다..
[ 아.... 내가 이렇게 무너지는건가..이제 벌을 받는건가..
은주야...은주야..나 이제 어떻하니..]
바로 회사 실무자들과 법무사를 불러들였지만,별 뾰족한 방법은 없는 상황이였다.
소연이 은주를 집에 내려다줄 무렵,소연의 핸드폰이 급하게 울렸다.
"은주야, 미안..회사에서 급하게 찾네..전화할께.."
"그래, 즐거웠다. 얼른 가봐.."
은주는 미라의 기사가 떠올랐다.
[정말일까..이미라..너 이렇게 무너지는거 였니?
훗...아직 난 시작도 안했는데...너무 쉽게 무너지는거 아니니?"
TV 뉴스에 까지 이미라의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동준은 전화한통 없었다.
지금쯤이면..회사가 어떠할지..은주로서는 짐작이 갔다.
우진과의 약속이 있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오늘은 뭔가
결론을 맺어야 할것같았다.
강남 뒷골목..우진의 아는형이 하는 카페다.
형은 눈인사를 건낸다.
우진은 벌써 와 있었다.
책을읽고 있었던지, 조용히 테이블위에 책을 내려놓는다.
바람머리 스타일에, 썬글라스, 화사한 셔츠에 가죽바지를 입었다.
여전히 상쾌한 향수냄새가 코에 스몄다.
"오래 기다렸나요?"
"아니에요..이 근처에서 화보 촬영이 있었거든요.
마치고 온지 얼마 안되요.."
"네..어쩐지..머리가 멋지네요..훗.."
"그런가요? 후훗.."
차를 시켜놓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우진씨.."
은주가 먼저 말을 꺼냈다.
"생각 많이 해봤는데, 우린 어울리지 않는것 같아요.
이제 우진씨도 좋은 사람 만나 결혼 생각해야죠.
그동안 동생같은 편안함에 종종 만나긴 했지만, 사실 미안하기도 했어요."
"......저랑 반대로 나오신것 같네요..
은주씨는 저랑 헤어질 생각이신데..
전 그 반대인데.. 그날 시상식에서..제 말 들으셨죠?
그대로에요..있는 그대로라구요.."
"그만해요.. 어떻게..나를..나를 ..말도 안되요.."
"왜 그러는거죠? 왜 사람의 진심을 몰라주는거에요?
사랑한다는 그말..왜 믿지 않는거에요?"
"사랑이라뇨...이게 지금 우리한테 어울리나요?
난 남편이 있는 여자에요..몰라서 그래요?"
"잘 알죠..세영 사모님이라는것..남편분은 최동준 사장님..
그런데도 제 마음을 속일수가 없는걸 어떻해요.."
"......우진씨..우진씨가 어려서..그런거에요..
한때 철없는 생각들 우리 많이 해봤잖아요..
이젠 그만 접어요..현실을 생각하라구요.."
은주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렇게 강하게 말하는게 우진에게도 좋을것 같았다.
그러면 쉽게 포기할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은주의 걸음을 따라 우진도 서둘러 일어섰다.
은주를 따라갈 생각이였다.
그런데 마침 길을 지나던 팬들의 무리에 휩싸였다.
"꺅~~~~~~~오빠~~~~~~우진오빠~~~~~~~!!!"
"어머..정우진이다..와..오빠...."
은주는 차에 올라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만약 우진이랑 더 오래 있었더라면..스캔들 났을테구..
우진이 곤란해졌을텐데..
이제 그만 만나리라고 다짐해본다.
팬들이 둘러싸인 우진은 어쩌지도 못하고 멀어지는 은주의 차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