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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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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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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BY 들국화 2003-06-07

그녀가 집을 나간지 만 하루가 지나간다.
하루 이십사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적은 없었다.
가지 않았을걸 알면서도 그녀와 평소 알고지내던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돌아 오는 대답은, 오히려 그녀의 안부를 물어 오거나 "혹시 싸웠어요?"하며 호기심과 의심의 목소리만 전화선을 타고 들려와 힘없이
수화기를 놓았다.
이렇게...마냥 그녀가 마음을 바꿔 집에 돌아오기만을 기다릴수밖에
없는 내자신이 참을수 없을만큼 무력하고 한심스럽다.


삼일전이었다.
그날은 일요일이어서 집에서 뒹굴뒹굴 방바닥 엑스레이를 찍고있는데
고교 동창생녀석에게서 전화가왔다.
"어이 ,나네 그동안 잘살았는가? 모처럼 우리만나서 쐬주나 한잔하세"
" 아이고,이게 몇년만인가? 반갑네그려, 나가고말고"
흐흐흐,반가운 녀석,이렇게.오늘따라 별라도 무료한 나를 불러내주다니...그아니 반가울 쏘냐?
친구만나서 얘기좀하고 오겠노라고 바지가랑이에 바람이 일도록
잽싸게 나서는 내뒷통수에 대고 그녀가 말햇다.
"술,너무많이 먹지말고,새벽세시 넘기면 안돼요.글구 이제 외박은
절대로 용납 안해요, 자기도 이제 술먹으면 예전같지 않으니까
조심하구요"
아이구.또저소리,모처럼 친구좀 만나러 가는데 잔소리좀 안하면
안되나? 여자들이란....
그렇게 해서 친구를 만났다.
때이른 점심에 반주로 쐬줄 먹었는데,그녀석을 만나니 정말로
반가웠다.고교 시절 은사님 얘기로부터 친구녀석들 근황이랑 이풍진 세상을 살아갈려니 힘겹다는 현실적인얘기까지...
그녀석은 고교때 상당히 나와 절친한 친구라서 몇년만에 만났으면서도 서먹함이없이 몇년의 세월을 껑충 뛰어넘어 엊그제 만났다 헤어진
사이처럼 마음이 편하고 또한 정겨웠다.

"멀리있는 벗이있어, 나를 찾아오니 그아니 즐거울쏜가?"
공자님 말이아니어도 나는 충분히 그친굴 만나 행복했다.
게다가 취하면 부모님도 몰라본다는 낮술까지 한잔 걸쳤으니...
더욱이,그친군 상당히,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된 생활을하는것같아 친구로서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싶었다.
어릴때,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고생 참 많이했던 친군데 잘살아 주어서 고마운 마음 저편에,내처지를 생각 하니 왠지모를 착잡함이
무겁게 나를 짖눌러왔다.
평소, 술이약한 친구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자릴옮겨 한잔 더하자고 했다. 나는 그친굴 만류하고 몇일후에 또 만나자는 약속과함께
택시를 태워 보냈다.
혼자남은 난 갑자기 내자신이 초라해지고 외로워졌다.
그냥, 이대로 집에가기는 더욱 싫어졌다.
어려운 생활에 지쳐,생기잃은 마누라의 얼굴도,무언가 자꾸만 해달라고 요구하는 아이들도 오늘만큼은 보기싫었다.
그냥,혼자이고 싶었다.
어디가서 한잔만 더하자!딱한잔만 더...
취기있는 시선으로 거리를 두리번 거려보니 저만치 골목끝자락에
먼지를 희뿌옇게 뒤집어쓴 호프집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영업을하나 안하나 하고 가까이와보니 밝은 오후의 햇살에 제빛을 잃은 네온불이 희미하게나마 힘겹게 깜빡이고 있었다.
갑자기 밝은데서 어두운 데로 들어오니 서늘한 기운과함께 앞이 하나도 보이지않고 마치 내가 어떤 무덤에나 들어온기분이었다.
차라리 이어둠이 편했다.
손님의 기척을 들었음이지 종업원으로 보이는 앳된 남자아이가 쪼르르달려 나왔다.
난 그집에서 제일싼 안주하나와 생맥주 핏쳐하나를 주문했다.
혼자 서너잔을 따라 단숨에 들이켯다.
아까보다는 훨씬 밝아진 실내를 스모키의 흘러간 팝이 서글프게 메우고 있었다.

"재수없는놈, 남들처럼 나도 한번 잘살고 싶었는데...하는것 마다
이렇게 안될수가...홀로 사는 어머님에게도,영리하고 똑소리나는 아내에게도, 내목숨과도 같은 두아이에게도 잘해주고 싶고, 뭔가 보여주고 싶었는데...
하는것마다 이꼴이라니...
그놈의 주식만 안했어도 이모양은 안되었을텐데...
주식도, 사업도 그나마 다망해먹고 하다못해 물에빠진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조그만 대리점 영업 사원으로 들어가면 그대리점이 도산해버리고,선배의 달콤한 권유로 다단계도 해봤지만 애꿋은 돈만날리고...도대체가 되는게없어.
뭐가,문제지? 난 누구하고 싸운적도없고,욕한자리 해본적도없고,남에게 가슴아픈일 한번 제대로 해본 기억이없는데...
"사람이 너무좋으면 금전이 따르지 않는법이네."
마음씨 너그러운 큰처남이 내게 원망반,위로반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내가,좋은 사람일까? 그래서 금전이 따르지않는걸까? 아니야,아니야
그렇지는 않는것같고...하여간 재수드럽게 없는놈이 바로나다.
머리가 아팠다.자학을 하면할수록 가슴까지 아파왔다.
언젠가,내용녀가 이런말을 했던것같다.
"자기맘 다알아 그니까 이제주식은 그만해, 마음만가지고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제발!무모한짖 그만해요,지금까지한건 탓하지않을께요."
그녀가 애원했었다.
그러나 난 그만 둘수가 없었다.왜냐하면,그만 두기엔 손실이 너무컷고,그녀모른 빚까지 졌으니까...그래도 그때 그만 ?x어야했다.
하지만, 그때난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더, 벌지는 못해도 본전은 건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어떻게든 남자는 쓰러진곳에서 다시일어서야한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했고 어디 주식하는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나혼자 뿐이더냐!사람이 잃을때가 있으면
벌때도 있겠지!하는 안일한 생각과 함께 스스로 자위 하면서 끝끝내
그만 두질못하고 그후로도 몇년을 더매달렸다.
그렇게 우리가정은 서서히 늪속으로 빠져들고있었다.

따르릉 따릉릉... 내자학의 상념을 깨우기라도하듯 휴대폰 벨이 울렸다.
집인가? 잘 모르는 번호라 느리게 받았다.
"여보세요?"
"네,여보세요? 저..혹시 변떡쇠씨 전화번호 맞는가요?"
"네,맞습니다만, 누..구신지..."
"와!맞구나, 오빠!저예요,저 목소리 모르겠어요?"
대뜸 나보고 오빠라고 탄성을 지르는 저여잔누구지?
"얼른, 생각이 잘안나는데,누..구.."
내말이 끝나기도전에 자기를 소개한다.
"왜,있잖아요, 그때 그사무실에서,같이일했던 정미요."
"어!정미씨,반가워, 웬일이야?"
"웬일은,무슨웬일요 이렇게 좋은 날씨에 갑자기 오빠가 생각나서 그냥 한번 걸어봤는데..오빠가 금방 받으니까 기분 짱이예요."
"오빠거기 어딘데요? 밖인거 같은데 저랑 모처럼 차나 한잔해요."
오늘, 왜이러지? 오전엔 친구녀석, 오후엔,잠시같이 일했었던 사무실 경리보던 미시 아줌마까지....
사양도 하기전에 막무가내로 내가있는 곳으로 온다고 떼를 쓰는 정미를 말리지 못하고 내가있는 호프집 위치를 가르켜 주고 말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항상 활기에 차있는 그녀가 보기좋았었고
오늘, 이렇게 마음이 우울한날 그녈보면 기분이 좀 나아질것
같아,못이긴체.내가있는곳을 가르켜 주었다는게 맞는 말일 것이다.

정미, 그녈 만나지 말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