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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사랑 16장


BY pobi9766 2003-06-19

                         ♣★♣기다림은 어떻게든 적응이 안돼!!♣★♣

갑작스런 우연에 의해 만나진 것 때문에.. 그 역시 혼란스러웠던 것일까...

아니면, 그녀 자신에게는 요란 뻑적지근한 일생일대의 사건인 그와의 사랑....그와의 재회가 그에게는 이미 퇴색되어버린 감정에 불과한 것일까.....

것두 아니라면, 세월이 지난 후의 만남은 그 애절했던 감정과는 상관없이 그저 후우 불어버리면 이리저리 형체도 없이 떠돌고 마는 담배연기처럼 헛되고 허망한 것이었나..

 나경은 혹여나 핸드폰의 전원이 내려져 있나 확인을 하고, 밧데리도 다시 끼워 넣었다.
 그러나, 역시 깜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을 행복이니 어쩌고 한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격의 소유자인 것 같았다.
 기다리는 것은 고문이었고, 정말 못할 짓이었다.

혼자해야 하는 외사랑은 아름답기보다는 처절한 고통으로 가슴을 타들게 했고, 감치는 가슴은 다시금 애절하게 그의 이름을 되새기고 있었다.

 "집에 안 갈거야"

 "먼저 가...난 정리할 게 좀 있어서....그렇게 늦지는 않을거야."

 "정리는 무슨...내가 니 속을 모르냐....전화라면 어차피 핸드폰으로 올거 아냐. 에구~지랄 같은 게 사랑이다."

누군가를 미치도록, 절실히...애절히 원한 적 없는 정민으로서는 그녀의 가슴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현상황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일깨워주고 있는 자신을 한없이 우울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나경에게 생뚱스럽게 쏘아부치다 정민은 그만 말문을 닫아버렸다.

조금만 더 생뚱맞게 굴었다간 그녀의 눈물샘이 터져 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번 울기 시작하면 끝장을 보고 마는 나경의 저 지겨운 눈물에 이미 된통 당한 적이 있지 않았던가.

 "너무 늦게까지 청승 떨지마."

 정민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경에게 커피 한잔을 타주고는 사무실을 나와버렸다.

 청승이라...
그래...이건 청승이야.
일년만에 다시 만난 그는 내게 반갑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어.
그리고, 전화 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어.
그런데...그런데 난 이렇게 목놓아 가슴이 바닥을 드러내도록 그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거야...가슴을 쥐어 뜯어면서....

 다들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을 서성거리면서 훅훅 숨을 내쉬기도 하고, 손톱 끝을 물어뜯기도 하면서 안절부절하면서, 정서불안적인 증세를 보이던 나경은  컴퓨터의 전원을 키고서야 비로소 가슴이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도벽이 있는 사람의 불안한 심리현상처럼, 눈에 드는 물건을 슬쩍 제 손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평온함 같은 것이었다.

 열흘이 모자라는 일년만에 들어선 컴 안의 세상은 나경이 받아 들이기에 분주하고, 어수선했다.

 나경은 기혁을 만나게 해준 계기를 마련해 주었던 문단으로 들어섰다.
새로운 인물들이 많았지만, 눈에 익어 정겨운 이름의 예비작가들이 여전히 건재하게 글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경이 생각하고 있는 곳은 문단이 아니었다.
그녀는 처음 생각대로 문단을 나와 대화방으로 들어갔다.

 나경은 대화명을 흙비로 설정했다.
그리고, 어쩌면 하는 기대로 방제를 훑기 시작했다.

 있다!
 <30대...무엇으로 사는가?>
기혁이 만들었던 방이었다.
아직도 여전히 속해 있을 지는 미지수였지만, 냐경의 가슴은 벌써 그를 만난 것처럼 쿵당쿵당 돌임질을 시작되고 있었다.

 흙비님이 입실하셨습니다.

 정체가 불분명한 사람의 입장은 불가한다는 전에 없던 메시지가 뜨면서 꾸러기라는 대명을 가진 사람이 그녀를 반겨주었다.

 꾸러기: 이 방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플라워: 어서 오세요. 첨 보는 얼굴인 것 같네요?
 
 흙비: 안녕하세요.

 짧은 인사말을 화면상으로 올리는 나경의 시선은 쏠린 것은 대화방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대명이었다.

 아이디를 드러내지 않는 대화방 내에서는 누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지만, 기억에 남아있는 기혁의 대명은 포커스였다.
 기혁은 보이지 않았다.

 꾸러기: 대명이 특이하신 흙비님...소개를 좀 부탁할까요?

 소개라니...

 꾸러기; 흙비님의 아이디는 요? 이 방은 정체가 불분명한 사람들의 입장은 불가 거든요. 그것이 유일하게 있는 이 방의 원칙입니다.

 나경은 잠시 머뭇거리다 간단하게 나이와 성별, 그리고 사는 지역을 올려주었다.

 플라워: 음...난 아무래도 이방에서 막내를 벗어날 순 없겠어.

 꾸러기: 하하하하. 막내가 얼마나 좋은데 그래...실수를 해도 귀엽게 봐주고, 막내라 맛있는 것도 많이 얻어먹을 수 있구 말야.

 플라워: 그렇기도 하지만, 정말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으로부터 애 취급을 받지 않는 거라구.

 꾸러기: 너 포커스 때문에 아직도 꼬여있구나?

 포커스!

 기혁의 대명이 꾸러기에 의해 뇌까려지자, 나경의 작은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고,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꾸러기: 흙비님. 이 방에는 저를 비롯해 좋은 분들이 많답니다. 자주 오셔서 친해보세요.

 흙비: 고마워요.

 나경은 몇 마디 끼어 들다 물 끓는 소리에 일어났다.

 입안이 깔끌하니 평소보다 많은 양의 설탕을 넣었지만, 커피맛은 쓰기만 했다.

 대화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그만 집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컴 앞에 앉았던 나경은 그 처음 생각을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아까 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았던 기혁이 포커스라는 대명으로 떠억하니 들어서 있었던 것이다.

 포커스; 흙비? 첨 보는 얼굴인데...안녕하세요? 흙비님.

 꾸러기; 말이 별로 없어. 흙비님은.....

 흙비; 아, 미안해요...커피를 타느라구요...

 포커스; 전 서른 두 살의 김해 촌놈입니다. 아, 이제는 부산이니 어느 정도 촌티는 벗어나 있죠. ...흙비님은 요?...

 꾸러기; 부산에 사시고, 스물 여덞이시래.

 흙비; 꾸러기님, 고마워요.

 꾸러기; 뭘 그걸 가지고...

 포커스; 부산 어디시죠?                                        

 벌써 무슨 낌새를 차려버린 건가?....어디라고 하지? 문현동이라고 하면 대번에 눈치를 챌텐데...

 흙비; 부산으로 오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포커스; 일년 정도 되었지요."

 흙비; 그러시군요...여긴 양정이에요.

 소개가 끝나고, 갑자기 더워진 날씨 얘기며, 기분이 어떻다는 것부터 시작해 일상적인 생활의 얘기가 오갔지만, 나경은 기혁이 들어선 순간부터 섣불리 대화에 낄 수가 없었다.

 포커스; 흙비님?

 화면을 들여다보기만 할 뿐, 한참 말이 없는 그녀를 기혁이 부르고 있었다.

 흙비; 네?

 포커스; 바쁘신가요? 말씀이 없으시군요.

 흙비; 분위기 파악 중이에요...그리고, 눈이 좀 아프네요.

 포커스; 그렇군요. 근데..눈이 아프다니...울었어요?

 흙비; 아니요...시력이 부쩍 나빠졌어요...안경을 맞추었는데, 내일 나와요.

 포커스; 아, 그렇군요. 그 얘길 들으니 제가 아는 사람이 생각나네요. 컴을 할 때는 안경을 끼지 않으면 시야가 흐려진다고 하던데...흙비님도 그렇군요.

 그가 알고 있는 사람이 나경이라는 이름의 자신인지 묻고 싶었지만, 자신을 혼란스럽게 한 꼭 그만큼 되돌려주겠다던 화난 그의 얼굴이 떠올라 그럴 수가 없었다.

 플라워; 포커스는 처음 오는 사람에겐 유난히 더 친절한 것 같단 말야...우리는 보이지도 않는거지?

 꾸러기; 하하하하. 포커스. 너, 오늘도 플라워한테 씹히는 구나.

 포커스; 하하하하. 그러게 말야. 미안하다, 플라워...처음이란 게 낯설어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잖아.

 꾸러기; 음..분위기가 또 심상찮아지는군. 내가 다른 화제로 돌려야겠군...다들 느낌이란 것에 어떻게들 생각해?

 포커스; 음..그 놈의 느낌 때문에 인생 자체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지.

 꾸러기; 저런. 포커스는 느낌에 아주 신물이 난 사람처럼 말하는군.

 흙비; 인생 자체가 바뀔 정도의 느낌이었다면..누구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흔한 감정은 아니였을 거예요.

 이런, 이건 아닌데...

 그러나, 엔터키를 치고 난 후, 이미 화면상으로 떠버린 글을 지을 수는 없었다.

 꾸러기; 흙비님의 말처럼 그 흔하지 않은 느낌을 가졌었던 것을 후회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포커스.

 나경이 알고 싶었던 것을 때마침 꾸러기가 물어봐 주고 있었다.
그의 대답이 기다리는 동안, 나경은 제대로 된 호흡조차도 할 수 없었다.

 포커스; 난 내 선택을 믿고, 내 느낌을 존중해...그 상대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꾸러기; 물어보지 그랬냐?

 포커스; 나도 모르게 열부터 받아서 물어봐야 한다는 생각은 나지도 않드라구.

 플라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는 말하지 않았잖아!

 노골적으로 기혁에게 마음을 드러내고 있는 플라워는 대구에 산다는 스물 다섯의 아가씨였다.

 포커스; 하하하하.

 플라워; 그렇게 대충 웃으면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넘어가려고 해도 소용없어, 똑바로 말해.

 포커스; 그만해라, 플라워.

 플라워; 그 여자..요즘도 계속 만나고 있는 건 아니겠지?

 포커스; 그만하라고 했다. 플라워....노 코멘트

 플라워; 정말 그러면 나 나가버릴 거야.

 포커스; 그거야 플라워 마음이고, 말하고 싶지 않은 건 내 마음이야.

 플라워; 정말 너무해.

 플라워님이 퇴실하셨습니다.

 꾸러기; 좀 달래가면서 말해야지. 너 좋다는 여자한테 왜 그렇게 뚝뚝거리냐.

 포커스; 플라워, 나한테는 여자가 아냐. 그리고, 플라워한테는 일관성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뒷감당이 곤란하다구.

 꾸러기; 그래...플라워가 좀 직설적이긴 하지. 그나저나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거야?

 포커스; 생겼다기보다는...우연히 ...아주 우연찮게 만났어, 일년만에...

 꾸러기; 그리곤?

 포커스; 그리곤은 무슨 그리고...그 뿐이야. 자식. 오늘따라 괜한 말을 꺼내서는 심드렁하게 만드냐. 그만하자. 가뜩이나 말도 없는 흙비님 정말 잠수 타버리기 전에.

 꾸러기; 아, 그러네. 흙비님..

 흙비; 아니에요...제가 두 분의 대화를 방해하는 것 같은데...그만 나갈게요.

 포커스; 그런 거 아니니 그렇게 가지 말아요.

 흙비;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해요....눈이 아파서 자꾸 눈물이 나요...

 포커스; 참 그렇다고 했죠...그래요, 다음엔 안경을 착용하고..좀 더 오래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 방에 괜찮은 사람 많거든요.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 많아도...내게는 당신 하나면 족해요....내게는 당신 한 사람만이 전부인걸요.


<font color=#ff33ff><b><center>♣★♣오늘은 나 아닌 다른 이름으로 그대 앞에 섭니다.♣★♣</font></b></center>

.
방제 옆에 인원수를 확인한 나경은 손톱끝을 물어뜯으면서 한참을 서성거리면서 들어가나 마나를 망설였다.
 커피를 달아 마시면서, 한참을 망설였던 나경은 훅하고 긴 숨을 내쉬면서 30분이 지나도록 인원수에 변함이 없는 방에 들어섰다.

 흙비님이 입실하셨습니다.

 그 한 명의 인원은 기혁이었다.
기혁 혼자서 방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흙비의 등장은 기혁의 입가에 저도 모를 미소를 번지게 했다.

 포커스; 어서 와요.

 흙비; 오늘은 혼자시네요?

 포커스; 제가 심술을 좀 부렸거든요.

 흙비; 심술이라니? 무슨?

 포커스; 흙비님이 아닌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시큰둥하니 말을 않고 있었드랬죠.

 흙비; 기분 좋은 말이긴 하지만, 믿기진 않네요.

기혁을 몰랐다면, 아마도 그 말을 믿었을지도 모르지만, 남녀 구분 없는 그의 일관된 스타일을 돌이켜본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았고, 대화방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위한 의례적인 멘트일 뿐이었다.

 포커스; 안경은 요?

 흙비; 지금 끼고 있어요, 제 눈에 맞는 안경이라 편안해요.

 포커스; 다행이네요...여긴 비가 오는데...거긴 어때요?

 흙비; 같은 하늘 아래인데도 그렇게 틀리네요. 여긴 종일 쾌창해요.

 포커스; 여긴 아까부터 부슬부슬 오더니....지금은 아예 퍼부어 대는군요...오타가 좀 나더라도 이해를 해줘요. 취팅 중 이거든요.

 흙비; 술을 드신다구요? 무슨 속상한 일이라도?

 포커스; 이런 기분을 이해할는지 모르겠지만, 별다른 이유없이 오늘은 그냥 술을 마시게 하는 날이에요.

 흙비; 어머, 왜요..저도 가끔 그런 기분에 젖어드는데요.

 포커스; 하하하하 그렇습니까. 흙비님의 주량은 어떻게 되죠?

 흙비; 뭐 그런 대로 마시는 편이에요.

 그의 웃음소리가 귓가로 전해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나경은 두눈을 지그시 두눈을 내려감았다.
 억지로 자아내는 웃음이 아닌 호쾌하게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그의 웃음소리가 좋았다.

 흙비; 오늘은 왜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죠...

 포커스; 왜 저랑 이렇게 있는 것이 부담스러우세요?

 흙비;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다른 분들이 들어오시면 전 나갈게요. 이 방은 회원제인 것 같던데...괜히 분위기를 흐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왕따가 되고 싶진 않거든요.

 포커스; 토요일인데 비까지 오니 다들 술 생각으로 나갔나봅니다. 흙비님을 왕따로 만드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건 내가 약속하죠. 있다면, 뒷처리까지도 내가 책임질게요.

 흙비; 고마워요...

 둘만의 시간을 좀 더 오래 갖고 싶었지만, 어제 보았던 꾸러기와 플라워가 방으로 들어섰고, 새로운 얼굴들이 쏙쏙 들어와 방을 채웠다.

 플라워; 흙비님은 토요일인데 애인도 없으신가 보죠? 그렇게 할 일없이 키보드를 때리고 있으니 말이에요.

 들어서자 마자. 플라워는 흙비라는 닉네임인 나경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흙비; 얼굴이 폭탄이다보니 사귀자는 사람이 없네요. 플라워님은 이쁠 것 같네요.

 플라워; 어디가나 빠진다는 말은 안 들었어요.

 흙비; 좋겠네요.

 플라워님이 흙비님에게 귀속말을;  포커스는 내가 찜한 사람이니까 터치는 고사하고, 눈길도 주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나경은 갑자기 화면상으로 다시 작은 창이 뜨는 것에 처음에는 컴의 에러로 경고메시지가 뜨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플라워가 흙비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 였다.

 아주 당돌한 여자였다, 플라워는...

 흙비님이 플라워님에게 귀속말을;  글세.

 플라워님이 흙비님에게 귀속말을;  글쎄라구? 무슨 뜻이죠?

 흙비님이 플라워님에게 귀속말을;  포커스님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던데..

 플라워님이 흙비님에게 귀속말을;  그래서요?

 흙비님이 플라워님에게 귀속말을;  그렇다는 말이에요. 처음엔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플라워님이 자꾸 예민하게 구니까...솔직히 구미가 당기는 군요. 사람도 괜찮아 보이구요.

 플라워; 포커스는 내 운명이야! 누구에게든 절대로 뺏기지 않을거야!

 만만하게 보았던 나경에게서 예상찮았던 거센 반응으로 흥분한 플라워는 귀속말을 터치하는 것을 깜박 잊어버리고 엔터키를 치고 말았다.

 뜨아!!

 당황한 것은 나경이도 플라워 못지 않았다.
순간, 방 분위기가 썰렁, 써늘해진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나경은 손톱 끝을 물어뜯으면서 누군가 무슨 말이든 해주기를 기다렸다.

 포커스; 미안합니다, 방장으로서 잠시 플라워랑 얘기 좀 해야겠어요. 즐팅들 하세요. 플라워. 나가서 나랑 일대일 메모로 얘기 좀 하자.

 포거스님이 퇴실하셨습니다.

 플라워님이 퇴실하셨습니다.

 나경은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몰라 죄 없는 손톱만 물어뜯고 있었다.

 조으니; 기어이 플라워가 끌려나가는 군.

 꾸러기; 플라워는 자중을 좀 해야 해.

 태풍; 포커스가 저렇게 좋을까, 플라워는...

 꾸러기; 물불 안 가리고 저렇게 덤벼대니 포커스가 질겁을 할 밖에...포커스, 저 친구 화면상 이미지하고 실제 이미지하고 별반 다를 게 없는데, 여자들한테는 좀 냉정한 것 같드라구.

 태풍; 근데 플라워랑 귓말한 사람은 누구야?

 조으니; 난 아니야. 플라워가 언제 내 말을 귀뚱으로라도 받아주냐.

 꾸러기; 흙비님?

 흙비; 네?

 꾸러기; 분위기가 또 썰렁해졌죠? 하하하하....날씨가 갑자기 더워져서 그러려니 생각해요.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 꾸러기는 나경을 도닥거려주었다.
나경은 오지도 않은 전화를 핑계로 대화방을 나왔다.

 괜한 짓을 했어, 이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대화방에서 나온 나경은 이미 캄캄해진 창 밖을 쳐다보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며칠째 혼자서 집으로 돌아가 나경을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띵~

 전원을 내리지 않은 컴 안에서 띵 하는 짧은 기계음 소리에 나경은 반사적으로 컴의 화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포커스; 흙비님?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습니까?

 기혁으로부터 메모가 뜬 것이다.
뜨끔이 아니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흙비; 말씀하세요.

 포커스; 연결이 되지 않으면 어쩌나 은근히 조바심이 났었는데...아직 있었군요.

 흙비; 이제 가려고 했던 참이었어요....미안해요. 저로 인해 방 분위기가 흐려졌어요....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에요.

 포커스; 지금 그 말은...작별인사처럼 들리는데....그런 겁니까?

 흙비; 그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포커스; 그렇게 먼저 발을 빼버리면, 시작을 해보기도 전에 내기에서 져버릴텐데요?

 흙비; 내기라니? 무슨 말이에요?

 포커스; 그렇게 민망해 할 것도..또 그렇게 발뺌을 할 것도 없어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으니까...

 흙비; 누구한테 무슨 말을 들었는지 설명을 좀 해주겠어요?

 포커스; 플라워에게 내기를 걸었다면서요? 누가 먼저 내 마음을 움직이는가...

 장 기혁씨! 아고, 아고...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네. 휴우~~마음을 가다듬고.....

 나경은 전적으로 플라워만을 믿고 있는 기혁에게 흥분해 하마터면 기혁의 이름을 화면상으로 올리는 큰 실수를 할뻔 했다.

 흙비; 자신에 대한 엄청난 자만심을 가지고 있는 분이시군요. 포커스님이나, 플라워님 ..정말 얼마나 잘났는지 보고 싶네요.

 포커스; 플라워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건가요?

 흙비; 믿고 안 믿고는 포커스님의 마음이겠죠. 적어도 난 사람을 두고 내기 따위는 하지 않아요. 또 다시 이런 일로 실랑이를 벌이다니 너무 기가 막혀!

 포커스; 무슨 말이죠?

 으악!!

 흥분을 삭힌다고 삭혔던 나경은 플라워를 두둔하는 기혁의 말에 열 받았고, 생각나는 대로 타이핑한 것을 화면상으로 올리고 말았다.
 나경인 것을 알 리 없는 기혁으로서는 그녀의 말을 이해할수 없었다.

 흙비; 이래서 통신상의 대화는 신빙성이 없어요. 마주보며 눈을 쳐다보고 얘기한다면, 이렇게 구구절절이 늘어놓지 않아도 진실을 알 수 있을텐데...

 포커스; 아니면 아니라고 말을 해요. 그렇게 장황하게 이런 저런 말을 늘어놓지 말구.

 흙비; 아니라고 한다면 믿기나 해요?

 포커스; 그렇게 뒷걸음치기만 한다면, 흙비님은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스스로가 내던지는 거예요.

 흙비;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상대가 진심을 알아 줄 동안 그렇게 또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솔직히 겁이 나요.

 포커스; 그래서 흙비님이 내린 최종 결론은?

 흙비; 미안해요.

 포커스; 음.....

 기혁은 짧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침대 아래도 떨어져 있는 담배를 집어들었다.
이미 반쯤은 돌아서 버린 흙비의 마음을 되돌려 세우는 것은 채팅경력 4년째인 기혁에겐 사실 문제거리도 아니였다.

 사람들은 때로 진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입에 발린 몇 마디의 말에도 감동하며 조종당하고 마는 나약하고도 이중적인 면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후욱~

 마지막으로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고, 담배를 짓이겨 끄면서 결심을 다진 듯, 키보드에 열 손가락을 갖다대었다.

 포커스; 흙비님의 마음이 정 그렇다면.........

 말끝을 흐린 기혁은 자신에게 바람둥이 기질이 있는 것은 아닐까 잠시 생각에 잠겨들었다.

 남자들과의 대화보다 여자들과의 대화가 더 즐겁고,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열 여자마다 할 남자는 없으니...

 변명이라고 하자면, 자신은 화려한 미사어구로 여자의 마음을 꼬드기지는 않았다.
 언제나 여자들이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에 감동하여 그의 주위를 맴돌고 있을 뿐...

 그녀의 실제 모습이 어떨 지 알 수 없지만, 글귀로 대충 때려 맞춘 그녀의 말투가 좋았다.

 흙비라는 대명의 여자는 그다지 미인은 아닐 것이다.
정말 이쁜 여자는 자신을 폭탄이라고 말하는 겸손함이 없고, 스스로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여자들은 아무래도 성격상 공주과에 가까웠고...
 또 스스로를 폭탄이라고 밝히는 여자들은 폭탄의 수준은 조금 넘어선 그저 그런 평범한 스타일이었다.

 흙비; 누구에게로부터 상처를 받기도 싫지만, 상처를 주고 싶지도 않아요.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요. 안녕...포커스님.

 음...내가 생각이 너무 길었군.

 포커스; 그래요..아쉽지만, 잘 가요.

 기혁은 안녕이라고 말하는 그녀를 더 붙잡고 싶었지만, 그녀를 따라 안녕이라고 말했다.

 기혁은 너무나 익숙한 느낌에 숨을 가다듬었고, 그러다 벌떡 일어나 창을 열어제꼈다.
 뼈골이 쑤신 듯한 아쉬운 느낌...나경이 이내 결혼하게 된다는 말에 충격으로 그런 느낌이 들었었다.
 잇몸을 얼마나 세게 깨물었는지 피가 괼 정도로 아픈 느낌이었다.

 그녀를 좀 더 일찍 만났드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회한이었고, 그녀를 알게 된 것을 발등을 찍으면서 후회했드랬다.
 아쉽고, 아프고, 회한스러운 느낌을 또 다른 여자에게 느끼고 있다니! 제기랄...제기랄... 정말 지랄이다!

 나경은 같은 사람으로 또 다시 일기 시작하는 두 갈래의 마음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흙비라는 여자- 자신과는 동일인물이긴 하지만-에게 기혁이 데쉬 해오지 않은 것이 다행스러웠고, 고마운 반면에, 그가 무슨 말이든 해 올 것이라는 허튼 기대로 기다리고, 기다렸다.

 우이쒸. 정말 싫어!

 "네..장 기혁입니다."

 "영훈이다, 뭐하냐??"

 "뭐하긴 전화 받고 있지."

 "그러면서 한 손으론 마우스를 굴리고 있겠군."

 "오호. 굉장하군. 그게 거기서 훤히 보이다니 말야."

 "술이 고프다."

 술이 고픈 영훈을 만나 코가 삐뚤어지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이 기혁에게는 행운처럼 생각되었다.

 "나경씨 만나봤냐?"

 "윽......으흠..."

 술을 들이키던 기혁은 영훈에 의해 소리내어 들려지는 나경의 이름에 놀라 사래에 걸리고 말았다.

 "자식이 어째 갈수록 매너가 꽝을 치닫냐? 짤릴 걸 각오하고 정보를 줬으면 최소한 결과보고 정도는 해야되는 거 아니냐."

 "뭘 알고 싶은데?"

 "만났냐구?"

 "그래, 만났어."

 "그리고?"

 "그리고는 무슨 그리고......곱게 모셔다 드렸지."

 "이 자식이 술이 덜 취했나? 만나고 집에 데려다주기 전에 뭘 했냐구?"

 "하긴 뭘 해....장어 꼬리만 보면 질겁을 하는 여자랑 장어를 씹어대면서 술을 마셨지."

 "많이 변했든?"

 "욕이 나오드라."

 "무슨 말이야? 어떻게 변했길래 욕까지 나온다는 거야?"

 "욕이 나올 정도로 변한 게 없었어. 맹한 것도 그대로고, 걸핏하면 징징거리는 것도 그대로고..."

 "느낌이 어떠티??"

 "느낌...지랄 같은 게 느낌이드라구."

 "저런 만나보니 생각했던 그런 느낌이 아니었구나."

 "아니...그런게 아니구..."

 "아니 이 새끼가 오늘따라 왜 이래? 평소 너답지 않게 말꼬리를 흐려."

 기혁은 흙비를 떠올리면서 세 잔의 소주를 거푸 들이켰다.

 "아무래도 난 타고난 바람둥인가봐...결혼할 여자에게서 사랑을 느끼지 않나...나경이 한테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그게 아니드라구."

 "뭐야? 그런 여자가 있으면 뭐 하러 나경씰 만나?"

 "그런 건 아냐...? 가슴에 각인을 찍히기 전에 빠이 빠이 해버렸으니까.."

 "뭐가 문제야. 그럼 결론은 나경씬데.."

 "겁난다...내가 나경이 아닌 다른 또 누군가에게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가뜩이나 잘 우는 그 앨 아프게 할 것 같아서 만나는 것도 겁나."

 "음..."


초록색 체크표시가 유난히 그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는 아이디가 있었다.
그것은 흙비의 아이디였다.

 띵.

 짧은 메모음 소리에 나경은 조건반사적으로 컴 쪽으로 몸을 돌렸다.

 얘가 왠일이래???

 흙비;무슨 일이야?

 정민; 흙비? 대명이 왜 이 모양이야? 지렁이가 생각나는 이름이잖아.

 흙비; 으이구...평소 하는 말과 어쩜 그렇게 다르지 않니...무슨 일 있는거야?

 정민; 일은 무슨...일은 너한테 있지...그냥...전화로 얘기하는 것보다 이렇게 대화하는 것도 썩 나쁘지 않은데....집에 안올거야?

 흙비; 갈거야...지금 일어나려던 참이야...정민아, 미안해...

 정민; 그런 말 하지 않기로 했지. 너, 그거 알아?

 흙비; 뭐?

 정민; 사랑하는 사람에겐 미안하단 말 안하는거...그리고,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넌 모르지?

 흙비;알아....나도 너 사랑해...정말이야...정말로 많이 많이 널 사랑해.

 엥?!

 기혁은 자신의 인내심을 시험하기로 작정을 한 사람처럼, 화면상으로 떠억하니 뜨는 흙비의 메모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채팅상으로 정민과 대화를 하던 나경은 아차 하는 순간, 기혁에게 잘못 전해진 메모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

 포커스; 안녕...

 흙비; 아, 안녕하세요...미안해요. 메모가 잘못 갔어요.

 포커스; 그랬을 거라고 생각은 들었지만, 반가워서....미안해요, 고백중인데...내가 눈치없이 끼어들었군요.

 흙비; 그런 거 아니에요. 정민이라고...룸메이트와 대화중이었어요.

 포커스; 그랬어요? 하하하...난 또.... 흙비님은 사귀는 사람 있어요??

 흙비; 아뇨..

 포커스; 처음부터 없었어요? 아니면 헤어진 거예요?

 흙비; 글쎄...어쩔 수 없는 이유로 헤어졌으니...후자...쪽에 가까워요..포커스님은 사귀는 사람, 있으시겠죠?

 포커스; 음...아주 단정적으로 말씀하시네요. 지금은 없지만, 그전에는 나도 여럿 있었죠. 그런 대로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았거든요....하하하하하?

 흙비;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포커스; 하하하. 그렇게 응수해주니 더 쑥스러워지는 군요...하지만, 지금은 모두들 다 가버렸어요.

 흙비; 언젠가 말씀하셨던..그 여자 분 두요?

 포커스; 그 여잔 행방불명됐었어요.

 흙비; 그 여자 분 이뻤어요?

 포커스; 아뇨..

 음?!

 나경은 키보드를 치다말고, 거울 속으로 비쳐지는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물론, 이목구비가 뚜렷하지도 않았고, 눈에 띌 정도로 이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그렇지...단 한마디로 잘라서 아니라고 말하다니..내가 그렇게 아닌 얼굴인가?!

 흙비; 그래도 저만큼 폭탄은 아니였을테죠?

 포커스; 외모로 첫인상을 가늠할 나이는 이미 지났죠..외모가 처음 만남에서 중요한 연결고리 노릇을 하긴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 소중한 것은 가슴에서 느껴지는 거 아닐까요??

 흙비; 맞는 말씀이세요.

 포커스; 그걸 알게 해준 여자였어요. 기왕에 이쁘면 좋았을테지만, 그게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죠.

흙비; 지금...그 여자 분을 아직도 가슴에 담고 계세요?

 나경은 차마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어 가슴에 담겨져 있느냐는 표현으로 대신했다.

 포커스; 흙비님 미안한데요, 그 얘긴 그만하고 싶은데...그 여잔 날 우울하게 하거든요.

 흙비; 또 다른 사람이 생겨버린 거로군요.

 나경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그의 대답 한마디에 자신의 인생이 걸려있는 것이므로...
 그의 가슴에 이미 다른 누군가가 심어져 있다면, 예전에 그가 사랑하는 여인의 행복을 위해서 떠나 보내 준 것처럼, 그를 보내주어야 할 것이다.

 포커스; 의외로 집요한 구석이 있군요, 흙비님...그 사람에게만 일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는데...그게 아니네요.

 가슴 덜컹.
 무슨 말이야. 다른 여자가 생겼단 말야? 플라워?

 포커스; 휴우~~ 흙비님에게는 기분 상할 말일는지 모르겠는데, 흙비님은 왠지 그 여잘 생각나게 해요..?

 나경은 매체에서 전달되어지는 느낌을 우습게 생각했다가 된통 당한 입장에서 돌이켜 볼 때, 또 다시 느낌이라는 수렁에서 허우적대고 마는 순간에 맞닥뜨려진 것이다.

 기혁씨. 그렇게 자책할 거 없어요. 바로 나예요. 당신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나경이에요.

 이런 제길!?

 그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거친 말을 내뿜었다.

 나경은 지척에서 침 튀기는 말을 들은 사람처럼 오싹 소름이 돋았다.

 흙비; 포커스님...무슨 일이세요?

 포커스;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없다구!

 흙비; 무슨 일이세요? 뭣 때문에 그러시는 건데요?

 포커스; 한 번으로 모잘라 두 번에 이런 느낌을 가지다니, 내가 미쳤어.

 나경은 황급히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그가 울분을 터뜨리면서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흙비; 기혁씨...

 나경은 저도 모르게 포커스라는 대명대신에 이름을 화면상으로 올리고 말았다.
 
 기혁은 화면상에 떠오른 자신의 이름에 갑자기 맹해졌다.

 내 이름을 아는 저 여자. 나경일 대하는 것처럼 같은 느낌으로 다가서는 저 여자...

 그녀가 나경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순간의 시간이었지만, 아주 오래인 듯 느껴졌다.

 포커스; 너! 정말...정말 얼마나 날 농락해야 성에 차겠어!

 흙비; 기혁씨..그게 아니구...난 다만...저기 그게 말야..

 포커스; 이 씨!

 기혁은 컴의 전원을 정상적인 절차 없이 꺼버리고 숨을 헉헉거리면서 분을 참을 수가 없어 사무실을 오락가락 서성거렸다.

 따르릉. 따르릉.

 아고, 간 떨어질 뻔했다.

 "여, 여보세요...."

 "야! 너 도대체 날 가지고 놀겠다는 거야? 내가 미쳐서 돌아버리는 것을 보겠다는 거야? 도대체 너 안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

 "기혁씨....미안해요...하지만, 그런 거 아니였어요....제발...흥분하지 말고 내 말부터 들어봐요...기혁씨를 속이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어요...다만, 난...다만..."

 "더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해. 날 농락해놓구선. 이런 제길!?"

 기혁은 성질대로 핸드폰을 집어던져 버렸다. 
당연히 핸드폰은 박살이 났다. 성질대로라면 컴 마저도 박살을 내고 싶었다.

 우이쒸! 시발 좆도..

 이 씨 하는 거친 말과 함께 집어 던져진 핸드폰은 연결이 되지 않았다.

 "기혁씨.....미안해요...기혁씰 속일 의도는 없었어요...믿든 안 믿든 정말이에요...어쩌다보니까...그래요, 어쩌다보니까 일이 이렇게 된 것 뿐이에요......미안해요...정말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