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맞은 휴일인 오늘아침 빨래를 널며 하늘을 보니 심상치가 않다. 비가 오려나 보다. 남편출근하고 바로 애들도 비옷을 챙겨서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와서는 바로 나도 외출준비를 하고 꽃다발도 챙겨서 차에 올라탔다.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와 성희가 입원한 병원을 향해 차를 몰았다. 한강대교를 지나는데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베란다 창을 닫아놓고 왔으니 빨래젖을 일은 없지만 웬지 기분이 착잡하다. 이미 출근시간인 러시아워 타임이 지나선가 길이 밀리질 않은덕에 병원에 빨리 도착되었다. 시계를 보니 11시도 안되었다. 608호실 엘리베이터로 6층에서 내려 오른쪽으로 돌아 병실로 향해 갔다. 608호실 문을 똑똑 두들기고 살짝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다. 침대에도 아무도 누워 있지 않았다. 설마 퇴원했을린 없고 병실을 옮겼나? 순간 불길한 예감.. 병실복도 가운데에 있는 나스스테이션으로 갔다. - 저기.. 608호실 윤성희 환자분.. 병실이 이동됐나요? - 어떻게 되시죠? 가족 되십니까? - 아니..친군데요 - 아~ 네.. 그분 오늘새벽에 운명 하셨어요 지하3층 영안실로 가보세요! - .......... 꽃다발이 발밑에 떨어졌건만 줏을 생각도 않고 흐느적흐느적 엘리베이터로 발을 옮겼다. - 아가씨! 꽃이 떨어졌어! 쯧쯧 마주오던 아주머니 한분이 꽃을 집어 내손에 쥐어주셨다. 힘없이 빗자루 쥐듯 꽃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3층으로 갔다. 어느새 영안실이 꾸며진곳에서 생전의 얼굴로 액자속에서 조문객을 맞이하는 성희.. 그앞에서 오열하는 성희의 친정언니 은희언니가 보였다. 성희한테는 친정 엄마나 다름없는 언니.. 부모가 일찍 돌아가셔서 나이차이가 많은 언니가 성희를 키우다시피 했었다. 자식같은 동생을 가슴에 묻는 언니.. - 무정한것..성희야 너 어쩜 그렇게 매정할수 있는거니? 이 언니를 봐서래도, 네 어린두아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렇게 서둘러 세상을 등질수 있는거니.. 매정한것..성희야! 우웃..흐윽.. 말없이 은희언니를 끌어안고 같이 울었다. 기운을 차리고 조문객 접대에 익숙한 솜씨로 빨개진 눈자위를 연신 훔치며 종종대는 은희 언니를 뒤로 하고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 성희의 죽음을 하늘도 슬퍼 하는듯 가을비가 추적추적 끊임없이 내리고 있었다. 눈물이 앞을가려 도저히 운전이 어려워서 갓길에 차를 대고 핸들위에 엎드려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그 이틀후.. 검은 원피스의 연주와 함께 은희언니를 부축해서 화장터로 들어갔다. 차마 못보겠는지 등을 보인채로 상여차옆에서 꼼짝안하고 서있는 성희신랑 경민씨를 밖에두고 이동하는 관을 따라 화장터 안으로 울면서 따라들어갔다. 별 지체함도 없이 인부로 보이는 남자가 불구덩이가 보이는 구멍을 열어 성희가 누워있는 관을 쭉 밀어넣었다. - 아악~ 은희언니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더니 까무라쳤다. 연주와 나도 은희 언니를 부축하면서 엉엉 울었다. - 성희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