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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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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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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BY prizia 2003-05-01



 성희도 연애결혼으로 세살 연하의 남편과 시부모님 모시고
아들둘 키우며 소박한 살림을 꾸려가고 있었다.
절친한 친구인 나한테 한번도 힘들다 소리 안하고 잘해내고
있는거처럼 보임에도 가끔 먼곳을 바라보는 옆얼굴에서 그늘이
보이는 친구..

- 성희야 너 정말 괜챦은거야?

- 괜챦고 말구! 요즘 내가 소화가 잘안되서 병원 다니는거 말구
별일없어 난..


성희와 헤어져 돌아오면서 아파트 입구에 늘어선 목련나무들이
소담스러운 꽃몽우리들을 잔뜩 품고 있는것을 보고 허무한 생각이
드는건 목련이 질때를 기억하고 있음이다.
밤에 더욱 빛나는 백목련 꽃잎이 깎아놓은 비누조각처럼 일순에
져버리는 허무함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내 젊은날도 그렇게 허무하게 지고 말겠지..
10년후의 내모습은 과연 어떻게 변할까..



3년이란 세월이 거짖말처럼 흘렀다.
서른셋에서 서른여섯으로 건너방 건너오듯, 별다른 변화가 없는듯
건너왔지만 그새 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내 개인적으론 남편이 승진으로 더욱 바빠졌고 아이들은 이젠 유치원을 
다니고 나는 취직을 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친구들..
집들이를 했던 신희는 남편의 부도로 단칸셋방살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연주는 여전히 다망한 하루를 보내고 있고, 성희는 위암선고를
받고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동창 희수는 이혼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전임강사로 활기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풍문이고..

내가 직장생활을 다시하면서 출근을 시작한곳은
꿈에도 생각해본적이 없는 면세점 이란 곳이다.
친구가 근무하는 모기업의 자회사인 호텔내에 있는 면세점 이란곳의
지배인으로 근무를 하게된것이다.

근무 시작한지는 채 몇개월도 되지않아
신참이나 다름없지만 수많은 미녀사원들에게서 언니소리 들으며
미남직원들의 매너에 미끄러지는 재미또한 제법 솔솔한
눈과 귀가 호사스러운 직장이었다. 
물론 그나름대로의 고충 이란것도 있지만
직분내에서 소화를 시키면 되는정도여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워낙 미모가 출중한 직원들속에서 생활하려니
나로서도 저절로 긴장이 되는거여서 집에서만 있을때보다 더
젊어지고 수려해지는 기분이었다.

아침에 관리팀의 미팅이 끝나면 매장으로 가서
영어와 일본어의 인사멘트를 연습하고 각 매장 ?, 컴플레임 ?,
각 코너의 담당자들과의 아침인사겸 격려 순회를 한다.
하루종일 대리석위를 순회하느라 다리가 고생하지만
그럭저럭 즐거운 직장생활에 그새 입사했던 봄이란 계절은 저만치 가고
가을이 완연해 거리엔 낙엽이 수북해지고 있었다.

 직장생활하랴 살림하랴 바쁘단 핑게로 자주 가보지 못했던 성희가
입원한 병실에도 이번 비번휴일에 꼭 가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다.
성희의 병세는 위암초기라서 쉽게 생각햇던 예상을 뒤엎고 자꾸
악화일로 로 가고 있어서 회복의 기미는 커녕 살아서 병실을 걸어나올
낌새마져 없었다. 불쌍한 성희..
성희가 무슨죄가 있어서 그렇게 가혹한 형벌을 받는것일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져온다.
나의 친구 성희.. 아직도 너무젊은데..애들도 너무 어린데..
지난번 병문안 갔을때의 성희신랑 얼굴도 산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내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병실쪽을 향했을때 보였던,
병실복도 구석의 의자에서 고개를 푹 떨구고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없이
울던 성희의 남자 경민씨..

내일모레 비번인 날
만사를 제끼고 성희를 보러 가야지
성희가 좋아하는 프리지아꽃과 안개꽃을 한다발 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