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고아원이 있는 전라도 xx군까지 내려가기위해 서울역에서 밤열차를 타고 밤새 달려가면 어스름한 새벽공기를 가르고 민우씨가 손을 흔들며 마중나와 주었었다. 그 사랑 고아원은 민우씨의 아버님이 하시는거였고 아버님은 목사이셨기에 한울타리에 조그만 교회, 고아원, 중학교가 같이 있었다. 민우씨는 방학이 시작하기가 무섭게 시골집에 내려가 교회의 주일학교 교사, 고아원일, 중학교 선생님 노릇을 하면서 아버님을 도왔고 나도 민우씨를 도와 전공을 살려 아이들의 그림지도라든지 학력검정을 치러야하는 아이들의 공부도 지도하고 모두 다잠든 밤의 순찰도 같이 돌면서 사랑을 키워가고 있었다. 회중전등으로 잠든 아이들의 방을 비추면서 걷어차여진 이불도 덮어주고 성냥이나 칼등 위험한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문단속도 확인하고 이상이 없다는 일지를 쓰고나면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같이 바라보며 같이 산책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었다. 그는 졸업을 한후에도 서울에 남지않고 집으로 내려가 아버님일을 도울것이라고 했었다. 그래서 그는 신학을 전공하고 있었다는것도 나중에 알게되었었고.. 그의 전공은 신학이었어도 그의 책꽃이에는 법정스님의 책을 비롯 다른 철학자들의 책도 무수히 있었고 신학생의 신분 이고 목사의 아들이었어도 많은 스님들과도 교분을 가지고 있었다. 방학이외의 주말엔 등산을 겸한 산사순례가 그와 나의 데이트가 되었었다. 산사를 좋아하게된것은 그때 부터였으리라 갑작스러운 그의 아버님의 죽음.. 그리고 그의 아버님의 유언.. 나의 자살기도.. 세월이 흘러 나는 졸업을 앞두고 인턴사원으로 모기업 홍보실로 출근을 하기 시작했었다. 바블경기에 힘입어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생활속에서 강민우의 존재감도 희석되어 조금씩 내게 웃음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두바퀴쯤 돌아 제법 캐리어가 붙을즈음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지금의 남편 이준혁을 만났다. 키도 훤칠하고 남자답게 생긴 외모에 모든 여직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그.. 그와 나의 인연은 광고를 찍기위해 떠났던 해외 로케지에서 돌발적인 그의 프로포즈로 시작되었다. 강민우의 잔영으로 언제나 우수를 떨칠수없던 나를 그가 훔쳐보기시작하면서 나를 자기여자로 만들기위한 그의 집요함에 그만 내가 지고말게 되었다. 그가 싫지는 않았다. 그는 호감을 끄는 외모 말고도 일에 대한 정열과 특별한 안목을 가지고 있어서 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모든 스탭이 탄복을 하고 있었다. 내가 그를 인정하기 시작할 무렵에 떠난 해외로케.. 모든 타이밍이 잘짜여진 각본처럼 진행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니.. 아마 그가 실제로 그렇게 만들었을것이다. 그때는 모든게 우연인줄 알았던.. 우연을 가장한 에피소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