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기를 틀었다. 따뜻한 물줄기를 얼굴에 대고 머리속에 가득차있던 과거속의 강민우를 씻어내리기라도 하듯 센물살에 한참 숨을 멈추고 물줄기를 받다가 숨이차서 훅~ 손을 얼굴에 갖다대고 뒤돌아섰다. 어느새 남편이 벗은몸으로 서있었다. 아무말없이 남편은 비누의 거품을 내서 내몸 구석구석을 음미하듯 리드미컬하게 위로 아래로 굴곡을 따라 손바닥으로 쓸다가 내이마에 키스를 하고.. 선채로 내게 정면으로 겹쳐왔다. 한손으로 내허리를 받치고 다른한손으로는 내 한쪽 다리를 들어 밀착해들어오는 그.. 아주 부드럽게 미끌어지듯 그의 요철된 부분이 나의 열린곳으로 진입해들어왔다. 그 상태로 그냥.. 꼬옥 끌어안고 서있는 모습이 욕실 반대편에 붙어있는 큰거울에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었다. 강민우 그가 내게로 성큼성큼 오고있었다. 환하게 웃으며.. 나도 양팔을 벌리고 그에게로 뛰어갔다. - 민우씨~ 그에게로 거의 겹쳐져서 안겼다고 생각했는데 내게로 오던 그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컴컴하게 엄습해오는 어둠.. (민우씨..) 울으려는데 목이 꽈악 잠겨서 도저히 아무 소리도 나질 않는다. 그의 이름을 불러야 하는데 아무리 소릴 지르려 해도 목소리가 나질 않아.. 아아.. 답답해서 몸부림을 치다 잠이 깼다. 꿈이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밖은 이미 훤해지고 있었다. 살그머니 일어나 나와서 커피를 넣었다. 머그컵 한잔 가득 커피를 담아서 베란다 미니정원으로 가서 등나무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바깥을 내려다 보았다. 이젠 겨울도 완연히 벗어나 물오른 나무들이 신록의 봄을 만끽하는듯 연록의 새옷으로 갈아입고 아스라한 새벽의 여운을 몰아내고 있었다. 세월은.. 이렇게 흘러가나 보다. 사랑의 나날도 고통의 나날도 상관없이 어김없이 올것은 오고 지나가며 이렇게 물흐르듯 흘러가는가 보다. 추억속의 진한 잔영도 세월과 함께 흐려지며 이렇게 흘러가나보다. 커피를 한잔더 따르면서 현관에 떨어진 신문도 집어 왔다. 언제나 처럼 1면의 큰제목만 읽고 16면으로 가서 읽다가 무심코 지면을 한장넘기니 한쪽구석에 조그맣게 화재현장의 사진과 기사가 실려있었다. "사랑 고아원 화재" 화재현장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허리굽혀 무언가를 줍고있는 그.. 강민우의 옆모습이 조그맣게 보였다. 사랑 고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