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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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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BY 프리 2003-06-09

/마흔셋



-43

술은 왜 어째서...기분이 좋을 때 마시면 덜 취해도 이상하게 기분이 나쁠 때 마시면 더 취하는 것일까. 평소보다 얼마 안마셨는대도 이상하게 오늘따라 취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상우는 이제 그만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는 달리 술은 자꾸 비워졌고 이윽고 또 채워지고 있었다.

"괜챦겠어요?"

걱정스레 바라보는 목련이를 바라보며 상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까짓거 문제없어!

"그만 마셔요 상우씨. 지금도 많이 취한거 같아요. 아무래도 그만 일어서는게 좋을거같아요 우리 일어서죠 내일 출근도 해야하는데..."

"아니...아직 마시지 않았어요. 목련씨 먼저 돌아가도록 해요. 난 더 마시고 갈테니..."

"상우씨..."

대답대신 그는 자신앞에 놓여진 맥주잔을 집어들었다. 목련의 손이 술병을 집어들려는 상우의 손길을 막고 있었다. 그바람에 상우의 손에 목련의 손이 스치고 말았다. 불에덴 듯 그는 화들짝 놀라서 얼른 손을 빼냈다. 적잖이 그는 당황스러워졌다.

"미...미안해요."

"괜..괜챦아요."

"목련씨...먼저 들어가요. 난 아무래도 좀더 마시고 싶으니까. 너무 늦음 안되니까요"

"그치만..."

"괜챦으니 들어가요. 그리고 오늘...술 잘 마셨어요. 고마워요."

"그럼 먼저 갈께요. 조금만 드시고 들어가세요."

목련이 나가고도 한참...상우는 그 자리에 앉아서 술을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인생이란게 참 웃긴거구나. 몇 년전의 내가 어떻게 이런일을 상상이나 할수있었으랴,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술을 마실거라는거. 그리고 이렇게 혼자서 술로 삭이고 있을거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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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은 돌아서 가다가...걸음을 멈추었다. 아무래도 상우가 마음에 걸렸다. 저대로 두면 제대로 몸을 가누기나할까. 아니 집에들어갈수나 있을까. 망설이다가 목련은 보라에게 전활 넣었다. 한참의 신호음이 들려도 보라에겐 연결이 되지 않고있었다. 어쩐다지.
목련은 망설이다가 호프집의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아니나 다를까. 상우는 술에 만취해 꼬꾸라져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시간이 많이 지나서 호프집문도 닫을 거라고 했다 목련이 가까이 가서 아무리 흔들어도 그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목련은 어떻게든 그를 깨워보려고 했으나 무리였다.

"상우씨...상우씨 그만 일어나봐요. 휴우...정말 이럼 안되는데..."

"죄송합니다 손님...이제 문을 닫아야해서요... 콜택시라도 불러드릴까요?"

목련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수없었다. 몇분이 지나 콜택시가 당도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목련은 주위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상우를 택시의 뒷좌석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자신도 올라탔다.

"어디로 모실깝쇼?"

기사아저씨의 말에 목련은 자신의 아파트주소를 불러주었다. 얼마후 택시가 집에 다다라서도 상우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요금을 지불하고 가까스로 상우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두른채 아파트 입구로 다가갔다. 수위아저씨가 왠일인지 싶었던지 목련의 곁에 다가오셨다

"안녕하세요?"

목련이 인사를 건네자 아저씬 모자를 살짝 들어 인사에 답하고 있었다.

"그런데...아가씨 옆에있는 사람은 누구유? 아 미안해유. 참견할려는건 아니고, 워낙 누굴데려오는걸 못보아서...궁금해서 그러는거니께 신경쓰진 말아유"

"오..오빠에요. 술에 취해서..."

"아, 그렇구만유. 난 또..혹시나했지유. 기다려봐유 내가 도와줄팅께"

수위아저씬 고맙게도 그녀의 아파트안까지 상우를 부축해준뒤 돌아갔다. 목련은 고마워 몇 번이나 인사를 드렸다.

"괜챦아유. 뭘 그런거 가지고 그래유. 낼 아침 일어나면 속꽤나 쓰리겠구먼. 콩나물국이나 북어국을 끓여줘유. 술해장엔 그게 최고니께"

"네. 그럴게요 고맙습니다"

문을 닫고 현관문을 잠그고 나서야 목련은 겨우 한숨을 돌렸다. 오늘은 할수없이 상우를 재우는 수밖엔 없을거 같다. 그래서 그녀는 거실위 쇼파위에서 자기로했다. 상우를 부축하고 와서일까. 왠지 모르게 눕자마자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모처럼 그녀는 곤히 잠들 수 있었다.





아윽 머리야-
상우는 눌려오는 머리의 지근거림에 눈살을 찌푸렸다. 어느새 날이 밝았는지 창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기지개를 켠다음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뭐지? 왠지 자신의 집과는 뭔가가 다르게 느껴지고 있었다. 에이 그럴리가..

그는 방문을 열고 나섰다. 그제서야 그는 깜짝 놀랐다. 여..여기가 어디람? 아무리 생각을 하려해도 필름은 끊겨있었다. 어제 분명 그는 술집에서 목련일 먼저 보낸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깨고나니 다른공간, 자신이 모르는 곳에 있는 것이다.

그는 불안감에 얼른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 보았다. 다행히도 옷은 어제입은 옷 그대로였다. 양복과 넥타이,양말만 벗겨져있었고 어제입은 옷차림 그대로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거실쇼파위에 누군가 잠잤던 흔적들을 보았다. 이불이며 벼개가 그것을 말해주고있었다.

"일어났어요?"

주방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상우는 화들짝 놀랐다. 목..목련? 그는 확인을 해야겠단 생각에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일어났는지 그녀가 에이프런을 두르고 가스렌지앞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앉으세요. 제가 콩나물국을 끓이긴 했는데 맛이 있을런가 모르겠어요 솔직히 요리는 아직 자신이 없어서..."

어느틈에 식탁위엔 가지런히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상우는 얼떨결에 의자에 앉아 앞에놓인 수저를 들고 국물을 떠 입안에 넣고 있었다. 생각보다 정말 맛이 있었다.

정말 의외였다. 한번도 그녀의 이런 모습은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어때요 간이 맞아요?"

"음...맛있어요."

"정말요? 아,,다행이다. 사실 걱정했어요 맛이 없음 어쩌나하고..."

"날 위해서 이렇게 국을 끓인거에요? 아침에 바뻤을텐데..."

"속이 쓰릴거라고 어제 수위아저씨가 말씀해 주셨거든요. 죄송해요 어제 너무 취하셨는지 의식이 없어서...그냥 이곳으로 모시고 왔어요. 많이 불편하셨죠?"

"아니에요. 정말 편안히 잤어요. 고마워요. 힘들었겠네요."

"주위분들이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별로 고생은 하지 않았는걸요. 식겠네요 얼른 드세요."

두사람은 말없이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혼자 사느라 상우는 한번도 제대로된 식사를 먹어본적이 없었다. 그래선지 아침식사가 이렇게 좋은지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었다. 어쩌다 일찍 일어난날은 우유에 말아먹는 콘푸레이크가 다였는데...

밥과 국을 말끔히 다 비운 그릇들을 흐뭇하게 보며 목련이 설거지통에 그릇을 나르는 모습들을 보며 상우도 반찬들을 조심스레 뚜껑을 덮어 냉장고 안에 넣어주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요"

"공짜밥은 먹기가 미안해지는거에요. 나도 뭔가...밥값을 해야 맘이 편하니 말리지 말아요"

"네."

두사람은 식탁을 정리하고 아침 출근준비를 했다. 시계를 보니 아직 시간은 넉넉했다. 오늘아침 눈이 일찍 떠진 덕분이다...목련이 건네주는 모닝커피를 들면서 비로소 상우는 집안 여기저기를 관심있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곳이 목련이 사는곳이구나. 특별하진 않았지만 집안곳곳 그녀의 느낌이 묻어나고 있었다. 이거다라고 콕 찝어 말할순 없지만 그가 느끼는 그녀만의 색. 맛. 느낌들이...

"늦겠어요 그만 나가야죠?"

아쉬운 듯 상우는 그녀의 아파트를 한번 더 둘러보고서 아파트를 나섰다. 일층에 내려서자 기억에도 없는 낯선 분이 다가와 목련이와 다정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아휴...어젠 괜챦았어유. 머린 안아퍼야할틴디..."

"네 덕분에 괜챦대요."

"그거 다행이네유. 시방 출근하나봐유. 얼른가세유. 늦음 어떡해유"

"네. 그럼 수고하세요"

상우는 그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야기내용으로 밀어볼 때 그는 이곳의 수위아저씨가 분명했고, 아까 목련이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어제 그가 많이 도와줬노라는...그래서 고맙단 표시를 조금이래도 하고싶어서였다.

회사에 다다라서 상우는 목련을 먼저 올려보내곤 자신의 자동차에서 예비용으로 가지고 다녔던 갈아입을 옷을 꺼냈다. 아무래도 구깃거리는 와이셔츠로 가기엔 마음에 걸렸기 때문에. 그는 화장실에서 갈아입곤 막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눈을 커다랗게 떴다. 이..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