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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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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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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BY 프리 2003-05-07

[33편]

"상우씨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 처음이거든요.
실수도 많을거고 잘 모르는것도 많습니다.
가르쳐 주신다면 천천히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하하..그래요 모르는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세요
내 아는 한도내에서는 최대한 가르쳐 드릴테니..."

상우는 총무부장을 향해서 고마운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이곳의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회사생활을 하려면 무엇보다
일도 일이지만 사람이 중요하다. 사람들과의 잡음이 있으면 회사생활을
제대로 하기가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종종 상우도 그런사람들의 모습을 들어 알고있었다

상사와의 불협화음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버리는 사람도있고
상사를 때리기도 하는사람 혹은 사사건건 부딪히면서도 서로 이기기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도...

하지만 단체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윅이다.
그것은 어느 한 개인에 의해서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한사람 한사람...
그 모두가 모여서 내는 합창같은거랄까. 그것이 바로 팀윅이다.
그러기에 함께 일할 사람들이 누구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아는 그였다.

상우는 일을 배우기위해서 정말 열심이었고, 항상 최선을 다해서
일처리를 하는 그를보며 직원들은 진심으로 그를 구성원의 일부로서
받아주었다. 톱니바퀴처럼 그역시 그들의 일부가되어서 회사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이회사의 한사람이다. 그리고 이부서의 한사람이고...
그리고 이곳은 내뼈를 묻을곳이고, 내 전 인생을 투자할 곳이다'

그런 생각들이 상우로 하여금 더욱더 회사생활을 잘 하도록 해주었다.
덕분에 오랫동안 상우는 목련이 생각은 잊고 살게되었다.
그것은 정말 얼마나 고마운 일이던가. 이렇게 지나가면...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그녀를 떠올리지 않는날도 올수 있으리라.

그리고 언젠간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한 추억의 페이지로 그녀를 남길수도 있으리라.
젊은날...잠깐 가슴을 스치고 간 아련한 향기처럼 풋풋하고 신선했던 첫사랑으로서
그녀를 간직할수도 있으리라.

새삼 상우는 자신감이 붙어왔다. 지금이라면 무엇이든 될거같다
무엇이라도 할수있을것만 같다. 그만큼 자신감과 만족감이 그의 마음속을
흡족하게 채워주었다.





총무부로 온지 벌써 몇 달의 시간이 지났다. 상우는 책상위에 세워진 작은 카렌다를 넘겨보며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을까 놀라서 바라보았다.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
왠지 자신은 제자리인데 돌아보니 아무런 한일도 없었던거 같은데 시간만 이렇게 흐른거 같다. 하지만 돌아보면 제로는 전혀 아니리라.

그동안 그는 이곳업무를 마스터했고, 이제는 조금 쉴 정도의 여유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것역시 성과라면 성과일수 있으리라. 그는 그제서야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일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사람이 바쁠때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도 여유가 생기면 그것을 생각하게 된다.

결국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슬픔. 고독. 그런것들은 바로 이 삶의 여유가 주는
보너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적응하느라고 그동안 외면해왔던 약혼자 보라와 그리고 부모님의 얼굴들을 떠올렸다.

'흠...슬슬 얼굴도 보여주고 만나기도 해야겠는걸'

상우는 그런 생각을 해보며 사무실 책상위에 덩그라니 놓여진 전화기를 들고
보라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뚜뚜...

몇 번의 신호음이 지나가고 보라의 익숙한 음성이 수화기를 타고 그의 귓가로 흘러왔다.

[네.보랍니다]

"잘지냈어? 그동안 나 혹시 잊어버리진 않았는지 몰라. 그래도 기억해주고있다면 고맙고..."

[상...상우씨? 세상에...정말 상우씨 맞죠? 뭐에요 그동안 연락도 않하고...정말 나뻤어.
이게 대체 얼마만인지 아는거에요. 기다리다 목이 빠질뻔했단 말에요 근데 정말 무슨일이에요 전활 다주고..나 지금 넘 놀래서 심장마비 일으킬 지경이라구요]

"하핫..미안해 내가 너무 바쁜척을 했지? 깊이 깊이 반성할게. 아니 나 손들고 서있을까 말만하세요 약혼자님. 그동안 못한거까지 다 갚도록 하죠!"

[어휴. 장난꾸러기. 정말 못말리겠다니깐...고마워요 전화주어서. 나 사실 너무너무 기뻐요. 그동안 전활 하려고했는데 할아버지랑 아빠가 말리시쟎아요. 남자 다른일 하는것도 아니고...일하는데 그럼 못쓴다면서 조금만 참으라고 그러셨어요. 그런데 정말 상우씨 목소리 막상 듣고보니까...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쟎아요.]

보라의 말에 상우는 가슴한켠이 찡해져왔다. 사실 그녀가 왜그리 바뻤냐고, 아무리 바뻐도 그렇지 전화도 못하냐고 면박을 줄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예상을 빗겨가고 있었다. 그것이 상우를 놀라게 하고 말았다. 보라에게도 이런면이 있었던가

"미안해. 참 오늘 어때...시간이 괜챤을까?"

[그런말이 어딨어요. 약속이 있어두 취소해야지. 무조건 비워둘께요 됐죠?]

"고마워. 지금 그럼 당장 출발하도록 할게"

시계를 보니 이미 퇴근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상우는 터벅터벅 총무부장의 책상으로 걸어갔다. 그에게 먼저 나가겠다고 해야지. 아마 최근 매일같이 업무로 시달렸으니 그정도는 충분히 양해해줄거 같았다.






"권상우씨."

"네."

"3번 전화입니다. 받아보세요"

"아, 예. 고맙습니다"

상우는 걸으려던 걸음을 멈췄다. 대체 누굴까 보라가 아니라면....그에게 전활 걸어올 사람은 사실 많지가 않다. 친구들도 그가 외국에 나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걸로 알고있을터였다. 그동안 바뻐서 연락을 하지 못했으니까. 알고있는 사람은 보라와 부모님 그리고 목련이 정도랄까.

"예 전화바꿨습니다. 총무부 권상우입니다."

"나다. 할애비."

"엇...어쩐일이세요?"

갑작스런 할아버지의 음성에 상우는 놀라버리고 말았다. 회사내에서는 사장님으로 불러라. 모른척해라...라고 말씀하시던 할아버지 아니신가. 그런 그가 대체 왜, 무슨맘으로 할애비라며 그를 부르는 것일까

"지금 바쁘냐?"

"아, 그런건 아닙니다만 약속이 있어서요 지금 막 나가보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동안 일 때문에 보라도 많이 만나보지 못하고 그래서 만나볼까 하던중입니다."

"흠...그렇구나, 오래 걸리지 않을게다 네게 할말이 있어서 그래. 나를 위해서 잠시만 시간좀 내주었으면 싶구나. 어때, 괜챦겠지 정 뭐하다면 내가 보라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해주랴?"

"아..아닙니다. 그러시지 않아도 괜챦아요"

"알았다. 그럼 잠시 올라와."

"알겠습니다. "

상우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할아버지가 대체 자신에게 무슨말씀을 하신다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혼날만한 일을 저지른거 같은 기억도 없건만...그는 저벅저벅 할아버지의 방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가 들어가자마자 비서가 기다렸다는 듯 일어서더니 언제나처럼 이쁘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고갤 숙여보였다. 그리곤 할아버지의 방문을 열어 그가 안으로 들어갈수있도록 해주었다. 상우는 그런 비서를 향해서 가볍게 고개를 숙이곤 이내, 안쪽을 향해서 발걸음을 떼어놓았다.

그가 들어가서 보니 자리에서 느긋이 기대앉아 눈을 감고 있던 할아버지가 이제막 눈을 뜨고 계시는 참이었다. 참으로 올만에 할아버지를 만나뵙는거 같다. 상우는 반가운 맘에 미소를 띄우며 자리에 앉았다.






"왔니?"

"어쩐일이세요. 무슨일이라도 있는건가요? 저를 다 부르시고...솔직히 좀 놀랬습니다"

"허허...그랬냐. 하긴 그동안 바뻤을테지. 그리고 할애비 본지도 오래됐을거구..그러니 놀란것도 어쩜 당연한 일인지 모르지."

할아버지는 입가에 담배를 물고 라이터를 당기고 계셨다. 휘발유를 넣는 오래된 라이터를 무슨이유에선지 할아버지는 버리지 않으시고 고집하셨다. 할아버지 나이만큼이나 그 오래된 라이터는 할아버지의 상징처럼 보여졌다.

"그래, 회사생활은 순탄하고? 뭐 어려운점은 없는게냐?"

"네. 잘하고 있습니다."

"흠. 그것은 이미 들어 알고 있다. 강비서가 말해주더구나."

"아! 강비서님이...그러셨군요. 헌데. 특별히 제게 하고픈 말씀이라도 있으신건지요?"

"음. 그래 사실은 그거 때문에 널 불렀다."

대체 할아버지가 하시려는 말씀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상우는 감을 잡을수가 없다.
무엇 때문에 할아버지가 이렇게 긴장하고 계신걸까. 상우는 너무 궁금하지만 조용히 할아버지의 이야길 경청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회사내에 개편을 조금 할 생각이야. 그래서 곧 인사이동이 있을 예정이다. 혹시 들은적이 있니?"

"아..아뇨 듣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저 평범한 총무부의 사원일 뿐인데 제가 어디서 그런 정보를 들을수 있었겠어요?"

"하하..그건 그렇지. 할애비가 괜한걸 물어봤구나. 미안하다. 사실은 말이다. 널 팀장으로 임명할까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떤지 물어보고 싶었다. 맡기면 할 의향이 있느냐?"

"팀...팀장이라구요? 제가 말입니까?"

상우는 너무 놀라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이제 몇 개월 됐을뿐인 신입사원에게 팀장이라니...할아버지는 대체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상우는 곤혹스러움을 느꼈다.

"왜 생각이 없는거냐? 혹시 자신이 없는건 아니겠지?"

"그전에 한가지 묻고싶은게 있습니다 할아버지. 그것은 순수한 제 실력입니까, 아니면 빽입니까? 아시다시피 전 이제 막 깨우친 신참일뿐인데...그런 저에게 팀장이라니 솔직히 과분하단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이유를 알고싶습니다."

상우의 말에 할아버지는 너털웃음을 웃기 시작하셨다.

"허허헛 그놈참... 그래, 덥썩 받는거보다 자세가 좋구나. 난 너의 그런점이 맘에 든다. 굳이 알고싶으냐?"

"네, 솔직히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흠...선자는 하겠단거고, 후자는 하지 않겠단 것이렸다?
좋다. 말하마. 나는 너의 가능성을 보고싶은거다. 너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거라.
너도 알다시피 너와 나는 처음부터 서로 약속을 하지 않았느냐 나는 이 자리를 언젠가 너에게 물려줄 것이다. 그러기위해선 조직내에서 돌아가는 모든 것을 알지 않으면 안된다. 내가 굳이 널 신참으로 보낸 것은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모든 것을 빨리 깨우치고 시작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이다음 너에게도 수많은 도움을 주고 경험이 되어 널 더 굳건하게 해줄것이다."

"할아버지...!"

상우는 할아버지의 말에 그제서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목련일 잊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약속한 거래였다. 하지만 새삼 할아버지 말씀에 부담이 되어 다가오기 시작했다. 잘할수있을까란 불안감이 그를 스치고 갔다.

'그래, 어자피 치러야할 일이라면 물러서지 말자. 해보는거야 까짓거! 못할 것도 없쟎아. 처음처럼 모르는건 배우면 되는걸테고 그리고 시간을 투자하면 된다.'

상우는 마침내 결심을 하고 진지한 얼굴로 할아버지를 향해 돌아섰다.

"해..해보겠습니다"

"역시...넌 나의 손자구나! 그럴줄 알았지. 넌 나를 닮았어! 대신에 한가지 더 있단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총무부가 아니란거야. 넌 부서를 옮겨야한다. 말하자면 다른곳이지. 광고부로"

"넷?"

광고부라니. 상우는 왠지 할아버지의 심중을 꿰뚫어볼수가 없었다.
대체 할아버지가 원하시는건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그의 전공도 아니며. 해본적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대체 뭘 어쩌라고
저런 말씀을하신단 말인가.

"너도 알다시피...광고란...정말 많은 두뇌와의 싸움을 하는 곳이다.
여기서 살아남는 사람은 세상 어떤일을하든 살아남을수가 있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내가 처음 널 총무부로 보낸 것은 그곳에서 사람들을 많이 익혀두라는 뜻이였다"

"아!"

그제서야 상우는 할아버지의 의중을 알수있었다.

"사람을 관리하는일,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안을 짜는일등
몹시 힘든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떠냐, 그래도 해보겠느냐?"

"네. 해보고 싶습니다."

"흠..좋다. 그래야지."

할아버지는 매우 흡족한 얼굴로 웃으시며 상우를 향해 모처럼 밝은 웃음을 주고 계셨다. 하지만 상우는 가볍게 그럴수가 없었다. 왠지 모를 부담감이 그에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강비서!"

할아버지는 인터폰을 눌러서 강비서를 호출했다.

"네, 사장님."

"어제 내가 맡겨둔 인시기획안 있지? 그거 지금 당장 시행하도록 해. 신입사원 면접은어떻게 되었나? 교육까지는 다 마친거겠지?"

"예, 그렇습니다. 염려놓으십시오. 분부대로 모두 마친상태입니다."

"수고했네. 그럼 그대로 진행시키도록!"

"알겠습니다 사장님. 말씀대로 지금당장 공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상우는 할아버지가 지시하는 모습을 보며 흘끔 시계를 보았다. 보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왠지 초조한 생각이 들어서 상우는 할아버지께 말씀드리고 되도록 빨리 떠나야겠다고 생각을했다.

"녀석...초조한게냐? 흠...젊을때니 그럴만도하지. 좋다, 나가보거라."

"감사합니다."

상우는 얼른 인사를 드리고 후다닥 빠져나왔다. 급하다! 안그래도 그녀에게 미안한게 많았다. 그는 그녀의 약혼자로서 충실할 생각이었고, 그래서 할수있다면 그녀와의 약속도
어기지않고 꼭 지킬 생각이었으므로 그는 바쁘게 지하주차장으로 뛰어가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