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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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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BY 프리 2003-04-03

-10편

요즘 몇일새로 목련은 온통 무언가에
마음을 뺏기고 있는것이 분명했다.

상우는 그이유를 몰랐기에 더 궁금해졌다.
그가 놀려대도 요즈음은 시큰둥하고 반응이 없어서 재미가 없었다

어쩐지 맥이 탁 풀린다.
무엇인가 모르지만 그녀주위에 큰 변수가 생긴것이 틀림없다.

'도대체 뭐람'

게다가 오늘은 월요일인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내내 기운이 없어보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월요일만큼은 힘을 내서 늘 밝게웃던 그녀인데....
무슨일인지 오늘만큼은 예외였다 상우는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야 한목련 너 대체 왜그러냐?
설마 너 좀팽이처럼 저번일로 이러는건 아니지?"

"그런거 아냐, 권 상우 제발 부탁인데, 나좀 가만둬줘!"

"에이 너 왜그래, 무슨일있는거야? 뭔데그래 대체?"

목련은 상우를 잠시 노려보았다.
요즘은 너무 속상하기만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좋아해본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사람을 보고있다.

그뿐인가 그는 그것때문에 너무 아프고 힘들어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해줄수가 없다
단지 지켜만 보아야한다...그것이 얼마나 목련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상우는 알지 못하리라.

"미안해. 화내서."

"뭔데그래, 나한테 다 털어놔봐."

"상우야 그건 말할수가 없어.
니잘못이 아냐. 내문제야 미안하다."

목련의 슬픈 표정을 보면서 상우는 왠지 그녀가
가까이 있지만 참 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사이에 보이지 않던 틈이 생겨났다.

그리고 최근사이 그 틈은 조금씩 조금씩
사이를 벌려나가는거 같다. 그래서 상우는 안타까웠다.
무엇으로 이틈을 메꿔야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수있는것일까

"아니야. 그렇다면 할수없지. 근데임마!"

상우는 목련의 등을 탁 쳤다 그바람에 목련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앗!"

"하하 놀랬냐. 미안 미안...넌 인제 갓 스물이야.
세상 얼마나 살았다고 그렇게 다산 얼굴을 하고 다니냐.
너네 엄마 보시면 놀라서 한순간에 다 늙어버리시겠다. 얼굴좀 펴!"

상우의 말에 목련은 잠시나마 웃었다.
그래, 사실이 그랬다.
나는아직 세상을 많이 살지 않았다.

아직 겪어본일도 없고 또 겪어나가야할 일도 많으리라
그런데 요즈음은 정말 죽을맛이었다.

'내가 왜이렇게 됐지...지금의 나는 왠지 낯설다.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어...'

그런생각을 하다 지난번 용하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내가 내가 아니라면...좋겠다. 그럴수있다면...그렇지만 그건 너무 무리겠지?"

이런거였을까...문득 목련은 처음으로 그를 이해하겠다 싶은 맘에 진지해졌다.

"또.또...너 그러다 한순간 팍 늙어버릴까봐서 나는 걱정이 든다
제발 얼굴좀 펴 가슴도 피고"

그러면서 상우는 교정을 해 준답시고
목련의 어깨를 두손으로 무리하게 늘리고 있었다.

"아..아파."

"미안. 하지만 안심했어 사실 요즘 니가
죽도 못얻어먹은 아이처럼 그런얼굴 하고 다니길래
나 걱정했었거든."

"왜?"

상우의 얼굴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음..왜냐면 말이지 나 지난번에 취해서
니가 울집대문까지 부축해서 왔다며.
울엄마가 그러시더라. 사실 미안하고 챙피해서 혼났다."

그제서야 목련은 그때일을 다시 기억해냈다.
그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풋하고 웃음이 난다.

"그랬구나. 정말 그때 너 넘했어.
세상에 누가 누굴 데려다 준다는건지 원..."

"그래서 내가 너를 위해 준비했지 쨘-"

상우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뒤춤에서 종이를 펼쳐보였다.






"뭐니 그게?"

"기차표 두장. 빨리가자 시간없어.
지금가야 시간에 맞춰서 도착할수있다구."

다짜고짜 기차표라니...목련은 어이가 없어서 상우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상우는 막무가내였다
그는 목련의 손을 잡고 정신없이 잡아 끌었다.

곧이어 목련은 택시에 태워졌고
차는 역앞에서 멈췄다

"뭐해 내려야지."

목련은 잠시 주춤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택시정류소에는 이미 택시를 타려 기다리는 손님이 많았고,
게다가 뒷차가 얼른 나가라며 클랙슨을 시끄럽게 빵빵대고 있었다

"야 한목련 내려 얼른!"

상우의 재촉에 목련은 한숨을 내쉬고 따를수밖에 없었다.
내리자마자 틈도없이 상우는 목련의 팔을 잡아끌었다.
대체 어디로 가자는건지...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목련은 소리조차 지를수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수많은 인파의 시선을 받을 각오를 해야했으니까.
목련은 상우손에 이끌려 질질 끌려가다시피
매표소를 통과해서 기차타는곳으로 쫓아갔다.

"야 상우, 대체 어딜 가겠다는건데?"

"시간없어 기차놓치면 안되니깐...자 뛰어!"

무작정 뛰었다. 숨이 헉헉 차올즈음
다행히도 그들은 가까스로 기차에 오를수있었다.
상우는 표를 확인하고 이윽고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손이 여전히 잡혀있는 목련이로서는 더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여기다."

상우는 목련일 안쪽좌석에 앉히고 바깥쪽으로 자기가 앉았다.

"어디가는거니 대체?"

"후훗 나 이거 엄청 어렵게 준비했어.
녹화몇주전에 신청해야할만큼 구하기 어려운거라서."

상우는 조심스레 그것을 목련의 손위에 올려두었다.
목련은 뭘까 보다가 눈이 커다래졌다.

"어,상우야 이거 개그콘서트 방청권이니?"

"어.그래."

목련은 너무 좋아서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사실 보고싶은 프로그램이었고 너무나
좋아했던 프로그램이기도했다.

그래서 어느덧 화가났던것도 잊고,
그리고 무작정 끌다시피 온 상우에 대한 미움도 녹아버렸다.

"하지만 엄마 걱정하실텐데?"

목련의 표정을 읽더니 상우는 어디론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넣었다.

"어 엄마? 나 상우에요 음...지금 서울가고 있어요"

[서울? 아니 무슨 서울이야? 너 대체 그게 무슨소리니?]

"음..기차안이라 긴말하긴 그렇고...엄마 나 암튼
서울다녀올테니까 그런줄 알고 걱정말고있어요"

[내참...자다가 봉창뜯는소리도 아니고,
다짜고짜 서울갈테니 걱정말고있으라고?
너같으면 두발쭈욱 뻗고 너올때까지 기다리고 있겠냐?
대체 뭘할려고 이시간에 서울은 간다는 것이며, 또 언제 올거란 소리야?]

엄마의 노기어린 목소릴 들으며 상우는 얼굴을 잠시 찌푸렸다.

"엄마 알았어요 알았어. 다녀와서 말할게요
암튼 그런줄 아세요"

[야 상우야...상우야?]

[탁] 상우는 얼른 핸드폰의 종료버튼을 눌러버렸다.
그제서야 휘유..하는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나도 전화를 해야할거같아."

조심스런 목련의 말에 상우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아냐 어머님껜 이미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했어. 잘다녀오라고 하시던걸"

"정말?"

상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근데 너 왜 너네어머님껜 말씀 안드린거니?"

상우는 헤벌레 웃었다.

'왜 엄마에게 말안했냐구? 아마 엄마가 아셨다면
못가게 발목을 붙들었을게 뻔했으니까.'

그리고 엄마는 엄마를 두고 목련일 챙긴다며
틀림없이 엄청 서운해하고 잔소릴 늘어놓을게 뻔했다
그래서 상우는 절대 비밀로 하고 출발전에 그나마 전화를 드린것이다.
차마 그것을 목련에게 전할수 없지만서두.

"어..울엄만 괜챦아 다 이해하시거든"

어이가 없어서 목련은 그만 웃고 말았다.
상우는 참 복잡하지 않아서 좋다.
흑과백처럼 뭐든지 똑 부러져서 얽히고 ?鰕榻?실타래처럼
어렵지고 힘들지도 않을것이다.
그런 생각을 해보며 목련은 차창밖으로 시선을 두었다.




"아저씨 여기요"

상우는 지나가는 철도맨 아저씰 불러세웠다.
아저씨가 미는 작은 미니 수레엔 정말이지
어떻게 그많은 품목이 들어갔을까
의심이 갈만큼 다양한 종류의 먹거리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뭐 먹고싶은거 있어?"

상우의 말에 목련은 미에로화이바 한병만 집어들었다.
상우는 삶은달걀과 오징어. 그리고 음료수와
이것저것을 고른후 계산을 마치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는 아저씨에게 받아든 작은봉투와 삶은 달걀을 내밀었다.

"나? 먹으라고?"

"음...넌 기차타는 재미를 모르는거같다
이거 기차안에서 먹음 얼마나 맛있는데."

상우는 이미 껍질을 하나 벗겨서는 얼른 소금을
살짝 찍어서 입속안으로 쏘옥 넣어버렸다.

"음..맛있다."

상우가 하도 맛있는 표정을 짓길래
목련도 하나 까서는 소금을 살짝 찍어 입으로 가져가려는데
상우가 그손을 휙 낚아채더니 자기 입속안으로 쏘옥 넣어버렸다.

"아우 맛있어."

그모습에 목련은 그만 웃고 말았다.
상우는 다시 하나를 들고 껍질을 벗기더니 목련에게 내밀었다.

"마저먹어 너 또 뺏어갈려고 그러는거지?"

"아니야. 정말 안그럴게. 함 먹어봐."

목련은 그제서야 달걀을 입속으로 넣어보았다.
입안에서 터지는 노른자의 맛이 좋다.

"목막히겠다 자."

상우는 재빨리 음료수의 뚜껑을 열더니 목련에게 내밀었다.

"고마워 상우야."

대답대신 상우는 오징어에 손을 뻗었고,
먹기좋도록 잘 찢기 시작했다.

"오징어는 마요네즈 찍어먹어도 맛있고 아니면
매콤한 태양초 고추장을 찍어먹어야 제맛이 나는거같아."

상우는 정말 뭐를 먹어도 맛있게 먹는구나...
오늘 처음 목련은 그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맛있을까 싶어서 목련이도 따라서
작은 미니 용기에 담긴 고추장을 찍어
오징어를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대전에서 서울까지는 두시간쯔음이 지나자 도착을 했다.
그리고 다시 서울역에서 kbs별관공개홀까지.
택시를 타고가자는걸 간신히 말려서 버스로
이동해서 가까스로 여섯시까지 당도할수있었다.

원래는 일곱시에 시작한다고 되어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안내일뿐이었다.

이걸 보기위해서 온 쫘악 밀린 줄들을 보며
목련은 그나마 조금이래도
일찍 당도할수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내가 이 많은 사람중에 뽑혔다는게 왠지 기적같은걸."

처음이었다 이렇게 방송국 나들이 해보는거.
목련은 모처럼 한코너 한코너 할때마다 웃음으로 가득했고,
너무 재미있어서 눈물이 다 나올지경이었다.

방송에서 보는거보다 녹화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걸렸다.
열시쯤 녹화가 다끝나고 나서 둘은 인파와 섞여 밖으로 나올수있었다.

"고마워 정말 특별한 추억이 될거같아."

"다행이야"

상우는 목련의 환한 웃음을 보면서 힘들고 고생스러운게 한순간 날라가는것을 느꼈다.
이제야 비로소 아빠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사실 그는 아빠에게 협박해 간신히 이 티켓을 손에 쥘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