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공공장소에서 불시에 체질양지수 측정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64


BY 자유로운 하늘 2003-03-25

[봄]

x월 x일

길을가다가 문득 멈췄다.
겨울내내 말랐던 앙상한 가지에
어느새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수줍은듯 고개를 내밀고
조용히 웃고있었다.

"어머,세상에!"

참 신기하다 누가알아서 관리해주는것도 아닌데
비료를 주고 잡초를 뽑아주는것도 아닌데
저혼자 사는 나무는
시계가 없어도 시간을 알고

어느계절이 오는지
그리고 가는지를 벌써 훤히 꿰고있다.
점쟁이라도 된것처럼
척척...척척...

그아래 누런 색들 사이에 수줍게 밀고올라온
잔디며 풀이며 이름모를 작은벌레들이
그리고 개미가 봄이왔음을 말해주었다.

주변을 둘러봤다.
매일 봐도 그게 그거인것만 같았던 모든것들이
어느새 나만 그대로고
부지런히 자기일들을 알아서 척척 해내고 있는거 같다.

잠시 서서 정신없이 바라보다 나는
드디어 깨닫게 되었다.

"얏호,봄이다!"

겨울내내 밀어두었던 커텐빨래와
그리고 이불빨래들
또한 집안구석 구석 움트리고 기다리고 있을
먼지들을 향해 인사를 건네야겠다.

그리고 뽀얗게 목욕을 시켜주고
이쁘게 치장도 해주어야지.
춥다고 닫아두었던 창문도 이제는 활짝
열어제껴 환기를 시켜야겠다.

봄이란 손님이 와서 미안해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