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편안하게 읽어주세요
서은영(주인공,삼십대여성,빌라에 살고있음)이 써가는 일기입니다.
[쓰레기]
x월 x일
최근들어 울 동네에 싸움이 일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쓰레기 전쟁.
요즈음은 솔직히 대문앞을 나서기가 너무 겁난다
앞집 아줌마.
자고 일어나면 누군가 자기네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몽땅 버리고 갔다고 하소연한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그것도 매일매일
나는 그사람이 누군지 꼭 궁금하다며 요즘들어
노래.노래 하신다
한번은 그 아줌마에게 그런말을 했다.
[아니, 왜 쓰레기봉투를 대문앞에 놓으세요?
집안에 두시면 되쟎아요]
그랬더니 그아줌마
애기가 어려서 기저귀를 많이 쓰는탓에
집안에 냄새베일까 염려스러워 밖에다 둔단다
가끔 나는 이해할수가 없다.
왜 굳이 그래야하는지.
20리터도 있고 50리터도 있는데
왜 아줌마는 꼭 백미터만 고집하시는걸까.
아무래도 미스테리다
아무래도 이아줌마는 '백리터 아줌마'라 불러야겠다.
아니지 아줌마소리 싫어하시니까 '백리터여사'라
정정해야겠다
옆동 건물 아줌마.
아줌마는 별명이 '깔끔여사'다
자기 성격탓에 스스로 비들고 쓰레받이들고
집앞골목을 슈퍼우먼처럼 누비신다.
오늘도 나가다보니 열심히 쓸고계셨다.
아..훌륭하시다...라고 생각했는데
잠깐보니 아줌마 입에 욕이 달려서
대롱대롱 거린다...실망스러웠다
"아,지랄하고 왜 쓰레기를 꼭 여기다 버리는거야
정말 누군지 잡히기만 해봐라
가만 안둘겨!"
오늘도 쓰레기봉투를 버리러 갔다가
건물앞에서 모두 만났다.
역시 화제는 '쓰레기'다
아..넘들은 전쟁났다고 이라크네 부시네
어쩌구 저쩌구인데 울동네는 그거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게 이 쓰레기라니...
서글픔이 문득 밀려들어왔다
헥헥..거리시며 달리기 다녀오신 서씨 아저씨.
누군가 대표로 나서서 욕을 먹더라도
관리를 해야한다며 목에 핏대를 올리신다.
하지만 아무리 눈치를 살펴도
총대를 멜 사람은 없는거 같다 ㅡ ㅡ;;
한쪽 구석에서 주차장 할머니가 차에 터진
쓰레기봉투에서 흘러나온 쓰레기들을
열심히 모으고 계셨다.
"왜 버리는데 냅두고 여기다 버리고 가지?"
그렇다 버리는데는 거기서 고작 열발자욱쯤.
그런데도 누군가 꼭 거기에 버리고있다.
"cc-tv를 달자구요"
"요즘 잡으면 돈준다는데 우리 한번 잡아보죠"
음..쓰파라치를 해보자고 하신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이 쓰레기를 버리는 범인은
사람들이 자는 시각을 노리기 때문에,
그러고보면 범인은 아주 치밀한 성격인거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체 그가 언제
쓰레기를 들고 나오는지
알수가 없다
또한 왜 그 가까운거리를 두고
주차장에 버리는건지도
아울러 매번 그러면서도 또 하는것을
절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하룻밤 애를 재우고 남편과 함께 보초선
백리터 여사의 말에 따르면,
단서는 오로지,
같은 건물에 산다는것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는것
그리고 여자라는것
밤에봐서 잘 모르겠다는것
불렀는데 후다닥 도망가버렸다는것
그것 뿐이었다
아..대체 누굴까?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요즘
자꾸만 인상을 쓰고있다.
빨리 잡혀야지 될텐데...
아니 그보단 그사람이 이젠 그만
스스로 이 범인노릇을 그만둬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