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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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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BY 봄햇살 2003-04-14

안녕하세요? 봄햇살임다.
요즘 말많고 탈많은 소설방에 꾸준히 들려주셔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손님들께 꾸벅 고개숙여 감사드림다.
다름이 아니오라.. 처음 제글이 남편과 아내. 남편이 사랑한 여자와 아내를 사랑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쓴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남편이 사랑한 여자의 이야기를 쓰면 스토리가 전혀 다른방향으로 가고 제가 전체적으로 짜놓은 윤곽과 어긋나서..
아내의 에필로그로 대체함다.
이해해주시겠죠?
계속 제글 사랑해 주십숑...



-아내의 에필로그-

오늘은 나를 사랑해준 그의 사형 집행일이다.
이제 모든것으로부터 해방이다.
그가 옆에 있었다면 나는 그에게 평생 은혜갚는 마음으로 또 그를 위해 살았어야 할것이다.
하지만 그는 오늘 내곁을 완전히 떠난다.
그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잘된일이다.
이제 모든 구질구질한 것들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그는 나를 죽도록 사랑한 것 같지만 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사랑한번 잘못했다가 근 십년간 죽도록 학대당했다.
내가 어찌 사랑을, 남자를 믿을 수 있겠는가.

인생을 포기하며 될대로 돼라 하는 마음으로 인생 끝날날만을 기다리던 내가 경험한 죽음에의 공포 - 그때 베란다에서 자살을 결심하고 몸을 내밀때- 이후로 나는 이대로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강한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일단 내편을 만들어야 된다.
아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이는 내편이 되기엔 너무 어렸고 나의 부모님도.. 실망을 끼쳐드리고 싶진 않았다.
젊어서 잘나가던 시절.. 남자를 내맘대로 다루면서 느낀것이..
남자들은 단순해서 조금만 요리하면 금방 내가 원하는대로 해준다는 것이었다.- 물론 예외도 있었지만.. 지독히도 요리가 안되던 내 끔찍한 남편말이다. -
내편으로는 남자가 좋을거라 생각했다. 남자들은 아무 생각없는것들이 힘은 죽도록 세니까.. 이 무서운 남편으로부터 어떤식으로던 날 해방시켜줄것이다.
남편때문에 외출도 한번 제대로 못해본 내가 처음 고른 나의 편은 바로 희멀건 얼굴로 끊임없이 나를 힐끗대던 그 헬스클럽코치였다.
다른 골빈 아줌마들은 그가 한번 눈길줘도 난리가 나는 분위기였지만 나는 그의 눈길이 내 몸을 훑어내리는 시선에 경멸을 금치 못하던 중이었다. 그라면 내편이 되줄것이다. 아마 머리는 비었을거고 조금만 요리하면 생각보다 더큰 수확이 생길지도 모르는 터..
나는 그에게 눈길을 한번 주었다.
그가 내 눈길을 처음 받고 당황하던 그모습을 잊지 못한다.
바보같은 자식.. 눈빛하나에 저리도 당황하다니.. 정말 웃기지 않는가. 그는 어디론가 황급히 뛰어가는것 같았다.
어디로 가는것일까.
내가 살다살다 나한테 빠져서 허우적 대는 것들은 여럿 보았지만 저렇게 바보같은 자식은 처음이었다.
그는한참 안보이다가 내옆의 러닝머신에 올라탔다.
그는 땀을 흘리고 있었다. 생각보단 순진한 놈이다. 요리하기는 정말 쉬운 스타일..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샌가? 남자를 가져본 여자라면 누구나 알것 같은 그냄새가 그에게서 엷게 풍기고 있었다.
밤꽃냄새.. 비릿하고 신선하다.. 밤꽃냄새..
설마.. 설마 사정이라도 하고 온것인가?
말도 안돼.. 이렇게 웃긴일이 있나.
저절로 웃음이 났다. 그를 쳐다보며 웃어준다.
저표정.. 한번 웃어줬더니.. 나를 다가진듯한 얼굴을 띈다.
웃긴자식..
어쩌면 생각보다 모든게 쉽게 풀릴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