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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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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BY 봄햇살 2003-04-01

그녀가 운동을 하러 들어오면 이상하게도 그녀에게만 빛이났다.
마치 어느 영화의 한장면처럼 주위는 컴컴해지고 그녀에에게서만 나는 빛으로 내마음은 충만해 지는것이었다.
한번쯤 말을 걸만도 하고 운동을 하다보면 궁금하거나 도움을 바랄것도 있을만도 한데 그녀는 내쪽으로 눈길 한번 안주고 묵묵히 운동만 하다 가는것이었다.
나는 그녀가 운동을 하고가는 두시간 남짓한 시간을 무엇에 홀린듯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쳐다보고 있는것을 그녀도 알만한데 그녀는 나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운동을 하는 그녀는 무척이나 힘겨워보였다. 다른아줌마들처럼 즐기며 운동하는게 아닌 마치 힘든노동을 하듯이, 자기몸을 학대하는 사람처럼 힘겹게 운동을 하고 그녀는 축쳐진 어깨로 집으로 향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그녀는 여전히 힘겹다. 힘겨운 일상에 중노동같은 운동-적어도 그녀의 몸상태론 그럴것이다.-을 마친후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두려워하며 그녀는 집으로 향한다.
창밖의 그녀를 보며 나도 힘들다. 힘들고 눈물이 난다.
왜 나는 나와 아무 상관도 없는 그녀때문에 아프고 힘들고 눈물이 나는지 처음엔 그이유를 몰랐다.
그러나 내가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는걸 깨닫는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와 몸섞은 여자가 한두명도 아니고 술에취해 마음을 다 털어놓으며 제법진지하게 사귄여자도 많았는데 기껏 멀리서 숨어서 몇번 보고 가까이에서 매일 보면서도 눈한번맞추지 못한 이여자를 사랑하게 되다니.. 천하의 내가.. 이해못할 일이었다.
내스스로 한심하고 고통스러워서 나는 다시 여자를 만나기 시작했다.
헬스클럽에서 나에게 노골적으로 관심을 표명하던 젊은 유부녀와 대학생 그리고 가끔은 나이트클럽이나 내가 경멸하던 소개팅까지..
그러나 다른여자를 만나면 만날수록, 여자를 가지면 가질수록 내마음속엔 그녀만이 가득하고 점점더 마음은 아파오고 나를 한번 쳐다보지 도 않은 그녀에게 미안해서 더이상 그럴수가 없었다.
나는 나에게 관심없는 그녀를 위해 다시 건전한 생활을 시작했다.
훔쳐보기 또한 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당하는 모습을 또 본다면 나는 그놈을 죽이던가 내가 그자리에서 떨어져 죽던가 할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 앞에서 나는 나를 제어할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만을 쳐다보며 나에게 아무 관심없는 그녀를 위해 마치 수녀원의 수녀처럼 스스로 정숙하게 살며 하루하루 많은 날들이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나를 쳐다봐준것이다.
나는 날아갈것 같았다. 눈이 마주친것만으로도 내몸은 오르가즘에 이른 사람처럼 전율하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여자가 갖가지 서비스를 해줌에도 한번 사정하기 힘든 내몸이 발정하고 있었다.
나는 화장실로 가서 급하게 바지를 내리고 팬티가 내려지기가 무섭게 마치 오래참았던 오줌을 분출하듯 나의 정액을 뿌렸다.
그리고 나는 주저앉았다.
이럴수가.. 천하의 내가.. 눈한번 맞춘것으로 절정에 이르다니..
내스스로 부끄럽고 자존심상해 어찌할줄 모르면서도 어떤여자를 가지면서도 느껴본적 없는 저릿한 쾌감에 나는 흥분하고 있었다.
짜릿했다.
다시 홀안으로 들어갔을때 그녀는 여전히 운동을 하고 있었고 나는 마치 그녀를 가진모양 당당히 그녀옆의 러닝머신에 올라탔다.
다시 그녀를 본순간 그녀는 나를 보고 웃고있었다.
하늘을 날아갈것 같은 기분.. 그녀의 치아는 마치 진주를 박아놓은듯 하얗고 가지런했고 그녀에게서 나는 땀내는 옛날 기생들이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몸속에 품었다는 향내처럼 신비롭고 그윽했다.
나는 또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녀에게 나의 더러운 남자근성을 보이지 않기위해 나는 속으로 별별 슬픈생각에 애국가까지 부르며 나를 자제했다.
그녀는 나를 보고 살갑게 웃어준뒤 다시 아무일없었다는듯 운동했다. 나도 그녀옆을 달렸다.
천국을 향해 나란히 달리는 기분.. 세상엔 그녀와 나밖에 아무도 없다.
그녀와 나의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나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