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의 첫수업이 있은날은...그로부터... 한달쯤 뒤였다..
교구가 도착을 하고...
일주일쯤 있어서...
한수가 집을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나에게 형식적인 인사를 건넨 그는 곧바로 연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안녕? 니가 연이구나... 반갑다.."
연이는... 아직 말이 완전치 못한 두돌반짜리 계집아이였다.
수업장소는... 연이의 방이었다.
연이의 방은 아직 세간이 없어서... 휑하니 넓었고...
그가 가르치는데 사용하는 그 교구라는 것들은 공간을 꽤나 차지하는것들이라 그휑함이 도움이 되었다.
연이는 수업내내 즐거운 기분인듯했다.
블럭들을 이리저리 맞춰보고 즐거워했다...
그리고... 열린 문틈새로 세어나오는 그의 말솜씨는 놀라울만큼 익숙하고 안정되게 들렸다... 방문교사라는 그의 상황을 알고 잠시나마 가졌던 그에게 느꼈던 측은함을 스스로 꾸짖었다.. 다 말도 안되는 나의 오만일뿐었다... 자신의 계획은 그것이 아니었다하더라도 남편이 애시당초 자동차 세일즈맨이 되기로 운명지어져 태어난 사람인듯... 그 또한 그의 현직업에 몰두하고있었고..어느정도 성공을 이룬듯했다... 지금은 초반이니... 힘이들겠지만.. 이대로 나간다면...그의 미래는 보장받을것이었다....
수업이 끝이나고....
"그럼...."
하고 발길을 돌리려던 그를 붙들었다...
"차나 한잔하세요..."
"아니 괜찮습니다. 수업이 또 있어요.."
"그래요? 그렇다면...."
나는 그를 배웅했다...
"연이야.. 다음주에 또 만나자..."
그는 가볍게 연이의 볼을 쓰다듬어주고 신발속에 발을 아무렇게나 박아넣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우리 모녀와 한수 이렇게 셋이서 한수가 타고 내려갈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엘리베이터가 우리층으로 한발한발 다가와.... 우리 층에 빨간불이 오르자 나는 견디지못하고 침묵을 깨고 말았다..
"야.... 박한수.. 너 나몰라? 나... 김유경이야..영어영문학과 93학번 니 동창 김유경..."
그 말을 듣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이 엘리베이트를 뚫어져라 응시하던 한수는 엘리베이터문이 열리자 뚜벅뚜벅 침착하게 차안으로 올랐다. 그리고 돌아서서 버튼을 누른뒤 입을 열었다..
"나 갈게.."
"나 갈게"라니...
"나 갈게"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