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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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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BY who 2003-03-07


서로가 서로에게 
싫지않은 감정을 가진 남녀가 왜 그리도 
멀리 돌아와 여기 이 자리에 서 있는건지..

지영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
비록 내가 너의 집안조건을 핑계로 
이성으로 받아 들이지 않았더라도 
좀 더 내게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었더라면....

아무 내색없이 묵묵히 
동규의 이야기를 듣던 지영은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문을 연다.

"동규야...지나고 보면 다 그런거야..괜히 
사랑도 아닌데 사랑인 것 같고 그런거.."
"ㅎㅎ그러냐..허긴 내가 딱 한가지 못꺽은 꽃이 있다면.. 바로.. 너다"

"어머머..참내 그래 너 선수인거 다 아니깐 그만 좀 해람마~"
"하하하..그래.."

연거푸 비워데는 술잔을 동규는 혼자 따르고 마신다.

"동규야~그만 마셔..이젠 가야지"
"왠일이냐 너가~술이라면 자다가도 뛰어 나오던 얘가?"

"나 유부녀잖아~ㅎㅎ"
"나도 유부남이얌마~"

"나 집에 그만 가봐야돼..너무 늦었어.."
"그래..알았다 이거 한잔만 마시고.."

동규는 기어이 따라놓은 술잔을 비운다.

늦은 시간 택시를 타고 지영의 집 
근처에서 함께 내린 동규..
둘은 그렇게 말없이 어두운 거리를 함께 걸었다.

"지영아~.."
"응"

"너 예전에.. 내가 준 책..생각나니?"
"음..아낌없이 주는 나무?"

"그래.."
"그럼~ 생각나지.."
"난.. 너에게 있어서..그런 나무가 되고 싶었다."
"........"

동규는 옆에서 말없이 걷고 있는 
지영의 모습이 순간 어둠속에서 눈이 부시다.

알콜의 핑계라도 알콜의 용기라도 빌려서
지영을 품에 안고싶은 충동을 동규는 애써 참으며
깊은 심호흡과 함께 밤하늘을 올려보고 있었다..

걸음을 멈춰선 지영은 그런 동규의 맘도 
아랑곳않고 밝은 미소로 안녕을 고한다..

순간 동규는 자기자신도 모르게
감히 안아볼수 없었던 지영을 
마치 본능처럼 힘껏 안고 말았다.

마치 날아가려는 새를 한순간 움켜 잡듯..
오래전부터 그토록 아끼고 아껴왔었던 
지영을 품에 안은 동규는 건널수 없는 
세월의 아픔에 순간 가슴이 메어진다.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동규의 태도에 놀란 지영은
어이없게도 그렇게 동규의 품속에 힘없이 안겨 버렸다.

"어머!! 동규야!! 너 왜그래?"
"지영아~"
"너 많이 취했구나.."
"지영아.."
"빨리 안비켜!!"

동규의 품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던 지영은
엉킨 철조망처럼 도저히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제발 이러지마!!..누가 본단말야.."
"............"

지영의 몸부림과 하소연에도 동규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그저 온힘을 다해 

지영을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듯
그렇게 지영을 말없이 힘껏 안고 있었다.

"동규야~~제발 이러지 좀.. 마.."
"..지영아.."

"너.. 이러면 안돼.."
"알았어..조금만....아주..조금만"

"동규야.."
"조금만..우리.. 이렇게 있자.."

"안돼...너말야..."
"아무말 하지마~ 지영아..제발.."

"........."

지영은 순간 목덜미에 
차가운 이슬같은 감촉을 느끼자
그만 지영은 동규의 품에 그대로 
미라가 되버린 듯 꼼짝할 수가 없었다.

"얌마..넌..."
"......"

"넌..정말.. 바보야.."
"......"

"내 마음도 몰라주는 바보...바보라구..알겠니?"
"....."

"어쩜..넌 어쩜 그렇게.. 내마음을 몰라줄 수 있는거니?"
"......"
"넌 정말.. 나쁜 기집애야..."

지영은 동규의 아픈 마음을 
너무나 오랫동안 외면하고 살아왔음에..
지영의 가슴은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시려왔다.

그리곤 동규에게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래서..이제와서..나보고..뭘..어쩌라는거니....'

차분한 어조로 지영은 동규를 설득한다.

"동규야..그만...가봐야돼....제발...."

항상 엄마말 잘 듣는 어린아이처럼 동규는
그만 지영의 설득에 한발짝 뒤로 물러선다...

"난말야...지금이라도 널....."
"동규야~ 너..무슨말 하는거야!.."

"나의 결혼생활은 이미..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었어..
그래서 지금은 그저 가장으로써 책임과 의무감으로 살 뿐이야.."
"너 그럼 정말 나쁜사람이야~ "

"지영아.."
"....."

"너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게 뭔지 아니?"
"......"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사는 사람들.."
"......"

"그래서 난 내 자식들에겐 이렇게 말하지.."
"........"

"결혼은...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죽어도 좋을만큼 사랑하는..사람을 만나면.. 

그사람과 꼭..꼭...결혼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