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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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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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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회]


BY 카모마일 2003-04-13

정말 걱정을 많이 했는지 현민이 얼굴도 많이 상해보였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먹었다는 현민일 보자 너무 미안했다.
괜한 일로 마음고생 시킨게.....얼굴보기가 정말 미안했다.

같은 전복죽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차로 한강쪽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한강둔치에 차를 파킹했다.
편의점에서 사온 따뜻한 커피가 입에 착 감겨왔다.
여름이 이젠 거의 막바지였다.
강바람이 좀 서늘하게 느껴졌다.

좌석을 뒤로 약간 제껴 편하게 앉았다.
현민이 팔을 내 등 뒤로 뻗어 왔다.
맨살에 닿은 현민의 팔은 내 신경샘을 자극했다.

"정말 잠을 잘 못자서 .....그런거야...?"
현민이 물었다.

"해연이가 전해준 말 들었을땐 그런가보다 했는데.....너 보니까..
그게 전부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다른 무슨일이 있었던것 같은 얼굴이구....내 전화에 그렇게 반응하는 너도 이해가 안되고..
나 한테 뭐 숨기는것 있지....?"

가슴이 뛰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현민이 팔을 거둬들이며 바로 앉았다.
차안에 감도는 긴장감에....숨이 조여오는것 같았다.

"전에....다빈이 일 있었을때도 그랬고....이번에도 하루만에
이렇게 상한 네모습...내가 이유일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혼자 고민하지 말고....툭 털어나봐....네가 궁굼해 하는것
다 말할께...."

현민이 날 봤다.
진지한 눈빛....
부드럽게 보는것 같긴 한데....그냥 넘기기엔....좀 버거운 눈이였다.

"사실...좀 부끄럽고 챙피한 얘기야....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너 한테 말하기가 좀 그래....별 중요한 얘기도 아니구......"
"그래도 해봐....이번엔 그냥 넘기지말구....넌 어땠는지 모르지만...
사실 나 오늘 하루종일 미치는줄 알았으니까....너에 대한 내 감정이
이정도 였는지...오늘 체감했다구...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다
얘기해봐....꼭 들어야 하니까...."

조금 강한 어조의 현민일 보니까....
정말 오늘은.....쪽팔림을 당하더라도 모든 얘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얘기에 현민이 뭐라고 할까...?
나에 대해서....어떻게 생각할런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길했다.
중간 중간 현민인 기막혀 하며....내 얘길 끝까지 들었다.
별로 많은 얘긴 아니였지만.....
얘기 끝에 현민인 화를 냈다.

"너 정말...무슨 신파극 작가도 아니고....드라마 같은것 자주 보면서
혼자 상상하고 그러는거야...?아님...소설.."
"그런것 아냐...!"
로맨스 소설을 운운할 것 같아 발끈했다.

"잘못했다면서.....말뿐인거야...?"
발끈하는 날 보며 현민이 비꼬았다.
정말 미안하긴 했지만...그래도 자꾸 로맨스 소설 운운하는건
듣기 싫었다.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현민이 열어났던 선루프의 창을 닫았다.
내려놓았던 창문도 닫고.....
강바람이 너무 서늘했다.
얇은 칠부소매 가디건을 걸쳤는데도....춥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현민이 시선이 느껴졌다.
아무말 않고 가만히 강물만 응시하고 있는날 보더니 작게 한숨을
내 쉬었다.

"이런말 하면 너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 말 안했는데....."
".........?"
"너랑 미팅에서 만나고 난뒤.....많은 생각을 했더랬어....사실
너도 어느정도 알고는 있었을거야....아니 예전엔 잘 몰랐어도
지금은 알거야...."
"....무슨소리...?"

내게서 잠깐 시선을 피하는 현민이였다.
입고 있는 파란색 남방사이로 반짝이는 금목걸이가 살짝 보였다.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서 더 반짝이는 것 같았다.

"나 많이 놀았다는거...알고 있었지...?"
뜬금없이....많이 놀았다니...?

놀란 얼굴을 하는 날 보며 현민이 더 의아해 했다.
"정말 모르고 있는거야...?"
"뭘...? 네가 많이 놀았다는 얘기...?"
끄덕끄덕....

"아니...?첨 듣는 얘긴데....너 많이 놀았니...?그냥 여자애들
만나서 차마시고 영화보고...그런거 아냐...?"

놀았다는게...뭘 의미하는건지.....
여자 친구가 많았다는 얘긴가.....?
그건 말안해도 잘알고 있는 건데....
새삼 왜....

내 말에 현민인 인상을 쓰면서...얼굴을 운전대에 묻었다.
잠깐 '끄응'하는 소리까지 내면서....

내가 뭐 말을 잘 못한걸까...?
답답했다....
뭘 어떻게 놀았다는 거야....?
혹시....?
여자애들하고....호텔도 드나들고....그런거야...?
정말...?
자기입으로 헤프지 않다고 해놓구선....
그럼 그게 다 거짓말이란 걸까.....?
갑자기 머리에서 쥐가 나려고 했다.
가슴이 콩딱거리고....안에서 개미들이 달리기 시합 이라도 하는
마냥....가슴이 간질거리고...따끔거렸다.

한참만에 현민이 얼굴을 들었다.
혼자서 별별 상상을 다하고 있던 난 갑자기 마주친 현민의 시선에
당혹스러워 했다.
내 얼굴에서 뭘 읽었는지....갑자기 현민이 피식 웃었다.
더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너 말야....순진한건지 맹한건지....서연인 안그런것 같은데....
남자하고 여자가 만나서 차마시고 식사하고...영화보구...그게
전부 일꺼라 생각해...?"
".....그럼...?"
가슴이 왜 이리 콩딱거리는지.....

"너무 밋밋하지 않냐....?매번 그러면....?"
"...그럼....어떤데....?"
바보같은 질문....
사고회로가 어떻게 되었나 보다....

현민이 또 피식 하고 웃었다.
점점 더 바보가 되어가고 있었다.

"로맨스 소설 많이 읽어 봤으면 잘 알것 아냐....?남자 여자 만나서
스파크 일면 어떻게 되는지....알지....?"
점점 말투가 날 놀리는 것 처럼 생각되어졌다.
좀 심술맞다는 기분도 들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빙 돌려가면서 사람 바보 만들지 말고...
알아듣기 쉽게 말해..."
정말 기분이 안좋았다.
놀림 받고 있다는 기분....

내 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현민이 내 두손을 잡았다.
남자손 치고 참 가늘고 긴 손이였다.
굳은살 하나 없는...깨끗한 손 이였다.
물기가 촉촉하게 베어있는 ....느낌 좋은 손이였다.

잡은 내 손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현민이 말했다.
"참 어렵다...어떻게 얘길 해야 할지....어찌보면 똑똑하고 야무진것
같은데...또 다르게 보면...세상물정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꼬마
같고...."
"그만해...얘기 할것 없음 ...관둬..."

잡힌 손을 뿌리치며 성을 내는 날 보며 현민이 자조적으로 웃었다.
진짜 지금 뭐하는 건지...

"놀랄만한 일 하나만 알려 줄까...?"
".......?"
"미팅후에 다희에게서 전화가 왔었어....다빈이랑 해연이랑
두어번 만났구....그때 ..."
"........?"
"너 아니였으면....다희랑 잤을 거야...다희가 한 미모 하잖아....?
더구나 내게 아주 적극적이였구..."

정말.....
가슴이 콩닥거리다 못해 ....
심장이 밖으로 툭 튀어 나올뻔 했다.
나 아니였으면 다희랑 잤을 거라구...?
두어번 만난 다음에...?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도저히 진정이 안되었다.
속에 뭐라도 들어있는 것처럼....
마치 입덧을 하는 산모마냥...
거북하고...메습껍고....
안에 있는걸 밖으로 토해내고 싶었다.

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 했는지 현민이 얼른 차에서 내렸다.
등을 구부리고 있는 내 옆으로 와 날 잡으려 하는걸 뿌리쳤다.

어떻게...
그런일이....?
현민이도 그럼 다빈이랑 같은 부류였단 말야...?
어떻게 그렇게 쉽게....
기막혔다.
요즘 우리들 세대의 연애가 인스턴트 같다고 하지만...
대학생이면.....지성인 아닌가....
그런 사람들이 본능에만...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현민이도 다희도....
둘다.....
정말 너무들 한다....

"괜찮아....?많이 놀랐나 보다...."
현민이 당혹스러워 했다.
자신이 던진 말이 내게 얼마나 커다란 파장을 줄지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