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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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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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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Y 허브향 2003-01-26

"오랜만이다. 세희 너 얼굴 보기 너무 힘들어..."
"미안해. 사는게 다 그렇잖아."
"근데 얼굴이 좀 안좋네."
"... 그래?"
"그나저나 연락 좀 하고 살자. 너 바쁜건 알지만 그래두..."
"그래. 그러자."
"애는 잘크지? 이름이 보윤이랬나?"
"응 그렇지 뭐"
"참, 경훈 선배 귀국 했다는 소식 들었니?"
"...그래?"
"경훈 선배가 너한테 참 잘했는데... 그지?"
"..."
"작년에 결혼했다더라. 네 소식 엄청 궁금해 했었는데... 네가 입단속 시키는 바람에 아무 말도 못해주고. 가슴앓이 좀 했을 꺼다"
"좋은 사람이니깐 좋은 여자 만났겠지"
"그렇겠지. 근데 보윤 아빠 요즘도 그러니?"
"..."
"어이구, 제 버릇 개 못준다고. 뭐하러 사냐? ...보윤이 때문에? 네 인생도 참! 하늘에 계신 네 어머니가 보심 참 애통하시겠다"
"..."
"어쩜 인간이 생긴것 하고 그렇게 똑같니?"

산부인과 간호사를 하는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9시쯤 집으로 향했다.
딸 보윤이가 자지도 않고 홀로 tv를 보고 있었다.

"엄마!"
"보윤이 혼자 있었어?"
"응!"
"몇시에 집에 왔었어?"
"5시!"
"무서웠니?"
"아니. 재미있는거 많이 해서 괜찮았어"
"엄마가 오늘 외할머니도 뵈구, 엄마 친구두 만나고 그래서 늦었네. 미안해."
"괜찮아. 근데 엄마 냄새 참 좋다"
"그래? 고마워."
"근데 왜 아빠는 엄마 더러 더럽다고 할까?
이렇게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데... "

세희는 마음이 아팠다. 내게 더럽다고 하는 것은 참을수 있지만 아이 앞에서 서슴없이 거친 말을 하는 남편이 원망스러워 졌다.
그 말로 인해 아이가 하루하루 자라며 상처 받을 것도...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2개월이 지나서였다.
속도 메슥거리고, 신열도 있었다.
산부인과를 남편과 함께 찾았는데 임신 2개월이라는 말에 그만 가슴이 꽉 막힌 기분이 들었다.
발목이 붙잡힌 느낌. 남편은 대뜸 의사에게 물었다.

"부부관계 가능 한가요?"

세희는 기가 막혀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병원앞에서 급히 나가는 나를 남편은 거세게 돌려 세웠다.

"무슨 행동이야?"
"그런말이 나와요?"
"왜? 그런건 묻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어?
어디서 그렇게 돌아서서 나가? 싸가지 없게?"

남편은 나의 뺨을 갈겼다.

"앞으로 임신 했다고 생색 낼 생각 하지마"
"뭐예요?"
"임신 했다고 뭐 먹고 싶다느니 집안일 못하겠다느니 그런말 따위는 하지말라구!"
"처음부터 그럴 생각 없었어요"
"난 평소처럼 행동 할꺼야.
아니, 네가 예민해 지면 질수록 나또한 더 거세게 나갈거야.
부부관계를 거부하는 행동에서는 특히나..."

세희에게 임신은 혹독한 지옥과 같았다.
유난히도 입덫이 심했다. 입덫이 심한 것을 걱정해 주기 보다는 남편은 구박하기가 더 일쑤였다.
배가 불러오면 올수록 남편은 부부관계를 더욱 요구했다.
달라진거라고는 없었다.
부부관계가 불편해진 9개월쯤이었을까.
부부관계를 하다 말고 남편은 벌떡 일어나 담배를 꺼내 물었다.

"미친년야! 너는 피임도 모르냐?"
"..."
"그렇게 동물처럼 배만 부르면 다 인줄 알어?
으이구, 더러워서..."
"당신 아이예요. 그딴식으로 얘기 하지마세요"
"뭐? 그게 내 아인질 어떻게 알어? 증거라도 있어?
허니문 베이비라고 강조 할 필요도 없어"
"..."
"너하나 먹여 살리는것도 등꼴 빠지는데 누구 씨 인줄도 모르는 애까지 먹일 생각 하니깐 온몸에 소름이 다 돋는다
징그러워. 물귀신이 따로 없네"
"..."
"물이나 떠와. 이 더러운년아!"

자리에서 일어난 세희는 부엌으로 물을 가지러 갔다.
눈물이 날것 같았다.
뱃속에 아이까지 있는데도 모욕을 주는 남편이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