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길에 삐삐를 샀다..
모토로라에서 새로나온 모델이었는데..
너무 귀엽구 깜찍했다..
기존의 것은 좀 투박하구 세일즈하는 아저씨들꺼 같다구
엄마가 돈을 조금 보태줘서 살수 있었다..
엄만 생각보다 출혈이 컸다믄서 장봐서 들어가려구 했는데..
취소해야겠다구 하면서 날 살짝 흘겼다..
삐삐를 들고 마냥 신나하는 내 모습에
엄마는 애 같면서 놀리더니 발걸음을 재촉했다..
해가 어느덧 지구 어두워져가구 있었기에..
삐삘 눌러가며 이것 저것 기능을 익히던 나는 갑자기 걸음을 멈춰섰다..
누가 내 앞을 가로막구 서 있었다..
고갤 들어 쳐다 보니 그였다.
너 지난 번에 다시 만나면 노래방 같이 가기로 해놓구
그렇게 그냥 가버리는 게 어디있냐..?
또..갔으면 연락이나 하던지..
내가 벙찐 표정을 하고 서있자..
내가 유령이라두 되는 줄아냐..?
정신차려..ㅋㅋㅋㅋ
어! 너 삐삐샀네..?
번호가 뭐야..?
아차..엄마..
주위를 둘러보니 저만치 앞서가던 엄마가 날 찾아뒤돌아 서려구 하구 있었다..
저기요..
나중에..
그럼..
엄말 향해 막 뛰어가는 내게..
삐삐쳐..꼭...!
집에 돌아와서두 가슴이 뛰는게 멈추질 않는다.
뒤에서 누가 쫓아오기라두 하듯이 조마조마 해서 밥두 먹는둥 마는둥..하고선 내방에 들어와 앉았다..
배깔구 누워 천장을 봐두..
다시 고쳐 앉아봐두 그 사람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진짜 우연일까..?
아님 우연을 가장한 걸까..?
우연이 세번이면 인연이라던데..
설마 지난번 내 배필이 그 사람은 아니겠지..?
왜 그런 건 봐가지구 맘이 이렇게 싱숭생숭하냐..
근데..진짜..내 배필이면 어쩌지..?
내가 못 알아보구 뿌리치는거면...?
19살에 만나는 배필이 평생 걸쳐 만날 인연 중에 젤 좋은 인연이라구 되어있더만..
그 담엔.한참이나 뒤에 30살쯤이구..
그럼 난 조혼이거나 노처녀 소릴 들을때 까지 있어야 한다는 건가..?
일기장을 꺼내 그 백지를 그런 두서 없는생각으로 채워 나가다가
문득 삐삐를 한번 쳐보구 싶었다..
그 사람과 나의 인연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하구 싶어졌다..
정말 인연이라면 내가 연락을 안해도 연결되겠지 하는 믿음은 있었지만..
내 힘으로 인연을 찾구 또 확인하구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진짜 내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지두 궁금했다.
장난기가 발동한것이다..
내가 안받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그 쪽지를 어쨌더라..
버리진 않았는데..
워낙 버리는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친구들이 수업시간에 보낸 쪽지들도
옛날 성적표두 모두 갖고 있는 나였다..
책상 서랍에서 나온 쪽지의 번호는 생각보다 외우기 쉬었다..
흘낏 보고 거실에서 삐삐를 쳤다...
불과 3분여가 지났을까..
전화벨이 울렸다..
세번이 울리기두 전에 동생이 뛰어나와 받았다..
그런 사람 없는데요..
잠시만요..
누가 호출했어..?
아니..
부엌에서 엄마가 소리쳤다..
없다는데요..
별 사람들이 다 있어..
누나..
전화받아봐..
어..?
이게 아닌데..
수화기를 막구
왜 날 바꾸는데..?
누나 인상착의 하구 비슷한 사람을 찾는데..?
이름을 좀 잘못 알고 있는 거 같긴 하지만..
받아보구 아니면 바꿔..
내가 뭐라구 해줄테니까..
어쩌나..
여보세요..
왜 안 받아..?
아무말두 안하구..?
너 맞지..?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알아..?
너 나중에 내가 다 갚아줄꺼야..
여보세요..
전화목소린 더 예쁘네..
그래 너 일 줄 알았어..
근데..왜 삐삐치곤 딴 사람이 받게 하냐..?
건 예의 가 아니지..
또 잔소리가 시작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