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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우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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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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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BY 혜성 2003-01-09


버스에서 내려..낼 인경이랑 삐삘 사러가기로 했다..
나간 김에 대학로도 가보자구..낼은 일찍 만나서 실컷 돌아다니자구..약속하군 항상 헤어지던 그길에서 항상하듯이 딱 세번만 뒤돌아보구 각자의 집으로 갔다.

막 횡단보도를 건너는데..클락숀 소리가 울린다..
누가 시끄럽게..참을성없는 사람들이 너무많아..
내려서 한번만 들어보라지..그렇게 급한 상황 아니면 안 울릴껄..
난 투덜투덜 거리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저기요..아르바이트생..
아 거참..진짜 둔한가봐..

뒤돌아보니..횡단보도 건너편에 그가 서있었다..

엥?
여긴 어쩐 일이세요..?
뒷풀이가 있다더니..거긴 안 가세요..?
빠지면 안 된다더니..아저씨가 빠지나봐요..?

한방 먹은 그의 표정에 난 또 피식 웃음이 난다..
날더러 둔하다니..말이 곱게 나갈리가 없지..ㅋㅋㅋ

사람들 노래방에 데려다주고 차 파킹 시키려는데..
내가 버스에서 내리는게 보이더란다..
그래서 잡아갈려구 왔다구..했다..

ㅋㅋㅋㅋ.. 그렇다구 잡혀갈 내가 아니다..
아 네~

또 시치미를 뚝 떼구 못 알아듣는 척 하구 딴청 피우고 있다,.

이름도 모르고 헤어지는 거 너무 하지 않나..?
그리구 내가 어디봐서 아저씨야..?
오빠라구 부르기 그러면 영근씨 어때..?

한번 아저씨면 영원히 아저씨인거죠..
호칭은 한번 정하면 바꾸기 힘든거 아시죠..?
그리구 아저씨 하는게 아저씨 같잖아요..?
누가 호구 조사나 하구..
수작걸듯이 뒷풀이 가자구 하구 그런데..?
..씨는 불러본 적두 없구 버릇없어 보여서 싫은데요..
그냥 아저씨 해요..
근데 아저씨라 부를 일두 없구만..뭐..

너무한다..
사람을 그렇게 몰라보냐..?
너 지난 여름에 수영복 사러 ***매장에 왔었자녀..
또 얼마전에 등산간다구 배낭이랑 아이젠 사구..
가끔 부모님이랑두 오는거 같더만..

엥?
갑자기 무지하게 기분이 나빠지려한다..
나 모르게 누군가에게 감시를 받구 있는 느낌..
우연인가..신기하다구 하고싶지않았다.

그럼 진즉 아는 척하던가..왜 이제사..?

우리 매장 어딘 줄 알지..
가끔 놀러와..
내가 맛있는거 사줄께..

치~ 누군 맛있는거 못먹어 걸신들린 줄 아나..

아 네~
그럼 안녕히 가세요..

뭐라 말하려는 그를 뒤로 하고 그냥 뒤돌아서선 집으로 갔다..
이상한 사람이야..첫인상만큼이나..
왜 또 눈엔 그렇게 물기가 어려가지구 거절하기두 어렵게 하구 그 래.?

참 성격급하다..
잠깐만..

조그만 종이에 012-***-****라구 적혀있다.
이게 삐삐번혼가..?
그걸 왜..?

담에 만나면 노래방부터 가기다..
약속 꼭 지켜.. 알았지..?
그럼..담에 봐..

네~

그럴 일이 있을까..?
그렇게 되면 삼세번 인데..운명이라구..?
치..넘 시시하다..

밤새 이상한 꿈에 시달리다 깼다..
워낙 시리즈로 꿈을 잘 꾸는데..
오늘은 왠 사극분위기...

고려시대에나 입었을 법한 긴저고리의 한복에..
선녀와 나뭇꾼에 나오는 머릴하구
고갯길을 막 올라가다 물안개가 가득 피어 올라있는 강을 만났다..
강이라구 하기엔 너무 넓어 그 폭을모르겠구
그 옆자락엔 원숭이상 기둥이 있는 다리가 있다..
그 다리를 건너가니..절처럼 단청무늬가 그려진 건물이 있구..
어떤 할아버지 앞에 무릎꿇고 앉아 울고 있는 내가 있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꺽꺽 소릴내며 울다가 아예 엎드려버린다.
문득 내 옆에 같이 무릎꿇고 앉은 한 사람을 발견했다..
얼굴은 안보이구..
옛날 화랑모습의 한 남자..
느낌으로만 남자란 걸 알겠다..
갑자기 바뀐 풍경..
봉수대처럼 생긴 ..
아니 우물과도 같이 끝이 안 보이게 깊은 그곳
가장자리에 서서 난 내려가야 한다구 강요당하구 있다..
가기 싫어서 우는 난..
결국 옆에 서 있던 보초같은 이들에게 등떠밀려 떨어지구 있다..
악~
비명의 끝엔 더 큰 고통이있을꺼란 생각에 두려움이 엄습한다..
근데..갑자기 푸근해지는 느낌..
공간을 가르는 바람의 느낌이 아닌 점액질을 통과하는 듯한 끈끈하면서도 포근함으로 그 끝이 궁금해지려는데..
제가 함께 가겠습니다란 분명한 목소리와 함께..
갑자기 그 남자가 나타났다.
그러군 나보다 먼저 떨어져 내려오는 날 받아주곤..
내게 기대요..
무척이나 푸근하구 따뜻한 그 느낌..

잠이 깨도 너무도 또렷해서 그 남자가 누굴까 얼굴을 못 본게 한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