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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정신전력 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영토분쟁 진행 중이라고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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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01

[제19회]


BY yks1121 2003-01-25

아침에 출근을 하니 우리방 분위기가 않좋았다.
녹차를 타서 자리에 앉으며 얼굴이 많이 상해있는 선영일 봤다.

"왜그래....?무슨일 있어..?"
"....좀...."
말끝에 한숨까지 내 쉬는 선영일 보며 괜시리 내 가슴이
철렁거리는 건 왠지....

팀장이 자리에 앉으며 아침 조회를 시작했다.
얼굴표정이며 말투가 화가 많이 나 있음이 분명했다.
얘기를 들어본즉....

요번에 새로 들어온 신참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쉬운 눈속임으로 대강대강 일을 하고있다는 요지였다.
새로운 디자인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대부분 외국 잡지의
디자인을 약간씩만 고쳐서 내놓고....
원단을 직접 원단시장에 가서 구해서 공장으로 넘겨야 하는데
그것도 대충대충해서 원래 디자인과는 다른 옷이 나오고....
듣고 보니 팀장이 화가 날 만도 했다.

잘못은 신참들이 했지만
위에 올라가서 말듣고 오는건 팀장의 몫이니
신참들은 고개도 못들고...
그 신참을 관리하는 선영이 풀이 죽은게 당연하다.
왜 그때그때 체크를 하지 않았을까....

순간의 실수이긴 하지만 회사로선 자칫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이번에도 옷이 생산되기 전에 샘플을 보고 위에서 먼저
도작이라고 알아내서 다행이지
만약 그냥 그대로 제품이 생산되었다면 ....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모두들 신참 두명을 도끼눈으로 흘겨보았다.
너무 쉽쉽게 생각한다고 했었는데...
결국 일을 치렀구만.....

조회를 마치고 일을 시작하려고 책상으로 가는데 팀장이 날
불러 세웠다.
다시 회의 탁자로 갔다.

"정말 미안한데.....믿고 부탁할 사람이 자기 뿐이라서..."
이렇게 시작된 팀장의 얘긴 정말.....
이미 다른 부서들은 신제품이 생산라인에 들어섰는데
우리부는 몇개의 디자인만 나가게 되어서 위에서 말이
많다고 했다.
신참들의 도작은 다 폐기처분해야 하구.....
다시 시작해서 공장으로 넘기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내게 새로운 디자인을 요구했다.
내가 내놓은 디자인이 벌써 3개나 체택되어져 있는데...
한사람이 내놓은 디자인이 3개를 넘으면....
좀 ...타격이 올텐데....
더구나 난 다음주 부터 휴가인데......
팀장은 내 휴가 일정까지 반납을 요구했다.
나중에 한숨 돌리면 그때 다시 가라는거다.
이미 선배와 여행 스케줄 다 계획했는데.....
정말 속상했다.
왜 불똥이 내게 떨어지는 건지....
내가 좀 불편하다는 기색을 보이자 팀장이 말했다.
"위에서도 은근히 유리씨 디자인 원한단 말야.....평소보면
늘 스케치 하고 다니잖아....선영이와 지희씨랑 같이 도우면 되지
않을까....?선영씬 이번에 책임이 있어서 휴가 반납했거든...
불쌍하잖아...아래 애들 관리 못해서 그런건데...유리씨가
조금만 도와주면 안될까....?"
더이상 거절을 못하게 팀장은 선영이와 지희까지 들먹이며
날 설득하고 있었다.
일이야 어차피....해야할 과제인긴 하지만....
휴가 같이 간다고 좋아하던 선배의 얼굴이 눈앞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다.
정말 심란했다.
매번 자신보다 일이 먼저라고 불만이 많았는데....
선배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맘이 무거웠다.
아무 대답않고 있는 날보며....
팀장은 희미하게 미소했다.
이건 거절도 못하는 일이니까....
나중에 일이 끝나면 한턱 쏜다는 말을 뒤로 하고 팀장이
내 어깰 가볍게 두어번 쳐주곤 자리로 갔다.

점심시간에 선영이 나와 지희에게 정말 죽을 죄을 졌다며
두선을 비비고 난리였다.
점심을 회사가 아닌 외부 레스토랑에 가서 돈가스를 먹여주었다.
커피를 마시면서도 휴가가 뒤고 미루어진 지흰 좀
안좋은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선영이 풀죽은 얼굴을 보이자
이내 할수 없잔아 하면서 금방 얼굴색을 바꾸었다.
전에 미팅에서 만난 에스 전자 남자하고 요즘 잘 되고 있는
지희는 이번 휴가때 그 사람이랑 계획을 잡았던것 같은데..
일이 틀어지게 되어 많이 속상한가 보다.
나도 선배랑 일이 틀어져.....사실 속이 상했다.
아침에 신참둘이 우리에게 와서 정말 미안하다며 사죄를 하긴
했지만...그애들의 행동이 야속했다.
따끔하게 혼내는 선영일 보면서도.....

선배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했다.

퇴근후 회사를 나서려는데 선배에게 문자가 왔다.
[지금 나가니까.....한블럭 건너...{카오스}앞에서 보자]

선영이가 기분도 그러니까 자기가 한잔 쏜다고 하는걸
마다하고 먼저 나왔다.
지희가 선영일 데리고 갔다.

카오스 앞에 선배가 먼저 나와 있었다.
저녁으로 대학가 주변에 있는 회전 초밥집으로 갔다.
초밥을 몇개 들고와 자릴 잡았다.
내가 좋아하는 초밥이거만....
입안이 왜이리 껄끄러운지....

"휴가 못가게 됐다며....?"
같은 회사라서 인지 선배가 우리부 얘길 벌써 알고 있었다.
"다들 얘기하더라....아마도 네가 희생양이 될거라구....그러게
남보다 너무 열심인걸....티내면 안된다는거야....일복을 타고난
사람처럼..."
".....천성이 그런걸 어떻게 그럼....."
"....나도 휴가 반납했어....나중으로 미루었다구....그러니까..
나한테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구..."
"어떻게...?선배....?"
"원단건 .....아무래도 우리도 바빠질것 같아서...그리고 나보다
휴가가 뒤였던 동료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는지 휴가를
땡겼으면 하더라고....그래서 선듯 바꾸었지....네 얘기 아침에
오자 마자 들었거든...."
정말....다행이였다.
선배 만나기가 맘이 무거웠는데....
마음이 가벼워 졌다.
초밥의 예쁜 모양들이 식욕을 불러일으켰다.

"암튼 능력있는 여자친굴 둔 것도 ......좀 힘은 들지만...
괜히 어깨가 으슥해진는게...기분은 좋더라...."
선배의 말에 한 초밥 가득한 입으로 한 껏 웃어줬다.

사내연애가 다들 않좋다고 하지만....
이런 경운 얼마나 다행이고 좋은지....
지희같은 경우는...
정말 모처럼 가슴 설레는 첫 여행일텐데...
얼마나 속이 상할지....
좀 미안해 지는 기분이였다.

선배가 가져다 주는 초밥을 받으며 난 너무나 행복해했다.
아침에 가졌던 화남이나 짜증이 금방 물 내려가듯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좋냐는 선배의 눈짓에 고갤 끄떡였다.
어떻게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오늘부터 해야할 디자인 생각하면...좀 ....기분이 다운 되지만..
그래도 선배가 옆에 있으니.....
날 이해해주고 날 위해 자기의 휴가도 반납하고....
정말 좋은 남자친굴 둔 내가 어찌 기쁘지 않을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