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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BY yks1121 2003-01-17

선배와 하루 틀리게 휴가를 잡았다.
둘이 같은 날 잡으면 혹시 해서
다른게 잡은 거다.

저녁에 시현이와 규희가 ?아온다고 해서 선배와 같이
내 오피스텔에서 만나기로 했다.
매장에서 바로 퇴근해 이른 시간에 퇴근한 난
마트에 들러 술과 안주거릴 샀다.
간단하게 먹을 저녁거리도....

7시를 기해서 시현이와 규희가 들어섰고
8시쯤 선배가 들어왔다.
재혁선배가 호주로 소리소문없이 떠났다.
선밴 알고 있었겠지만...
내게 말하지 않아서 난 모르고 있다가 며칠전
안부전화온 연화선배에게 들었다.

저녁을 간단히 먹고 술 자리를 마련했다.
예쁘게 카나페를 준비한 나를 보고 규희가 입을 샐쭉했다.

"이건 맥주가 아니라 양주나 와인에 어울리는건데......"
"그냥 예쁘다고 생각하고 먹음 좀 안되냐....늘 투덜투덜...."
쏘는 날 보며 규희가 웃었다.
"예쁘지만....입안이 껄끄럽잖아.....치즈의 느끼함과 과자의
꺼칠함....입이 싫어해...."
"그럼 넌 안먹음 되잖아.....기집애 내 성의에 꼭 그렇게
찬물을 호수체 뿌려야 겠냐....?"
우리둘이 그렇게 티격태격 하며 장난을 치는데 선배가 말했다.
"걱정하지마 규희야...내가 다 먹을 거니까.....유리의 예쁜
맘 나혼자 다 먹을꺼니까.....넌 안먹어도 돼..."
선배의 느끼 버전에 시현이와 규흰 욱 하는 모션을 취했다.
나도 좀.....
우리의 표정에 선밴 아무렇지 않은듯한 얼굴을 하며
카나페을 두개씩 입에 넣었다.

"형....많이 변했네.....쿨하고 샤프한줄 알았는데...."
느끼한 표정에 웃음까지 지으며 먹는 선배에게 시현이가 던진 말이였다.
그래도 선밴 아랑곳 않고....
카나페 접실 앞으로 당겨 혼자서 정말 다 먹을 량으로
입에 가져다 가고 있었다.
그걸 빼앗으며 규희가 말했다.
"나도 먹을 거야....내가 카나페 얼마나 좋아나는데..."
사실 카나펜 규희 몫이였다.
괜히 어색할 것 같은 분위기를 지우기 위해 규희가 장난으로
부린 심술이였는데.....
선배가 장단을 맞추어 주어서 분위긴 웃음으로 시작됐다.

시현이와 헤어지겠다던 규흰 시현이의 끈질긴 설득작전에
넘어가주었다.
재혁선배가 규희에게 가기전에 다시 찾아와서
시현이가 용서하면...다시 만나라고 했단다.
자기가 뭐라고 할 말은 없지만....
시현이가 많이 괴로워하니까.....
정말 미안하면.....시현이와 사귀면서 죄 값을 하라구...
피하는건 결국 자기 도피뿐이 안된다는 얘길 했다구 했다.

자기가 끼어 들어서 다시 말한다는게 우습기도 하지만....
시현이가 너무 괴로워 한다는 얘길 주위의
사람들에게 많이 들어서.....
맘이 너무 무겁다며....규희에게 자길 봐서라도
시현일 더이상 괴롭히지 말라고 했단다.
시현이가 끈질기에 찾아다닌 점도 규희에겐
힘들었다고 했다.
시현이가 자기랑 헤어질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 고맙기도 하고.....나중엔 정말 피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그냥...눈 딱 감고...다시 한번 사귀기로 했단다.
시현이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지만....
규희의 말에 시현이 인상을 써보였다.

몇년을 알고 지낸 사이인데...
쉽게 헤어질 순 없지...
더구나 본인들이 싫어서 헤어지는 게 아닌데....
정말 어떻게 보면 ....
실수아닌가......
그런걸로 헤어지는게.....서로에게 더 큰 상처이고 아픔일 것이다.

저녁을 먹고 둘은 먼저 갔고 선밴 같이 가라는 내말을 못들은척
하며 쇼파에 다시 앉았다.
준비한 맥주캔 20개가 모두 동이났다.
다들 정말 잘도 마신다.
식탁을 치우는 날 보더니 선배가 물었다.

"연수......정말 괜찮아.....?"
얼마전에 공고에 붙였던 이태리 연수는 우리팀의 차장언니가
가게 되었다.
전에 말한 꼭 가고 싶다던 선밸 제치고 ....
모두가 부러워 하는 이태리 연수가 내게서 멀찌감치 사라진 것이다.
윤세진도 보름후 이태리로 출국한다.
가을에 가기로 한걸 미리 앞당겨 간다고 했다.
내가 연수을 얼마나 바라고 있었는질 알고 있는 선배가
내가 맘 다쳤을 까봐 물은 거였다.

사실 한동안 그 발표 결과보고 많이 속상했었다.
맘도 뒤숭숭하고....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고....
부장은 내게 은근히 아까운 기횔 놓쳤다는 눈길을 보내고...
암튼 모든게 한동안 맘에 안들고 불편했다.
그냥 ....선배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커피를 진하게 타서 옆으로 왔다.
맥주와 같이 먹었던 훈제 바베큐 요리가 좀 느끼했다.
먹물처럼 보이는 커필 한모금 마시고 나니 입안의
느끼함이 좀 가신것 같았다.

쇼파에 앉아 있던 선배가 내 옆으로 내려와 앉았다.
둘이 앉기 좁아 바닥에 앉은건데.....
내게서 커필 가져가 한모금 마시더니 인상을 썼다.
설탕도 않넣은 블랙이니까.....

"야....밤에 이렇게 진하게 마심 어떡해.....? 잠은 언제 자려구..?"
".....너무 느끼해서 그래....속 더부룩 한것 보담 낫지 뭘....."
"....그래도 그렇지.....너무 진해....속 버리니까 마시지마..."
컵을 돌려주지 않고 바로 씽크대로 가져가 부어버렸다.
내가 인상을 험하게 쓰고 있는데도.....

"나 내일 안산공장으로 바로 출근인데.....여기서 자고 갈까..?"
그때 이후로 선밴 오피스텔에 오면 집에 가길 싫어했다.
아무런 세면 도구가 갖춰지지도 않았는데...
내가 안된다고 도리질 하자 선밴 금방 약한 표정을 지었다.
잠자리도 불편하고.....아침도 사실 신경쓰였다.
사다논 빵도 없는데......
싫다는 내말에 선밴 곧 풀이 죽었다.

"나 좀 할 일이 있어서 그래......휴가전까지 끝내야 할 디자인
있거든....바쁜건 아니지만...생각난 거라 잊어버리지 않게
스케치 해두려고....."
"또....일에 밀리는 구나.....아 언제쯤 내가 일보다 일순위가 될까...? 과연 그런날이 오기나 할 런지...?"
"...무슨소리야....내게 있어 첫번째는 선배야....그런소리 하지마...섭섭하니까..."
"......지금도....나보다 일이 먼저잖아...바쁜것도 아니라면서.."
"...잊어버릴까봐 그런다니까....그리고.....선배 옷도 갈아입어야
되잖아.....그냥 가는게 좋을 것 같아..."
"....다른 애들은 모두 애인있음.....늦으면 위험하다고 자고
가라고 한다는데......한유리 넌 너무 냉정해....."
"누으면 코 닿을때 있는 집인데....뭐가 위험해....?그리고 내가
얼음 공주인것 잊었어....?"
"너 정말....끝까지 안된다는 거지....?"
"......응...오늘은....."
시선피하는 날 보며 선밴....잠시 내려다 보더니 벗어났던
자켓을 찾았다.
가방을 엇비슷하게 메고는 날 봤다.
조금 미안한 생각에 마주 대하기가....
내 생각을 읽었는지....선배가 쿡하고 웃었다.

찐한 키스로 작별인사를 대신했다.
아쉬워 하는 선밸 보내고 집을 치우기 시작했다.
어지러운 상태에게 자는건 정말 않좋아 하니까...
술긴운 조금 돌긴 했지만...
커피를 다시 한잔 탓다.
이번엔 약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