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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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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BY yks1121 2003-01-09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불이 켜져 있었고... 2인용 쇼파에 선배가 앉아있었다.
넥타이와 자켓은 벗어 놓고.....블루색 타이트한 남방은
단추를 몇개 풀어 놓고....맥주 캔을 들고 있었다.
보지도 않는 티브이를 켜놓고....
들어오는 날 잠시 흘깃 보더니...무표정한 얼굴을 티브이로 돌렸다.
맥이 풀렸다.
선배가 있을까 없을까를 점치며 올라왔는데....
사실 좀 피곤해서 바로 씻고 자고 싶었다.
선배가 없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컷는데....
팀선배와 힘들었고....윤세진과도 힘들었는데....
마직막 주자로 선배까지......머리가 터질것 같았다.
이미 술은 다 깻지만.....노래방에 있었을 때보다 더 기운이
처지고 힘이 들었다.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한 선배의 태도도 그렇고.....
긴장하고 있는 선배의 기운에서 팽팽함이 드러나 있었다.

가방을 내려 놓으며 자켓을 벗어 의자에 대강 걸쳐두었다.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냉동고에서 얼음을 꺼내 넣었다.
차가운 냉수.....온몸에 퍼져가는 느낌....
컵을 내려놓으며 선밸 주시했다.
아마도 윤세진을 봤나 보다.
그런것 같다.
말안해도 느낄수 있는 팽팽한 긴장감...
너무 늦게 들어온 나의 타이밍....
선배가 이성의 촉각을 잔뜩 세우고 있음이 한눈에 보였다.

"얘기가 길어 질것 같은데.....피곤하지 않아....?"
"괜찮아....어차피 내일 토요일인데 뭐...씻고 싶은 씻고와...기다리고 있을께......"
선밴 정말.....화가 나 있었다.
말투가 사무적인것 같다.
전에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첨이니.....
마음이 무거웠다.
윤세진에게 확실히 밝히고 왔는데......

화장을 지우고 양치질도 끝냈다.
스타킹을 벗고 발도 찬물에 씻고....머리도 감았다.
아예 잠옷으로 갈아 입고 나갔다.
선밴 ....아까완 달리 식탁에 있었다.
내가 마시다만 얼음물을 마저 마셨는지....손에 컵을 쥐고 있었다.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닦고 있는데 선배가 내 쪽으로 왔다.
연한 맥주의 냄새....
아까보니 양주도 몇잔 마신것 같았는데....
뒤로와 수건을 잡고 머릴 닦아줬다.
갑작스런 행동 탓에 내가 몸을 움직이자 하던 손동작을 멈추고 선배가
내 어깰 안았다.
수건을 바닥에 떨구면서 양팔을 내 어깨와 가슴에 엑스자로 둘렀다.
젖은 머리에 선배의 얼굴이 묻혀있었다.
선밴 술에 많이 취해 있었다.
서 있는 다리에 힘이 빠져 있음을 알수가 있었다.
맥주와 양주의 썩인 냄새도...내코를 자극하고 있고...
내게 몸의 무게을 얹고 있는 선밸 느끼며 웃음이 나왔다.
금방이라도 침대에 눕히면 잠이 들것 같았다.
괜한 입씨름은 안해도 될것 같은 분위기라 맘이 가벼워 졌다.
술기운을 용케 이기고 ......내가 들어올 때까지 버틴 선배의
인내심에.....웃음을 보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