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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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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BY 시켜만주이소 2003-02-05

"그래 고맙다 임마... 내 나중에 한턱 쏠께~"
상훈과의 통화를 마친 태훈은 침대밑에 있는 작은 상자를 꺼내본다
<미주야.. 이젠 네 얼굴도 봤고.. 나도 내 옆에 있는 여잘 지켜야 할꺼 같아.. 넌 내 품 속에 깊숙이 뭍고 살께.. 너도 이해해줄꺼지?>
태훈은 작은 상자를 들고 정원으로 나와서 차곡 차곡 쌓아 성냥불을 켠다
"톡~"소리와 함께 잠시 확 타오르는 성냥불은 이내 그만 사그러 들고 만다
한장 한장 ?어낸 종이를 접어 꺼져가는 불씨에 의존한채로
불을 붙여 본다
밑둥에 붙은 불은 이내 다시 한번 탈력을 받은듯이
확~하고는 거세게 옮겨 붙는다
그 위로 하나씩 ?어낸 종이를 올려놓고 또 올리고
또 그 위에 미주와 함께한 사진도 올려놓는다

종이처럼 일시에 타버리지 못한 사진은
한쪽 모서리부터 서서히 옮겨가더니
이내 구겨져 흉물 스럽게 변해버리고 냄세를 풍기며 타오르기 시작한다

작았던 불씨는 이내 후끈 거릴정도로 넓어지고
작은 종이 알갱이가 검붉은 재로 변해
태훈의 주위에 눈송이 처럼 흩날린다
<미주야~~ 행복해라.. 내가 널 지켜주지 못한부분.. 평생 날 원망해도 돼.. 그 몫은 내가 충분히 벌 받을께.. 지금이 아니여도 길이길이...>
태훈이 아무도 모르게 한줄기 눈물을 흘리는 동안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커텐뒤 몸을 숨기고서 차마 그 아들의 가녀리게 느껴지는 어깨의 작은 떨림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이
아버진 태훈의 과거가 저 타오르는 불처럼
저 속에 모든걸 같이 태워버리길 바라며 그저 안타까운맘으로 바라볼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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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잘 붙여.. 이따가 갈때 팔아야 하니까"
태훈의 일행과 혜영의 일행은 모처럼 스키장엘 왔다
태훈 혜영 상훈 선임 은주 승균
현태는 아이들과 같이 따로 스키를 타러 가고
미혼인 사람들만 모여
스키장엘 방문했다
"오빠~ 꼭 이래야 해요?"
리프트권을 옷자락에 붙이면서 은주가 태훈을 행해 말을 건넨다
"그럼 그럼.. 훌륭하게 붙였다가 다시 훌륭하게 떼어서 파는거야"
일시에 모두 웃음 바다가 된다
저녁에 도착한 일행은
밥 늦게 까지 고스돕과 포커를 치다가
오늘 아침에 일찍 종일권을 구입했다
다른 이들도 그렇듯이
늦지 않은 시간까지 타고 오후에 다시 야간 스키를 타는 사람들한테 팔 이유로 종일권을 구입한 것이다
"이거 걸리지 않을까?"
"안걸려 안걸려... 우리가 이짓을 매년했는데.. 한번도 걸린적 없어.. 걱정마.. 남은 돈으로 이따 집에 갈때 요 아래 소머리 국밥 잘하는집 있거든? 거기서 배나 채우고 가자.. 어때 너무 훌륭한 생각아지 않냐?"
태훈의 대꾸에 다시한번 일행은 웃음을 터트렸다
승균은 스키 강사였다
매 겨울 스키장서 패트롤 또는 강사일을 하고
여름엔 수영강사를 했다
스포츠에 만능인 승균은 덕분에 따라다니는 여자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자자~~ 초보인 여성들은 저를 따르시고... 냄세나는 남정네들은 스키를 타던지 말던지 상관하지 맙시다.. 자 ~~ 여성들이여 나를 따르라~~"
승균이 함께한 모든 여인들은 독차지 하자
태훈과 상훈은 입을 삐죽거리며 승균에게 질투를 표현했다
"얌마~~ 꼴값떨지 말고.. 흙심품지 말고.. 다치지 않게 잘 부탁한다"
태훈이 승균에게 말을 남기고
혜영의 일행을 향해 윙크를 하고는 상훈과 같이 고급자 리프트를 향해 스키를 힘차게 밀며 떠나갔다
"아우~~ 부럽다.. 우린 언제 저 리프트란걸 타보냐.."
"얍~~ 걱정마십시요.. 저를 거치는자 2시간이내로 중급자는 마스터 할수 있습니다"
은주의 부러운 발언에 승균은 잽싸게 이어받아 은주옆으로 성큼 다가간다
"자자 먼저 넘어지는 연습을 하겠습니다.. 스키는 말이죠.. 넘어지는게 젤로 중요합니다"
"중심을 못잡고 넘어지려고 한다~~ 그땐 만사 팽게치고 궁둥이를 옆으로 뉘어 땅바닥으로 철퍼덕 하고 넘어지면 되겠습니다.. 자 실시~~"
승균이 말이 떨어지자 마자 여자들은 깔깔 데고
승균은 그런 여인들을 향해
넘어지는 폼을 잡아 궁둥이를 옆으로 빼고 넘어지는 시늉을 해 보인다
"저기요~~ 꼭 그렇게 궁둥이를 옆으로 빼고 넘어져야 해요?"
선임이 승균의 모습이 너무 웃겨 입을 가리며 질문을 던지자
"그러믄요 그러믄요 꼭 궁딩일 빼고 넘어져야 합니다"


승균의 지시대로 여자들은 궁딩이를 빼고 넘어지기를 여러차례
옆으로 걸어가는 방법
A찌를 짓는 방법
한사람씩 폴대에 이끌려 낮은 언덕부터 내려오는 요령
코너를 도는 요령

시간이 흐르는줄도 모르고
그녀들과 그들은 한없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한편 정상위에 태훈과 상훈은 따뜻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있었다
"그럼 내년엔 결혼 하는거냐?"
"그렇게 되겠지..."
"정말 축하한다.. 잘 됐어.. 정말 잘됐어"
"그래.. 니들한테 고맙다"
"혜영씨 정말 뽀뽀라도 해주고 싶다"
"뭐~ 임마?"
"푸하하하하~~~~"
"태훈아?"
"왜? 미주말이냐?"
"짜식이~~ 미안하게..."
"걱정마라.. 내 맘속에 미주하고 미주와 함께했던 모든거 다 불속에 태워버렸다.. 그리고.. 니들한테 말 못했지만.. 나 미주 만났다"
"뭐~뭐라구? 정말? 언제?"
"그게.. 우연치 않게 만났어.. 연락처 받고 싶었는데 안주더라고..
그래서 다시 만날수 있겠지하고 그때 만났던곳에서 많이 배회했는데 안만나 지더라고.. 그래서 이젠 잊기로 ?어.. 나한테도 그렇고 또 혜영일 위해서도.. 이젠 미준... 그만 잊어도 되잖아.."
"그랬구나.. 짜식~~ 많이 컸네?"
"뭐~ 임마?"

남자들과의 우정은 뭔가 끈끈 하다고 하는것이 있다고 했던가?
어쨋거나 상훈과 태훈은 오통 하얀 눈투성인 배경을 바라보며
그간의 지난 세월을 한번의 웃음으로 날려버리듯
공허한 메아리도 없는 웃음을 토해냈다
아무말 없이
그저 눈빛만으로도 서로가 어디에서 끝을 내야하는지.. 그 끝이 이젠 여기라는것을... 미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