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30대 후반 의 주부입니다. 쉽게 말하는 아줌마죠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40살에서 딱! 1살이 모자란 39살에
고3 인 딸과 고1인 아들을 둔 엄마이고 대기업 이사를 남편으로 둔
행복한 가정의 여자입니다.
잠시 우리 가족을 소개 해보자보죠
고 3인 딸은 아빠를 닮아서 인지 어릴적 부터 유독 소유욕과
승부욕이 강해서 항상 공부를 잘했습니다.
그래서 인지 다른 집 엄마들과는 다르게 전 딸아이가 대학가는것에
큰 신경은 쓰지 않았죠 가끔 딸아이가 다른 엄마들 처럼 관심이 없다
고 말은 하지만 사실 부모가 어떻게 신경은 안쓰겠어요 다만 유별나
지 않다는것 뿐이지죠 그래서 조금 관심을 갖이면 간섭하고 잔소리
한다고 하니 어쩔수가 없죠
둘째인 우리 아들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 했어요
아직은 어려서 인지 자기 누나처럼 공부를 썩 잘하는것은 아지만
무엇보다 활발하고 남자다운 아이에요
가끔 남편이 너무 공부를 안하는거 아니냐고 말하지만 이제는
너무 커버려서 말도 잘듣지도 않고 굳이 아이가 싫어하는 공부
를 하라고 하고 싶지도 않아요
남편은 미국의 NIT인가 잘 모르겠지만 유명한 대학의 박사 출신이에
요 다른 집 남편들은 승진도 잘 안낸다고 하는데 남편은 저보다 한
살 많은 40살에 벌써 대기업 이사로 승진해 있습니다. 주변에서눈
부럽다고 말하고는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게 그렇게 좋은거지
는요 남편은 능력있고 좋은 가장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 처음에 말했듯이 아직까지는 30대인 39의
주부이고 아줌마 입니다.
언제부터 제 입에서 아줌마라는 말이 이렇게 쉽게 나오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결혼하고 10년이 조금 넘어가자 이제는 익숙해져 버렸습니
다.
처음에는 아줌마라는 소리가 그져 장난처럼 들리다가 어느 순간에는
정말 듣기 싫어졌다가 이제는 별 다른 느낌이 없어요
천상 저도 아줌마가 된것 같아요^^
저보다 선배 아줌마인 저희 어머니는 시골에 계세요
아버지는 제작년에 돌아가셨고 지금 어머니께서 혼자 시골집을 지키
고계시죠 전 아주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났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나왔고 유일하게 있는 남동생 대학을 보내기 위해서
서울로 취직을 했죠 그때 처음 취직한 곳이 지금의 남편을 소개
해준 남편친구가 운영하던 작은 회사였어요 그곳에서 7년남짓 일했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결혼했죠
사실 결혼이 그렇게 순탄한 것만은 아니였어요 원체 시댁이 좋은
집안이라 정말 한편의 드라마 같은 스토리였죠
하지만 전 그때 정말 힘들었어요 부모님들도 맞지 않는 결혼이라고
반대도 많이 하셨구요 하지만 자기만 믿을라는 남편에 말만 굳게
믿게 기다렸죠
그렇게 2년간이나 남편이 시댁과 줄다기를 한 끝에 결혼 승낙을 받아
냈고 축복받는 결혼은 아니지만 행복한 결혼을 했죠
하지만 결혼전에 기억이 있어서 인지 아직도 시댁에 가면 주눅이
들어요 엄한 시어머니 그리고 시동생들과 시누이들..
사실 전 시골에 작은 고등학교를 나온것뿐이지만 시댁 식구들은 다
대학도 나왔고 유학까지 같다온 사람들이였거든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 없나봐요
하지만 제가 아줌마 잖아요 집안일 특히 음식같으건 잘 만들거든요^^
그래서 시댁에 가서 기가 죽기도 하지만 음식을 할때면 다른 식구들
이 못하는걸 제가 잘한다는 생각에 그나마 위안이 되죠
남편도 그런 저를 안스럽게 생각하고 항상 집으로 돌아올때면
가끔 따듯하게 손도 잡아 준답니다. 그리고 잘 크는 아이들을 보면
저절호 힘이 솟아요
하지만 무뚝뚝하고 가끔씩 저의 너무 평범한 모습에 화를 내기도 하
는 남편 그리고 다른 엄마들과 틀리다며 가끔씩 짜증을 내는 딸 엄마
는 잘 모른다는 말만 하는 아들 가끔씩 이럴때는 저도 모르게
조금 기분이 상하기도 해요
사실 매일 집에만 있는 제가 평범한게 당연한게 아닌가요?
매일 아침부터 저녘까지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가버리는데 언제 꾸미고 치장을 하겠어요
남편이 돈을 못버는건 아니지만 전 어려서 부터 몸에 베인 습관
때문인지 쓸데없는 돈을 쓰지 못하거든요 다른 집 부인들 처럼 비싼
보석이나 옷도 해입고 싶지만 전 그런게 있어도 쓸데가 없어요
그리고 그돈이면 다른 싼옷들을 몇벌이나 더 살수 있고 고향에
혼자 계신 어머니 용돈도 드릴수 있잖아요
그리고 또 전 사실 고등학교만 나오고 바로 일만 해서인지
아무것도 몰라요 가끔씩 남편의 친구들 모임이나 동창 모임에
가면 전 단 5분만에 머리가 아파오고 다른 세상에 와있는것
처럼 느껴요 소위 말하는 수준이 틀리나 봐요
이런 제가 어떻게 평범하지 않을수 있겠어요 옛날 속담에 도둑질도
하던놈이 잘 한다고 평생 평범하게 살던 제가 어떻게 바뀌겠어요
그것도 이제 내일이면 40살인데요
그래도 아이들보면서 참아야지 하면서도 아이들이 가끔씩 제게
짜증을 내고 무시를 할때면 남편과 똑같은것 같아요
큰딸은 지 아빠처럼 내가 평범한게 불만이래요 다른 엄마들은
수영이니 헬스니 하면서 운동도 다니고 이쁘게 하고 다닌다는데
전 매일 후줄그래한 옷차림에 동네 미용실에서 한 머리로 다니는게
창피 하데요 그리고 아들은 툭하면 "엄마는 말해도 몰라""엄마는 몰
라도 돼" 라는 말을 해요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나 봐
요 사실 저도 처녀때는 꽤 이쁘다느 소리 많이 들었고 고등학교때 공
부도 잘했어요 하지만 대학갈 형편도 안되고 생활에 지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줌마가 됐지만 대학만 같으면 안 그랬을 거에요 그리
고 다른 부인들이나 엄마들 처럼 가꾸고 꾸미면 다시 이뻐질수 있거
든요
그런데 그러지 않는게 다 누구때문인데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
요 정말 이렇게 가끔씩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무시당할때는 조금은 화
가 나요 이게 행복한건지 잘 모르겠어요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너무 화가나요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가끔
있는 일이 아니라 매일 매일 일어나서 미칠것만 같아요
남편은 저한테 말을 잘 걸지도 않고 동창회 모임이나 친구들 모임
이 있으면 혼자나가요 창피하데요 너무 평범하고 무식해서 창피
하데요 어떻게 그럴수 있어요 난 자기 아내인데 매일 그런 모습을
보고 큰 아이들은 의례 엄마는 무식하고 평범하다고 생각하나봐요
항상 다른 엄마들과 비교하고 불평하고 무시만 하니까요 어떻게
그럴수 있는거죠? 10달동안 배아파서 낳고 정성들여 키워온 엄마
인데 말이죠
요즘들어서는 더 힘들어요
남편이나 아이들이 아예 저한테 말도 잘 걸지 않아요 남편은 툭하면
출장간다 야근한다 하면서 한달에 반은 들어오지도 않고 들어오는
날 그냥 잠만자고 나가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자기 생활 만하고
어떻게라도 친해져 볼려고 하면 짜증부터 부리고 엄마인 제가
싫은가 봐요
1주일전에 병원 다녀 왔어요 1년전부터 자꾸 배가 아팠서 그때
마다 진통제를 먹으면 괜찮아 지고 해서 안갔거든요 사실 병원가는돈
이 좀 아까기도 했어요 남편이나 애들이 들으면 돈 몇푼되는데 궁상
떠냐고 말하겠지만 알뜰한 제 성격에 막상 병원을 쉽게 찾을수가 없
더라구요 그런데 이번에는 통증도 심하고 진통제가 안들어서 약국에
가보니까 병원에 가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어쩔수 없이 병원에를
다녀왔어요 주사놓고 약을 줄주 알았는데 여러가지 검새를 꽤 오랬동
안 했어요 전 혹시나 가족들이 알고 걱정이라도 할까봐 걱정 했는데
남편이나 아이들은 제가 병원에 다녀온줄도 모르더군요
전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이미 사라진 존재인가 봐요
오늘은 검사 결과를 보기 위해서 병원에 가는 날
그래서 병원에 와 있다. 그런데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남편이 서류좀 회사로 갖이고 오라고 했는데 이렇게
기다리다가는 또 무능하고 평범한 아내 소리를 들을것 같다.
-김인숙씨 들어오세요
김인숙 이게 내 이름이다. 지금은 많이 낯설지만 돌아가신 아버지께
서 몇날 며칠을 고심하신끝에 만든 이름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가 김인숙이라는 이름 석자 데신 난 한남자
의 부인이고 아이들의 엄마로 그렇게 불려졌다.
그러고 보면 내 이름을 들어본지도 정말 오래된것 같다.
왠지 간호사가 고맙게 느껴진다.
-김인숙씨?
진료실로 들어가자 나를 부르는 의사와 목소리와 언제나 맡기 싫은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가끔씩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나 간호원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참 신기
할때도 있다.
한쪽에 놓여진 책상에는 1주일전에 봤던 그 젊은 의사가 앉아 있었
다.30대 초반정도의 나이에 하얀 가운과 금색 안경이 참 잘울리는 남
자였다.
-네
-1주일전에 검사 하시고 가셨죠?
젊은 의사는 차트를 내려다 보며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을 한다.
금색안경과 잘 울리는 얼굴이 안보인다는것이 조금 아쉽니다.
-네
-....혼자 오셨어요?
네 전 언제나 혼자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할수는 없었
다. 내가 아무리 평범하고 아는것이 별루 없어도 정상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주는 아는 여자이니까
-네..
-흠....
젊은 의사는 차트를 내려놓으며 잘 어울리는 금색 안경을 벗고는
엄지손가락과 집게 손가락으로 눈 부분을 눌렀다. 몹시 피곤해 보이
는게 안스러운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젊은 의사의 그런 모습이 왠지 불길해 보인다.
'어디서 봤지..'
어디에서인가 많이 봤던 장면과 너무나 흡사하다. 어디서 봤지..
그래 얼마전 끝난 연속극 첫장면이 지금과 똑같았는데
하지만 내가? 설마...난 정말 착하고 성실하게 살았는데..
-김인숙씨 미안합니다. 조금만 일찍 발견했어도 수술이라도 해볼텐데
이게 무슨 소리지? 뭘 조그만 일찍 발견한다는 거야?
그리고 왜 수술이라도 해볼텐데라고 과거형으로 말하지? 아프면 병원
에서 고쳐주고 수술해 주는곳이잖아 그래서 아프면 병원에 오잖아 그
런데 왜 과거형으로 말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