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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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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BY 올리브 2002-11-04

** 꿈꾸는 성(姓) **

<그녀>


/어둠이 서서히 걷혀 가는 새벽녁이다. 아직도 방안엔 주위를 분간할수없을 만큼
짙은 어둠이 깔려있었다.그때까지 깊은잠에 빠져, 가닥을 집을수 없는 혼란스러운 꿈에 쫓기전 혜경은 이상한 느낌과 함께 눈을 떴다.눈을 떴지만,그녀는 아직 여운을 남기는 끔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었다.
"?"
꿈이 사라지고,희미하게 방안 모습니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그녀는 짜증 섞인 분노로 가슴이 울렁거였다.
이 시간이면 어김없이 그는 깊은 잠에 빠져있는 그녀의 몸을 더듬었다. 그 바람에 그녀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잠에서 깬다.그녀는 거의 매일 밤 섹스를 요구하는 남편에게 시달려왔다.초저녁에 응하지 않을때는 언제나 이렇게 새벽잠을 깨웠다...............중략.......................
"제발 좀 자게 내버려 뒤!"
"당신을 사랑해 주려는 거야"
"나는 싫다잖아!"
"당신 참 이상해. 왜 싫다는거야?"
"아무튼 난 싫어""도대체 왜이러는 거야?" 좀 참아 봐. 어떻게 배일 짐승처럼 이래야 돼?"
"언제 당신이 매일 하게 내버려 뒀어?"
"자기 하자는 대로 응하면 그런거 아냐?"
"자가는 날 사람으로 취급하지않아. 내가무슨 창녀야?"
"부슨 소리야?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겠다는데 무슨 말이 그래?"
"그럼 그냥 자게 내버려 둬. 그게 날 사랑하는 거야"
"당신은 참 이상해.왜 싫다는거야?"
"이건 사랑이 아냐"
"당신이 몰라서 그래. 다른 여자들한테 물어봐.안 해 줘서 탈이지."
"싫다고 하는데도 꼭 이래야 돼?"
"내가 많이 참는 거야."
..............중략........................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혜경은 남편의 이런 행동이 자기를 끔찍히 사랑하는것이라고 믿었다...........중략..............남편의 그런 행동은 사랑이 아니라, 자기 만족을 위한 몸짓임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었다./

/김호운님의 아내/

책을 덮었다.
한숨이 나왔다.
글속의 주인공과 너무나 비슷한 처지를 생각하니 위안도 되고 비참하기도 했다.
사랑한다고 매일 잠자리를 강요하던 남편.
피임 방법을 잘 알지 못하던 결혼 초기에 빈번한 임신과 유산
심지어 유산수술을 하고 채 이틀이 지나지 않았을때도
남편은 잠자리를 요구하였다.
그 모든것이 사랑이라고 믿었다.
글속의 그녀처럼....

하지만 아니였다.
결혼 5년이 지나면서 여러가지로 상황이 좋지않았다.
심한 말다툼이 있었다.
서로에게 상처주기위한 말들이 오고갔다.
결국에 남편의 입에서....
"네가 처녀였냐? 아무 남자앞에서나 팬티를 벗는 주제에...."
순간 방안의 모든 것들이 정지되는것을 느꼈다.
머리속이 빙글빙글 돌았다.
몸 속의 모든 세포들이 죽어버린듯 했다.
심장소리만이 들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손과 입술이 계속 떨고있었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때 내 배속에는 남편의 둘째 아이가 있었다.
머리속엔 한가지 생각뿐이였다.
'이혼할거야....'

난 느끼질 못한다.
오르가즘이라는 쾌감을 느끼지를 못하는 ....
남편과의 연애시절 첫 잠자리에서 남편은 말했다.
"누가 그랬냐고?"
처음에 난 무슨말인지 몰랐다.
왜 그때 아니라고 완강하게 말하지 않았을까?
그때부터였다.
내가 아무것도 느끼질 못한것이....

언젠가 "린 "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난 문득 궁금했다.
"언니...언니는 아저씨랑 자면 느껴?"
"뭘?..."
까르르르 웃는 언니는 내 표정을 보더니 웃음을 멈추곤
"왜? 너 무슨일 있어?
"아니...난 난 말야...못 느껴..."
"나도 그래...그래도 둘째 낳고는 좀 알것 같기도 하고...뭐 그래.."
"언니...난 처음부터 못 느꼈어...그냥 싫어.."
"그래? 병원에 가봤어? 그거 심리적인게 크다고 하던데..."
"그래? 병원에 가면 고쳐질까?"
"글쎄..."
언니에게 남편과의 모든것을 이야기했다.
그 뒤 언니는 종종 병원에 가볼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아직도 난 병원에 가지 않는다.

남편과 별거에 들어갈무렵 오빠를 만난것이다.
그는 나를 가볍게 대하질 않았다.
나중에 그는 말했다.
한번 보고 그만두고 싶지않아. 일부러 참고 기다렸다고...
난 고수라고 놀렸다.
하지만 그가 잘한일이다.
사랑이라는건 많은 인내와 기술이 필요한것이다.
그냥 흐르는 물처럼 놔두면 언젠가 어디선가 고여서 썩기마련이다.
그를 만나고 난 이후 난 생각했다.
진정으로 성숙된 사랑을 하고싶다고.
몸과 마음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내 사랑을 그냥 그렇게 흐르게 놔두고싶지않았다.

그래서인지 노래방에 가서도 쑥스러워하는 그에게 입 맞추고 싶었다.
대신 노래를 부르다 손을 잡았다.
그는 귓볼까지 빨개졌다.
그리곤 슬그머니 손을 뺐다.
사랑스러웠다. 그가...

연애 시절 남자들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은근히 바랄때도 있었지만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것 보다
내 몸을 가질려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건 사실이다.
결혼 후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남편을 비롯한 많은 남자들이 가지는 성(姓)에 대한 환상중의 하나가
'크기'와 '시간'이다.
웃기는 일이다.
물론 개인차가 있지만 여자들이 꿈꾸는 성(姓)이란
일치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느끼는 일치감.
어느 글에선가 "섹스는 말로써 할수없는 깊은 사랑의 표현이다."이라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난 그와의 잠자리에서 그 의미를 깨달았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가끔 여자들은 남자와의 잠자리가 사랑의 표현보다는 남자의 욕망의 분출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솔직히 그와의 잠자리를 생각한것은 내가 먼저였다.
그 당시 그는 나의 사랑에 항상 허전함을 느꼈다.
아직도 내가 지난 여름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고 믿었다.
정작 나에게 말은 못하였지만 내가 잠시 딴 생각이라도 하고 있으면
그는 항상 불안해했다.
불안한 나에 대한 사랑에 확신을 주고싶었다.
하지만 또다른 혼란 역시 항상 내재되어 있었지 않았던가.
이런 저런 생각들로 난 밖이 보이지 않은 뿌연 창만 뚫어지라 보며
생각에 잠겼다.

만약 그와의 관계가 잠자리로 이어진다면 엄청난 상황의 변화가 올것이었다.
단순히 감정으로 오고가는 사이가 아니라
"불륜"의 시작인것이다.
사실 정신적인 불륜도 불륜이라는 대법원의 판결도 있지만...
그리고 내 사랑이 쉽게 끝나지 못함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 당시 나는 남편과의 별거를 마무리하고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하지만 그에게 이런 말은 필요없을것 같았다.
아무런 부담도 주기 싫었다.
그래서 긴 키스가 끝나고 난 그에게 말했다.
"내게 하고 싶은 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