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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BY 올리브 2002-11-04

** 모순 **


<그>

양귀자의 소설 "모순"이란 책에
주인공의 사랑이란? 질문에 이렇게 답을 했던것 같다.
"사랑이란...사랑이란말이야.
사랑에 빠지지않아야 겠다고 조심 또 조심을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것 처럼
영원보다 더 오랫동안 사랑하겠다고 아무리 굳은 결심을 해도
내 마음대로 되지가 않는것이야.
사랑이란 그런것이라고. 알아? "

지극히 기술적인 그러면서도 두가지의 뜻을 비치는 말이다.
오랜시간 연습한듯 너무도 명확한 자신만의 주장이다.
상대의 어떤 조건이나 외형에 의한 사랑이 아니라
사랑자체만으로 사랑함을 또한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임을 강조한다.

"남주"
왠지 그녀는 '이제는'이란 대화명보다는 그녀의 실명이 더 어울렸다.
아니,어쩌면 난 그녀를 "인터넷"라는 가상의 공간속의 여자가
아닌 현실의 여자로 남게하고 싶은 열망이 처음부터 자랐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이제 나에게 '이제는'이 아니라 "남주"였다.

정모때의 사진을 본적이 있다.
대화방속에서의 따질듯이 대드는 말투로 성깔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의 사진속에선 지극히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 같아보였다.
몸에 비해서 머리가 약간 커 보이는게 우스웠지만
사진속 웃음띤 얼굴에서 느껴지는 순진함이 그리 나빠보이지 않는다.

사실, 그녀가 살고 있는 집쪽으로 갈일도 없었는데
굳이 내가 만나보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한가지...
채팅방 안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전부가 아닐거란것과
왠지 꼭 만나야 할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꼭 한번만은 만나보고 싶었다.
정모때 봤으면 다신 볼일도 없었겠지만....

차를 타고 되도록 빠른속도로 달렸다.
중간지점에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꿈동산이냐?"
"하하하 ...어디야?"
"너희 동네 다 와가는데 5분후에 육교밑에서 만나자
난 기다리는거 무지 싫어하니깐 일찍 나와서 기다려"
"알떠"

약속장소에 차를 주차하곤 그녀를 기다린다.
한두번 번개하는것도 아닌데 왜이리 긴장되는지 알수없었지만
일부러 태연한척 담배를 꼬나 물었다.
그때..차 옆으로 지나는 낯익은 얼굴.. 그녀다.
가방을 흔들며 투벅거리는 걸음으로 지나가는 뒷모습을 보는순간
'남주'임을 단번에 알수 있었다.
풍선처럼 부풀린 파마머리에서 그녀임을 알수있었다.

처음본 그녀의 느낌이란...

어색한 분위기를 이미 알고있는듯이
차문을 닫으며 멋적은 미소를 지어보인 그녀.
순간..심장의 박동소리가 빨라옴을 느꼈다.
어렴풋이 사진으로만 봐오던 그녀의 첫인상과는 판이하게 틀렸다.

방금 샤워를 마치고 젖은 머리결로 나온사람처럼
향긋한 비누향이 내 코를 스쳐지나간것도 잠시
밝은 성격을 보여주는듯한 엷은 눈웃음.
적당히 세련되 보이는 화장.
또래나이보다 훨씬 젊게 입은 옷차림.
무엇보다 나를 자극시키기에 충분한 그녀의 이목구비.
도저히 아이둘을 가진 엄마라곤 믿기 어려울만큼
젊고 이쁘고 적당히 몸에 베인듯한 애교스러움.

이쁘다.
오늘의 만남이 결코 후회스럽지 않음을 직감할수 있었다.
최소한 나로썬..

차를 타고 오는도중 미리 연습도 해두었는데..
만나서 뭐라고 말부터 해야하는지..
우선 악수부터 하자고 손내밀까? 건 좀 음흉스럽고...
만나서 반갑다고 말해줄까? 너무 평범한가?
에잇~~~모르겠다.

씨익하고 웃기만 했다.
이미 내 이성과 감성은 충분히 마취되어 있었다.
첫눈에 반할만큼 어리지 않은 나이인데도
이상형 운운 할만큼 여자를 모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괜시리 호흡도 빨라지고 곁눈질로 힐끔힐끔 쳐다보며
내내 그녀의 시선을 관찰하고 있는 나.

"어디로 갈까?"
"음..가까운 곳이면 좋겠다 시간도 늦었구.."

바닷가 모래사장이 훤히 보이는 2층 커피??
차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난 내속에 숨어있던 욕망의 움직임을 천천히 느끼며
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사진보다 훨씬 예쁘네"
"후후..난 사진만 찍으면 괴물처럼 나와"
새하얀 치아와 목젖이 보일만큼 깔깔 거리며 웃는 그녀의 모습은
나로 하여금 또다시 혼란스러움으로 빠트리기 충분했다.

아픔이 채 아물기전에 만난 그녀...
적어도 오늘하루만큼은 마음한켠이 꽉찬 기분이 든다.
유난히 웃음이 많은 그녀로 인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