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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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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기억


BY 김隱秘 2002-11-14

청주로 가는 길에는 대청호가 있다.
바다라고 불러도 될만큼 큰 호수.
그 위에는 계족산이 자리를 펴고 앉아 있고 백제와 신라의 장정들은 여기서 서로 자기의 가족을 애인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용정 나루에는 장수가 칼을 씻었고 취백정은 글 읽는 선비가 모여 세월을 읊었단다. 그러나 세월을 읊건 무슨 노래를 부르건 신이 끌고가는 역사는 말없이 새 세상의 길을 내며 지나간 사람을 명부에서 지우고 새 이름을 적어 넣는 것이란다.
모르긴 하지만 그 속에서 악인과 선인이 구분 되겠지 우리가 생각하는 악인과 선인은 완전한 기준이 아니요 신이 준 기준은 이불속 공사며 숨어서 하는 우리 인간의 행동까지가 다 평가의 대상이 된다던 내 친구 전도사 기옥이의 말이 생각난다.

민아는 나를 너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오빠, 정말 보고싶어 미칠뻔 했네..ㅎㅎ"
"너 참 농담 잘한다 "
"오빠, 농담 아냐 진실이야 죽는줄 알았어. 오빠야말로 나의 영원한 태양이잖아.."
"야, 태양이면 뭐하냐 은총을 맘놓고 내릴 수가 있어 빛을 맘대로 비췰 수가 있어.."
"오늘 따갑게 비취지 뭐 ㅎㅎ"
"정말이냐..? 너 그러다 나 넘어뜨리겠다.ㅎㅎ"
"넘어져좀 봐. 늘 내가 애긴줄아니 성질나 흥"
"웬 애기...넌 내 가슴에 살아 있는 영원한 비너스야 ^^"
"그래, 그럼 팔잘린 모습으로 가만 있어야겠네 ㅎㅎ"
"그래, 가만히 있어 나 하는대로 "
"네 알았어요. 오늘은 오빠 맘대로 해"

농반 진반 손을 잡고 우린 삼일공원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오빠, 저 위에 가면 근사한 집 있다. 거기 가려고 예약 해 놨는데.."
"그래..고맙다. 너땜에 내가 살맛이 나.."

민아를 따라 간 곳은 조그만 산장이었다.

"어서오세요. 저기 저 방이예요. 두분이 너무 좋아 보이시네요
편히 쉬시고 가세요. 공기가 차서 불을 지펴 놓았거든요."

너무 조용하다.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는데도 산속의 빛이 나태해지고
방문에는 커텐이 가리워져 정말 속삭임이 어울릴 것절러 날 것 같았다
담쟁이 넝쿨이 벽에 쩔고 장작더미가 고스란히 고향을 그려 넣고 있잖은가..

"민아야, 그런데 옥순이네 빵집을 좀 가고 싶은데.."
"오빠, 나 여기 있잖아. 옥순이 언니는 낼 보여줄께. 옥순이 언니
는 본래 오빠 애인이 아닌데 왜 찾아?"

민아는 입을 삐죽거렸지만 싫어서 그런것은 아니었고 나도 당장 옥순이를 찾아 나설 기분은 아니다.

"오빠, 근데 여기 술이 일품이당."
"뭔술?"
"응, 양주로 담은 과실주라는 정말 유명해. 난 술맛을 모르니까 그렇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거든."
"그래.. 그럼 비싸겠네?"
"하 참 오빠 돈 많다고 큰소리 쳤잖아. 없으면 내가 사지 뭐..ㅎㅎ"
"아니 그냥 해본 소리야 돈은 쓸데가 없어 안달이야"
"정말? 그럼 나두 좀 주겠네 ㅎㅎ?"
"주고말고 말만 잘들으면 ㅎㅎ"
"말, 언제 내가 오빠말 안들은적 있나.."

민아의 내 찰을 끼었다. 와 닿는 젖살이 너무 감미롭다. 난 어깨를 감?患?연인이나 다름 없는 여유 있는 마음은 어디서 온걸까..? 아마도 그건 민아의 남편이 외국에 가 있다는 것이리라.

우린 온돌 방에 앉았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주안상이 나왔다. 그 술상 유명하다는 술상인가...?

"멋있게 드십시오 좋으실거예요"

심부름 소년이 우리를 ?어 보며 묘하게 웃었다.

"오빠, 한잔해."
"아니 근데 넌 여기 언제 왔었냐?"
"나?' 첨이야. 어제 누구한테 들었어. 우리 헬스크럽 여자가 그러는데 여기 남자 데리고 가면 참 좋다고 하길래 온거야 의심하지마 나 알잖아 ㅎㅎ"

정색을 하는 민아의 이마에 날 알밤을 가했고 그녀는 엄살을 부렸다.
술을 따르는 민아의 입가에 미소가 참 곱다.
나도 그녀의 잔을 채웠다.

"자, 마셔 원샷!"

어디서 많이 익혀둔 맛이었다
익숙한 냄새가 은은하게 스며온다.
어디서 먹었더라 이 걸..
나는 미각의 추억을 더듬기 시작 했다

"아! 아! 그렇지 그래 그 맛이네!"

나는 무릎을 탁 쳤다. 바로 그때 그 맛이었다 이 술맛은 바로 그 맛이
스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