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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치마의 정체


BY 김隱秘 2002-11-02

<< 중편소설 : 초록 치마>>

○ 제1화 작은 총 ○

수리岩에서 바라보는 대청호의 물파문은 잠자리 날개 같다. 신선의 담뱃대에서 나온것 같은 새털구름이 하늘에도 있고 물속에도 복사되어 있다가는 부채살 바람지우개에 지우졌다가는 다시 그려지는데 너무도 가슴이 애린 추억들이 그리움의 강을 이룬다
저기 저 물속에 고향이 있었다. 어느날 누군가에 의해 퍼지기 시작한 소문이 확인 되던날. 대대로 뼈를 묻고 살아온 우리의 고향이 물이 차고 댐이 된다니..
군에 있을때 소양강댐을 늘 눈앞에 담고 살았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댐을 바라보았던 군인들중에는 댐 속이 고향인 동료가 한 사람 있었다. 그 친구는 늘 우리와 다른 눈으로 댐을 바라보곤 했었는데 그 생각이 났다. 아침마다 일어나 댐을 향하여 소리를 지르던 그의 모습이 내게 투영으로 비쳐지던 그 시절에 우리는 짐을 싸고 대전으로 이사를 했다. 보상이라는 얼마가느이 푼돈을 받고 고향을 디로한채 떠나면서 동네사람 모두가 어디가든지 잊지말고 잘살자고 그리고 매년 추석때는 날자를 정하여 만나애 한다고 굳게 맹세 하였었다.
나무둥치 두개로 놓은 외나무 다리를 건너면 송아지 강아지 밥먹으며 장난치던 그 말집(긴 헛간). 우리 마을- 마을이라기 보다는 여섯집이 머리를 맛댄 화전마을-에서 중학교에 다닌는 애는 나와 윤식이 둘이엇다. 갈때도 같이 가고 올때도 같이 오고 숨도 같이 쉬고 잠도 같이 자고 무우도 나눠먹고 고구마도 같이 캐어먹고 비룡산성을 넘어서 우린 대전 동중학교를 다녔다.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나란히 서서 동네액을 다 지켜주고 변함없이 아이를 키우고 낳아주던 서낭당. 비룡산성 돌계단을 오르고 내리며 나와 윤식이는 키가 자랐었다.
산초냄새 더덕 내음 잔대캐서 고추장 찍어 먹고 가난의 굴레에서 돋아나는 아름다운 정으로 우린 그렇게 유년의 길에서 동반자였는데 그가 오랜만에 나를 찾아 왔었잖은가. 아무말 없이 내게 들어온 것은 일주일 전이었다. 초췌한 모습으로 찾아온 그가 내게 던진 말은
" 야, 너 말야 내 부탁 하난만 들어주라"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 꼭 들어 줘야 해"
나는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 수 박에 없다는 생각이 나를 압박했다
이 자식이 이 정도로 심각하게 부탁하는 것이라면 분명 들어 주어야 할 일이 생긴거다.
남에게 부탁하기를 가장 싫어하는 윤식이. 자존심 하난로 살아왔고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불리한 내력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그.
" 뭔 일이야?"
돈이라고 생각 했다. 얼마일까? 내가 감당할 액수일까? 최선을 다해야지...
그러나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가 내게 불쑥 내민것은 작은 권총 한자루!
손바닥안에 쏙 들어갈만한 크기의 권총.
" 이거 당분간 가지고 있어. 사람 죽이는 총은 아니거든
내 부탁은 준비되는대로 편지로 써 보낼께"
윤식이는 그 말을 남기고 사라져 갔다. 어디로 간다느니 어디에서 구했느냐 무엇을 해야하는냐 물어볼 경황이 아니었다. 권총! 이 권총은 ...? 나는 지금 답답한 마음에 우리의 물속 고향이 바라다 보이는 대청호의 앞산 중턱에 늘 우리의 놀이터가 되었던 수리바위에 와 있는 것이다. 권총? 윤식이? 부탁?...

○ 제2화 왜 안올까 ○
윤식이 소식은 한동안 오지 않았다.
그가 주고간 총을 날마다 만져보았지만 별다른 해석이 나올리 없고 짐작가는일도 없지 않은가. 사람을 죽이는 총은 아니라고 한 그의 말과 무언가 꼭 도와 주어야 한다는 윤식이의 그 때 그 표정. 아무래도 뭔가는 심상치 않은 문제가 잇긴한데 어디에 무엇을 대상으로 하는 명백함은 오리무중 그대로가 아닌가.
방아쇠를 당겨보고 총구와 신을 들여다 보다가 답답함에 담배를 물어본다.
윤식이에겐 아끼는 여자가 있었다. 바로 청개동(대청댐 근처의 오골계를 키우는 자연부락 이름)에 사는 옥순이라는 여자. 이쁘기도 하고 순진하기도 하고 말도 없고 순종형이면서 적잖은 미모를 겸비한 적어도 그당시에는 모든 눈총을 받는 미색이엇다고나 할까.
윤식이도 그녀를 아꼈지만 옥순이 역시 못지 않았다. 늘 그림자처럼 둘은 주위를 맴돌다가 중학교 졸업하고 서울로간 옥순이를 따라 윤식이의 학교도 서울의 배제고등학교가 되었을 때 난 왠지 허전함 같은 걸 느끼면서 대전의 좀 낡은(?) 학교에 다니며 방학때면 내려오는 그들을 맞이하곤 했다. 아삼육인 윤식이와 나사이에 조금씩은 이질감이 생긴게 옥순이으 출현에서 부터였다. 그러나 애정과 우정은 별개이고 또한 나는 윤식이에게 받은 무한의 은혜가 있기에 우정에 금이 간다거나 그런일은 결코 없었다.
윤식이는 내 생명의 은인이다.
저수지 물에 빠진 나를 건져준 장본인이다.
내가 수영을 못한것도 아니고 그가 수영을 잘해서도 아닌데 나는 그에 의해서 구명 되었었다.
그해 여름. 내가 열 여섯살 때인가보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하순 한갑동 저수지에서 나와 윤식이는 멱을 감앗다. 저수지를 세네바퀴 도는 버릇이 잇었던 우리들은 저수지를 헤업쳐 돌면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고 우리 말고 서너명의 애들이 함께 놀았었다.
저수지를 세바퀴재 돌던 내머리에 갑자기 무선 생각이 든것이다. 저수지마다 지킴이 있는데 용이 못된 이무기가 있다더라. 그 몸체가 집동만하고 길이는 용같아서 심술을 부린다는 어른들이 들려준 얘기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리고 물속을 보니 정말 그 이무기가 나를 향해 달려 드는게 아닌가 나느 기겁을 했다. 그리고 정신을 잃은걸까...
내가 깨어난 것은 이튿날 오후였다. 병원에서 깨어난 나를 보고 우리 엄니가 얼마나 감격스러워 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난 아직도 우리 어머니의 그 모습을 떠올리며 용기를 내곤 한다.
그때 물에 바진 나를 건져내어 산성을 넘어 동제의원까지 달린 장본인이 바로 윤식이. 나는 그래서 한번 다시 살았났고 그 일후에 윤식이를 볼때마다 난 늘 가슴에 감사한 피가 끓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 윤식이가 총을 맡기고 간지도 보름이 지났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이다.
" 편지를 보내던지 다시 들리던지.."
왜 안올까? 윤식이가 갈만한 곳이 어딜까?
담배를 하난더 빼 물었다. 연기가 구름이 될건가 하늘로 올라가네...
전화번호도 없는데... 어디다 연락을 해보나...

○ 제 3화 치마의 정체 ○

윤식이와 옥순이가 결혼할거라는 건 우리 모두의 대세였다. 언제 결혼할 것인가만 남겨 놓은 그들의 소식이 갑자기 뒤틀리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3학년 때였다.
옥순이가 이상해졌다는 것이다. 이상한 짓을 한다는 것이다. 무슨 이사한 짓이냐고 물으면 시원하게 답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숨기는 것과 알 수 없는 시간이 그에게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윤식이를 근처에서 지켜보던 내 외종사촌 순애의 말에 의하면 옥순이가 매주 하루는 어디론가 사라진다는 것이고 또한 그날은 이상하게도 초록치마를 입는다는 것이었다.
아침 일찍. 아주 일찍 새벽기도를 다녀온 그녀 옥순이는 동네에 있는 빵가게에서 빵을 사가지고는 어디론가 타를 타고 떠나는데 그날은 아무도 그를 본적이 없고 그녀는 늘 그렇듯이 이튿날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그녀를 지켜본 사람들의 모듬 얘기라는 것이다.
" 언니, 어제 어디 갔었어?"
" 응, 가는데가 있어서.."
" 매주 가?"
" 그렇다고 봐야지.."
" 뭐하는데야?"
" 응, 알필요 없어. 알려고도 말고.."
순애가 대충 전해주는 옥순이와의 대화 내용이다

윤식이는 이때부터 소주를 그라스로 먹기 시작했단다. 나에 비해 주량이 좀 적었던 그가 술에 간을 씻고 정신이 나갔다든지 친구들을 찾아와서 괜한 소리로 횡설수설 한다든지 그런 소문이 내게 들려 왔지만 윤식이의 본심은 아마도 외로움과 옥순이와 관계에 대한 무트러블 때문이리라는 짐작 말고는 아무것도 아는게 없었고 그렇다고 물어볼 수도 없는 처지였다.

윤식이 생각과 옥순이 그리고 내 사촌 순애.
점점 넓어지는 생각과 윤식이가 주고간 총 한자루
왜 윤식이는 총을 주고 갔으며 옥순이가 초록치마를 입는 날은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핸드폰을 걸었다. 순애에게
" 야, 난데 잘 지냐?"
" 어, 오빠구나. 뭔일 있어?"
" 뭔일은.. 한가지 궁금해서"
"말해"
" 너 옥순이 소식 아냐?"
"응~ 글쎄. 지금도 거기 산다고는 하던데
요즘은 통 못만나지. "
" 그래, 그런데 아직도 그 짓거리 한다냐?"
" 그 짓거리..?"
" 응, 초록치마 말야.."
" 아, 그거. 여전하겟지 뭐."
" 그랬구만 근데 그 치마가 어찌 생겼냐?"
" 그게 궁금해서 전화했어? ㅎㅎ"
" 아니 그건 아니고.."
" 뭘 아냐 오바도 속물이네 ㅎㅎ"
" 뭔소리 하는거여. 윤식이가 며칠전에 왔다 갔는데 소
식준다고 하고 아무 소식이 없으니까 혹시해서 전화
한 거지"
" 알았어. 내가 봤는데 그 치마 말야 스커트더라"
" 스커트, 짧은 스커트?"
" 응"


○ 제4회 ○

옥순이 어머니는 미망인이었다.
시골여자 답지 않게 고운 화장을 하고
늘 신탄진장엘 가는 그녀를 볼때마다 어린마음에도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장보고 돌아오는 옥순이네 집엔 늘 조기며 동태가 있었고
농사를 열심히 짓는 우리보다 없는게 없을 정도로 풍성했다. 그렇다고 옥순이네가 장사를 하는것도 아니고 누가 남달리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지만...
어느해 가을로 기억 된다. 학교를 마치고 이현(배고개)을 해가 뉘엇거리는 저녁 사촌누이와 함께 넘어 오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 왔다. 소곤거리는 소리. 어디.. 옥당골 호도나무 밑에서
무슨 일일까.. 약간 무서워하는 중1짜리 사촌누이 민아의 손을 잡고 나무 뒤로 숨었다. 그리고 입에다 검지를 대고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했다.
" 안돼요. 형님 알면 어쩔려구.."
옥순이 엄마의 목소리였다.
" 여기 아무도 없잖아. 뭐든지 줄께.."
그때 우린 괴장면(?)을 보고 말았다. 또 한사람은 남자는아랫마을 비룡리 이장님이 분명했다.
입에 침이 넘어 갔다. 사촌누이 민아의 얼굴이 노을 탓인지 너무 붉어지고 있었다.
" 야, 가자.."
나는 얼른 민아의 손을 잡아 끌었다.
" 민아는 암말 없이 끌려 왔다.
" 너 말하면 안돼 알았지?"
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귓뒤로 소리가 들려 왔다. 나의 궁금증은 견딜 수 가 없었다.
" 야, 너 여기 잠깐 있어 혹시 옥순이 엄니를 죽일지도 모르잖아 "
그러나 그건 괜한 소리였다. 민아의 손을 밀치고 되돌아 온 길을 거의 기어서 올라가 옥순이 엄마와 이장님의 꼴을 보았다. 짐승처럼 헐떡이는 본능이 황혼에 벌어지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짐작은 했지만 남자와 여자가 그렇게 리얼하게 불을 태우는 것은 처음 보았다. 어릴때 아버지와 어머니와 한방을 쓸때 내가 잠자는 줄 알고 두분이 서로를 껴안고 어둠속에서 하시던 말이 생생하다
" 맛이 어뗘?"
" 꿀맛이져"
침만 꼴깍거리고 넘어 갔지만 자는 척 참느라 고생한 그날 밤이 새고는 난 다시는 엄마 방에서 자는 것이 즐겁지가 않았었다. 그리고 엄마가 해주는 밥이 더러웁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참만에 두분(옥순이 엄니와 이장님)의 뜨거운 정사가 끝났나 보았다. 조용히 몸을 식히는 한쌍의 모습이 내게 선연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한참 만에 서로의 입을 갔다대고 부르르덜며 애무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한창시절을 혼자사는 미망인과 동네일을 총괄하는 불혹의 남정네가 나누는 비밀스런 정사장면을 봤던 것이다. 세상은 늘 모를 일이잖는가
그런일이 있은후 사촌누이인 민아와 나는 더욱 친해졌다. 손을 붙잡고 산을 같이 넘어오고 학교 갈때에도 올땡에도 늘 같이 다녔다. 학교가 끝나고도 꼭 어디서 무엇을 하나 챙겨보곤 했었다.
지금 민아는 청주에 산다. 언제 한번 찾아가야 할텐데..
황혼이 그때처럼 물든 날은 지금도 그 광경을 클로즈 업 시키며 어이없게 웃곤 하는데 그 후로 옥순이 엄니가 팬티를 안입고 다닌다는 괴소문이 우리친구들 사이에 돌곤 했었다.


○ 제 5화 ○

옥순이는 남다르게 정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얼굴 못지 않은 정때문에 많은 남자들의 눈길을 받으며 자기를 사랑하는줄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져들기도 했다. 윤식이와는 늘 가까이 지냈지만 무언가 그늘 같은 것이 있었는데 나중에 안일이지만 강준석이라는 선생의 등장대 부터 뭔가 이상이 생긴것이 분명 했다.
강준석은 장재리 교회의 주일학교 선생이었는데 워낙 샤프하게 생긴데다 말도 잘하고 마음씨도 깔끔하고 남을 돕는 일에는 늘 앞장서던 사람이어서 소문이 대단히 좋았던터다.
옥순이는 강선생을 좋아 했던 모양이다. 윤식이는 그때부터 무언가 위기감을 느꼈고 옥순이의 뒤를 밟는 습관이 생겼나 보았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흐른 작년말쯤인가 친구 누구에게서 강선생 얘기가 나왔는데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병신이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지만 자세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강선생을 좋아하는 사람은 또 있었다. 우리 사촌동생 민아. 속을 들어내 보이지 않지만 그를 보러 교회도 가고 그가 동네에 온다고 하면 이쁘게 보이려고 난리를 쳤지만 그는 누구나에게 똑같이 정답게 말하고 또 예수교의 말씀을 전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나도 한때 그의 권유로 부흥회에 참석했었지만 발광을 너무 떤다는 부정적 생각이 들어 그후로는 그를 피했었다.
배고프지만 순수한 시절엔 도랑물도 순수하게 흘러가고 산도 정겹고 잎도 늘 진실한 바람으로 가득했다. 산마다 고운 산소를 뿜으면 대청호가 생겨 날줄도 모르는 길마다 진달래 향기가 온통 벌집 같은 마을.
자꾸 그날들의 에피소드랄까 남녀간의 사랑얘기들이 내 가슴의 젊은날로 나를 인도한다.

윤식이가 다녀간지 많은 세월이 지나고 권총에 대한 의구심도 사라질즈음. 편지 한장이 날아왔다.
" 야, 나다 윤식이. 좀 더 기다려 다오
권총은 사람을 죽이는 총은 아닌게 그냥 가지고 있고
내가 그 총의 용도를 가르쳐주러 곧 갈께. 갈때는 내
친구 한명 데리고 가마. 벤처사업가인데 머리 팍팍 도
는 놈이지. 그때가서 얘기하기로 하고"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뭔놈의 벤처사업가 친구리야. 이 총이 정말 뭐리여?
빌어먹을놈 옥순이는 어디다 둔기여. 혹시 이거 가지고 옥순이 죽이라는 건 아니겠지. 사람죽이는 총은 아니라고 했응께...
담배 한대를 더 빼물고 핸드폰를 들여다 보니 전화번호가 하나 찍혔는데..
"여보세요. 누구세요?"
"응, 오빠, 나 민아"
" 니가 왠일이냐?"
" 왜 난 전화하면 안돼여?"
" 아, 그건 아니고. 너 하도 소식 끊고 살아서."
" 오빠, 윤식이 오빠 소식 알어?"
" 윤식이.. 아니 근데 왜?"
" 얼마전에 옥순이 언니가 왔었는데 아마 둘이 헤어진것
같대"
" 그려, 잘 모르겠네"
" 오빠 그건 그렇고 우리 신랑 외국 발령 나버렸네"
" 왜?"
" 응, 연수 6개월 간대"
" 잘됐네. 나종 놀러좀 오라고 해봐라"
" 알았어. 가고나면 바로 전화할께"
나는 괜히 웃음이 났다.
혼자사는 여자만 보면 괜히 즐거운게 남자 아닌가
" 야, 민아야. 너 이쁜거 여전하지..?"
" 오빠, 오빠 여전하네. 알았어. 한잔 하자구? 알았어"


○ 제 6 화 ○

민아네 집은 청주 상당공원 뒷켠에 있었다. 삼일공원 올라가는 못미쳐 용화사라는 절이 있고 그 아래에 오밀조밀한 집들이 머리를 맡대고 사는 동네였다.
"오빠, 참 오랜만이다. 어서 들어와"
"야, 너 여전하구나 미색이"
"참나원, 보자마자 뭔소리여유"
"근데, 너 인제 살판 났것다"
"뭐가 살판나우 낭군잃은 생과부 신세지."
"속에 없는 소리 하지말고 여하간 들어가자"
우린 오랜만에 격도 없는 얘기를 나불거렸다.
민아의 미모는 여전하다. 잘익은 석류라고 할까..
중학교 다니는 여식이 하나 있었고 남편이 별나서인지
그후에는 아이를 안낳앗다는 설명이었다.
"오빠, 홀아비로 계속 사실거유?"
"누가 온다는 사람도 없고. 이꼴 해가지고야 여자
책임지겠냐"
"그래도 그렇지 낭기 있는데.."
"니가 어디 좋은여자 있으면 맞춰줘라"
"정말, 좋은 사람 있으면 갈맘은 있는거유?"
"글쎄다. 야 술이나 한잔해 자~"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이 얘기 저 얘기
술기운 탓인지 민아가 더욱 묘해보였다.
"오빠, 나 첫사랑이 누군줄 알어?"
"글쎄, 강선생 아니냐?"
"강선생? 아 교회다니던 그 강선생.."
"그래, 그사람만 오면 네가 오금을 못폈잖냐"
"호호 그랬나. 좀 좋아하긴 했지"
"그사람 소식 아냐?"
"아니. 누구한테 들었는데 속리산 어디에 은둔생활 한다고 들은것 같은데.."
"그래, 나도 들은거 같다 "
"근데 오빠, 그사람은 내 첫사랑이 아냐"
"그럼 누구냐?"
"말해도 돼?"
" 아 그럼 이제와서 이 나이에 말못할게 뭐냐"
" ㅎㅎ 참 우습다. 나 실은 첫사랑이 오빠야"
"뭐, 나. 내가 네 첫사랑?"
그럴 수도 있었다. 사촌간이긴 하지만 우린 오누이처럼 연인처럼 붙어살았다. 국민학교며 중학교를 마칠때까지 우리는 붙어지냈다. 병아리 같은 모습에서부터 젖몽울이지고 가슴이 커지는 시기에 우리는 늘 이성으로 서로를 주시하곤 했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남자의 은밀한곳에 검은 숲이 조성될즈음에 그리고 성에 대해 그리워하고 호기심을 갖게되고 남자로가는 길목에서 경험하는 자위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민아를 바라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았고 엉뚱한 망상(?)을 한적도 있지 않은가. 결국 사람도 짐승의 본능을 벗지 못하는 동물적인 욕구라고 할까.
어느 따스한 봄날인가 이현(배고개)을 넘어 오다가 난 민아의 손을 덥썩 잡기도 하고 뒤로가서 안아주기도 하곤 했다. 오빠라는 핑계를 대고 태연한척 했지만 내 가슴에 닿는 소녀의 피부와 내음이 나를 질리도록 미혹하곤 했다. 민아도 그런 것에 대해 늘 조용히 받아들이며 무언가 조심스럽게 열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우린 결국 사촌으로 돌아가곤 했지만 그럴수록 금기된 선 밖으로 튀어나가고 싶은 충동은 높아만 갔던 기억이 난다.
"민아야, 좀 쉬었다 가자"
"그래, 쉬었다가."
우린 길끌 피해 산등성이 숲으로 올라 갔다.
시끌시글 소리가 길에서 들린다. 동네사람 둘이 지나간다. 무슨 얘기가 재미있다.
" 너, 나 잊으면 안돼"
" 응, 오빠두"
우린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초롱초롱한 눈망울
"야, 가자"
"벌써 가"
"그래, 어서 가 가슴이 이상해"
"왜? 오빠 어디 아파?"
"아냐, 그냥"

그런 추억이 소주잔에 비춰진다.
"민아야, 내가 네 첫사랑이라 이거지"
"그래요.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잖아"
"그렇지. 나도 니가 동생만 아니었으면.."
"ㅎㅎ 아니었으면..?"
"아니었으면 이렇게 했지"
민아를 안았다. 이제는 성숙한 여인으로 변한 그녀의
몸이 아주 몽실거렷다. 전기같은 것이 술에 전도되어
나를 쏘아 올렸다.
민아는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나의 등을 도닥거려 주었다.
"오빠, 술먹자"
"그래, 자 원샷"
술이 두어병 비워지고 우린 점점 촉촉해져 갔다
무슨 연속극인가 혼자 떠벌거리고..
이런시기엔 늘 전화가 오는게 일수인가
정말 전화가 걸려 왔다
"네, 아, 도련님 어디세요?"
"네, 알겠어요. 제가 조금 있다가 그리 나갈께요"
민아의 시동생 전화였다. 보은에 사는 친구인데
농사지은 배를 몇상자 가지고 왔다고 잠시후에 집앞으로 온다는 전화였다.
" 야, 나 가야겠다. "
" 그래, 그럼 오늘은 가 오빠, 시누이도 같이 왔다는데
들어오지는 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좀 그러네"

다시 한번 아쉰 손을 잡고 헤어지는 청주시의 야경은 참 쓸쓸했다. 꽃다리 쪽으로 가볼까? 걔들 집이 어디드라
..?

○ 제7화 ○

우암동인가 무슨동인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청도극장이 있었다. 지금부터 한 십오년전쯤인가 친구 광열이의 하숙방에서 달포정도 빌붙어 먹은적이 있었다.광열이는 서청주에 있는 대농에 다니고 난 일자리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청주시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백수인데다 마땅히 배운 기술도 없는터라 일자리 잡기가 용이하지 않았기에 허송세월 바로 그대로였다.
그때 광열이네집에 수시로 드나들던 극장통의 진희엄마라는 30대후반의 풍만한 여자가 기억 난다. 어느날 저녁
술한잔 먹고 거나해서 들어오는데 참상(?)을 엿듣고 말았으니...
"아니, 어제 어디 가셨어?"
나는 큰귀를 대고 연탄아궁이 옆 찬장뒤로 바짝 숨었다.
도둑괭이들의 장난이 시작되나보다
"아저씨는 언제와요?"
"그이 보름에 한번씩 오니까.."
"그럼 시외버스 운전사마누라는 다 그렇게 사나?"
"그려요. 살맛보기 어렵고. 도 오먼 뭐하나. 피곤해서
일도 못하는디"
"그렇다고 생남편두고 바라피면 쓰나 ㅎㅎ"
"옆구리 찔른게 누구여 ㅎㅎ"
"무슨 옆구릴 찔렀다고 그려 꼬리친게 누군데"
장난질이 시작됐나보았다.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이상한 소리도 들리고 죽이는니 살리느니 나좀 어찌하라는둥 이상한 도둑괭이 소리가 방박에 선 나의 말초신경을 건드렸다.
침을 삼키고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엿듣고 있자니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어먹을~
"여보, 나 어떻켜요 나좀 어?F게 해줘봐"
"아이고 이아짐씨 사람죽이네"
"광열이의 힘찬박동이 거세지는 모양이었다. 너무도 진한 소리가 버둥대는 두사람의 리얼한 모습을 상상케하고.
도둑괭이 울움이 꺅! 소리를 내고는 조용해 지나 싶더니 뭔가 다시 시작되기를 얼마간 조용했다. 욕구의 전쟁이 끝나고 물뱉는 소리 삼키는 소리 기차바퀴 구르는 소리가 멎고..
옷입는 소리가 나고 아줌마가 문열고 나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낼 집앞에 와봐! 요비링 눌러봐 "
"알았어요 아줌마 조심해서 잘가"
둘은 헤어졌다
이내 광열이의 코고는 소리가 들리고 한심한 나는 집을 다시나와 우암동 술집골목으로 어슬렁거리고 가고 있었다.
생맥주나 한잔 하자
"1000 주세요"
나는 벌컥벌컥 맥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담배한대를 빼물었다. 그리고는 그날로 광열이네 집에 가는 것은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그만두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서 난 꽃다리를 지나 광열이가 살던곳을 더듬어 가보고 있는지도 모를일이었다
"이자식 지금도 여기 살지는 않겠지. 허허 "
오가는 사람들이 어깨를 스친다
"그 자식 연장하나는 끝내줬지 ㅎㅎ
그여자가 땡잡은거여 잘 놀아났겠지 좋았을거야.."
실성한 사람처럼 뇌까리는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여 하늘을 쳐다보니 별만 총총한데...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응, 오빠 나야 "
"응, 왜 손님 가셨냐?"
"응, 갔지. 근데 오빠 어디야?"
"여기, 꽃다리 지나서.. "
"그래, 알았어 내가 그리 갈께 거기 있어"
"알았어 기다릴께"
내 음성이 떨리고 있었나보다
"왜그래 오빠?"
"뭐, 내가 뭐 어때서"
"어디 아파?"
"아프긴 오기나 해"


○ 제 8 화 ○

오빠, 피곤하지 아주 괜찮은 곳이 있는데 우리 거기가서
쉬었다 올까?"
"어디?"
"응, 미원쪽으로 가다보면 요즘 새로 지은 내고향황소뜸이라는 집이 있거든. 가족용도 있고 연인용도 있고... 하여간 괜찮더라구.."
"그래, 니가 알아서 해라 난 본래 그러잖냐"
민아의 차를 타고 보은 방향으로 한참을 달렸다. 어둠이 천지를 점령하고 밤의 불꽃들이 허전한 사람들을 부르는 길거리엔 늘 죄의 나라로 들어가고 싶은 아담과 이브가 짝지어 놀이를 하고
민아와 난 금새 연인인 것처럼 다정해져 버렸다. 어릴적 늘 졸졸 따라 다니며 시중을 들다시피 하던 사촌 동생과 늘 어른스러운척 하면서도 무언가 숨기지 못했던 연정이 가슴에 응어리져 자라고 싶어 안달이 났던 나.
"오빠, 저기좀 봐. 열차타고 가는 사람들 참 향수가 있네 다들 창밖을 보면서 골똘히 생각하고 있잖아"
건널목에 대기중인 차 앞으로 열차가 소리를 내어 지나간다. 레일위를 조금도 이탈하지 않고 달리는 저 열차에 몸을 싣고 저들은 지금 어디로 가는걸까..
"민아야, 그때 너 기억 나냐? 이리역 폭발사건?"
이리역 부근이 박살이 난적이 있었다. 폭약실은 한국화약인가 화물열차에 탓던 사람이 담배를 안에서 피우다가 화약에 붙었다든가 온 이리가 쑥대밭이 되었던 뉴스가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적이 있었다. 화약도 무서운데 거기다 담배를 피웠으니 오죽하려구..
"오빠, 그 화약 정말 뜨겁게 폭발했겠다 그지?"
" 뭔 소리야?"
"응, 화약에 불이.. 아니, 화약고에 불이 붙었으니 얼마나 신나게 폭발했겠어 ㅎㅎ."
"그게 뭔소리냐?"
"응, 그냥. 사람들은 뜨겁고 격렬한 걸 좋아하?淄?이 시대 사람들 말야"
죽에 맞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 했지만 여하간 화약에 불을 부친것 같은 요즘 세상이라는데는 이의가 있겠는가.

차는 산길을 따라 한 십리는 들어 갔다. 산이 자꾸 좁아지고 풍광이 수려한 산속이라는 걸 밤에도 느낄 수 있었다. 멀리 깜박이는 불빛이 자꾸 커지더니 차가 멈첬다.
전화를 미리 해 놓은 모양이었다. 잘생긴 젊은이 하나가 나와서 안내를 하고 민아를 따라 들어간 곳은 정말 시골냄새도 나면서 운치가 있는 초가집이었다. 음식도 정갈하게 차려져 나오고 고향의 내음이 고스란히 보존된 원초적 시골집.
" 이게 뭐지?"
"응, 그거 장뇌라든가 그러대"
"야, 이거 비싸겠는데"
"아냐, 오빠 걱정마 오늘 내가 한번 쏠려고 작정 했었어"
식사가 끝나고 나니까 수염이 허연 노인 한분이 다가왔다.
" 어떠세요? 두분이 잘 어울리십니다"
" 주인님도 여전하시네요."
둘은 아는 사이 같았다.
주인님이라는 단어가 어쩐지 가슴을 따스하게 했다.
"자, 오빠 우리 들어가보자 이리와"
나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따라 갔다.
황토내음이 간간하고 장작으로 지피는 굼불 냄새가 나는 정말 고향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방이다.
우린 그 방으로 들어 갔다. 그리고 벽에 등을 대고 다리를 뻗고 나란히 앉았다.
"야, 우리 옛날 생각나네 사랑방 여전하네"
"그렇지 오빠. 여기서 하룻밤 자고나면 온몸이 개운하고
정말 좋아"
"근데 넌 언제 여기 왔었냐?"
"그럴줄 알았어. 다들 그러대 여기 오는 사람들마다..
언제 와 봤냐고..ㅎㅎ"
"궁금하잖아.."
"응, 아까 그 아저씨 아들이 우리집에서 그전에 하숙을 하면서 청주대학교 다녔다는거 아녀. 그 학생이 나를 하너 여기로 모신다고 해서 와 봤거든.."
"그렇구나. 여하간 기가 막힌 아이디어네"
"아냐 이분들은 돈버는 것보다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고향을 잃지 않도록 해 주기 위해서 이걸 시작 했데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토속적 삶의 모습들을 남기고 간직하고 보여주고 싶었던거래"
" 음, 그래 알듯도 하구나."
밤이 좀더 깊어지니까 화로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구워먹으라고 주는 군밤과 고구마가 바가지에 담겨 나왔다. 우리는 화로에 밤을 굽고 고구마를 구웠다. 그리고 어린애처럼 즐거워하는 민아와 그리고 옛날 오빠로 돌아간 간 나는 정말 즐거웠다. 어디선가 부엉이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달빛이 창을 여는 것 같기도 하고...
민아의 모습이 정말 옛날로 돌아갈 수 있는 소박함.
우린 못다한 이야기를 하며 밤(율)을 익히고 또 어둠을 익혔다. 여기서 민아와 같이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슴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밤은 깊어가고 구들로 달아오는 방은 정말 할머니 사랑 같고 엄마의 젖가슴 처럼 따스하였다.
"오빠, 자자 우리 "
" 그래.."
"불편하지 않지?"
"응"
....

○ 제 9화 ○

산골의 바람은 곱다. 연삽한 바람이 나무잎 속에서 속삭인다. 세상이 너무 오염되다보니 별별일이 다벌어지는데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라는 압박에서 탈출해 보고자 인륜의 밖과 열차레일 외에서 사랑을 찾는다거나 말초신경을 건드려 몸체를 호도하는 일을 하려한다는 것이다.
민아는 정말 고운 여자다 나에게는. 한번도 나에 대해 대들거나 불평을 한 기억이 없다. 늘 옆에 서서 나를 지켜보며 나의 의견을 듣고 순종하던 아이(?)다.
그런 그녀가 시집을 간다고 하던날 무척 찹작 했었다. 달빛이 구름에 숨은 장군암에 몰래 올라가 많은 시간속에서 가슴에 남은 미련의 찌꺼기들을 정리하고자 애를 썼었다.
사촌여동생의 시집가는 게 무슨 관계인가? 잘 살아야지. 행복을 빌어야지 사랑하는 연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함께 살 약속을 한것도 아니요 결혼의 금기사항인 동성동본이라던가의 틀안에 있는 것도 아닌 사촌 여동생인데.. 왜 체념하지 못하고 가슴에 씨를 심어 놓고 그걸 늘 제 옆에 두려하는가.
소꼽장난 놀던 생각에서 부터. 발가벗고 물가에서 놀던 어린시절과 진달래산을 오르내리며 손잡고 안아주고 술래잡기하고 괜히 아무도 안보이는 곳으로 멀리 민아를 끌고갔던 행동 속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오빠, 우리 도망갈까?"
"뭔소리여 우리가 왜 도망을 가?"
"그냥, 오빠가 좋아서 해본 소리여"
"다른 애들은 오빠 오빠 하면서 나중에 애인 되던데.."
"피,이게 사촌오빠를 뭘로 보는기여 너 그러면 혼난다"
"오빠는 나중에 결혼하면 누구랑 할건데?"
"난 안해. 혼자 살지 뭐"
"그래, 그럼 나도 혼자 살아야겠네"
"왜 혼자사냐?"
"그냥.. 혼자 살고 싶어.."

민아 신랑은 연구단지에 다니는 연구원이었다. 지적으로 생기고 키도크고 말씨도 위엄이 있고 예의도 바르고..
인사를 첨 하던날 나는 공연히 기가 죽어서 죄지은 사람이 된 기분으로 술 몇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 왔었다.
그 후로는 난 민아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이 골목에서 보이면 저 골목으로 가고 저 골목에 그림자라도 비취면 이 골목으로 돌아 가고...
예식장에서도 제정신 아니게 보고는 친구들과 얼려 헛소리만 펑펑 치며 하루를 지내다가 술에 다운되어 깨어보니 이튿날 아침의 여관방이고 친구들이 비용을 치루고 간 뒤였다.
"아이고, 이 청년 실연했구만.."
여관 주인인듯도 하고 아님 심바람하는 아줌마 같기도 한 여인네가 문을 나서는 뒤통수에다 대고 하는 말이었다
"잊어 부러요. 정 죽거쓰면 또 오셔 좋은 샥시 있응께"
뭔소리인지 분간하지 못했지만 실수를 된통으로 한게 틀림 없구나 하면서 무거운 머리를 흔들며 탁한 한숨을 쉬며 도망쳤던 기억이 난다.

좋은집의 밤이 자꾸 깊어가고 가끔 손님 맞는 소리도 나고 멀리서 산짐승 소리도 들려 왔다.
"오빠, 자자. 오빠.."
"그래, 자자. 근데.."
"뭐? 괜찮아.. 같이 자도 돼"
.........
우린 아주 어린시절처럼 이불속에 다를를 넣고 서로를 쳐다 보았다. 어릴적 단발머리때의 모습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갑자기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
"민아야!"
난 그녀를 안고 말았다
그녀의 손이 내내 등을 다독이고
"오빠, 괜찮아.. "
몽클한 유방의 훈기가 스며온다. 따스한 꿈이 보글거린다 너무도 오랜세월 잊지못해 했던 불덩이가 풀무질을 해대나 보았다. 대장쟁이의 낫 벼리는 소리 괭이자루 박는 소리가 가슴에서 쿵쾅거렸다.
그러나 민아는 조용했다. 차분했다. 그리고 게속 내 등을 쓸어주고 있지 않은가..
조용히 둘은 그대로 누웠다. 밤이 깊어가고 무슨 말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혹시 말을 잘못해서 지금이 깨어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녀도 말이 없엇다 그녀도 내 손길을 따라 움찍거렸지만 반응을 내색하지 않으려는듯 몸을 맡긴채로 숨소리를 죽이는게 역력했다.
어디선가 창호지를 뚫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고 구름이 문살에 그림을 그렸다가 사라지고 하얀 나비가 날아온다
봄인가 벌써.. 노오란 개나리가 피고 병아리 두마리 따박따박 걸은 뒤에 엿장수 아저씨 가위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은 엿을 사러 나가고....새색시 신방에는 낮인데 무슨 사랑의 속삭임이 저리도 깊누...

"오빠, 나 지금 행복하다."
나는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을 바라 보았다. 호수가 그 속에 있었고 꿈꾸던 정원 눈 속에 있고 추억으로 가득한 책이 놓여 있고...
"아! 그리움의 휴화산이 폭발하는 것인가 아니면 세상에서 도피처를 찾아 헤메는 남자의 밀실로 가는 길인가
모를 일이었다 민아의 살이 정말 고운 파문으로 점령해 오는데 깊은 밤은 아침을 만들며 새벽으로 가고 있었다.


○ 제 10화 ○

민아의 향기는 오래도록 가슴에서 모락거리고 있었다
맨발자락에 슬리퍼를 끌고 대문을 나가 교차로 신문을 한장 들고 들어 온다. 할일 없는 사람들 무엇인가 찾는 사람들의 기대에 찬 신문. 하기야 정치가 어떻고 사회가 어떻고 문화며 가지가지 메뉴로 처발라 놓고는 광고에 광고를 다해 미혹하는 일간 신문 보다 그래도 좀은 진솔한 면도 있고 방도 얻고 물건도 팔고 차도 사고 문화강좌 소식도 좀은 있으니 이게 실상은 내게 더 흥미가 있는 신문이 아닌가. 150페이지에 달하는 면수만 봐도 이제 명실상부한 민중(?)의 신문이 되지 않았던가...교차로 벼룩시장 한밭생활 가로수 중앙로 번영로.....
"성인용품 판매. 독신용 있음"
혼자 살다보니 이런 글자에 눈이 갔다. 마누라가 있기를 하나 그렇다고 남들 다 있다는 애인이 있기를 하나 돈 없고 빽없고 줄없고 있는게 없는것에 치여 몰사해 버렸으니 어느여자가 섬기겠다 와서 같이 자 주겠다는 약속을 할까...
이 구석 저 구석 다 뒤져 본다. 중고차 아파트 신상품 구인구직 샅샅이 훑는 중에
" 30대 후반의 여성입니다. 사업좀 도와 주세요. 자가용 있으면 우대. 그냥 순회하며 매장관리만 하면 됩니다."
30대 후반.. 그냥 도와 주세요!

이튿날 내가 찾아간 곳은 소청빌딩 지하에 자리잡은 조그만 사무실이었다. 문을 들어서는 나의 앞에 나타난 사람은 정말 괜찮은 여자였다 적어도 미모만은......
" 어서 오세요. 용기 있으시군요. 고맙습니다"
나는 목레하고 다음에 내가 취해야 할 태도를 결정짓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 앉으세요. 사업애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오늘은 우선 가슴을 열기 위한 미팅을 좀 하면 좋겠어요."
"네?"
"아, 미팅말이예요. 드리이브도 하고 술도 같이 먹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싶으면 추고 밥도 먹고 그리고
지나온 얘기도 하고 ㅎㅎ 그런거죠"
무언가 홀린듯한 기분이었다. 무슨 함정이 잇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물러설 마음은 전혀 없고 밑져봐야 목숨하나 뿐인데 죽이기야 하겠는가.
차를 한잔 마시면서 여자의 눈을 훔쳐 보았다. 민아의 풋풋하고 포근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지적이고 고고하고 잘고른 란같은 여자 황새를 닮았다고 할까 사슴이면서 기린 같은 높은 풀만 먹고 사는 여자의 이미지가 풍겨오는데...
혼미한 판단의 심사가 펼쳐지는 중에 핸드폰이 열렸다.
"야, 나야. 너 지금 어디냐?"
윤식이었다
'응, 나 취직좀 해보려고 소청빌딩에 와 있는데..
뭔일있냐?"
"응, 지금 좀 만나야겠다. 같이온 사람이 있는데 집에 갔더니 없어서.."
" 이따가 만나면 안될까?"
"이자식 보게. 야 니가 뭐그렇게 할일이 있다구 취직
을 해 그냥 혼자 얻어먹고 살면 돼지"
" 그래, 알았어..그런데 어쩌자는 거야?"
" 내가 지금 그리로 갈께"
전화하는 내골을 보고는 쩔쩔매는 몰골이 안타까웠던지 그 지적인 여자 황새같은 여자는
"그러세요. 이리 오라고 하세요. 친구분도 좀 보면 좋지요 뭐"
윤식이는 곧 올것 같았다.
그제서야 윤식이가 주고간 권총이 생각났다
사람죽이는 권총은 아니지만 여하간 뭔가 있을 것 같은 권총. 그 총을 찾으러 온건가..?
텔레비젼에는 주식시세가 막 흘러간다. 그리고 뉴스가 토막을 흘러가고 애딘 아가씨 하나가 사무적으로 전화를 받고 무언가 하긴 하는 곳인데 대뜸 잡히지 않는 그런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 제 11화 ○

인사하세요. 저희 남편이예요"
난 같은 여자가 손으로 가리키는 사람을 보면 나는 움? 놀라고 말았다. 곱추인것 같기도 하고 난장이 같기도 하고 여하간 정상인이 아닌 남자였다.
"아,네...잘 부탁합니다."
그는 빙긋이 웃고 있었고 여유가 풍겼다.
"제 아내를 잘 보살펴 주십시오. 제가 도와줘야 하는건데 보시다시피 몸이 변변치가 못해서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커피가 나왔다. 속빈곳에 붓는 커피는 소주만은 못해도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를 응게는 효과가 있다. 커피잔 속에서 나는 머리를 굴렸다. 이 난같은 여자와 장애가 있는 남편은 무슨 사연이 있을까? 그리고 이들이 하는 사업은 무엇이고 내가 도와 주어야 한다는 건 뭘까? 요즘 한탕 잡으려는 사람들이 모여서 차린 사금융 업체도 아닌것 같고 그렇다고 부동산 업자도 아닌것 같고 풍기는 외양과 두사람의 대화 그리고 전화 받는 소리들이 감지할 단서라곤 하나도 없었다.
"저, 제가 해야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데요?"
"네, 그러시죠. 차차 말씀드리기로 하고 아까 말씀대로 오늘은 저하고 미팅을 좀 하시는 겁니다. 저희는 본래 열흘 정도는 저의 사업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는 회사 방침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회사의 영업에 대한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인간관계와 한 식구가 되는 공감대 형성이 우리의 목표이고 또한 한배를 타고 갈 수 있는 길이 되니까요. 저희는 본사가 없습니다.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립하고 분리해서 오너가 되어 나갔습니다. 선생님도 그들과 같이 될것입니다. 저는 오늘 선생님을 보는 순간 분명히 무언가를 발견 했습니다. 무슨 일이든 하실 수 있고 또 잘 해내실것이라는확신 말이예요"
갑자기 난같은 여자의 목소리가 강의조로 바뀌면서 나를 설득하는 그리고 같이 가자는 간절한 소망이 담긴 단어로 배열됨을 느낄 수 있었다.
차를 다 마실즈음 핸드폰이 울렸다.
"어, 어디쯤 왔냐 내가 잠깐 나갈께"
"응, 다왔거든 동백옆에 하나은행 있잖아 거기로 나와라"
"알았어. 그런데 시간이 좀 없거든.."
"그래 알았어. 잠깐이면 돼"
나는 란같은 여자에게 잠시 승락(?)을 얻고 박으로 나왔다. 내가 그 여자를 돕고자 취직을 승인 받은 것도 아닌데 마음이 벌써 해보겠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그녀의 미모와 장애인 남편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차가 거리에 밀리기 시작했다. 경적소리가 거슬렸다. 담배하나를 꼬나 물었다. 콧구멍으로 붐어대는 담배연기가 가슴에서 옹크리고 앉은 잡념과 갈등들을 하늘로 날리려고 애를 써댄다.

'야, 여기"
윤식이였다. 손을 덥썩 잡았다. 총 생각이 났다. 이놈이 무슨 과제를 가지고 왔을까? 한번은 꼭 크게 도와 주어야 하는데... 그래 무슨 일이든 내가 해주마 내가 죽은들 그게 대수랴.
"인사해라. 첨단기술을 연구히고 계신 이박사님이시다"
나는 머리를 꾸벅거렸다
"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의 손이 나의 손을 끌어당겼다.
갸날프다고 느껴지는 손에는 작은 실반지 하나가 끼워져 있고 장발 머리가 왠지 예술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이재경이라고 합니다"
그가 명함 한장을 쥐어 주었다
"저는 변변치가 못해서 명함이 없거든요"
"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명함은 어쩌면 없다는게 더욱 자신이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ㅎㅎ"
죽에도 닿지 않는 말로 날 위로하는 그의 웃음속에는 정말로 배려하려는 느낌이 배어 있고 윤식이는 내 등을 툭치며 쓸데없는 소리말라는 시늉을 했다.
"다방으로 갈까?.?"
"아, 아냐. 이 봉투 너 주고 갈테니까 가서 차근히 보고 전화해줘라. 난 또 갈데가 있어서.."
"그냥가?"
"응, 시간나면 술먹으러 갈께"
윤식이도 박사도 함께 금새 사라져 갔다.
나만 덩그러니 남고 엘지증권으로 올라가는 증권아줌마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주가가 박살이 났다드니. 미국의 다우가, 나스닥이 부시의 부시는 정책으로 말미암아 불안감에 의한 대폭락이 있었다든가. 테레비에서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빌어먹을 뭐 아는게 있어야지 에라 모르겠다. 담배나 하나 더 죽이고 난같은 여자에게로나 가보지 뭐.. 마음에서 그렇게 정해주고 있었다. 마음의 지시대로 명령을 수행한다. 내가 지금 뭐하는거지. 뭔가 복잡해지네..여하간 미팅이 있다고 했잖아 죽기야 하겠어. 가진게 없으니
잃을 것도 없지...

○ 제 12화 ○

" 자, 가시죠. 이제 됐네요. 다 오셨으니까.."
신입사원 지망생은 나말고 두명의 남자가 더 있었다.
난 같은 여자가 시키는대로 수인사를 하고는 우린 도우미의 뒤를 어슬렁어슬렁 따라 나선다. 어디로 가는 건지 무엇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여하간 무언가 미로속으로 들어가는 비밀스러움과 미지에 대한 기대감이 긴장으로 다가왔다.
" 자, 어서타세요. "

차는 시내를 빠져 나와 유성쪽으로 간다. 동학사라는 안내표지판이 보이더니 여기저기 도네이름이 스쳐지나갔다. 어디로 가는걸까...?
"자, 지금부터는 여러분이 안대를 쓰셔야 합니다."
안대? 도우미들이 나눠주는 안대를 썼다. 무슨 공작을 하는건지. 참으로 이상한짓거리에 내가 빠져들고 있다는 생각이 복잡하게 내머리에 차오르는게 느껴졌다.
"아가씨, 어디로 가는거요?"
"네, 걱정은 안하셔도 돼요. 워낙 저희 회사가 정보에 민감한 회사라서 어느정도 자격이 되기까지는 본사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오해하지마시고 편안히 게세요. 약 30분만 가시면 됩니다."
안대를 쓰니 찹작한 생각이 몰려 왔다.
도대체 내 인생이 어디로 가는건지 왜 내가 여기 와 있는건지 이 차는 나의 인생과 무슨 관계가 있는건지. 건지건지 무엇이 되는건지 안되는건지..
그렇다고 돌아가자고 할 필요는 더욱 없었다. 내게 있는건 이 몸둥이 하나에 거칠것이 없는 신세이니 동서남북 어디든 내집아니며 사방팔방이 어디에도 또한 내집이 없지 않은가..
공기가 좀 차가워지는것이 느껴졌다. 아마도 마음탓이기도 한것 같고 실제상황인지도 몰랐다. 조용히 손을 모아 양손을 만져본다. 쓸쓸한 손 아무도 잡아 줄 이 없는 손. 나를 위해 누군가 기도하는 사람은 있을까? 나의 이름을 누군가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있을까..?
여자들 얼굴이 떠올랐다.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좋아하고 그리워 했던 여자들은 몇명이나 될까? 가끔씩 잠자리를 같이 했던 여자들을 손으로 꼽아보는 버릇이 있지만 오늘따라 왜 그런 생각이 다시 일어서는건지...

내가 다니던 효평국민학교는 지금은 폐교가 되어 자연학습장으로 쓰고 있지만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정말 많은 재학생이 있었다. 시골 학교라지만 여기저기 살기 어려워 화전밭이라도 일구며 살아온 이북피난민과 산나물을 캐고 나무를 해서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살았기에 조금도 쓸쓰하지 않은 학교였다. 산돼지도 내려와 감자밭을 뭉개고 산토끼 노루가 안개속에서 뛰노는 그러한 동네가 우리 동네였다.
사방공사를 하는 봄에는 온동네 사람들이 사태난 산에서 낙엽송과 소나무를 심느라 산판이 하얗고 처녀총각 소년소녀 좋아하는 사람 쳐다보며 히ㅣ덕거리는 재미가 꾀나 있었다.
그뿐이랴 사람사는 곳이면 늘 염문은 뿌려지는 것. 기억에 남는 스토리가 한토막이 있다.
동네에 귀머거리 한사람이 살았었다. 기억으로는 이름이 천선이라 했다. 마흔정도 돼는 좀은 천치스러운 남자였고 그에게는 몸집이 통통한 아내가 있었다. 지금이야 바짝마르고 작대기 같은여자가 미인이지만 그당시 헐벗고 굶주린 시대에는 엉덩이가 널직하고 가슴이 풍만하고 넉넉한 체골의 여자가 복도 받고 성적매력도 인정되는 시대였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또한 이 부부외에 등장(?)하는 인물은 군대에서 의무병으로 근무하다가 제대한 준걸이라는 사람이다. 이 남자가 하는 일은 동네의 아픈 사람들을 적당히 돌봐주고 조금씩 사례를 받기도 하고 약도 사다가 주고 주사도 놔주고 이름하여 돌파리 의사이긴 하나 동리에서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었다. 지금이야 병원에 가기가 쉽지만 의료보험제도가 없던 때이니 여간병을 가지고는 병원에 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때 였으니 준걸이라는 사람의 역할은 대단했었다.
어지간한 강골이 아니고는 그에게 주사 맞지 않은 사람 없고 동네 여자들 대부분이 애기를 낳을 때면 그가 와서 출산을 도와주었고 애기도 받아 주기도 했으며 죽을 위기에서 생명을 구해 준 일화도 많았다. 고마운 사람으로 정평이 났고 어디에 가든지 그는 대우를 받았었다.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갈 일은 그가 손 한족을 잃은 외팔이라는 것이다. 워낙 별중맞았다는 그는 고기를 잡으려고 친구들과 같이 냇가에 나가 일명 꽝(다이나마이트)을 터뜨리다가 손목을 잃는 변을 당했던 것이다. 손이 하나 없어도 주사를 놓는데 귀신같이 놓고 모든 일에서 성한 사람에 뒤지는 일은 없었던 그로 기억이 된다.
그러던 어는날 지난가는 말을 엿듣는 중에 천선이라는 귀머거리 마누라와 돌팔이 의사 준걸이 눈이 맞았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