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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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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회


BY ich63 2002-12-23

명준은 공항에 내리자마자 택시를 집어탔다. 일단은 집에 가봐야 할것 같았다. 현관문을 여니 어질러진 집이 명준을 맞았다. 별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모습이다. 여행가방을 한쪽에 밀쳐놓고 전화수신목록을 확인한다. 별 새로운 번호는 없다. 할수없이 114로 전화를 건다.
"백병원부탁합니다."
"****-****"
다시 번호를 누른다.
"입원환자좀 알아보려는 대요."

아내는 백병원에 있었다.서둘러 집을 나선다. 멀지 않은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것은 그 만큼 마음이 조급한 때문인가. 차를 대고 입원실로 올라갔다. 병실앞에서 심호흡을 한번 한 다음 가볍게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내는 잠들어 있고 한 남자가 아내의 이불을 덮어주고 있었다. 안면이 있는 것도 같았다. 가게 옆 주차장에서 한번씩 본것 같다. 약간 멈짓거리는데 아내가 눈을 떴다.
"자기 왔어?"
기운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다. 아내는 몸을 일으킨다. 옆의 남자가 저지시키려다 그만둔다.
"그냥 누워있어.많이 아파?"
"많이 나았어. 참 인사드려. 내 대학 선배야. 선배없었으면 길에서 쓰러졌을 거야. 선배가 애 많이 썼어."
"이명준입니다. 신세 많이 졌습니다."
"이 일민입니다. 그럼 전 이제 가 보겠습니다."
"선배, 고마웠어요."
"그럼, 나중에 한번 뵙겠습니다."

일민은 병실문을 나서며 남편의 자리는 쉽게 넘볼수 있는 자리가 아님을 느꼈다. 서인의 남편이 나타나자 자기가 할일이 아무것도 없어지고 또한 해서도 안될 것 같았다. 병원비를 내 줄까 하다가 서인이나 서인의 남편이 불편해 할것도 같아 그만 두었다. 지금 기분으론 회사로 들어가기도 싫어 집으로 갔다. 일민은 씻지도 않은 채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잠이나 실컷 잤으면......
서인을 다시 만나 지낸 몇달간의 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꿈이었어. 꿈 일민은 중얼거리다 잠이 들었다.

"지금 온거야? 여긴 어떻게 알았어?"
"병원에 전화했지."
"재밌었어?"
"재미는? 가슴졸여 죽는 줄 알았어."
"왜?"
"왜? 입원했다고 하는데 전화도 안되지. 물어볼대도 없지. 내 속이 속이 아니었네. "
"잘 놀고 와서 미안하니까 별소릴 다 하네. 내가 자길 몰라. 부처님 손바닥이다."
"미안해. 앞으로는 잘 할게. 가는 게 싫으면 가지말라고 하지."
"가지 말라면 안 갔겠어. 자꾸 얘기하면 또 싸움되니까 그냥 넘어가자. 나 퇴원하고 싶어."
"물어보고 올게."

남편은 퇴원 수속을 밟았고 우린 집으로 왔다. 아이들은 이미 집에 와 있었다.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환히 웃는다.
남편이 말한다.
"엄마 아직 아프니까 청소 니네들이 해. 어서 지금. 엄마 힘들게 하면 아빠한테 혼나. 엄마 없으면 아빠도 못살아."
아이들은 입을 삐쭉거리면서도 얼굴은 웃는다. 책을 챙기고 어질러진 것들을 대충 치운다.
서인은 방에 누워 생각한다. 이것이 제일 큰 행복이고 천국이 아닌가 하고. 여기가 바로 서인이 머물러야 할 자리라고.
이것이 바로 사랑이고 선배와의 관계는 단지 열정일 뿐이라고. 너무 뜨겁고 절실하여 세상전부인듯 여겨 지지만 이내 스러질 불꽃이라고.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작품이고 시간에 쫓겨가며 써서 완성도가 낮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좀더 잘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