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이면 일이 한꺼번에 기다렸다는듯이 터져버린다.
그녀는 밀려드는 일에 정신이 없었다.
얼마전 그 황홀한 일을 떠올릴 시간조차 없을 정도다.
그 일이 있은후 2~3번인가 그와 통화는 했지만 그후 역시나
계속된 만남은 없었다.
오히려 다행인지 모른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침일찍부터 시작된일은 늦은오후가 되서야 겨우 정리가 되는듯 했다. 회사복도에서 미지근한 커피를 한잔 마시며 잠시 숨을 돌리던 그녀는 옆을 스치듯 지나가는 남자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월말이라 바쁘시죠..?”
그는 옆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 이다.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몇 번 지나가며 본적이 있다.
그는 갑작스런 인사에 서둘러 뒤를 돌아보며 약간은 난처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아 네...안녕하세요..”
“옆사무실에 근무하시죠..? ”
[괜히 아는척을 했나..?] 그녀는 약간 어색해졌다.
평소 얼굴을 잘 기억하는 그녀에게는 이런일은 아무것도 아닌데 그는 약간 긴장한듯 했다.
그러니 괜시리 미안하기까지 하다.
“휴....”늦은 저녁...한두명 남은 사무실은 적막하기 까지 하다 “퇴근들 안하세요...?”
그녀는 사무실에 남은 사람들에게 형식적인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퇴근했다. 하루가 너무 금방 흘러가 버렸다.
배가 약간 허전함을 느낀 그녀는 사무실 바로 밑에 있는 작은 우동집에 들어갔다.
이렇게 머리를 잔뜩 쓴날은 왠지 뜨끈한 우동생각이 간절해 진다. 거기에 기름진 튀김이라도 얹어지는 날이면 하루의 피곤이 싹 풀릴 정도다,
[근데 왜 외국에서는 튀김우동을 덴뿌라 우동이라고 하는걸까..?] 그녀는 잠시 우동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겼다,
[덴뿌라 라면 어묵인데 말이지...아..모르겠다]
이런 의미없는 고민을 한다는것도 지금쯤이면 행복하다...
튀김우동이든 덴뿌라 우동이든 뭔 상관인가...
그냥 그녀는 따뜻한 가스오부시 국물이 좋을 뿐이다.
거기에 탱탱한 면발은 씹지 않아도 목구멍으로 술술 잘도 넘어간다... “늦으셨네요..?”
이 목소리는 옆사무실의 그다.
“월말이라 그런지 많이 바쁘네요...”
먹을때 만은 아무 방해도 받고 싶지 않은 그녀.
그녀는 그렇지만 우동에 들어간 쑥갓향이 싫다.
그는 푸짐한 돈까스나베를 국물도 없이 잘 먹는다.
잘 먹는 남자가 참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그녀다.
겨우 한숨을 돌리고 엽차를 들이키다가 그녀는 언뜻 그를 유심히 볼 기회가 생겼다.
피부는 약간 검은 편이고 눈이 큰게 인상적이었다. 머리는 살짝 곱슬이고 배가 약간 나왔지만 귀엽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려 보인다. “커피 드실래요..?”
식당에서 무제한 제공되는 서비스 커피는 부담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녀는 식사를 마친 그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그는 넙죽 커피를 받아들고는 진심으로 감사한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 어쩌다 보니 그와 함께 퇴근길을 걷게 되었다.
"제가 아까는 몰라 뵈서요...”
그는 터벅터벅 앞서걸으며 넌지시 말을 건넸다,
“전 자주 뵙는데요...사무실 분위기 좋던데요..?”
그녀는 살짝 얼굴에 미소를 떠올렸다.
가끔 사무실을 지나가다 보는 그는 참으로 쾌활하고 재미있어 보였다. 무엇보다 신입사원 티가 절절 흐르는 귀염성 있는 남자같아 보였다.
“제가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알아보는 분이 별로 없는데요..” 혼자걷던 길을 둘이 함께 걸으니 심심하지 않아 좋다.
일요일 이지만 일을 마무리 하기 위해 느즈막히 출근한 그녀는 의자에 걸터 앉아 서는 책상위에 다리를 올려놓고는 쭉 기지개를 켰다. 맨얼굴에 질끈 묶는 머리와 오랜만에 입은 청바지가 다리를 꽉 조여오는 기분이 왠지 좋다.
컴퓨터 화면을 켜놓고는 그녀는 잠시 즐겨부르던 빅마마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일이 언제부턴가 그녀에겐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일은 그녀를 탄력받게 하고 생동감을 준다,
물론 가끔 스트레스에 치여 열도 받고 당장이라도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도 들때가 있지만 그것보다는 일로인해 지루한 시간들을 보상받는것 같아 오히려 감사하다.
사가지고 온 새우깡을 까놓고는 그녀는 부지런히 서류를 둘러보며 문서 작성에 돌입했다,
새우깡에서 나오는 기름 때문에 몇 번씩 손가락을 빨아야 했지만 그녀는 새우깡 매니아다.
새우깡 가격이 올랐을때 그녀는 다른 어떤순간보다 흥분했었다. “일요일인데 출근하셨어요..?”
그다..순간적으로 그녀는 다리를 얼른 책상에서 내렸다,
그는 편한 차림으로 서있었다,
하얀색의 야구잠바에 깊에 눌러쓴 모자는 대학생들 패션이다.
거기에 커다란 나이키 운동화는 정말 잘 어울렸다,
“일을 마무리를 못해서요..내일까지 제출해야 돼서,,그냥..”
왠지 자신이 게을러 보일까봐 걱정이다.
제시간에 숙제를 내지 못해서 쩔쩔매는 학생같이 보이는건 아닐까..?
“ 전 과장님 호출이 있어서 잠깐 나왔다가 들어가는 중인데...일 아직 멀었어요..? 괜찮으면 저녁이라도 같이 드실래요..?”
[이게 왠 횡재..?]
그녀는 하는둥 마는둥 서류를 가방에 집어넣고는 그와 함께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어느정도 마무리는 했지만 아직 손볼것이 많은데...그래도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이 더욱 흥미진진할것 같다.
“캘리포니아롤 좋아하세요..? ”
물론 좋아한다. 하지만 크게 말아진 롤을 남자앞에서 먹는건 조금 창피하다.. 그렇다고 반을 잘라 먹는건 너무 식상한 자세 아닌가. “네...”
가서 스시를 시키면 되겠지...가격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을테니까 서로에게 부담 없을 것이다. 아무관계도 아니니 서로 사줄 필요는 없지만 먼저 제안한 사람이 그니 그가 사기에도 부담없는 메뉴를 골라야 한다.
신입사원은 생각보다 월급을 많이 받지 않을테니.. 하지만 그는 친절하게도 그 식당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메뉴를 추천해주었고 물론 남자답게 계산까지 끝냈다.
“정말 잘 먹었어요...이렇게 초면에 엄청난걸 대접받아서 어쩌죠...? 그럼 2차는 제가 쏠께요..아이스크림 어때요..?”
사실 나중에 안일이지만 그는 아이스크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당시에는 너무나도 맛있게 먹어주었다,
그렇게 가끔 함께 식사하는정도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그가 참으로 친절하고 다정하며 재미있는 사람이라는걸 알기는 충분했다,
“내일 영화보러 같이 갈래요..? ”
그가 근사한 제안을 해왔다,
단번에 ok는 하지 않았지만 물론 함께 갈 생각이다...
당연하고 말고. 무엇보다 그녀는 그와 만나면 맛있는것을 많이 먹을수 있어서 좋다,
그는 항상 새롭고 맛있는 음식들을 추천해 준다,
물론 비싸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들은 수두룩하다.
저번에 먹었던 만두쌈은 정말 그녀에게 새로운 감동을 주었다.
그와 함께 볼 영화는 잔인한 액션 호러지만 여자가 참으로 멋지게 나오는 영화다.
물론 그런 영화를 본 후에는 할말이 많아 좋다,
영화관에 어둠이 밀려왔다.
그녀가 사온 콜라와 팝콘이 그녀와 그 사이에 덩그러니 놓아졌다. 처음 그녀는 그가 자신보다 2살 어리다는 것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오히려 지금은 그것이 더 그를 편안하게 느끼게 해주는 요소중 하나가 되었다,
영화가 조금 잔인한듯 싶다.
그럴때면 그녀는 살짝 손으로 눈을 가린다..
물론 손가락 사이로 다 보이긴 하지만 선명하게 보이지 않으니 그나마 볼만하다,
그러다 잠깐 그의 손가락을 스쳤다,
[오해하지 않겠지..설마....]
그것은 정말 실수였다, 그러니 그가 오해하지 않기를 바랬다,
그런데 그순간 그의손이 그녀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갑작스런 상황에 그녀는 판단력을 상실하고는 그대로 10분을 있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그러나 손을 빼고 싶지는 않았다,
“저..나 잠깐 화장실좀..”
그녀는 그의 귀에 살짝 말하고는 서둘러 화장실로 도망치듯 나갔다. 화장실에 들어와서야 숨이 제대로 쉬어졌다,
[설마,,,그가 나를 좋아하나..?]
거울속의 그녀의 얼굴에는 홍조빛이 감돌고 있었다,
물론 그녀 또한 그가 좋은건 사실이다. 만나면 설레고 좋긴하다. 그러나 아직 어떠한 결정을 내리고 싶지는 않다.
이럴때 섹시하고 세련된 여자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그가 기다리는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그녀자신의 고르지 않은 숨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그녀는 조심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가 잠시후 그녀의 손을 다시 잡아왔다.
끈쩍거리지 않는 약간 건조하고 따뜻한 그의 손은 감촉이 참 좋다. 그때부터 영화가 어떻게 끝났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차로 자신을 데려다 주는 순간에도 그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
“오늘 영화 잘 봤어요..”
그녀는 쑥스러운듯 그를 뒤로하고 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들어갔다. 행복감이 잔뜩 밀려왔다.
계속적인 만남을 가지는것 또한 괜찮은 일인것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오늘은 저녁에 같이 바에서 술한잔 하기로 약속을 했다.
긴 단발머리의 그녀는 퇴근전 머리를 살짝 풀러 어깨위에 흘러내리게 하고는 화장을 고쳤다,
V넥으로 깊게 파인 검은티는 가슴을 돋보이게 해준다.
엉덩이를 감싸는 펄이 들어간 회색 치마는 단정하면서도 섹시해 그녀가 아끼는 옷중하나다,
얼마전 친구에게 선물받은 작은 링 귀걸이가 상큼하다,
그는 먼저 와서 간단하게 한잔 먼저 마시는 중이었다,
그녀가 들어서자 그는 편안한 쇼파로 자리를 옮겼다.
“대학다닐때 선배들 따라 자주 오던 바예요..준벅이 여자분들 마시기는 좋다던데...어때요..? ”
알콜향이 살짝 감돌지만 순하고 부드러운 준벅은 마실만하다,
그 색깔이 마치 아보카도의 속살과도 같다,
그와 평범한 얘기를 나누며 시간가는줄 몰랐다.
상사 씹는 얘기만 해도 1시간이 금방 흘러가 버리고 만다.
오늘 그는 참으로 멋지다.
은빛 도는 세로줄 양복은 그에게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었다,
취할정도는 아니지만 기분좋게 술기운이 오른 그녀.
또다시 일상을 깨는 상상을 하고야 말았다.
탁자를 가운데 두고 턱을 괸 그녀의 동작에 귀엽게 부푼 가슴이 그의 정면에 드러났다,
다른곳은 내세울곳이 없지만 가슴만큼은 충분히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너무 쉽게 직장인처럼 되지 말아요,,지금모습이 정말 보기 좋으니..”
그녀는 그에게 작은목소리로 속삭였다,
어두운 실내조명이 감사하다...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용기는 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취한척 비틀거리다가 가방을 둘러메고는 화장실을 간다며 일어섰다,
“혼자 못가요.,..여기 화장실 계단에 있어서 넘어지면 크게 다쳐요,,같이 나가요..”
이럴때 살짝 뿌리치는 센스가 필요하다.
그녀가 그의말을 듣는둥 마는둥 하며 나가자 그가 서둘러 따라 나왔다.
비틀거리던 그녀가 그의품에 쓰러지듯 안기자 그가 떨어져 나간 자신의 조각을 잡는것처럼 그녀를 안았다.
“내가 부축할테니까 천천히 가요,,”
그런 그에게 몸을 바짝붙인 그녀는 살짝 몸을 비틀었다.
그가 당황하며 잠시 몸을 떼어내는듯 했지만 다시 그녀가 몸을 비틀어대자 갑자기 거칠게 그녀의 입술에 KISS를 해왔다,
술향기가 살짝 감돌며 똑 쏘는 맛이 났다.
그의 혀가 그녀의 입안을 거칠게 헤쳐다녔다,
“그만..여기서 이러는건...”
그녀가 나지막하게 말하자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는 옆에 있는 DVD 방으로 들어갔다,
새로 생긴것처럼 깔끔한 블랙톤으로 꾸며진 DVD방은 마치 호텔과도 같이 넓은 쇼파가 놓여져 있었다.
그녀는 그가 잠시 나간틈을 타 정신을 차리고는 자신에게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상상했다.
그는 젊은 남자다, 거칠고 힘이 세다. 그렇다면 완벽한 셈인가...? 그녀는 가방에서 샘플향수를 꺼내 귀뒤에 살짝 뿌리고 레몬향의 립밤도 입술에 발랐다,
의자에 옆으로 기대 있으니 평소에 생기지 않던 가슴골까지 생겨 무척 섹시해 보였다.
꽉조이는 치마는 엉덩이를 예쁜모양으로 잡아주는데 한몫하고 있었다.
“ 캔커피인데 마시면 조금 정신이 들꺼예요..”
그는 흥분이 조금은 가라앉은듯 침착하게 그녀에게 캔커피를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는 한쪽으로 커피를 치우고는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졸린듯 눈까지 감고 기대오자 그는 순순히 그녀를 품에 가뒀다.
그녀에겐 좋은 향기가 난다.
그는 금새 흥분한듯 또다시 거친KISS를 해왔다.
“분명 내가 잘못하고 있는거 알지만 ..”
그는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그녀의 입술을 떼지 않았다,
그녀의 다리에서 또다시 힘이 빠져나가며 머리가 아찔해졌다,
그의 손이 다리사이로 삐집고 들어왔다,
“잠깐만요...아직 나는..”
그녀가 그의 손을 살짝 뿌리치자 그는 거친숨을 토해냈다.
그녀는 그를 살짝 밀어내고 옷을 가다듬었다.
함부로 이렇게 open하는것도 매력적인 여자가 할 일은 아닌듯 싶었다,
충분히 둘의 교감은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는 잠시 거친 숨을 내쉬다가 미안한듯 고개를 떨궜다,,,
“..이렇게 까지 하려던건 아닌데,,,”
그의 의기소침해진 모습에 그녀는 웃음을 터트렸다.
“아..그러고보니 지금 나오는 저 영화 제목이 뭔가요..?”
그렇게 얼마후 그는 본사발령이 나 사무실을 옮기게 되었다,
“연락주세요..”
그가 바램처럼 그녀에게 말하고 갔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본사에는 얼마나 더 대단한 여자들이 있겠는가...
괜히 남자하나 때문에 골치아프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렇게 스치듯 지나간 남자치고는 괜찮았는데...
그녀는 오늘 일을 마감하고 그와 함께 갔던 스시집에나 갈까 생각중이다.
“정말..맛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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