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
이모를 태운 상여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진 후에도,
상여꾼의 요령소리와 후렴소리,가족의 곡소리는
희미하지만 한참동안이나 끊이지 않았다.
산으로 올라간 상여는
해가 니엇니엇 질 무렵 마을로 돌아왔는데,
그걸로 일이 다 끝난건 아니었다.
생전에 입었던 옷가지를 태워 주어야 만이,
이승에의 미련을 모두 버리고,
새옷을 입고 좋은 곳으로 간다며,
마을 아낙들은 이모의 옷가지들을
마을 앞 공터에 끌어모았다.
그 무렵 언니는
너무나 많은 울음으로 거의 탈진 상태였는데,
보지 말고 들어가라는
주위의 간곡한 요청에도 전혀 아랑곳 않고,
꿋꿋하게 소각장 앞을 지키려 들었다.
나이가 한살 많았음에도,
나보다 키도 작고,체구도 작아 허약했던,
언니의 어디에서 그런 큰 힘이 생겼는지...
용을 쓰며 집안 으로 데려가려는 아낙들의 힘도
그때의 언니에겐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악을 쓰며 발버둥 치는 언니에,힘좋은 나까지 ...
결국 ,마을 아낙들은
그들의 가슴과 등을 마구 쥐어패며,
죽어라 울어대는 우리에게 질려
"아..따.징헌 것들.." 하며,
나중엔 모두 포기해 버렸다.
나중에 엄마 에게 들으니,
나에게 집중적 으로 구타 당한 동네아낙 하나는,
나 땜에 온 몸이 퍼렇게 멍들었다며...
지금도 만나면 우스게 소리로 ,
약값좀 많이 달라고 한단다.
잠시후.
모아서 쌓아놓은 옷더미 아래쪽에
성냥을 그어 불을 갖다 대자 ,
잠시 주춤하던 불길은,
이내 옷더미 속으로 소르르 피어올랐다.
불길속엔 ,
아끼느라... 장에 가는날만 이모가 입었던,
예쁜 꽃무늬 몸빼 가 있었고,
시집 올때 입었을 이모의 한복치마 를 잘라,
야물딱지게 솜위에 씌운
빛깔고운 이불 호청 이 있었으며,
겨울에 입는 낡은 누비 옷을 잘라,
촘촘히 바느질한,선 고은 버선 과
입지않는 겉옷 소매을 잘라 아래 위로 고무줄 끼운,
흙때가 채 가시지 않은 노오란 토시도 있었다.
이모 몸을 감싸던 몸빼며,이불이며,버선은
이승을 떠난 주인의 서글픈 허물이 되어
뻘건 불길에 조금씩,조금씩 사위어 가더니,
이윽고 ...회색빛 몇줌 재로 남아 버렸다.
이모.
나의 이모.
오늘은...노곤한 몸뚱이만
포근한 땅속 깊은 곳에 잠시 잠깐 쉬었다가,
내일이면...
잠시 머물렀던 이승보다 훨씬 아름답고, 좋은곳에
꽃으로 ,나비로,별 로 태어날...
내 곱던 이모.
품앗이 간 대파밭에서 나눠주는
빨주노초 색고은 커다란 눈깔사탕을
자식이 걸려 차마 혼자 못 드시고,
꽃무늬 몸빼에 고이 넣어둔체......
"아가.나 먼저 간다."는 작별인사도 안한
못난 이모. 나쁜 이모.
....................................................
천상의 제일 아름답고 귀한 곳에
몇년전 세상을 뜨신 이숙과 나란히 서서
" 내 새끼들 잘 있나..........
" 우리 산이 잘 있나..........................."
이리 저리 굽어보고 계실 두분을 위해,
나 다니는 절에 고운 등 하나 올려야겠다.
부디 잊지 마시고,
부디 뜨지 마시고,
우리 가는 앞길. 환하게..환하게..밝혀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