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가랑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상여가 나가는날이어서 그런지...
마을은 음울 하면서도, 수선 스럽다.
상여를 맬 청년들을 부르는 이장님의 소리가
마을 확성기를 통해 연신 들려온다.
마을청년 이라고 하지만, 모두 나이 삼십이 넘은 장년들이다.
개중에는, 아이가 서넛되는... 겉늙은 아비도 있고,
추석때면 심란해져, 애꿋은 술잔만 기울이는...
서른이 다된 , 늙은 청년도 있다.
우리가 [재만이 아제]라 부렀던 그이는
서른 중반 까지는 그래도 희망을 잃지않고,
추석 이나,설날 만은, 갖은 멋을 다 부리고 다녔는데,
목적은 혼기가 다가오거나,
나이가 꽉찬 딸을 가진 옆 마을 이나,
우리 마을 사람의 눈에 들기 위해서였다.
나락[벼이삭] 먼지가 켜켜히 앉은 머리에,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냄새가 야리꾸리한 머리기름을 잔뜩 바르고 ,
복숭아뼈 에서도 5 센티 가 올라온
짧은 양복바지를 입고,
여기저기 인사닦으러 다니던 제만이 아제.
당시 우리집에는
나와 열살 터울이 나는, 스물 세 살 난 작은언니와,
스물 여섯된 큰 언니가 있었는데,
언니들이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집에 내려오면
그는 속 보이게... 뻔질나게 우리집을 들락거렸다.
누렇고 꼬깃꼬깃한 와이셔츠 에
실밥이 뜯겨진 줄무늬 양복바지,
검은 실로, 터진 뒤꿈치를 꿔맨 하얀 고무신.
요셋말로 [엽기맨] 인 그의 단골 명절 패션.
어쩌다 길에서 만나면,
있던 정도 뚝뚝 떨어지는느끼한 목소리로
"처제 어디가? " 하는 천하의 도둑놈.
언젠가 한번은,
그가 새로 사 신고온 운동화에
내가 몰래 송충이를 넣어났는데...
집에서 키우던 닭이,
운동화 안의 송충이 에 대한 답례[?]로
멋지고, 깜찍한[?] 실례 를 해놔
울지도,웃지도 못한 그가
한발로 깡총거리며 집에가던 기억이 난다.
작년에 시골에 갔을때,
리어카를 끌고 지나가는 재만이 아제를
오랜만에 보게되었는데,
어릴때부터 머리가 좀 모라라서
그가 늘[삼순이] 이라 부르던 순영이 언니가
이젠,제만이 아제 의 아낙이 되어
리어카 뒤를 힘겹게 밀어주고 있었다.
애기가 또 엉뚱한 데로 흘렀다.
마을 회관앞에는 어느새 모인 마을 장정들이 온몸을 상복으로 감싸고,
길쭉하고 하얀 모자 와 각반을 머리와 다리에까지 두른체,
상여를 ?어지기위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마을 회관뒤에 있는 상여집에서 동네 어름들이
상여를 꺼내는데, 꽃도 새로 만들고,오색칠도 다시한
정말 예쁜 꽃상여 였다.이모가 눕는것 만 아니라면 말이다.
이모집으로 들어간 상여는 이모가 누워있는 검은관을 싣고,
이모가 밥하고,빨래하고,가꾸던 부엌과 빨래터와 꽃밭을
천천히 돌며 망자를 위로했고,상여에 묶여 길게 늘어진
하얀 천을 붓들고 언니와 이숙과 오빠들은 두눈이 충혈된체
가슴이 ?어지도록 꺼이꺼이 울어댔다.
집을 나온 상여는 이모가 물길어오던 마을 공동 우물과,
집앞에 있던 상치 와 고추도 심던 텃밭주위도 한바퀴 돌았다.
가랑비가 멈춘 파아란 하늘아래
하-얗게 단장된 꽃상여를 양쪽에 나누어 짊어지고,
요령꾼의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선창에
"어허...야 ,디히...야." 하고
"먼저 간다 서러 말고,좋은 곳이 태어나소" 하는 선창에
"어허...야 , 디히...야...하던 상여꾼들이
마을의 누구누구 였는지..지금 기억은 안나지만,
마을을 몇 바퀴나 돌고 난뒤, 느릿느릿 마을 모퉁이를 돌아
큰 산으로 사라지던 그 곱던 꽃 상여를 ............
20 년 이 지난 오늘 까지 하얗게......나는기억한다.
..................................................
미안 합니다.,
오늘은 더 이상......쓸수가... 없네요.
눈물이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