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의 죽음은 내게 너무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어릴때 부터
"푸대야.우리 푸대 자루 왔네잉
이모가 옥수수 쪄주까 ?"
또는
"우리 푸대...볼따구가 볼그족족 헌게 꼭 딸기 같네"
어릴때부터 통통 했던 나.
다른사람 이었다면 놀림 받는게 싫어,
죽어라 덤벼들었겠지만,
이모가 불러주는 "푸대자루" 라는 별명은
지금가지도 내가 기억하는.. 제일 좋아하는 애칭 이다.
늘 푸대자루[포대] 라고 구박하면서도 ,
내 입에 먹을거리는 항상 준비해 놓으셨고,
그런 이모집을 난 줄기차게 드나들었다.
피가 섞인 친 이모도 아닌 ,
날 이뻐 해주던 동네 아짐[아줌마]들 중 의 한명 이었지만 ,
우리집 과 그집은 워낙 다정하게 지내,
그녀의 딸과 나는
서로의 엄마,아빠를 이모, 이숙[이모부] 라부르며 ,
제집 드나들듯 자매처럼 지내고 있었다.
지금도 어제 일처럼 선명 하게 기억나는 그날.
지금부터 정확하게 20 년 을 거슬러 올라가는...
내 나이 열살 .국민학교 3학년... 무렵의
어느 햇살 좋은 날이었다.
오전중에 학교를 파하고 ,
여느 때와 같이 이모의 집으로 달려갔다.
얼마전 부터 동네 언니들이
마을 뒤, 바다로 놀러 간다는소문이 있어,
그녀들 일행에 어떻게든 꼽사리 끼어 보려고
난 한살 터울의 이모 딸 눈치만 보고 있었다.
"언니 오늘 수영 하러 갈거징?
나도 델고가라. 언니들 성가시게 안할께,잉?
언니 한테 내 수영복 주께.응..언니.. 나두 델구 가.으응?"
난 언니에게 필사적으로 메달렷고,
빙그레 웃기만 할뿐 ,그녀는 말이 없었다.
아...답답해라..아마 나를 안델고 갈라고 그러는거야.
내 이쁜 똥색 수영복도 언니 에게 양보하고,
난 빤스 와 런닝구 만 입고 수영해도 괜찮은디.......
하얀 이를 보일듯 말듯 보이며, 웃고만 있는 언니가 좀 수상 하다.
"언니 .이모 또 아퍼?
으응.....쬐...금...
이숙 은?
으응..읍내 갔어 .장에..염소 사러 ......
염소 는 왜 사러 갔는디?
엄마가 자꾸 아픈께...고아서 약해묵인다고....
읍내 라면...
우리 마을 에서 버스를 타고 나가, 배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야하는....
목포 와 섬 의 3분에 1 지점에 있는곳이었다.
그곳에선 5일 마다 장이 서고 했는데,
섬 주민 들은 마을에 있는 구멍 가게나,
농협 연쇄점 에서 못 구하는 물건을 그곳에서 조달했다.
때로,엄마를 비롯한 섬 주민들은 곡식이나,도라지,나물,생선,참기름
등을 보따리 와 큰 플라스틱 대야에 싸가지고 나가,
장 한켠에 주르룩 펼쳐놓고, 팔아오기도 했다.
때론 ,돈이 아닌 ,호박엿이나,섬에서 안나오는 마른생선,대바구니
등으로 물물교환 해오셨던 기억도 난다.
쉬운말로 , 보따리 노점상.
바로 그것 이었던것이다.
참, 두부 나 콩나물 은 걱정할 필요가 없엇다.
어느 집이건 다 만들어서 먹고,키워서 먹었으니까.
장이 서던 읍내는
그 시절 내게 동경 의 장소 였으며,
20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못가본 미지의 장소이다.
왜냐고? 아........나의 아픈 과거여!
온 동네에 파다하게 소문난 촌년!
그것이 나였다.
다른집 애들은 어떻게든 용 을써서 타보려는 버스를
나는 무지하게 타기 싫어했다.
방학을 이용해 가끔 언니따라 목포에 나가는데,
목포행 버스를 타기 3,4 일 전부터
버스 생각만 해도 속은 울렁울렁 거렸고,
자리를 잡고 30 분 정도 지나면,
식은땀이 줄줄 나면서 속이 메스꺼워지기 시작한다.
그 다음은............아,,,차마 ........
그때 목포행 버스 를 타면,
산길이 구비구비 많기도 했는데,
2시간 30 분에서 3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2번 에서 3 번을 거의 사경을 헤메고 나야
목포 터미널에 도착했다.
열 일곱에 목포로 유학와서
수학여행 이란걸 가게 되었는데,
버스로만 온 종일 움직이는 수학여행을 가라는건 ,
나보고 죽으라는 소리와 똑같았다.
결국 고민고민 하다 수학여행 참가자 신청을 안했다.
그런데 왠걸!
모두들 내가 집이 어려워서 안가는걸로 생각 하는게 아닌가!
오해 하기는 담임 선생님도 마찬가지 였다.
섬 에 살았어도 아쉬울것 없이 자란 내가
그런 취급을 받기는 자존심이 상했다.
에라 모르겠다 .멀미도 하다보면 좋아해지겠지...
.결국 ...................................................
오! 마이 갓 !
멀미 하고 탈진 하고,멀미 하고 탈진 하고........
3 박 4일의 수학 여행 내내....버스 에서 시달린 기억외엔
여고 시절 수학여행 에 대해
난 아무것도 기억나는게 없다. 바부.
2002 년 7월.목포행 버스.
지금도 구비구비 고개가 많은건 여전하지만,
먼지 풀풀 나던 흙길이 아스팔트 로 변해서 그런지,
2 시간 이면 목포에 충분히 도착한다.
애고.애기가 또 길어졌다.
아뭏든, 이모가 아프다는것 때문에
우울해진 내가 안스러워진 언니는
아픈 이모 를 혼자두고 , 우리집으로 와
해가 어스름 기울때가지 놀아주었다.
황홀 하다고 표현할수밖에 없는
검고,노랗고,빨그스름한 노을이
길고도 넓게 서쪽 하늘에 드리워 졌을때,
집에가서 밥해야 겠다며,언닌 급히 집으로 갔고...
혼자 남은 난 언니와 놀던 마당 멍석위에 누워
한없이 ,한없이 노을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없이.............한없이...............
동네 머스마 가 나타난 건,
들 에서 돌아온 엄마,아빠가
양은 세숫대야에 차가운 우물 물 을 가득 부어놓고,
양쪽 가랑이를 벌인체 엎드려
번갈아 가며, 등목 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랬다.
바로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