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년대 초 부터 86 년 그 즈음.
내 인생에서 최고로 즐겁고, 행복했던, 아름답던 날들.
그 시절 우리가 [점빵] 이라고 불렀던...
초등학교 앞 구멍가게 에서는 공책,연필 ,칼,지우개 등....
문구류 몇가지 와 과자 를 팔았는데
그중 우리에게 최고의 인기는
50 원인지, 100 원인지..기억이 안나는 쫀득이와
오색찬란한 구슬 같았던 눈깔 사탕과, 별 사탕.
그리고 가늘고 긴막대기에 크림 이나 ,가루가 들어 있어,
달짝 지근 하고, 새콤한 맛을 내던 줄줄이[?]과자.
그리고 스프를 뿌려 뿌셔 먹었던 삼양라면 등이었다.
점빵집 아들 윤수는
가끔 그것들을 학교로 가져오곤 했는데,
그날은 그애가 최고로 인기가 좋은날인 동시에,
우리가 집에가서 저녁내내, 부모님을 귀찮게 하는날이었다.
시골이라 곡식보다 돈이 귀했던 탓도 있지만,
설사 돈이 있더라도 ,친구 가 가져온 과자는
수업시간 내내 우릴 군침삼키게 만들었다.
그날 윤수가 가져온것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쫀득이 였다.
그것도 질기고, 맛없던 ,싸구려 쫀득이가 아닌 ,
그때 새로나와, 아랫집 동선이 언니가 목포서 사 와 먹던,
색깔 곱고, 부드럽던,
그 이름 그대로의 쫀득쫀득한 쫀드기 였다
드디어 쉬는시간.
애들은 윤수 에게 우르르 몰려가
제각기 잘 보이려고 난리 였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자존심 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강 산 아닌가!
난 최대한 목소리를 높혀 소리쳤다.
물론 목표는 그애였다.
" 어린이 새농민 읽을 사람 이리 붙어라."
순간 웅성 거리던 교실이 조용 해졌다.
읽을거리도 귀하던 시골 학교에
[알프스 소녀 하이디] 라든가,
[보물섬] 등의 만화가 실려있고,
[다른학교 소식] 이라든가 ,
[가수 아무개를 만나다,] 등이 실려있는 그 책은
시골 섬마을에 도시의 바람을 묻혀오는
요셋말로 [울트라 캡숑 짱] 잡지 였다.
"나!
야. 내가 먼저여.
산아 .,내가 낼 단감 갖다주께. 나 먼저 보여주믄 안되냐?
야. 우리집도 단감나무에 겁나게 열렸어야. 됐어 !
그래... 그럼 목포서 사온 18색 크레파스 빌려주께.
야.크레파스는 나도 있어야. 너만 언니가 목포에 사냐?
그럼 내가 엿 갖다 주께. 엿장시 한테 되게 많이 사났어야"
아니면... 어저께 우리 지사[제사] 였는디... 떡 갖다 주까? "
책을 무지 좋아하는영은이가 내게 목을 맨다.
족히 4,50 분은 걷고도, 또 산을 넘어가야 있는 바닷가에 사는 아이.
아버지를 두어해 전 풍랑에 잃고 ,
엄마가 미역도 뜯고, 그물도 손질하며,
품팔이로 남의 배에 타 잡일 을 한다는 집 애였다.
제사 라면... 그 애 아버지 제사 였을 것이었다.
짠한 마음에 단감이고,엿이고 뭐고 그냥 빌려 주고 싶지만...
안돼.맘을 굳게 먹어야 된다.고지가 바로 저긴데...
살짝 윤수의 눈치를 보니 녀석...얼굴이 벌개져서 나를 보고 있다.
그렇다 .
나는 점빵집 아들의 제일 아픈부분을 건드린것이다.
순식간에 인기를 잃은것은 두번째 문제고 ,
녀석은 나나, 영은이에 버금가는 책벌레 였던 것이다.
터울 많은 언니,오빠 덕에 잡지를 정기구독 으로 받고,
세계 소년소녀 문학전집..등이 있다고 소문난 우리집을
그는 늘 기웃거리며 ,내게 잘 보이려 애쓰고 있었다.
그런 그가 모처럼 애들앞에서 콧대를 세우고 있는데 ,
얄미운 난 그애 콧대의 제일 민감한 부분을 사정없이 밟아버린것이다.
한참을 망설이던 윤수가 큰 머리를 긁적거리며 내게로 왔다.
아싸구리.....내가 이 기회를 놓칠건가!
"저 산아. 그 잡지 이번달 거냐?
저기...전번달 것도 있냐아..? 나..8월달치 부터 못봤는디....
내가 이 쫀득이 다 주께...나 느그집 가서 놀면 안되냐아? "
짜아식.. 안될게 뭐가 있겠는가?
내가 다 본걸 지가 보겠다는데....
다만 내가 걱정 되는건 애들 입소문....바로 그것이었다.
분명히 그애가 왔다가면
"누구 누구는 누구누구 랑 연애 한대요,연애 한대요."
얼레리 꼴레리 얼레리 꼴레리......................."
쪼그만 것들이 뭘 안다고 그런 노래를 주절 거리는지.....
더구나 점빵 집 아들과 수영 이는 한동네 살고 있었다.
쫀득이를 따르자니, 소문이 무섭고,
소문을 버리자니 ,쫀득이 그 달콤한 맛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결국 난, 점빵집 아들 윤수가 우리집에 와서
그 애가 보고싶은걸 빌려가는 방법을 택했고,
그애가 가져온 쫀득이는 그날 나의 최고 주전부리 가 되었다.
아.........생각난다.
길쭉하고 , 말캉말캉한 쫀득이를 살짝 깨물면
입안 가득히 베어나던 그 달콤한 꿀맛!
그 달짝지근한 추억의 맛을 나는 다시 맛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