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섬마을- 그 유년의 겨울.
첫눈...그 눈부심
"막내야......막내야...
이 놈의 가시나가 해가 중천에 떳는디......
아,후딱 못 일어나것냐?
어이구..덩치는 산만해서...그 놈의 책상밑에는 또 어떻게 굴러들어
갔다냐잉....쯧쯧...잠버릇이 저리 고약해서...."
아...시끄러워라....언제쯤 엄마의 잔소리가 멈출까...
잠 한번 실컷 자보면 소원이 없겠다.
학교 갈려면 아직 멀었는데.......좁은 책상밑에서 겨우 기어나와 본
시계는 아직 7 시 종치기 전이다.
작은방 으로 가서 잘까..건너방 으로 가서 잘까...아니다.
아빠 오시면 ...그땐 더 죽는다.그냥 이대로 버텨보자.
엄마가 들이닥치며 이불이며 베게를 다 걷어가 제법 쌀쌀하다.
열린 문 사이로 들어오는 겨울 햇살마저 차다.
제법 큰 방안을 뒹굴 뒹굴 뭉그적 거리다, 엄마의 밥짓는 소리에
괜히 미안 해진다.
"남의 집 딸래미 들은 제 부모가 논밭에 일하러 가면, 지들이 다 알아서 밥하고 다 한다는데....."
늘상 날 보면 노래 처럼 하시는 말이지만 ,사실 엄마는 날 포기 한지 오래다.
아궁이에 불 좀 때라하면 쇠 부지깽이로 여기저기 잘못 들쑤셔, 부엌에 여분으로 쌓아둔 나뭇단에 불낼뻔한게 여러번이기 때문이다.
문득 창호에 부?H치는 햇살 이 눈부시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어쩌면...속옷 바람에 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와..........온 세상이 하얗다.
집이 높은 지대에 위치한 관계로 멀리 내다보이는 들판 과 산.
이웃 마을에 위치한 학교 와 교회의 지붕 이, 온통 흰 눈으로
하얗게 덮혀 있다.
밀가루를 뿌려 놓은것 같은 뽀얀 길을 달려, 성질 급한 애들이
학교로 뛰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갑자기 내 마음도 조급해진다.
6학년 겨울 에 내린 첫눈.
오늘이 아니면 다신 못돌아올, 내 유년의 마지막 겨울에 내리는 첫 눈이기에......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우리반 수영 이와 보낼, 마지막 겨울이기에....
왜냐구?
우리 섬마을에 단 하나 있는 중학교는 남녀공학 이긴 하지만,
남녀합반 이 아니니까.
빨리 학교에 가서 애들이랑 눈싸움 해야지.
그 사이에 설마 눈이 금새 녹진 않겠지.
하염없이 눈만 쳐다보는 나를, 강아지 밥을 들고 나오던 엄마가 보시고 한마디 하신다.
"저 철 없는 것을 어디다 쓸까잉...
싸게싸게 씻고 학교 안 갈래 ?
마당 아궁이 솥에 물 따땃하게 해났응께 찬물 허고 ??어서 쓰고"
대충 옷을 입고 우물로 씻으러 가는데, 송아지를 배불리 먹인 어미소가 이젠 제 밥을 먹으려, 불쑥 외양간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새벽일찍 쑤어놓은 여물통 에서 모락모락 오르는 김.
그 따스한 풍경 아래...순백의 하얀눈이 눈부신 겨울 햇살 속으로, 뽀얗게 솟아 오른다.